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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식의
'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
< 블랙 스완 - Black Swan >
- 춤추는 이브, '니나' 의 모든 것(All about 'Nina')
영화 < 블랙 스완 > 은 타이틀 롤 니나 세이어스
(나탈리 포트만 분)의 비극적인 결말을 암시하는
꿈 이야기로 그 막을 열어갑니다.
"어젯밤에 이상한 꿈을 꿨어요.
제가 백조가 되어 춤을 추고 있는...
진실된 사랑만이 저주를 풀 수 있지요.
하지만, 왕자는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됩니다.
그래서, 소녀는 자살하고 말아요..."
하나의 꿈이 영화의 도입부로 설정된
셈으로,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을 아는 관객이라면
애당초 깨진 거울 같은 이미지의
<블랙 스완> 이,
고혹적인 발레 예술의 세계를 탐사하는 영화일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거의 종교적인 헌신을 요구하는 이토록 가혹한
예술 장르를 향한 경외감이나,
경탄스런 마법의 무대를 보여주려는 야심은
애러노프스키의 안중엔 애시당초 없지요.
매튜 리바틱의 촬영은 무용수들의 전신
프로필과 동작을 조화롭게 담는 대신,
긴장으로 핏줄이 불거진 얼굴과 고통어린
관절의 뒤틀림에 주목합니다.
즉, 완벽한 결과물이 아니라 완벽해지려는
강박에 내몰려 파괴되는 심신(心身),
바로 그것이 사이코 섹슈얼 스릴러
< 블랙 스완 > 의 회전축인 것이죠.
뉴욕 시티 발레단의 니나는 연약하지만,
순수하고 우아한 '백조' 연기로는 최고로 꼽히는
만 4년차 시니어 솔리스트 발레리나입니다.
이번 시즌엔 더 큰 역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니나의 희망섞인 말에 헌신적인 엄마 에리카
(바바라 허시 분)는 응답하죠.
"그래야지. 너만큼 열심히 하는 무용수는
없잖니!"
캐스팅에서 전권을 쥐고 있는 발레단의
예술감독 토마스 르로이(뱅상 카셀 분)는
단원들 앞에서 선언하지요.
"<백조의 호수> 로 이번 시즌을 시작할 겁니다.
새로운 창작 활동에는 새로운 여왕 백조가
필요해요. 세상에 선보일 새로운 얼굴...
그런데, 여러분 중 누가 둘 다 표현해낼 수
있을까요?
백조와 흑조, 모두를요!"
흑조에 무게 중심을 실은 토마스의 해석으로
무대에 올려지는 < 백조의 호수 > 공연에서,
가녀린 백조와 도발적인 흑조, 1인 2역을
온전히 해내고 싶은 니나...
하지만, 예술적 극치의 완벽함을 향한 그녀의
욕망은 광폭한 집착이 되어가고,
모두가 자신을 파괴할 것 같은 두려움이
깊어질수록 섬뜩한 내면적 어둠이 드러납니다.
흑조를 탐한 백조의 핏발 도발은 그렇게,
시작되지요.
세대 교체로 인해 퇴출위기에 몰리던
수석무용수 베스 맥킨하이어(위노나 라이더 분)
가 결국 치욕적인 은퇴를 결정하고...
니나는 그리도 갈망하던 < 백조의 호수 > 주역
발레리나로 발탁됩니다.
토마스는 성실한 연습 벌레인 니나가,
고아(高雅)하고 순결 무구한 '백조(White
Swan : 오데트)' 로선 흠잡을 데 없지만,
백조의 사악한 쌍둥이인 '흑조(Black Swan :
오딜)' 로 탈바꿈해, 그 치명적인 유혹의 마력을
표현하기엔 사뭇 부족하다고 여기죠.
"4년 간 널 봐왔는데, 모든 안무는 문제없이
소화하지만 도전적인 걸 본 적이 없어.
춤만 잘 추면 뭐해? "
게다가 새로 입단한 발레리나 릴리(밀라 쿠니스
분)는 니나처럼 정교한 테크닉을 구사하지는
못하지만,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뇌쇄적인 매력을
뿜어내며, 은근히 그녀와 비교됩니다.
토마스는 말하죠.
"그녀의 몸짓을 봐. 정확하진 않지만 힘이
안들어가 있잖아. 관능적이지, 너처럼 꾸민 게
아니야!"
토마스는 니나에게 스스럼없이 욕망을
표출해야 한다고 다그치지요.
"네 욕망을 표현해. 더 강하게, 유혹적으로!
지나치게 통제하지 말고 우리를 유혹해 봐!
왕자 뿐만 아니라 궁전, 관객, 온 세상을 유혹해.
거미줄을 치는 거미처럼 해보라고!"
"네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네가 두려워해야 할
유일한 사람은 너 자신 뿐야.
흑조가 네 사랑을 훔친 거지. 이 고통을 끝내기
위한 길은 오직 하나야.
이제 보내야 할 때야... 너를 편안하게 해줘 봐!"
이어 그는 "완벽한 걸 원할 뿐이에요" 라는
니나를 향해 되뇝니다.
"완벽함이란 통제하는 것만이 아니야.
그냥 흘러가게 두는 것이기도 하지.
테크닉을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자신을 놀래 켜야 관객도 놀래킬 수 있어.
고식적(姑息的)인 배역의 틀을 벗어나야 해!"
새로운 여왕의 탄생으로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올 수 밖에 없었던 베스...
절망에 빠진 그녀는 잔뜩 취해 자신의 자리를
빼았아간, 미움과 질투의 대상 니나에게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을 퍼부으며 모욕합니다.
"어떻게 역을 따낸 거야?
불감증의 꼬마, 넌 '여자' 로서 매력이 전혀
없다고 그러던데...도대체 뭘 해서 단장 마음을
돌린 거냐고?"
니나는 그저 "우리 모두가 그런 짓을 해야
하는 건 아니죠" 라며 항변할 뿐이죠.
그런 베스가 교통사고로 다리를 심하게 다쳐
병원에 입원하자, 자신때문이라 크게 자책하는
니나에게 토마스는 무심히 내뱉습니다.
" 베스는 스스로 달리는 자동차에 뛰어들은게
확실해.
그런 행동이 가끔은 완벽함으로 연결되기도
하지. 지나치게 파괴적이기도 하고..."
니나가 '완벽함(Perfection)' 을 위해 파괴적인
자아로 빠져들거라는 것을 내다보듯 말이죠.
선망의 대상이었던 선배 베스가 '예술적 완벽'
을 위해 택했던 파멸의 길을 니나도 오롯이
걷게 될 것임을 말입니다.
니나는 베스를 닮고 싶은 일념(?)에 훔쳤던
립스틱이랑 귀걸이 등 그녀의 물건을 돌려주며
고백하죠.
'선배님의 완벽함이 깃든 물건을 갖고
싶었던 거' 라고 말입니다.
한데, 베스는 그말을 듣고 자신의 얼굴을
손톱 칼로 난자하는... 끔찍한 자해를 벌이고
맙니다.
"완벽해지고 싶어 내 걸 훔쳤다고? 완벽?
난 완전하지 않아. 아무 것도! 아무 것도!"
니나는 처참히 망가진 베스를 뒤로 한 채...
공연이 다가올수록 스타덤에 대한 열망,
동시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의 중압감에
시달리게 되죠.
자신이 쓰러지는 순간 그 주연의 자리를
누군가 낚아채갈지 모른다는 강박관념이
그녀를 계속 짓누른 겁니다.
니나는 점차 정체성을 잃어가며 모든 곳에서
또 다른 자신(환각)을 보게 되지요.
그녀의 성공을 열광적으로 지지하던 엄마마저
위협적인 존재로 돌변한 상황...
니나는 내면에 감춰진 이중적인 자아 속 어둠과
그 분열을 농밀히 표출하기 시작하죠.
어떠한 출구나 대안도 봉쇄된 채, 니나는
극한의 생존경쟁으로 내몰리며...
급기야, 그녀의 정신은 빠른 속도로 분열하고
몸은 뒤틀린 변이를 일으킵니다.
"네 자신을 놓아버려" 라는 토마스의 다그침을
그녀는 말 그대로 실현해버린 게죠.
애러노프스키의 광기어린 망상과 현실을
오가는 화법은 종종 초현실적입니다.
3막 흑조의 연기를 하기 전, 릴리가 니나의
방을 찾아오죠.
"제대로 할 수 있겠냐" 며 자신을 비아냥대는
릴리를 니나는 거울에 밀어부쳐버립니다.
자신의 목을 조르려고 하는 릴리... 니나는
그만 이성을 잃은 채 깨진 거울 조각으로
그녀를 찔러 죽이고 말죠.
이때, 순간적으로 릴리의 얼굴이 니나의 얼굴로
바뀌는 장면이 스쳐 지나갑니다.
거울 파편으로 시해한 대상은 릴리가 아닌,
니나 자신이었던 것이죠...
눈이 흑조처럼 변한 니나는 무연스레 말합니다.
"내 차례야"
그렇게...마지막 흑조 오딜 연기를 위해
무대에 오를 때의 니나, 곧 나탈리 포트만의
표정은 영화의 모든 걸 암유합니다.
니나가 짓고 있는 왠지 야비하고도 미묘한
'악' 의 웃음은 그 이미지 자체만으로도 그녀의
지난 시간들을 한마디로 압축하고 있는 게지요.
영화의 피날레...
니나는 꺼져가는 목소리로 말합니다.
"나는 느꼈어요. 나는 완벽함을 느꼈어요.
나는 완벽했어요!"("I felt it . I felt perfect.
I was perfect!")
이토록, 최고가 되고자 하는 욕망을 가슴깊이
간직한 채,
예술적 완벽함을 추구한, 니나의 서사
< 블랙 스완 >...
영화는 자신을 옥죄던 통제의 손길에서 벗어나,
'자유의지', 그 '홀로서기' 를 갈구하는 열망을
그려내고 있죠.
겉으로 화려하게 보이는 발레리나의 욕망을 들추면서
인간 내면에 감춰진 양면성을 집요하게 조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감독은 선과 악, 청순과 퇴폐, 순결과 관능,
흰색과 검은색의 이분법적 구조로
주인공 니나를 에워싼 '밝음' 과 '어둠' 을 상반된
이미지로 표현했지요.
영화는 장중 내내 현실과 환상,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들며,
완벽을 추구하는 발레리나의 망상과 집착을
정치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 블랙 스완 > 은 현실과 환상이 너무
빠르게 또 자주 교차되면서,
정확한 스토리 파악이 어렵고도 불편한...
당혹스런 작품으로 다가오는 게 사실이죠.
애러노프스키는 대신, 관객들로 하여금
'선한 백조' 가 아닌 '욕망의 흑조' 를 그리기 위해
동원된 영화의 강렬한 표현력에 몰입케 하며,
스크린을 녹일 듯한 광기와 교활함에 대책없이
빨려들어가게 만듭니다.
하여, < 블랙 스완 > 은 발레를 단지 찬미하는
영화가 아니라,
발레리나의 강박증을 경유하여 카오스의
세계를 거부할 수 없는 마법으로 빚어낸...
독약처럼 관객을 마비시키는 '깨진 거울' 의
세리오적 드라마로 다가오지요.
1. 영화 < 블랙 스완 - Black Swan > 예고편
https://youtu.be/BSKRb4nThKE
'찰나의 완벽함' 을 위해 날아오르는 이카로스의
숙명적 날갯짓을 닮은 < 블랙 스완 >.
영화는 예술적 아름다움이 완성되는 과정을,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백조와 흑조간의
끊임없는 자리 다툼을 비춰주는...
바로, ‘거울’의 작품입니다.
니나는,
릴리로부터는 흑조의 도발적 관능을,
어머니에게선 이루지 못한 꿈의 대리 충족을,
예술감독 토마스로부터는 자신이 모르고 있는
관능을 일깨워 줄 거 같은 엑스터시의 경지를,
선배인 베스에게선 부족함을 채워줄 경력을
갖고 싶어 하지요.
하지만, 이 사람, 저 사람으로부터 최고의
커리어 구축을 위해 자신이 필요한 걸
가져오다 보니,
정작 그녀는 진정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채,
완벽함과 한계 사이에서 폐허가 되고 맙니다.
영화평론가 송효정은 아름다움 그 이상의 걸작
< 블랙 스완 > 을,
“빠르게, 빠르게, 점점 빠르게 휘몰아치는 정념의
폭주로, 도플갱어에 대한 가장 환시적이고
가장 우아하며 가장 미니멀한 접근의 작품이다”
라고 평했지요.
백조의 영화에 익숙해 있던 우리에게 흑조의
이야기로 이토록 호소할 수 있었던 건,
역시나 감독 대런 애로노프스키의 경이로운
상상력과 기술력 덕분일 것입니다.
감독은 < 블랙 스완 > 을 악마 로트바르트가
마술을 걸어 오데트를 백조로 변신시키는 니나의
꿈으로 시작해,
호수에 몸을 던져 스스로 죽음을 맞는 공연 속
피날레로 끝맺음하게 함으로써,
내러티브 전체를 클래식 발레
< 백조의 호수 > 와 조응시키려 하지요.
이러한 면에서 보자면 <백조의 호수>를
해체해서 새로이 표현하겠다는 토마스의
노골적 선언은,
< 블랙 스완 > 을 직조한 대런 애러노프스키의
영화적 야심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애러노프스키는 < 블랙 스완 > 을 통해 예술가
영화와 익스플로이테이션 영화,
그리고 연속극과 소녀 만화에서 숱하게 반복된
상투형을 서슴없이 끌어다 쓰면서도,
그 독창성과 활력만은 섬세하게 보존하는 영민함을
보이죠.
하여, 관객들은 < 블랙 스완 > 을 통해 다양한,
또 치열한 갈등으로 완성된 '예술의 완벽함' 에
주목하게 됩니다.
모든 갈등과 대립의 근저에는 당연히 주인공
'니나' 가 자리하지요.
어머니 '에리카와 니나' 관계로부터,
예술 감독 '토마스와 니나',
선배, 또 동료 발레리나인 '베스, 릴리와 니나'...
그리고 '백조와 흑조' 로서 상반되는 니나 자신에
이르기까지 말입니다.
드라마 속 니나는 암유적인 클리셰 '거울' 에 비친
수많은 형상을 가져오고 싶어하지요.
그러나 결국 그 허상들에게 지배된 채 처참하게
무너지고 맙니다.
니나가 그토록, 빠른 속도로 파멸한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간절하고도 과도한 욕망이 자신의
능력이나 성향을 추월해 앞서 달려가기 때문이죠.
대런 감독이 발레를 영화의 소재로 택한 이유는
발레의 아름다움이 근본적으로 극한의 신체적
고통을 대가로 해야만 실현 가능한 예술이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 블랙 스완 > 은 이러한 발레의
특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심리적 환각을
통해 드러내는 작품으로 자리하지요.
영화에 환각(幻覺)의 형태로 등장하는 모든
신체적 변용(變容 : metamorphosis)...
즉, 손가락의 살갗이 벗겨져 피가 뚝뚝
떨어지고, 느닷없이 관절이 골절되거나,
어깻죽지의 발진에서 깃털이 새어나오다 못해
이내 온몸이 흑조로 변하는 등의 호러 영화적인
변주는,
발레 < 백조의 호수 > 특유의 자아분열적
특성을 알레고리적으로 드러내는 아이러니의
극치로 품어져오죠.
무대에서 ‘보여지는 것’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 중,
대런 애러노프스키의 관심은 단연 후자일
것입니다.
지하철 장면 같은 어두운 야외촬영을 비롯한
몇몇 장면에서만 디지털로 찍었을 뿐,
< 블랙 스완 > 은 대부분을 16mm 필름
카메라로 촬영했지요.
흔들리는 대상을 끊임없이 근접 촬영하는
핸드 헬드 카메라는,
주인공 니나의 겉잡을 수 없이 흔들리는 심리
상태를 여과없이 드러내줍니다.
35mm에 비해 부피가 작고 가벼운 16mm
카메라는 공연의 현장 한가운데로 직접 들어가
무용수들과 함께 춤을 추며 돌 수 있었지요.
그리고 16mm로 촬영된 필름을 극장에서
영사하기 위해 35mm로 확대하는 과정을 통해,
< 블랙 스완 > 화면의 질감은 더욱 거칠고
도드라지게 된 것입니다.
결국, 니나의 분열된 정체성을 거울을
통해 보여주기 위해서,
영화는 두개의 거울 장면을 찍어 합성하고
여기에 CG 효과를 더했지요.
< 블랙 스완 > 속 거울은 '도플갱어
(Doppelganger - Doublegoer)' 에 시달리는
니나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핵심 미장센입니다.
거울은 백조와 흑조를 양분하는 경계를 나타내죠.
거울 밖은 니나의 소녀 캐릭터로,
거울 안은 니나의 은밀한 여자의 욕망을 지닌
여인의 모습으로 말입니다.
거울은 그렇게, '벽' 일 수도 있습니다만...
니나가 완벽한 경지에 이르기 위해선 그 경계를
허물어야 하지요.
나탈리 포트만은 인터뷰에서 발레에 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육체적으로는 지독하게 힘들지만 겉으로는
전혀 드러나지 않아요. 그게 발레의 특징입니다.
아름다운 겉모습만 보이는데 그 아래에 숨겨진
모습은 정말로 괴기스럽죠.
그리고 발레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완벽에
대한 추구예요.
정말 아름답죠, 너무나 덧없으니까요.
모든 것은 춤 속에 담겨 있습니다.
영상으로 영원히 남지도 않아요. 한순간
존재할 뿐입니다. 아름다움이 그렇듯요.
모두 완벽한 순간을 위해 무척 노력하지요.
끊임없이 노력하고 자신을 파괴하면서까지
완벽을 추구합니다.”
화면 속 니나가 춤을 추는 장면에선 곧잘
그녀의 시점 숏을 마주할 수 있지요.
영화 초반부 주역 무용수를 뽑는 오디션에서
그녀가 춤추는 신부터,
영화 말미 < 백조의 호수 > 2막의 공연에서
그녀가 실수해 떨어지는 시퀀스까지...
니나의 시점 숏은 반복적으로 사용됩니다.
카메라는 니나와 함께 춤을 추듯 그 주변을
돌다가도,
니나가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의식할 때마다
그녀의 시점 숏을 잡으며,
심리적 미로에서 헤메이는 '니나, 자신' 의
히스테릭한 질문을 시각화해주고 있지요.
이처럼, 영화가 좇아가는 니나의 내적 심리는,
최고의 프리마 돈나가 되고 싶어하는 욕망은
물론, 그것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강박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애러노프스키 감독은 그러한 니나의 내면
심리를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이른바 롱 숏 보다는, 클로즈업을 통한
'시각화' 에 주력했던 게지요.
분열된 자아는 환상과 환각, 거울 이미지를
통해 지속적으로 표현되고, 또한 공포로
극대화됩니다.
< 블랙 스완 > 속 백조 오데트와 흑조 오딜의
양면적 캐릭터를 맡으면서 니나가 직면한 것은
새로운 타자의 욕망이지요.
지금껏 그녀가 타인을 향한 욕망에 대한
반영으로서만 존재했다는...그 상흔의
이마주인 거울의 파편 말입니다.
만약 완벽함을 느꼈다는 니나의 말이 이에
대한 인식의 결과라면, 그녀는 환각 너머의
실재로 도약한 것이죠.
니나는 죽음의 앞에서야 비로소 완전한
찰나의 순간을 올곧게 체감한 것입니다.
https://youtu.be/N2VsIFlF8B4
고혹적인 우아함 속에 감춰진... 극도의 잔인한
예술, '발레'.
그 자기모순적인 속성을 정치(精緻)하게
포착해 < 블랙 스완 > 에 풀어낸 감독
대런 에러노프스키는,
마약 중독을 소재로 세기 말의 악몽을 그렸던
< 레퀴엠 포 어 드림 > 의 충격파를 던진 데
이어,
< 더 레슬러 > 에서는 한 물 간, 완전히
퇴락한 배우로 여겼던 미키 루크를 주연의
자리에 극적으로 복권시켰죠.
감독으로선 레슬링이든, 발레든 육체를
표현 수단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품은 예술 영역이었던 것입니다.
한데...
감독은 비참하게 퇴출당하는 프리마 발레리나
베스 역을,
여러 복잡한 구설수와 절도 사건 등의 스캔들에
휘말리며,
대중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한 채 추락했던
배우 위노나 라이더에게 맡겼지요.
흡사, 할리우드 영화계의 생태계도 잔혹한 발레의
프레임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만...
극 중 깡마르고 피폐한 나탈리 포트먼의 모습은
퍼포먼스와 삶을 맞바꾼 니나의 역경이 배우의
것이기도 했음을 짐작케 해주지요.
수많은 '결핍' 증후군에 사로잡힌 니나는,
그녀가 갖지 못한 내면의 달란트를 대변하는
동료이자 라이벌 릴리,
자신의 미래가 될지도 모르는... 몰락해버린
선배 발레리나 베스,
그리고 야심을 딸에게 투사하며 강요하는 엄마를
통합해 완벽한 자아를 완성하려고 몸부림칩니다.
하지만, 정작 중심이 비어 있는 이 노력은 오히려
비극적 자살의 파국으로 추락케 하지요.
https://kakaotv.daum.net/v/30530068
‘성공’ 을 꿈꾸며 완벽을 추구하는 발레리나의
시련과 광기,
그 내면에 감춰진 양면성과 변신을 향한 욕망의
표출을,
극한의 심리극으로 형상화한 < 블랙 스완 >...
드라마의 주인공 니나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발레리나로서 분명한 주관도 없이,
자신의 관능미와 해방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극적으로 돌변하는 동시에 무너지기 시작하지요.
그녀는 완벽함, 그것도 한 순간, 그러니까 아주
짧은 순간 동안만 존재하는 완벽함을 원합니다.
그러나, 모든 예술가가 그렇듯이 완벽해지려면
스스로를 파괴해야 하지요.
니나 역시 ‘흑조’가 되려고 노력하자 내면에서
어두운 뭔가가 끓어오릅니다.
급기야 정체성의 위기가 닥쳐 자신이 누구인지
혼란스러운 것은 물론,
자신과 다른 사람 사이의 경계 자체가 흐려지게
되죠.
그리고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을 곳곳에서
마주하게 됩니다.
니나 역의 나탈리 포트만은 얘기하지요.
" 자신과 닮은 사람, 불가사의한 고통이 넘쳐나는
어지러운 세상에 갇혀, 니나는 혼란을 겪기
시작합니다.
니나가 주변의 모든 체계에 반항하게 되면서
편집증이 나타나고,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혹은, 자신이 제정신을 잃고 있는지조차 확신하지
못하는 암흑 상태에 빠지게 되죠.
각본에서 무용계의 세부적인 사항을 사실적으로
다루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니나의 이야기가 ‘백조의 호수’와 같은
맥락으로 흘러가는 방식이 좋았지요.
저는 마법을 풀려고 힘겹게 노력하는 인물로
니나를 해석했습니다.
자신을 좌지우지하려는 주변 사람에게서 벗어나
한 인간과 예술가로서 본 모습을 낱낱이 꿰뚫어
보려고 노력한 것이죠.”
- 백조의 호수 '전경'(Scene)
https://youtu.be/koXO-4j0LIc
2. 오프닝 신
https://youtu.be/6BDTkid65K0
대런의 영화는 늘 무언가에, 혹은 어딘가에 갇힌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해왔죠.
< 파이 > 에서 수의 세계에 갇힌 자에서부터,
< 레퀴엠 포 어 드림 > 에서 마약과 TV에
중독되어 갇힌 자들,
< 천년의 사랑 > 에서 영원한 사랑이라는
족쇄에 묶인 자들,
< 더 레슬러 > 에서 80년 대의 향수를 가득
담은 링 안에 스스로를 가둬버리는 자까지,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은 마치 운명처럼 구원의
길에서 파국의 길을 만나곤 합니다.
영화 중반까지 니나는 흰 색 계통의 의상을
주로 입고 있지요.
반면 그녀 주변 사람들은 대조적으로
검은 색의 옷을 입고 등장합니다.
하지만..
착한 모범생 적인 니나가 자기 마음 속의 악한
본성을 일깨워서 흑조로 변모돼가며 후반부엔
사람들과의 관계가 역전이 되고,
그녀 또한 어느덧 검은 색 옷으로 치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지요.
니나는 릴리의 죽음, 그 망상의 비밀을 깨닫기
전까지는 자신만의 환각 속에 존재합니다.
무대 위에서 함께 춤을 추던 카메라는 어느새
무대 뒤쪽으로 물러나서 흑조가 된 그녀를,
아니, 흑조의 환상에 빠져 있는 그녀를
‘객관적인 숏’ 으로 잡아내지요.
그녀가 죽였다고 생각한 실체가 다름 아닌
바로 자신였음을 알게 되었을 때,
그러니까 나탈리가 오로지 얼굴의 힘만으로
무성영화적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듯한
인식의 순간...
카메라는 그제서야 그녀의 새빨갛게 벌어진
상처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상채기는 니나가 마지막 춤을 출 때
입을 더 크게 벌리죠.
3. 리허설 장면(Attack it! scene)
https://youtu.be/dwD4JZsAuew
극 중 발레리나의 연습 장면과 일상 습관 같은
디테일을 섬세하게 담아낸 영상은,
사뭇 이질적으로 보이는 클래식 발레와
모던 스릴러 영화를 과감하게, 또한 효과적으로
접목시켜주는 미학적 장치가 됩니다.
감독 대런 애러노프스키는,
뉴욕 시티 발레단의 스타 무용수 출신 유명
안무가 '벤자민 밀피에' 를 팀장으로 하는
발레팀을 고용했지요.
벤자민은 영화에 들어가는 발레 장면의 안무를
맡았을 뿐 아니라,
직접 영화 속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인
데이비드 역을 연기했습니다.
그의 임무는 ‘백조의 호수’에서 주요한 순간을
발췌해,
극 중 뉴욕 시티 발레단의 예술감독 토마스의
새로운 연출과,
전문 발레리나가 아닌, 니나 역의
나탈리 포트만과 릴리 역의 밀라 쿠니스,
두 여배우가 보여줄 수 있는 기술을 효과적으로
압축, 통합하는 거였죠.
그렇게, 벤자민 밀피에는 <더 레슬러> 의 대결
장면에 나온 1인칭 시점의 강도를 고스란히
콜라주하는 동시에,
발레의 우아함과 서정성을 살려, '백조의 호수’ 라는
명성에 걸맞는 춤사위를 펼쳐낼 수 있었습니다.
4. '흑조 오딜' 로의 변신(Il cigno nero' scene)
https://youtu.be/5wprhePnbAc
5. 'The mirror shots'
https://youtu.be/_UgoRTaE9UY
6. '니나의 자각'
https://youtu.be/zNPUsQYlSB0
7. '피날레 발레(The last dance)' 신
https://youtu.be/hVO6VGqfWwQ
하프 아르페지오와 스트링스의 트레몰로 위에
처연히 스며져오는 장대한 오케스트레이션 속,
니나의 죽음 엔딩 신은 가히 비감미의 극치로
울려오지요.
"I was perfect..."
8. < 블랙 스완 > Featurette
: 나탈리 포트만의 트레이닝
https://youtu.be/_ekWWP0dQZM
9. '8년 간의 준비'
https://kakaotv.daum.net/v/30530084
10. < 블랙 스완 > 속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 Op. 20 중 사용 곡
10-1. 2막 No.13 백조들의 춤
(Dances of the swans) 신
- 오데트 공주의 솔로(이나 빌라시),
아기 백조의 춤(Dance of the little swan),
큰 백조의 춤(Dance of the big swan),
코르드 발레(군무)
https://youtu.be/htWM5ZtONU4
여러 백조들과 함께 '백조 여왕 오데트' 가
춤을 추는 장면으로,
오데트의 솔로와 지그프리드 왕자와의
파드되도 유명하지만,
백조들의 코르드 발레 신은 가히 발레 블랑의
최고봉으로 꼽히지요.
극 중에선 2막 종반 지그프리드 역의
발레리노가 니나를 그만 떨어트립니다.
10-2. 3막 No. 24 scene
: 오딜과 지그프리드의 파드되 중 알레그로 코다
- 마리아넬라 누에즈(오딜 역)
바딤 문타키로프(지그프리드 역), 로열발레단
https://youtu.be/XfmSv0z205s
흑조 '오딜' 로 변신한 니나가 고난도의
32회전 '푸에테(fouette)' 를 성공적으로
완성하고 3막을 끝내는 장면이죠.
지그프리드 왕자는 흑조 오딜을 백조 여왕
오데트로 오인해 오딜에게 사랑을 맹세하며,
오데트를 절망에 빠트리고 맙니다.
10-3. 4막 No. 29 피날레 신 안단테
- 질리안 머피(오데트 역)와
앙헬 코레야(지그프리드 역)
: 아메리칸 발레 씨어터(ABT)
https://youtu.be/JI7AsZGnyi4
극 중 백조 여왕 오데트 역의 니나가
절벽에서 떨어져 자살하는 시퀀스이죠.
실제 극장에서의 발레 엔딩은 발레단마다
해피 엔딩(악마 로트바르트의 죽음) 으로부터,
비극적 피날레(오데트의 죽음, 지그프리드의
죽음, 두 연인의 죽음 버전 등) 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결말로 공연하고 있습니다.
화면 속에서는 차이콥스키의 원곡을 바탕으로
클린트 맨셀이 편곡한 음악이 사용됐지요.
11. < 블랙 스완 > OST
클린트 맨셀은 차이콥스키 원곡을 영화의
색감에 맞게 편곡해 일관된 긴장감을
유지하게끔 했죠.
차이콥스키의 환상적인 음악 유산을 충실하게
반영하면서도,
영화의 어둡고 현대적인 변화 흐름에 맞는...
경계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해석의 독특한
사운드 트랙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해서, 음표 하나 하나에 복잡미묘한 내용이
많이 들어있는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훨씬 억제되고 단순하게 조율된 클린트
스타일의 '백조의 호수' 로 탈바꿈시킬 수
있었지요.
클린트 맨셀은 니나의 잠재의식이 편집증으로
전환되는 과정, 주체할 수 없는 욕망과
두려움 등...
그 긴장과 고통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무조와
불협화음의 영화 음악으로 재구성, 변주하는데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11-1. 'Nina's Dream'
https://youtu.be/SWDdARmq-lk
: 11-2. 'Night of terror'
https://youtu.be/87MIbu0ZVrs
:11-3. 'A Swan is born'
https://youtu.be/divKdyCWgHM
:11-4. 'Perfection'
https://youtu.be/DfbplGPggXg
:11-5. 'A Swan Song(for Nina)'
https://youtu.be/8pFTtRJ37p0
- 李 忠 植 -
첫댓글 영화 < 블랙 스완 > 예고편
https://youtu.be/N2VsIFlF8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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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블랙 스완 > 예고편
https://youtu.be/BSKRb4nTh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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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 스완 > 오프닝 신
https://youtu.be/6BDTkid65K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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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허설 장면(Attack it! scene)
https://youtu.be/dwD4JZsAu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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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irror shots'
https://youtu.be/_UgoRTaE9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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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의 자각'
https://youtu.be/zNPUsQYlS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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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날레 발레(The last dance)' 신
https://youtu.be/hVO6VGqfWw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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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tte'
- 나탈리 포트만의 트레이닝
https://youtu.be/_ekWWP0dQZ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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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조의 호수 > '전경'(Scene)
https://youtu.be/koXO-4j0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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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조의 호수 > 2막 No.13 백조들의 춤
(Dances of the swans) 신
- 오데트 공주의 솔로(이나 빌라시),
아기 백조의 춤(Dance of the little swan),
큰 백조의 춤(Dance of the big swan),
코르드 발레(군무)
https://youtu.be/htWM5ZtONU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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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막 No.29 '피날레' 안단테
- 쥘리안 머피(오데트 여왕 역)
앙헬 코레야(지그프리드 왕자 역)
아메리칸 발레 씨어터(ABT)
https://youtu.be/JI7AsZGnyi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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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막 No. 24, 오딜과 지그프리드의 파드되 중
'알레그로 코다'
- 마리아넬라 누에즈(흑조 오딜 역)
바딤 문타키로프(지그프리드 왕자 역)
: 로열발레
https://youtu.be/XfmSv0z205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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