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의 매력에 푹 빠진 영락없는 가회동 주민 거실과 주방은 소파와 테이블을 놓아 입식으로 쓰고, 욕실도 개량해 한옥에 잘 적응할 수 있게 꾸며놓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두 내외가 한옥 생활에 익숙했으랴. 문을 닫아도 옆방의 숨결이 다 들릴 만큼 방음이 잘 안 되는 바람에 부인은 남편에게 이불 뒤집어쓰고 이야기하자 했다. 하지만 이사온 지 반 년이 다 되어가는 요즈음은 오히려 한옥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풍기는 향기랄까, 그런 것들이 달라요. 흙 냄새, 종이 냄새, 나무 냄새가 참 좋고 특히 비 오는 날 처마에서 낙숫물이 떨어지면 아래에 물받이가 있어서 똑똑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데 안방에 앉아서도 비가 어느 정도 오는지를 느낄 정도니 이젠 자연과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좁은 마당 한구석에 피어나는 들꽃이 가슴에 와 닿고, 옆방의 숨결이 다 들리니 온 방이 하나가 된 것 같아 가족이 하나가 되고 소통이 되는 듯한 느낌이다.
“이 동네는 지나가다 대문이 열려 있으면 들어와서 마당도 둘러보고 물 한 잔 달라 그래요. 어디 강남에선 가당키나 한 얘긴가? 우리 여기 이사 오는 날도 우리 짐이 들어오니까 동네 분들이 이사왔냐며 들어오시더라구. 그래서 올라오셔서 떡이랑 과일이랑 잡숫고 가시라고 했지. 남의 집 둘러보고 물 한 잔 청하는 게 얼마나 좋아? 이 동네 사람들은 북촌 마을의 전통적인 삶의 방식이 아직도 남아 있어. 이웃 간에 정도 있고, 서로 김장할 때 도와주기도 하고, 그래서 사람 사는 맛이 난다고 할까?”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대문 앞에 선 부부는 한옥과 더없이 잘 어울린다. 영락없는 가회동 주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