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를 그리다
김회직
며칠이 지났는데도 꿈에 본 바위산이 눈에 아른거린다.
세 개의 봉우리가 하얀 구름에 걸려있다. 생긴 그대로 삼봉바위산이었다.
솜덩이처럼 맑고 깨끗한 구름 뒤로 파란 하늘이 더 파랗게 보였다.
천년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해온 섬세한 바위 결이며, 여기저기 움푹 팬 수많은 흠집들,
그리고 신비롭게 어우러진 해묵은 색깔이 참으로 아름다운 바위산이었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지만 소리가 자꾸 목에 걸려 캑캑거리다가 잠에서 깨어났다.
그때 문득 김소월의 <초혼> 몇 구절이 떠올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를 일이었다. 꿈에서 깨어나자마자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가 환청처럼 웅얼웅얼 귓속을 간질였는지 알 수가 없다.
더욱더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야 할 것이
왜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이여”로 바뀌었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묵묵부답의 천년바위산이 들려주던 허공 속 메아리!
환청 같은 웅얼거림을 캔버스에 옮기기로 마음 굳힌 것은
연필 스케치 몇 점을 수채물감으로 덧칠해본 뒤였다.
수필예술 문우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첫댓글 멋진 산 길몽을 축하드립니다.
올 한 해는 명산처럼 김 회원님의 이름을 사해에 떨치실 것 같습니다.
꿈에서 본 산이 너무 아름다워 그 꿈을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림으로 남겨보겠다고 했지만 꿈에 본 산의 1,000분의 1, 10,000분의 1 근처에도 못미친 듯합니다.
작년 11월 말쯤에 시작한 것을 오늘 새벽에야 싸인 했답니다.
그래서 2024~2025 그림이 되었습니다.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와, 이렇게 리얼한 작가의 그림 뒷이야기를 듣다니요. 영광입니다. 과묵한데 아름답습니다.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어 더욱 정이 갑니다. 실물영접은 언제 할 수 있을까요?
늘 건강하시고 왕성한 활동 기대합니다~^^
과찬의 말씀에 오히려 제가 더 송구스럽습니다.
희미하게라도 메아리를 느낄 수 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좋은 글 많이 쓰시고,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