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과의 3차 세계대전
화엄사에서부터 시작하여 노고단 정상까지 오르는 데 3시간, 내려오는 데 1시간 30분, 물 마시고 두리번거리는 데 30분, 내려와서 술 마시는 데 2시간, 합하여 장장 7시간을 보내면서도 텃밭의 풀 뽑는 일은 시작하여 단 5분만 지나면 허리가 아프기 시작하고 모기, 깔따구들이 달려들어 그만둘 핑곗거리를 찾게 된다. 덕분에 발목을 덮기 시작하던 풀들이 지금은 허리만큼 자라나 가히 열대의 정글처럼 무성하다. 저 풀들의 징글징글한 생명력을 단지 신장의 우위로 이겨낸 옥수수들이 풀들의 높이를 제압하고 열병식하는 병사들처럼 도열해 있다. 하지만 가지들은 대여섯 개의 열매를 맺은 것을 끝으로 전원 순사(殉死)했고 토마토들은 아이들이 갖고 노는 구슬만 한 열매를 서너 개 맺더니 모조리 요절하고 말았다. 그래도 고추나무들은 3분의 2 정도가 살아남았고 오이들은 힘들게나마 생존을 유지하고 있다. 미안하다. 내 진정으로 각성하여 쉬는 날이 오면 단독군장을 하고서 풀과의 전쟁을 선포하마. 1차 대전은 예초기로 풀 큰 놈들을 쳐낸다. 2차 대전은 풀 속으로 들어가 뿌리째 뽑는다. 3차 대전 완결편은 호미로 깨끗이 긁어낸다. 선선해지면 그 밭에 무와 배추, 갓을 심어서 늦가을에 김장대작전에 들어가리라.
첫댓글 네 다짐은 창대하나
결국 패잔병으로 남으리라
무모한 전쟁을 하다니
그냥 냅둬야 겨울오면 저절로 죽어
패잔병이라도 좋다.
싸우다가 패잔할란다...
에고 저는 그래서 그냥 예초기로 돌립니다 그것도 요즈음은 무지 힘들어요
날이 더워도 너~~~무 더우니...
도시에서만 전쟁터인줄 알았더니 그 멋진 자연속도 전쟁이군요??ㅠㅠ
지기님 말씀대루 그냥 냅두고 겨울오면 죽게 만드시는건??ㅎㅎ
쉬엄쉬엄 하세용~~~~~~~
너무 쉬엄쉬엄이라서 탈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