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드라마 대장금 보기는 금년에도 계속 됩니다.
지난 월요일(37회인가?) 장금이는 무모한 일을 합니다.
중종의 어머니가 중종에게 불만이 있어 치료를 받지 않습니다.
이 일로 인해 대비의 주치의 신주부는 파직될 위기에 놓입니다.
더 큰 문제로는 임금과 그 어머니의 갈등으로 불안한 정국이 계속되는 것이겠죠.
이에, 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대비마마 앞에서
사환의녀에 불과한 장금이는 감히 대비마마에게 내기를 겁니다.
내기의 내용은 장금이가 낸 수수께끼를 맞추지 못하면
대비마마가 시침을 받아야 하고,
수수께끼를 맞추면 장금이 목숨을 내놓는
룰렛게임(?)을 신청합니다.
장금이의 발칙함과 당돌함에 기가 막혀
대비마마가 그 내기에 응합니다.
수수께끼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람을 맞추시는 것이옵니다.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이옵니다.
이 사람은 아주 오래 전부터의 식의로서
중국 황제의 식의가 생겨난 기원이 이 사람이라고 합니다...
또한 이 사람은 집안의 노비로서 온갖 궂은 일을 다 하였으나
또한 집안의 모든 사람의 스승이었다고도 합니다...
이 사람이 살았을 때는 온 천하가 태산이었으나
이 사람이 죽자 온 천하가 물로 뒤덮였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자 보신 분들은 이미 정답이 무엇인지 알 것입니다.
특히 섬세하게 표현한 것은 정답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대답하지 못하는 대비를 잘 표현했습니다.
하긴 이미 장금이는 이를 예상하고
"대비마마께서는 수수께끼를 맞추지 못하셔도 시침을 받게 될 것이고
수수께끼를 맞추셔도 시침을 받게 될 것이옵니다"라는
엄청나게 자신감 있는 엄포(?)를 놓지 않았던가?
그만한 자신감이 어디에서 나왔을까?
1. 용 기
"어느 안전이라고, 감히 사환 의녀 주제에....."
참 자주 나오는 말이죠.
그래요, 감히 사환 의녀 주제에 그런 당돌한 언행과 내기, 퀴즈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제안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장금이에게 용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사안 앞에서 생각은 많지만 용기가 없어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분과 계급의 차이 때문에, 연령 혹은 선후배의 차이 때문에
유교적인 관습에서 오는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할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용기는 분명한 문제 의식에서 나오기도 합니다.
자신의 스승, 정말 남다른 스승 신주부 나리가 파직 당한다는 말에,
대비마마와 중종간의 갈등으로 좋지 못한 미래가
국정 운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에
(정말 장금이가 거기 까지 생각했을지는 의문이지만)
그는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꼭 이루겠다는 생각,
꼭 살리고야 말겠다는 생각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죽음을 각오하겠다는 생각만이
용기를 내게 합니다.
2. 지 혜
"감히 사환의녀 주제에 어느 안전이라고...?"
그렇습니다. 용기가 가상하다고 모든 것이 무마 되는 것은 아닙니다.
목숨을 건다는 모든 것이 용납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길 수 있는 승산이 있어야 용기가 용기로 인정됩니다.
그 승산의 근원은 지혜에서 비롯됩니다.
장금이에게는 그 지혜가 있었습니다.
앞에서 말한 수수께끼의 정답은 <어머니>입니다.
대비마마는 제조상궁(견미리역)을 통해 이미 답을 들었습니다.
그 답을 말하면 장금이는 단칼에 죽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깊은 생각없는 혹은 당사자가 아니어서 생각지 못한
제조상궁의 생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장금이의 수수께끼 정답 앞에서 대비 마마는
"저 맹랑한 것의 꾀에 이미 넘어 갔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수수께끼를 맞추느냐 맞추지 못하느냐가 아니라
<어머니>라는 단어에 초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대비 마마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로서 아들의 마음을 괴롭히고 있다니....
아니, 저 맹랑한 것이 <어머니>라는 위치로 나를 흔들어 놓다니....
그렇습니다.
장금이에게는 계산된 답, 즉 지혜가 있었습니다.
대비마마도 시침을 받고,
장금이도 죽지 않고,
중종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장금이도 이를 계기로 중전마마에게 인정받는 계기가 되고
윈-윈(win-win)이 되었습니다.
지혜가 여러 사람을 살립니다.
지혜가 진정한 용기를 발휘하게 합니다.
3. 실 력
수수께끼의 극적인 장면이 지나고 또 다른 문제점이 발생합니다.
대비마마를 시료하려 하지만 몸이 너무 약하여져서 치료의 방법이 없습니다.
다시 위기가 몰려옵니다.
겨우 건진 목숨, 신주부의 파직이 또 다가옵니다.
시침을 할 수도 없고 탕약도 아무 소용없습니다.
의관들이 방법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음식물을 통해서 기력을 보호하고 각기병 치료를 해야한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보호식으로 사용할 음식은 모두 대비 마마가 원치 않는 음식입니다.
특히 마늘은 조금만 들어가도 구별해 낼 정도입니다.
또 음식을 삼킬 수 없을 만큼 약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장금이의 묘약 처방에 대비마마가 넘어 갑니다.
환약을 지었는데 그것만은 먹습니다.
그리고 힘도 얻게 되어 시료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극 성격상 그렇게 넘어가면 스릴이 없지요.
그래서 장금이를 "한번에 무너트리려는" 열의의 고자질로
다시 한번 장금이가 위기에 처합니다.
대비마마가 싫어하는 마늘을 억지로 먹인 것은
대비 마마와 왕과 중전을 능멸한 것이라는
(늘 장금이의 편이 될 것으로 믿었던) 중전의 분노를 보게 됩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대비마마가 화를 내지 않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어떻게 만들었기에 마늘 냄새가 나지 않았는지 질문합니다.
"마늘을 찔 때, 녹차 잎을 밑에 깔고 쪘습니다"
"맛있으라고, 대추와 ......을 잘게 부수어 환을 만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장금이가 대비마마의 식습관을 파악해
좋아하는 음식과 좋아하지 않는 음식을 구별하고 처방을 내렸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용기와 지혜로만 살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실력입니다.
실력이 있는자는 결국 인정받기 마련입니다.
어느 비천한 자리라 할지라도 가지고 있는 실력은 인정받게 됩니다.
그 실력이 무엇이라도 어떤 것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실력만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용기와 지혜와 실력을 고루 갖추고
적절한 때에 적절하게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이 장금이의 매력입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해 봅시다.
용기가 있으면 지혜를 키워보고
지혜가 있으면 실력도 키워보고
셋 다 없으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 부터 해 봅시다.
제가 생각할 때는 셋 중 그래도 제일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실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