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적가리골 이폭포
등반중 갑자기 생각지도 않던 어려움에 부닥쳐,
친구들이 주저하면서 되돌아서려고 하는 것을 보면
나는 울화통이 터진다.
이제 멋진 등반의 재미가 시작되는 판에 되돌아서려 하다니.
--- 장 코스트, 「알피니스트의 마음」
▶ 산행일시 : 2010년 9월 18일(토), 맑음
▶ 산행인원 : 14명
▶ 산행시간 : 12시간 11분(휴식과 점심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20.3㎞
▶ 교 통 편 : 25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
00 : 25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3 : 11 ~ 05: 25 -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鎭東里) 두무동교(斗武洞橋), 산행시작
06 : 58 - 843m봉
07 : 58 - 1,048m봉
08 : 22 - △1,037.8m봉
09 : 15 - 1,100m봉
10 : 24 - 714m봉
10 : 38 - 조경동(朝耕洞, 아침가리)
12 : 14 - △1,036.5m봉
12 : 20 ~ 12 : 49 - 1,070m봉 오르기 전 안부, 점심식사
14 : 00 - △1,252m봉
14 : 26 - ├자 갈림길, 오른쪽은 매봉령 가는 길
15 : 10 - 구룡덕봉(九龍德峰, 1,388m)
15 : 39 - ├자 갈림길, 직진은 주억봉 0.4㎞, 오른쪽은 자연휴양림 가는 길
16 : 35 - 계곡 진입
17 : 36 - 적가리골 방태산 자연휴양림 입구, 산행종료
21 : 53 - 동서울 강변역 도착
2. 노루궁뎅이버섯
▶ 조경동(朝耕洞, 아침가리)
산골의 밤은 더욱 깊다. 03시 11분. 번위터 근처 방태천변 야영장. 계류 물소리는 차창을 꼭꼭
닫았어도 우레 소리로 들린다. 이런 때 쪽잠은 으레 흉몽으로 얼룩지기 마련이다. 바위 들쭉
날쭉한 리지를 어렵게 통과했는데 오른손이 허전하더니만 스틱을 놓아두고 왔다. 재밍하여
돌출한 바위 턱 싸안아 돌고 레이백으로 오른 슬랩에서다. 스틱 가지러 뒤돌아간다. 혼자다.
뒤돌아가기가 더 어렵다.
꿈이었다. 그 긴 시간이 겨우 10분 남짓한 꿈이었다. 새벽 잠 없는 선바위 님과 하늘재 님의
설악산 골골에 대한 대화가 내 잠 속에 스며들었다. 힘 빠져 후줄근하다. 04시 50분 기상. 간
단히 요기하고 05시 25분 산행을 시작한다. 어느덧 날이 더디 샌다. 헤드램프 밝히고 산기슭
으로 접근한다. 길옆 양옥집 주인이 현관문을 열고 내다보고는 들어간다.
꿈땜한다. 맨 선두는 당연히 선바위 님. 능선 끄트머리 잡아 산기슭 감싼 가시덤불 헤치고 들
입다 돌진한다. 철조망을 길게 두른 콩밭이 나온다. 아마 들짐승의 침범을 막고자 쳤나보다.
그런 철조망 넘어 콩밭을 가로지를 수는 없고 그렇다고 가시덤불 무성한 밭두렁을 돌기도 어
렵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내려간다.
농로 따라 더 들어간다. 그 콩밭 위로 잘 다듬은 성묫길을 찾아낸다. 이런 산중의 무덤도 벌초
하였다. 무덤 뒤는 가파른 사면의 잡목 숲. 자작나무 미끈한 줄기 안아가며 오른다. 능선에 진
입하여도 잡목 숲은 빽빽하다. 잡목가지가 어둠 속에서는 막 달려들어 목덜미며 바지자락 여
기저기 뜯다가 날이 새자 동작 그만으로 부동자세 한다.
나지막한 봉우리 넘어 안부 지나고 아까와는 딴판인 초원의 부드러운 능선이 이어진다. 다만
바람 자서 날파리 떼가 극성이다. 잠시라도 걸음 멈추면 온몸에 새까맣게 달라붙는다. 손 한
번 휘두르면 서너 마리쯤 잡힌다. 입 벌리고 하품하다가 입으로 들어온다. 날파리 떼에 쫓겨
쉬다말고 가곤 한다. 843m봉을 넘고 수종은 주로 참나무. 거목이 흔하다. 더구나 오지로 고지
고 음지다. 여러 버섯의 자생여건으로 알맞다.
눈 들어 노루궁뎅이버섯 찾는다. 귀여운 노루궁뎅이버섯을 심심찮게 본다. 1,048m봉에서다.
우리가 여태 본 것 중 가장 큰 노루궁뎅이버섯이 거목의 참나무 가지사이에 웅크리고 있는 것
을 본다. 특히 버섯에 눈 밝은 선바위 님이 찾아냈다. 기념촬영하고 들어낸다. 묵직하다. 산행
후 현리 음식점에서 삼겹살 불판에 구워 일행 모두가 몇 점씩 맛보았다. 구수하고 쫄깃쫄깃한
것이 아주 맛있다.
1,048m봉을 살짝 내렸다가 낮은 자세로 키 큰 미역줄나무덩굴 뚫어 오르면 △1,037.9m봉이
다. 덤불 속 삼각점은 ┼자 방위표시만 보인다. 조망 좋다. 설악산 대청봉이 가깝다. 발돋움하
여 만학천봉의 아침을 감상한다. 운해는 만학을 채우고 넘친다.
바윗길이 수시로 출몰한다. 이따금 벼랑이 다가가 점점 스러지는 운해를 구경한다. 1,100m봉
은 ├자 능선 분기봉이다. 조경동으로 내리는 오른쪽 능선 초입은 펑퍼짐하다. 한참 내려 능
선 모양 갖추고 뚝뚝 떨어진다. 마루금 약간 비킨 사면에서 진기한 버섯을 본다. 능이버섯이
라고 한다. 흑갈색 보호색으로 무리 지은 너른 갓을 이끼 낀 바위나 똬리 튼 살모사로 착각하
기 쉽다.
예로부터 1능이 2표고 3송이라고 했다. (우리는 여기에 4노루궁뎅이버섯을 덧붙인다.). 표준
국어대사전의 설명이다. ‘능이(能耳, 能栮). 굴뚝버섯과의 버섯. 갓은 지름이 10~25cm, 높이
는 10~25cm이며, 표면에는 거칠고 큰 비늘 모양의 조각이 있고 자랄수록 홍갈색 또는 흑갈
색이 되며 마르면 흑색이 된다. 자실층에는 1cm 이상 되는 침이 무수히 솟아 있다. 식용하고
여름과 가을에 활엽수림에서 자라는데 한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향버섯(Sarcodon
aspratus)이라고도 한다.’ 데쳐서 소금 친 참기름에 찍어먹어도 맛있다.
능선은 714m봉에서 일시 주춤하고 다시 급히 떨어진다. 울창한 잡목 숲 헤치다 무덤 지나니
인적이 뚜렷하다. 너덜사면 우르르 내리면 아침가리 조경동이다. 임도가 끊기는 곳이다. 인근
농가의 트럭이 들어왔다. 계류 건너는 다리는 무너졌다. 젖지 않고 건널 도리가 없다. 등산화
벗고 바지자락을 무릎 위로 걷는다. 발이 시리다. 물살이 제법 세어 스틱 집고도 어지럽다.
3. 조망, △1,037.8m봉에서
4. 조망, △1,037.8m봉에서
6. 보래봉
7. 조경동 가는 길에
8. 투구꽃
9. 능이버섯
▶ 구룡덕봉(九龍德峰, 1,388m)
당초 선 그은 대로 진행하자면 시간이 빠듯하다. 얼른 세면탁족하고 출발한다. 돌투성이인 계
곡 임도로 100m 정도 진행하다가 사면으로 오르는 임도가 보여 그리로 따라 갔으나 바로 끊
기거니와 방향 착오다. 얕은 골 가로질러 너덜사면 오른다. 가파른 사면이 길기도 하다. 고도
500m 이상을 올라쳐야 한다. 오늘 산행 중 가장 힘든 데다. 암만 오랜만에 나왔다고 하나 천
하의 챔프 님이 힘들어할 때도 있다.
다행인 것은 그렇게 극성이던 날파리 떼가 눈에 띄게 확 줄었다. 어쩌다 사면 기웃거려 능이
버섯을 줍다시피 한다. 능이버섯은 느닷없이 나타난다. 그때마다 섬뜩하다. 여러 송이가 한데
몰려있다. 한 곳에서 한 봉지 실하게 딴다. 배낭이 무겁다. 그래서도 △1,036.5m봉을 숨넘어
가게 헐떡거려 오른다. 삼각점은 현리 429, 2005 복구.
선두 더러 제발 그만 가고 밥 먹자고 소리친다. 1,070m봉 오르기 전 안부에서 모인다. 워낙
땀을 많이 흘린 탓인지 입맛이 쓰디쓰다. 거의 물로 배 채운다. 이제 어려운 곳은 없다.
1,070m봉 넘자 시원한 바람까지 인다. 멧돼지가 온통 갈아엎은 대초원을 간다. 1,239m봉은
오르지 않고 오른쪽 사면으로 질러간다.
△1,252m봉 오르는 능선은 넙데데하다. 덤불숲 삼각점은 현리 310, 2005 재설. 아무 조망 없
다. 짙은 숲속이라 지도와 나침반을 확인하지 않다가는 구룡덕봉으로 가는 방향과 정반대인
북쪽으로 가기 쉽다. 후미 단속하는 한메 님이 불러 세워 남진한다. 산행표지기 간혹 보이고
길 좋다. 가을이다. 용담 구절초 금강초롱 투구꽃 틈틈이 들여다본다.
1,213m봉 넘고 안부. ├자 갈림길이다. 이정표에 오른쪽은 임도 수준의 탄탄대로로 매봉령
경유하여 방태산 자연휴양림으로 내리는 길이고 우리가 온 길은 금줄 친 비지정 등로였다! 오
름길. 덥다. 월둔고개에서 올라오는 임도와 만난다. 임도는 마루금과 나란히 구룡덕봉으로 간
다. 임도 따라 간다. 숲 그늘 벗어나니 볕이 매우 따갑다.
개인산 침석봉으로 뻗은 능선을 지나치고 데크 계단 오르면 구룡덕봉이다. 세 곳에다 전망대
를 만들어놓았다. 여기가 첩첩한 뭇산의 정중앙인 것처럼 사방 조망이 훤하다. 오늘 같이 맑
은 날 이른 아침에 올랐더라면 망망한 운해로 장관이었으리라. 그립다. 芳台山(방태산)이란
이름은 지금은 옛말이 되어버렸지만 아마 이산에 산나물이 흔해서일 것. 한때는 호박잎만한
곰취가 아무데고 흔전했었다. 이 가을 방태산에 노란 곰취꽃이 드물다.
10. 용담
11. 능이버섯
12. 구룡덕봉 가는 길
12-1. 멀리는 오대산, 앞의 능선은 개인산으로 간다
13. 귀때기청봉에서 대청봉까지
14. 주억봉(主億峰)
▶ 적가리골 방태산자연휴양림
전망대 데크 바닥에 누워서 졸음 청하는 일행들 깨워 서둔다. 주억봉 쪽으로 향한다. 하늘 가
린 숲속 길이다. 1,345m봉 넘고 안부로 내리기 직전 ├자 갈림길. 선 그은 대로(여기서 북쪽
능선. 뚝 떨어졌다가 1,112m봉을 넘는다) 가기는 글렀다. 무엇보다 물이 부족하다. 분하지만
주등로로 내리기로 합의한다.
송주 님과 가은 님은 주억봉에 다녀온다. 주등로 따라 적가리골 방태산 자연휴양림으로 내리
는 길은 엄청나게 가파르다. 흙길 저절로 쭉쭉 미끄러지는 발걸음을 제동하느라 땀난다. 지줄
대는 계류에 이르고, 계류는 차츰 여러 지류 모아 대천이다. 적가리골 계류는 주로 대중소폭
혹은 와폭으로 흐르고 나머지는 석계반석이다. 이 적가리골 만큼 깊고 사시사철 수량이 풍부
한 계류는 드물다.
열 걸음이 멀다하고 계류 들여다본다. 야영장 나오고부터 대로다. 텐트 치고 야영하는 사람들
이 많다. 주로 가족이다. 보기 좋다. 멀리 앞서 간 줄 알았던 상고대 님과 사계 님이 불쑥 나타
난다. 해끔한 얼굴들이다. 알탕했을 것. ‘이폭포’는 길옆에 있다. 폭포가 위 아래로 두 개가 있
어 ‘이폭포’라고 하는가보다.
너른 암반인 마당바위 옆도 대폭이다. 다가간다. 계류 따라 계속 걸어내려도 좋으련만 벌써
휴양림 입구다. 아쉽다.
15. 가까운 산은 침석봉, 그 뒤는 오른쪽은 맹현봉 연릉
16. 역광의 금강초롱
17. 적가리골 폭포
18. 적가리골 폭포
19. 적가리골 폭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