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가끔은 쾌락주의자가 되어.
일시: 4월 12일(일요일) 4월 26일(일요일)
장소: 1탄- 춘천시 의암호 및 공지천 환종주 라이딩(40km) (4시간)
2탄- 춘천시 소양호 주변 라이딩과 매봉산 산행 콜라보 (30km)(6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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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2일(일)과 26일(일) 두 차례 소원대장님 자전거 라이딩 공지가 있었다. 그린 산악회에서
잘 볼 수 없는 공지로 아직 참여 인원이 적다. 참가한 분들의 만족도가 높아 자전거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는 판무식쟁이지만 무식을 무릅쓰고 간단히 소개해 본다.(관련 사진은
소원대장님과 순신님 후기를 참조하기 바란다. 잘못된 정보는 댓글로 알려주면 산우님들께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좀 더 많은 분들이 즐기는 공지가 된다면 자전거를 귀신 같이 잘 타시는 대장님들과 산우님들이 많은 그린 산악회! 살방 공지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소개한다.
1탄(의암호, 공지천 환종주 코스) 공지가 나왔을 때 자전거를 타본 지 적어도 4-50년 전이었기에 용기를 내기 쉽지 않았다. 순신님이 함께하기에 한번 따라가 보았다. 결론적으로 여기서 소개하는 춘천 자전거 코스는 천천히 타고 가다 보면 자연히 누구나 즐기면서 탈 수 있는 코스다. 자전거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이라면 가족, 친구와 함께 한번 시도해 본다면 큰 만족을 얻을 것으로 확신한다. 한번 해 보시면 아마도 우리처럼 “우리의 소원은 2탄, 꿈에도 소원은 3탄!”하며 노래를 부를지도 모르겠다.
종주산행은 오직 두 발로 목표한 긴 거리를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걸어내기 위해 몸에 주어지는 고통을 참으며 가야하고 목표 달성 후 주어지는 뿌듯함을 느끼는 금욕적인 운동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자전거 투어는 종주 등산과 달리 거의 몸에 가해지는 고통이 없으면서도 짧은 시간에 종주 산행보다 긴 거리를 이리 저리 유람하며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자전거 투어자는 순간순간 쾌락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다. 경치가 빼어나고 날씨가 좋은 봄, 가을에는 단 몇 번이라도 서울에서 좀 멀긴 하지만 자전거 인프라가 거의 완벽한, 자전거 성지인 춘천 등지로 가서 유쾌히 하루를 즐기는 쾌락주의자가 되어 보기를 권한다. 전철 안에서도, 춘천에서도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인지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은 아직 그렇게 많이 보이지 않았으며 초보자들이 걱정하는 미숙한 운행으로 충돌 사고의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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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자전거 대여
일단 자전거 대여가 쉽고 저렴하다. 춘천역 2번 출구에서 나오면 관광안내소에서 자전거 투어에 도움이 되는 춘천 여행 책자를 한 장씩 챙기자. 그리고 바로 왼편에는 자전거 대여점이 있다. 하루 종일 자전거 대여에 만 원이며 헬멧, 자물쇠, 물 한 병까지 포함된 비용이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 보는 분이면 그 앞 너른 마당을 몇 번씩 돌며 기어 조정 등 몸에 맞는 자전거를 골라본다. 그 외에 필요한 장비는 미리 집에서 챙겨온다. (특히 점심과 간식은 춘천역 내에 조그만 편의점밖에 없다 보니 구비된 먹을거리도 적고 가격도 비싼 편이다.) 대여점은 전화로 예약을 해야 하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많지 않아 예약 없이도 가능하다.
나. “봄은 산 너머 남촌 아닌 춘천에서 오지.” 1탄 (의암호, 공지천 한 바퀴 코스, 35km 정도)
춘천은 잘 알다시피 호반의 도시라 불린다. 세 개의 호수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서북쪽 금강산에서 발원하는 북한강의 상류를 춘천댐으로 조성한 춘천호와 그 맞은 편 동북쪽 우리나라의 다목적 댐으로 제일 유명한 소양강댐으로 조성된 소양호와 두 물줄기가 합수해 내려오는 곳에 의암댐에 의해 조성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상중도, 하중도가 있는 의암호가 있다.
자전거 대여소를 나와 왼편으로 뻗은 좁은 길을 가다 성신양회를 지나 왼편 길로 접어들어 신호등을 넘어가면 유명한 소양강 스카이워크다, 노래보다 아름다운 소양강 처녀상이 있는 길이다. 여기서 소양2교를 건너 계속 달린다. 길들은 자전거 도로이거나 나무 데크로 조성된 평지이고 내리막길, 오르막길이 별로 없어, 달리고 멈추고 방향을 바꾸고, 올라가고 내려가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편이다. 신매대교를 건너면 의암호 아래 쪽으로 도는 길이다. 주변에는 봄내길 4코스가 있고, 의암호 물레길도 조성되어 있고 인형극장,박물관, 글램핑장 등을 지난다. 의암댐까지 하행을 한 후에 의암댐을 건너면 호수 반대편 춘천역 방향으로 올라가는 길이 시작되는데. 여기가 유명한 의암스카이워크다, 예전같으면 카누를 타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옆에는 춘천 물레길, 중도 물레길이 잘 조성되어 있으며 곳곳에 아름다운 공원과 전망대, 쉼터, 화장실이 잘 마련되어 있고 음식점들도 많다. 조각공원 지나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기념관이 있는 곳부터는 공지천길과 만나서 춘천역까지 오면 된다. 다만 하중도 가는 다리는 여전히 공사 중이어서 갔다가 다시 돌아나올 수밖에 없다. 춘천은 세계 어느 도시에 비교해도 결코 빠지지 않는 산과 물과 하늘과 길이 어울어진 탁 트인 멋진 호반의 풍경의 도시다. 봄이 한창인 길 둘레를 수놓은 벚꽃, 복사꽃 향기에 취해 긴 환상적인 라이딩이 끊김 없이 가능한 도시다. 그 아래 강촌, 남이섬까지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춘천은 누군가에게나 ‘까닭도 연고도 없이 자꾸 가고 싶은 곳’이 될지 모른다. 봄은 라이딩의 천국 춘천에서부터 오지 않을까?
(전략)春川이 그렇지 /까닭도 연고도 없이 가고 싶지
얼음 풀리는 냇가에 새파란 움미나리 발돋움할 거라/녹다만 눈 응달 발치에 두고/
마른 억새 깨벗은 나뭇가지 사이사이로/피고 있는 진달래꽃을 닮은 누가 있을 거라/
왜 느닷없이 불쑥불쑥 춘천을 가고 싶어지지/가기만 하면 되는 거라 /
가서, 할 일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거라/(중략)
봄은 산 너머 남촌 아닌 춘천에서 오지 (유안진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
다. 우리의 소원은 2탄(춘천시 소양호 주변 라이딩과 매봉산 산행 콜라보 (32km) (6시간))
이번에는 춘천역에서 시작해서 소양2교를 지나고 소양6교까지 지난 뒤에 세월교에 정거한 뒤에 매봉산 입구까지 걸어갔다. 입구의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올라간 후 소나무 흙길로 깃대봉(빙산)까지 올라가서 소양강댐을 조망한 뒤에 다시 산불로 인해 오른 편이 거의 벌목되어 민둥산이 된 산길을 따라 매봉산으로 올라가서 인증했다. 다시 걸어온 길로 가다 좌측 샛길 옥광산길로 하산해서 복숭아꽃 한창인 과수원이 아름다운 월곡리 마을로 내려와 세월호로 돌아오는 환종주 산행을 두 시간 남짓(점심 포함, 5km) 하고 다시 춘천역으로 잔차 타고 돌아오는 코스였다.
매봉산에는 입구부터 이제 숲의 봄을 열어가는 잎과 꽃이 작고 귀엽다 해서 각시라 불리는, 보라빛 각시붓꽃 천지다. 커다란 물고기 비늘처럼 생긴 커다란 갑핑의 보굿을 입은 소나무들이 즐비한 숲길로 된 육산이다. 처음 가파른 계단을 지나기만 하면 완만하게 오를 수 있고, 산에서만 볼 수 있는 엷은 분홍색의 철쭉도 길가에 도열해 있다. 더 올라가면 둥근이질풀처럼 생긴 작은 분홍꽃들도 보이고 피나물처럼 보이는 작은 노란꽃들도 보이긴 하는데 주로 봄기지개를 켠 꽃은 각시붓꽃들이다. 이른 봄 산속에서나 보던 각시붓꽃을 오랜만에 다시 보니 참 반갑다. 아침밥은 서울서 먼 춘천 오다 보면 다 소화되어 배가 헛헛한데, 그럴 때 공기 좋은 산에서 함께 간 이들과 나누는 점심은 꿀맛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소원은 2탄이었는데 2탄이 끝나니 꿈에도 소원은 3탄으로 자연히 넘어가누나. 누군가에겐 ‘이 봄을 다해서 4탄’까지 노래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싶다.
3. “뭣이 중헌디”
엊그제는 오산종주100회에 도전하시는 분(현재 93회)과 함께하는 오산종주에 참가했지만 춘천행을 위해 북도사(25km)만 마치고 미련 없이 하산했다. 산행 중에 자주 지나가면서도 몰랐던 바람도 피하면서 따스한 일광을 받으며 잠도 점심도 즐길 수 있는 바위 근처의 절묘한 명당 자리들이 꽤 많이 눈에 띄었다. 그간 강도 높은 외적 거리두기에 지친 사람들이를 어떻게 그 자리를 알고는 그 자리에 옹기종기 모여 내적인 거리 좁히려는 부흥회 모임들을 여기 저기서 많이 하고 있는 듯했다. 요즘 산이 많이 젊어졌다. 갈 곳 적은 늙은이들만 입장하는 곳인줄 알았는데 요즘은 솜털 보송보송한 고삐리들도 봉우리 근처에서 휴일이면 많이 본다. 다들 즐거운 표정이더라. 반면에 며칠 간 무시무시한 봉우리 55개를 찍으며 홀로 산행하시는 분을 자봉 갔다 온 후배 산우님도 만났다. 그 후배님은 지난주에 오산종주 트리플을 홀로 완주했단다. 산행 사고로 금이 간 복숭아뼈가 아직도 안 아물었다고 하는데....도대체 그 세 양반들에겐 뭣이 중허길래, 그 무서운 생고생을 하면서 자기 착취산행을 계속하는 것이며, 바위 근처에서 부흥회하는 이들은 뭣이 중허길래 저리 즐겁게 보이나?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디, 금욕주의자들의 정답과 쾌락주의자들의 정답이 다르겠지만 이 둘 어중간한 어디에선가 위치해 있는 나에겐 앞으로 뭣을 더 중히 여겨야 할까 숙제를 던져준 자전거 투어였다. 우리의 성장 과정이 미래를 위해 모든 걸 참는 삶에 익숙해져 있고 쾌락보다 의미를 찾는 일에 익숙하다 보니, 나든 남이든 쉬거나 노는 꼴을 못 봐주고 끝없이 수족을 움직이는 부지런한 삶에 중독되어 이젠 기성 세대가 만들어 놓은 우리 사회 모습은 피로사회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엄숙주의, 금욕주의는 타고난 본성처럼 익숙해져 버렸다. 그러다 보니 스포츠도 즐기는 스포츠를 좋아하기보다 경쟁해서 남보다 조금이라도 앞서 가야 여유가 생긴다. 수영을 하든 자전거를 타든 당구를 치든, 탁구를 하든, 배드민턴을 편 갈라 하든 마치 고스톱 치면 반드시 승패가 갈라지고 상대방에게 광박에 피박 더불까지 씌워야 기분이 아주 좋아지고 성취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엔 보이지 않는 계급까지 만들어지고 그러니 거기에 더더욱 집착해서 남보다 더 빠른 기록, 더 먼 거리에 대한 집착과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아닌가? 꼭 그렇게만 재단할 수야 없겠지만, 사람들 누구에게나 강하게 있는 남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 때문에 남보다 앞서는 기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아닐까? 이제 가끔은 쾌락주의자가 되고 싶다. 수면의 쾌락을 잃어버린 나이. 이젠 금욕 후에 찾아오는 쾌락이 아닌 순수한 쾌락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문제는 지어먹은 마음 사흘도 못 가는 거요, 굳게 결심해도 용두사미로 끝나는 게 문제요, 여윈 말이 짐을 탐해 자꾸 기웃거리는 게 문제다. 이놈의 숙제를 언제쯤 해결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