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사업으로 용수확보(물 확보)는 물론 홍수 조절의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자주 밝혔다.
이런 말은 이명박 대통령뿐만 아니라 정치인, 국토해양부를 비롯한 정부 내 고위공직자들도 밥 먹듯이 했던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4대강사업으로 물이 부족하지 않는데도 댐이 건설된다고 하니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이다.
“영양, 그 산간 오지에 댐 건설이 된답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요? 환경연합에서 도와주실 수 없으신가요?”
영양댐이라 불리는 댐을 건설추진 한다는 것이었다. 전화를 받는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정부는 뭐가 부족해 13억톤을 확보했다는 4대강사업으로도 모자라 댐 건설을 추진하려는 걸까? 정부는 4대강 16개 댐 개방행사가 한참이던 10월 달에도 영양댐 개발 추진에 한참이었다. 사업이 경제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검사하는 예비타당성 조사는 끝난 상태였다.
일주일 쯤 뒤, 이번엔 핵발전소 건설 반대가 한창이던 영덕군 주민에게서 연락이 왔다. 영덕군에서도 댐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달산댐이라는 이 댐은, 그 유명한 오십천의 상류이자, 대게로 유명한 강구항으로 이어지는 영덕의 젖줄이었다.
정부의 댐 건설 추진은 4대강사업의 실패를 감추기 위한 꼼수였다. 근본적인 물 확보와 물 부족대비에 실패했다고 밖에. 낙동강에만 10억톤의 물을 확보했는데 이 물은 쓰지 못한다는 것은 4대강사업의 ‘언어도단’이자, ‘어불성설’이었다.
댐 건설, 합법적이긴하니...?
영양댐은 경북 영양군 수비면에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저수용량 51.2백만톤(높이 76M, 길이 480M)으로 중형 댐이다. 백두대간 산간오지에 총사업비 3,139억원이 투입돼 경북 경산(영양군과 직선거리 200여Km 차이, 금호강 수계)로 물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달산댐은 경북 영덕군 달산면이 건설이 추진되고 있고, 저수용량 45.3백만톤(높이 52m, 길이 587m)이다. 3,971억원을 투입해 댐을 건설하고, 용수공급되는 11만 3천톤의 물 중에서 8만톤은 포항으로 공급된다. 달산댐이 ‘형님댐’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양댐과 달산댐은 확인결과 댐건설장기종합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말은, 영양댐과 달산댐이 법적으로 계획한 댐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에 따라 건설 추진한 댐이라는 뜻이다. 댐 건설장기종합계획은 댐건설에 관한 범정부 차원의 종합계획을 넘어서서 댐에 대한 공감대 확보 및 댐 건설의 실현성 확보를 위한 계획이다. 20년마다 계획하고 5년에 한번씩, 수정하는 형식이다.
댐건설장기종합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현행 하천법 위반’이라는 것이 환경연합을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의 입장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검찰에 고소하게 됐으며, 향후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댐 건설 경제성은 있니?
영양댐과 달산댐은 둘 다 경제성이 없다. 영양댐 B/C분석(비용편익분석)은 0.93으로 비교적 낮게 나왔다. 달산댐의 B/C분석은 0.81로 영양댐보다도 낮다. 달산댐의 경우 현재의 기준으로 1억원을 비용을 투자했을 때, 8천 1만원의 이익을 남는 것으로, 약 천 구백만원의 손해를 보게 된다는 내용이다.
B/C분석으로 댐 건설이 합리적이지 않자, AHP(다기준종합분석)이라는 기준을 새로 제시했다. 정책수행의지, 정책적 합리성, 지역 낙후도, 사업의 중요성 등 여러 가지 기준을 가지고 사업을 분석한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 APH사례를 분석했지만 현재까지 확인한 사례는 동남권 신공항의 경우 딱 한번이었다.
영양댐과 달산댐은 AHP 0.579와 0.559로 0.5를 넘었다. 정부는 통상 AHP 0.5를 넘으면 사업 추진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지만, 이 분석에 지역 주민 및 민간단체의 참여는 배제된 채 정부 및 댐 건설을 찬성하는 인사들만 참여해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이 여러 전문가와 환경연합의 입장이다.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영덕군은 달산댐에 반대하지만 8만톤의 수혜를 입는 포항은 찬성하고,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이로 인해서 AHP의 정책추진의지와 지역낙후도는 상당부분 높은 점수를 받았다. APH는 정치적인 해석을 경계해야 하지만, 달산댐과 영양댐은 최소한 정치적인 해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영양댐이나 달산댐 건설로 수몰되는 지역에 약간의 보상비로는 그들이 당한 피해를 다 배상하지 못한다. 삶터의 상실과 역사, 문화, 정신 생활까지 한께 다 박탈당당하고 지역주민들과의 감정, 지식, 가치체계에 대한 혼란을 겪을 것은 자명하다. 생태계는 흐르는 강이 아닌 호수로 변할 강에서 베스와 같은 어종이 늘어나며 하천 생태계는 급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군다나 영양군과 영덕군 달산면은 사향노루, 산양, 수달, 수리부엉이 등 각종 천연기념물이 즐비해, 어떤 피해를 입을지 상상하기 곤란하다.
2001년, 소양강댐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댐 건설로 인한 편익(전력 판매, 용수 공급, 홍수 조절 등)은 최대 540억 이었지만, 피해액은 973억으로, 피해액이 편익보다 400억이나 차이가 났다. 하지만 댐 건설로 인한 편익은 대부분 도시주민들이며, 피해는 댐 인근의 농촌지역 주민들이었다. 농민들은 수몰로 인한 지역생산량 및 지역소득 감소, 교통불편, 지방세 감소, 기상변화로 인한 농업생산량 감소 및 근골격계 질환, 폐질환 등 각종 피해를 감내하고 있다.
대안은 지속가능한 수요관리체제!
대규모 토목사업은 경제성을 잃어가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활성화를 외치던 4대강사업은 일자리 창출은 고사하고 유지관리비로 지역경제 블랙홀까지 우려되고 있다. 총 2조 2천억원이면 된다던 새만금 간척사업은 방조제 건설에 5조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고, 개발사업은 20조, 수질개선비는 22조 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 발표다.
댐건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준공시 예측비용과 실제 사용된 비용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용담댐은 예측비용과 실제 투입비용은 493%가 차이가 난다. 댐 건설이 경제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내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댐 건설이 아닌 대안은 분명히 있다. 지속가능한 수요관리를 위해 기존에 있던 시설의 활용과 관리가 중요하다. 활용의 측면에서는 현재 우리나라에 물을 취수할 수 있는 시설이 100개가 있다고 한다면, 이중 절반은 놀고 있고 절반만 가동되고 있다. 확장적으로 예측해 시설설비용량은 늘려놓고는 예측이 비켜가자 놀고있는 실정이다. 댐도 마찬가지이며, 하천도 마찬가지다.
두 번째로 관리의 측면이다. 우리나라의 기존 노후 관로로 인한 물 손실양은 7억톤으로 노후 관로를 교체한다면 달산댐으로 비교하면 달산댐 15개 이상, 영양댐으로 비교하면 영양댐 12개 이상 건설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하천 취수율은 평균은 36.6%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OECD나 UN에서는 하천 취수율이 20% 아래는 인간의 물 사용이 하천환경과 자연생태계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 20% ~ 40% 수준은 하천환경이 큰 위협을 주고 40% 이상에서는 지속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쓸 수 있는 물이 부족하면서도 지속가능한 수준을 위협할 정도로 많은 수자원을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다. 새로운 취수원, 댐을 개발할 것이 아니라, 현 상황에서 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관리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대한민국에 댐을 세울 곳은 이제 거의 없다. 기후변화로 인해 댐 건설이 필요하다고 정부는 주장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어떻게 기후변화가 일어날 것인지 예측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런 예측도 없이 댐 건설 추진은 사회적 논란만 야기시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