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과정 입학 때부터 연구능력이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을 보면서 좋은 엔지니어나 교수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국내 벤처 1세대로 ‘코스닥의 삼성전자’로 불리는 (주)휴맥스의 대표이사인 변대규(43) 사장은 사업에 뛰어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대신 박사과정 동안 여러 프로젝트를 해보면서 개발보다 경영이 자신에게 더 어울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
휴맥스는 1989년 건인시스템이란 이름으로 처음 설립됐다. 가정에서 디지털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장비인 디지털 셋톱박스를 생산, 거의 모두를 수출해 지난해 매출 3580억원, 영업이익 990억원을 기록했다.
변 사장은 자신이 기초를 다져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굉장히 조심스러운 성격이다. 마찬가지로 휴맥스도 갑자기 화려해졌다가 사라지는 회사가 아니라 한단계 한단계 완벽하게 다지면서 나아가는 회사이다.
그런 변 사장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IMF경제위기가 한참이던 1997년 대량 수출계약이 파기됐고 국내 거래처가 부도를 맞았다. 불량 반품도 속출했다. 변 사장은 이 위기를 세계 시장 공략으로 극복했다. 생산부문을 외주로 돌리고 제품개발과 마케팅에 주력하면서 틈새시장을 찾아나갔다.
세계 디지털 셋톱박스 시장에서 방송사 등의 대량 주문고객이 대상인 도매시장은 필립스, 노키아, 톰슨 등 거대기업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런데 외국인들이 자국 위성방송을 보려고 셋톱박스를 직접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소매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휴맥스는 이 시장을 집중 공략, 현재 4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휴맥스의 성공은 구매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제때 맞춰준 기술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변 사장은 “이공계 출신 CEO는 기술을 몸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타협이 서투른 엔지니어들과 쉽게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해서 “모두들 눈앞의 안정된 생활만 보고 자격증을 좇아가지만 진정 의미 있는 삶은 황당한 도전과 실패 속에서 가능하다”고 말한다.
창업 당시 변 사장은 하숙생의 신분으로 기술신용보증기금에 5000만원 보증서를 신청했다. 담보로 주택 등기부등본을 요구한 창구직원은 “하숙생이 돈 꾸러 오는 것은 처음 본다”며 황당해 했다고 한다. 결국 박사학위 덕에 보증서를 받긴 했지만 그의 세상물정 모르는 황당한 도전은 계속 됐다. 사업 초기에 ‘소니에의 도전’이라는 신문광고를 낸 것도 그 중 하나다.
최근 휴맥스는 미래전략을 디지털 가전 분야로 정했다. 디지털 지상파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기능이 내장된 LCD TV를 올해 안에 출시해 유럽에 수출할 예정이며, 향후 PDP시장에도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변 사장은 “공부를 할 때나 기업을 할 때나 원하는 목표를 달성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하면 별 거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그래서 다시 다른 목표를 세우게 된다는 것. 세상을 황당하게 만들 그의 끊임없는 도전이 기다려진다.
변대규 사장은 1960년 경남 거창 출생. 대구 영남고 및 서울대 제어계측과 졸업. 1989년 박사학위를 받은 뒤 실험실 동료, 후배 6명과 창업했다. 공정자동화 기기를 목표로 했다가 우연히 노래방 자막 처리기 개발에 뛰어들면서 CD반주기와 디지털 셋톱박스를 개발했다. 경영서이든 철학서이든 반복해서 읽어 결국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독서광. 책으로 만난 피터 드러커 교수를 자신의 경영학 스승으로 생각한다. 2001년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선정 ‘아시아의 스타 50인’ 선정, 2002년 세계경제포럼 선정 ‘아시아 과학기술 선구자’, 같은해 한국공학한림원 ‘젊은 공학인상’ 수상.
좌우명 : 깊이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자. 감명 깊게 읽은 책 : 행복론(러셀) 삶의 의미를 찾아서(빅터 프랭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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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분은 여러가지의 장점을 가졌네요. 주선생님께서는 이분에게 가장 훌륭하여 닮고 싶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꼽으라면 어떤 부분일까 좀 궁금해요...^^;; 왜냐하면 핵심정리를 받은 습관때문에 ...ㅋㅋㅋ
크...숙제닷! "개발보다 경영이 자신에게 더 어울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부분에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일을 택했다는 점과, "세상을 황당하게 만들 그의 끊임없는 도전"에서의 도전정신이 되겠군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불가능하다 하여도, 자신이 가능성을 발견했다면 행동으로 옮겨야죠. 둘중에 또 고르라면 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