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얘기는 지저분하기도 하고 남사스럽다는 생각에 몇 번이고 망서려 온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은 우리 인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적인 일이고, 누구 없이 옛부터 점잖은 척해도 공자님부터 상것들이라고 했던 사람들까지 우리 모두의 일상의 삶이었다. 이것이 있었기에 인류 역사가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것도 사실이다. 또 나만의 특이한 경험이기도 하다. 다만 보다 더 우아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부드럽고 세련되게 표현할 재주가 없기에 무지막지하게 겪은 대로 써보기로 한다. 이제는 이해해줄 수 있는 때인지라 양해를 해주시리라 믿는다. 또 주의하시라는 뜻도 있다.
참 급하고도 딱한 일이기는 했다. 몇 달 동안 땅을 잃고 흔들리는 물 위에서 허덕이다 사람이 살고 있는 육지! 그것도 휘황찬란한 불빛 아래 낭만과 술과 사랑, 그리고 인간 삶의 생동감이 넘쳐나는 휴양 겸 관광도시로 유명한 스페인령 라스팔마스항이었으니 너나없이 멀리 외항에 Anchor(닻)을 내리면서부터 멀뚱하게 시가지의 불빛만 쳐다보게 마련이다.
Pilot(도선사)가 승선, 배가 항구 안으로 들어서면서도 각자의 위치에서 제각기 해야 할 일조차 잊기도 한다. Pilot가 나 보고 “헤이, 캡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해서 보니 키잡이(조타수)가 엉뚱한 곳으로 코스를 맞추고 있었으니 뭘 더 말하리요. 내 자신도 뭘 보고 있었는지 정신이 나갔다는 소리다.
그뿐인가! 입항하여 부두에 밧줄을 묶어 선박을 계선(繫船)하고 나면 다음부턴 전원이 평소보다 일손들이 더 잽싸다. 어서 마쳐야 저놈의 땅을 밟을 수 있기 때문에 시키지 않아도 척척이다. 괫심한 녀석들 같으니라구…. 하기야 사실은 나도 급하다.
유명한 해수욕장
이런 경우의 급선무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 우선은 ‘무이 그란데’. 소위 우리말로 ‘뻘밭’이라고 부르는 유곽(遊廓)으로 달려가 누구건 여자라면 아무나 사 잡고 한 판 일을 끝내야 제정신들이 돌아온다.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고 이 항구를 찾는 대부분의 Seaman 들의 공통된 루트이다.
인간의 성(性)이란 참으로 묘한 것이다. 다른 동물들은 번식을 위해서만 이 행위를 하지만 인간은 때도 장소도 가리질 않으려니 요상스럽기 그지없다. 그래서인지 유럽에서는 이것을 인정한다. 일정한 장소를 정하고 그 범위 안에서 지켜야 할 규칙만 따르면 누구든지 제 돈 내고 얼마든지 즐길 수 있게 한다. 언젠가 우리나라 서울의 어느 경찰서에서 지역내의 윤락가를 모두 철거했다고 자랑삼아 뉴스로 발표한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렇다고 그에 없어진 것일까. 오히려 주택가로 파고들어 음성화 되고 값만 올렸다.
성(性) 행위는 막아서 될 일이 아니다. 건전한 방향으로 선도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악용하거나 범죄로 이용하지 않도록 정신적 소양교육도 절대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성 범죄율이 낮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영국의 어떤 항구는 세관에서 신원만 확인되면 외국 선원이 아가씨를 데리고 선박의 자기 침실(寢室)까지 데리고 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기도 한다.
라스팔마스 해안을 신발신고 걷다니.... 정신나간 넘! 앞뒤의 비키니 여인들에 취해서 발바닥에 뭣이 찔린지도 모르고!!!
우리나라에도 그런 시설이 있었다. 부산의 ‘완월동’, 서울의 ‘종삼’ 대구의 ‘자갈마당’ 등을 경험한 적이 있으실 것이다. 대개는 포주와 흥정을 끝내면 여럿 중 마음에 드는 아가씨를 고르고 따라가는 시스템이었다.
유럽의 경우 스타일이 비슷하지만, 단칸방에 여인은 한 사람 밖에 없다. 고르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출입구는 들고(入口) 나는(出口) 곳이 달라 둘이 있으니 잘못하면 여러 여인이 있는 줄 안다. 가끔 양 출입구로 한 번씩 짙은 화장의 여인이 얼굴만 살짝 내밀고 한쪽 눈을 깜빡하고는 밖에 늘어선 줄의 길이만 확인하고 사라진다. 같은 여인이다. 아마도 줄의 길이를 보고 안에서는 속도(?)를 조절하는 것 같았다.
문 밖에는 맥주깡을 들거나 담배를 물고 친구들과 지껄이며 긴 줄을 서 있는 남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미 저들끼리 순서는 정해져 있는 모양. 우리 정서로서는 ‘한 구x 동서’가 되는 셈이지만 우리완 달라 선임자가 ‘내가 형님’이라고 자랑삼는 일은 없는 것 같았다. 그야말로 당구 한 게임 하듯 ‘즐기는 행위’인 듯했다.
영국 런던의 한복판에 유명한 피카디리 스커서(Piccadilly Circus)가 있다. 이 거창하고 분주하며 화려한 가운데도 가끔 그런 곳이 있었다. 한 번은 젊은 일본 통신장(通信長) 菅原(스가하라)군과 함께 구경을 간 적이 있었다. 그는 스물 여섯명의 직원 가운데 유일하게 일본인이었다. 대학을 졸업한지 얼마되지 않은데다 등산 같은 스포츠를 즐기는 청년인데, 선내(船內)에서 말도 잘 통하지 않은데다 혼자서 지내기가 무척이나 외로운 듯하여 책임자로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기게 가끔 얘기도 하고 외출도 함께 해주기도 하는데, 어쩌다 이곳을 지나다 들렸다. 내 생각으로는 안에는 여러 명의 아가씨들이 있는 걸로 알고 먼저 들어가라고 했다. 마치고 나오더니 “센쬬상, 온나가 히도리시카 나이데쓰요.(선장님, 아가씨가 혼자뿐이에요) 하고는 다른 델 가자고 했다. 역시 그네들의 사고방식은 우리와 비슷함을 읽을 수 있었다.
대개 항구에 입항하면 직위가 높을수록 상륙하는 시간이 늦다. 그만큼 일의 정리가 더디다는 뜻이다. 대인관계나 서류상의 일이 많기 때문이다. Bar나 Night Club에라도 찾아가면 이미 일찍 나온 선원들이 좋은 자리에다 예쁜 아가씨를 차지하고는 아는 척도 않는다. 당연한 일, 거기서는 원래 순서나 계급이 일 없는 곳이니까.
변두리 민속장날 구경 중
‘무이 그란데’, 선원들의 외국 ‘처가집’인 셈이다. 그러니 안 갈 수도 없는 일, 안면몰수(?)하고 마참한 곳을 찾아 줄을 선다. 기다리기가 지루하지만 부득이한 일이다. 벌써 아랫동네 그 놈(?)이 먼저 알고는 짜증을 내며 독촉을 한다.
“그래 알았다, 조금만 기다리자구.”
막상 문을 열고 들어가니 또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웃옷이라곤 하나도 걸친 것이 없이 풍만한 젖가슴과 근육질의 억센 어께, 쭉 뻗어 늘씬한 두 다리까지 들어내고 있어 육감을 자극하면서도 아래는 허벅지까지 오는 스타킹에다 굽이 세 치나 되는 하이힐을 신고 덤빈다. 이 두 가지는 일을 볼 때도 벗질 않는다. 아마도 어떤 의미에서의 불문율(不文律)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무조건 손목을 잡고 세면대 앞에 세우고는 내 바지를 제가 벗겨 던지고는 비누로 성난 놈을 무자비하게 씻긴다. 가뜩이나 뿔이 나 있는데…. 그러곤 침대에 눕고는 손가락으로 어서 오라는 손짓만 한다. 어서 끝내고 나가라는 뜻이렸다.
아무래도 좋았다. 어서 기분이나 내자 싶어 기세 좋게 콱 들이 밀었다. 그 속에 무릉도원이 있지않냐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여인이 ‘아아!’ 하면서 벌떡 윗몸을 일으킨다.
‘역시 내 물건이 크고 좋아서 그런 가보다.’ 하고 기분이 더욱 좋고 그 넘도 힘이 넘쳐난다.
그런데 여인이 찡그리고 화를 내며 알아듣지도 못하는 소리를 중얼거리더니 성난 그 놈을 잡고 다시 세면대로 가서 또 씻긴다.
“아까 씻었잖나?” 짜증난 우리말로 했다. 내용을 짐작컨대 ‘그 놈이 길을 잘못 찾아 아랫길로 헤집고 들어갔으니 거시기에 똥이 묻었음은 분명한 일, 다시 씻어야 한다는 뜻이렸다.
잘 나가던 그 놈도 그 말에는 기가 죽는다. 씨부럴! 그긴 X이 나오는 길이니 말은 맞다만 눈도 코도 없는 넘이 어느 곳인지 보이길 하나 냄새를 알 리가 있나. 급한 김에 길이 있길레 들이민 것 뿐인데. 쯧쯧쯧…. 그 다음은 기억이 없다. 그냥 쫓겨 나온 것 같기만 하다. 그래도 제 정신은 찾은 셈이다. 허허허~.
첫댓글 실감나는 재미난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인간의 성은 말릴 수 없는 욕구라서 실수하고, 후회하고..
바다 위에서 일하면서 오랫 동안 참다가 항구에 도착하여 분풀이를 하는 선원들에게는 충분히 이해되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감사합니다.
친구야 니 글 읽고 무슨 말을 해야겠나?
실제 상황이 아니면 지어 낼 수도 없는 일을 늘어났으니 말이다.
자네 배 타고 이 지구상을 돌아 다니며 별 맛이랄까,별짓이랄까 다하고 다녔구나. ㅎㅎㅎㅎㅎㅎㅎㅎ
이제 늙어 웃을 기운도 없는데 어찌나 웃었던지 배꼽이 툭 튀어 나올 지경이다..
아무턴 대사 카페에서 대 힛트다. 지기님 늑점이님께 큰 상을 내리옵소서.......
'카페 주인 마담이 당장 퍼다 버릴.....'
전 회 댓글이 생각나서 또 무슨 헷소릴 하나 했더니 역시나입니다요.
그러나 세상은 너무나 넓고 불가해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게 되어 앞으로도 늑점이님을 따라다녀야 할 것 같군요.ㅋㅋ
꼽사리 낄 곳이 아닌 것 같아서 이만 실례^^
넉점이 서완수 논픽션 작가님
마도로스부터 선장님까지 하시고 전 세계 대양을 항해하며 유명 항구에 들러서 인생의 즐거움을 탐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영부인을 위하시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사료 됩니다. 100세 시대에 인생은 80부터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제 인생 출발점에 있는데, 청년일 때는 연인이고 중년에는 친구이며 노년에는 간호사가 될 영부인의 마음을 고려하시는 것이 좋을 것으로 사료 됩니다.
청산님. 배려 감사합니다. 그래서 이거는 내 마눌님은 보시지 못하도록 조처했습니다. 글고 우린 지금도 사랑을 많이 함다.
그래서 간호사도 교대로 번갈아 가며 하지요. 감사합니다. 부산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