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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메주 완성
혼자서 메주를 만들면서 시골에서 할매 혼자서. 예전에는 엄마 혼자 했었던 고독한 고됨을 생각하며
나의 고됨을 뒤로 물려 놓는다.
저녁에는 영하로 내려가서 발이 시렵다. 오늘은 낮에도 발이 시렵다. 구들집이라 밤에 잘 방만 불을 짚히는 터라
집안이 바깥보다 더 춥다. 아직은 한겨울이 아닌지라 밤에만 잘 방에 불을 넣는다. 아직 갈무리 할 것들이 많이 남아
손끝이 바쁘니 낮에 방이 춥다고 한들 내에게 문제 될 것이 없다. 낮에는 바깥에서 일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인다.
입동 전에는 바깥에서 하는 갈무리가 끝나야 한다. 날이 빨리 추워지고 있다. 이번주말에는 속이 덜 찬 배추를 따서
김장을 해야할 것 같다. 날이 추워지면 물이 얼어서 물 사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작년보다 3주일 정도 추위가 빨리 온 것 같다. 그래서 더욱 몸이 바쁘다.
지하창고로 들어가는 계단에 느티나무 낙엽이 쌓여서 낙엽을 거둬들였다.
계단에 낙엽이 쌓이면 눈이 오거나 비가 오면 미끄럽고 계단 가장자리에 풀을 키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낙엽의 사용처는 많다. 밭과 주변에는 낙엽이 쌓여있다. 이렇게 쌓인 낙엽들은 겨울을 지나 흙에 섞여 거름이 된다.
낙엽 쌓인 화단과 밭을 보면서 이렇게 양질에 퇴비들이 있는 데 ....왜 바깥에서 굳이 퇴비를 끌어들이는지 그 이유를
찾지 못한다. 마치 숲과 같다.
길가에 낙엽들은 시멘트 위에서는 쓸모가 없다. 비나 눈이 오면 지저분하게 널려질 뿐이다. 하지만 낙엽이 흙을 만나면
자양분 퇴비가 되어 흙에 있는 씨앗들이 발아되어서 자라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씨앗들이 겨울에 얼지 않도록 해주는
이불 역할도 한다. 나는 시멘트에 있는 낙엽들을 부대에 모아서 군불 짚히는 땔감으로 쓰기도 한다.
야콘을 몇 주 심었던 것을 캤다. 많이 달리진 않았다.
몇 덩이 캐고ㅡ 그 옆에 있던 우슬도 캤다.
우슬 뿌리가 더 실하다. 야콘은 한샘이 준 뇌두를 심었는데 뇌두는 내년에 할 요량으로 따로 놓아두고. 야콘은
부엌에 넣어두었다. 야콘과 고구마는 얼면 맛이 확 달아나버리고 썩는다.
우슬은 계속 캘 요량이다. 쇠무릎을 깨끗이 씻어서 뽕나무 뿌리와 줄기를 같이 넣어서 물을 끓여 먹는다.
겨울에는 혈액순환이 잘 안 된다. 그래서 이렇게 다려 음료로 먹으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
따뜻하게 차로 먹어야 좋으며 달달한 것을 원하면 도라지 효소나 개복숭아 효소를 타서 먹는다.
혈액순환과 더불어 관절이나 허리통증 약화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서리태다.
서리태가 아직 덜 여물었다. 널려나 발리는 중이다.
메주콩 백태를 털었더니 한 되 정도 나왔다. 허탈하지만 그래도 종자는 얻었다.
이번에 서리태는 잘 된 편이고 메주콩이 잘 안된 이유는 뭘까?
백태는 알이 차지 않았다. 빈깍지가 많았던 이유는 순을 지르고 바로 비가 온 적이 많았던 것 같다.
원래 순 지르고 가뭄이 오면 빈깍지라고 하는데...나의 경우는 비가 자주 왔던 것 같다.
마른 서리태는 이렇게 미리 털어둔다.
양이 많으면 말리는데 더디니까...
이번에는 서리태들이 실하다. 검정콩이 거의 섞이지 않은 듯 하다.
종자를 고를때 납작하고 큰 넘들만 골라야 그것이 속청 서리태이다.
둥글고 작은 것들은 대부분 검정콩이다. 검정콩은 속이 노래서 구별이 가능하다.
서리태와 검정콩이 교잡이 되기 때문에 속청을 하려면 계속 속청을 골라서 심어야 한다.
백태다. 농사 지은 이래로 10년동안 해온 것인데..이 재래종은 어디서 얻었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내년에는 종자를 바꿔야 할 것 같다. 조금 나온 것에도 종자할 만 한 것들이 별로 없다.
고추감. 홍시다. 야생홍시를 산에서 따서 둔 것을 곶감하려고 깍았다. 결국 곶감을 하지 못했다.
끈에서 떨어져서 감말랭이로 바꿨다.
쌀수수와 결명자를 말린 것을 양파망에 넣어 걸어두었다.
쌀 수수는 먹을 때 비벼서 껍질을 벗긴 뒤 먹어야 한다.
울타리 강낭콩들이다. 검정동부와 알락돌록 콩이 실하게 열렸다.
이것이 두번째니 꽤 열린 셈이다.
흙에 묻은 약간 축축한 낙엽인지라 부대 입을 열어놓았다. 말리라고.
이틀 전 영하 2도 이하로 내려가면 호박이 얼기 때문에 방에 들여놓았다.
여기 산골은 곡성 평균 온도보다 2,3도 아래로 내려간다.
서울 온도와 비슷하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준비를 한다.
동아박, 곡성둥근호박과 곡성흑호박, 흑호박과 둥근호박 교잡?
어젯저녁..거실이 추워서 작은방에 불을 일찍 짚힌 뒤, 작은방으로 쏙 들어갔다. 그 시간이 7시.
저녁 대신 김치찌개와 개복숭아소주 한 잔.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와인잔.
김치찌개에는 족발이 들어갔다. 내입맛이 그런지 족발이 맛이 없어 김치로 들어갔다. 역시 환상의 맛.
족발김치찌개를 보니 술 한잔 생각나서..이렇게 분위기 잡고...컴퓨터 하면서 혼자서 홀짝 홀짝.
거실에서는 요즘 요걸 신는다.
작년에 김현숙이 준 것인데...요긴하게 쓴다.
어젯밤에 콩을 부랴부랴 담가놓고..오늘 아침 가마솥에 콩을 끓인다.
콩 한말을 끓인다.
불을 짚히는데..아뿔사...내 바지가 탔다...한쪽은 누르고.
이 바지는 나의 애용작업복인데...족히 15년 넘었다.
여동생이 준 것인데 이런 추리닝형 작업복이 없다.
콩물...끓인 뒤 불을 약하게 하여 콩물이 졸이면서 콩이 무르도록 한다.
꺳대,콩대. 낙엽, 나뭇가지. 나무...열심히 넣고..활활...
중간 중간에 낙엽을 긁어 모으기도 하고, 고양이 밥 불에 얹어놓고...가마솥 위 기름 바르고. 반질반질
12시 아침 먹고. 드디어 시작.
비가 언제 올지 몰라서 우선 거실 방으로 몽땅 넣고...
절구에 열심히 찧고. 혹자는 김장비닐에 넣고 발로 밟으면 된다고 한다. 덜 곱게 빻질 것 같아서
그냥 절구로 찧었다. 또 그럴만한 비닐봉투가 없었다.
몇 차례를 찧은 것을 양은 다라에 모아넣고...찰지라고 또 한번 찧고...
큰 반찬통 메주대 만한 것을 골라서 비닐 넣고(비닐은 잘 빠지라고 넣음) 그 위에 콩 찧은것을 꾹꾹 눌러서
가득 담는다.정말 꾹꾹.
한 가득 담으면 비닐로 덮어서 놓는다. 그 다음 작은 양은다라에 콩빻은 것이 쌓일 때까지.
그래야 내 몸이 한 자세만 머무질 않기 때문에 번갈아가면서 하고...메주 쌓여져 가는 맛에 힘도 나고.
6kg 한말 정도. 요렇게 5개 반이 나오고.
메주는 만드는 동안 뭐랄까...고독이 밀려나왔다. 혼자서 열심히 콩을 빻는 내 모습을 스스로 바라보면서.
누구를 위해 이렇게 열심히 메주를 만들까?
시골 할매 혼자서 자식을 위해 만드는 장...의 첫번째 두번쨰 관문 메주.
누가 도와주지도 않는 시골 할매들은 하루에 두 서너말을 한다.
난 고작 한 말을 했다. 원래 한 말 반이나 두말을 하려고 했다가 여기까지만 한다고 ..
올해 담근 된장과 간장이 있다. 장은 매년 조금씩 담가야 한다.
장은 당해년도 먹기 위한 것이 아니라 수년 뒤에 먹기 위한 것이다. 2-3년은 숙성이 되어야 한다.
장담기는 시골살림에서 3-5년을 바라보면서 하는 것이다.
그 집 장맛은 그 사람의 손맛이기도 하다. 장이 맛있어야 모든 음식이 맛나다.
난 처음으로 내 손으로 직접 혼자서 담가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니고 그냥 엄마가 담갔고 연두에서 하는 것을 잠깐씩 봤다
내가 어렸을 때 본을 토대로 감으로 하면서 내 손끝의 맛과 상상의 맛이 곁들여졌다.
작년엔 엉덩이가 터져서 일일이 꼬매서 다시 입었던 옷인데..이건 땜질 할 수 없을 정도가 되버렸다.
오~정든 나의 옷이여...이 옷으로 나는 수많은 일을 했다. 농사꾼이 된 이래로 이 맘때쯤의 농사작업복
으로 사용했던 옷. 오늘까지만 입고 ..안녕..아~모터 감싸개로 사용하면 되겠다. 무용유용이구나.
아랫 갑장스님이 오늘 동안거에 들어갔셨다. 올해 하안거 끝나고 몇 번 못봤다.그 양반이 워낙 오가는 일이 많아서.
가면서 남은 음식을 주고 간다. '먹을라나요?" "뭐든지 먹습니다요"
받아든 박스 안에는 콩나물 반봉지, 버섯두개. 고추 반봉지. 신라면 3개. 감 하나. 모과 4개. 냉동떢볶기(요건 상했다)
콩나물과 버섯, 고추는 내가 마트에서 사먹지 않으니, 오랜만에 반가운 마트농산품이고.
신라면은 어유...이게 웬 떡...라면 역시 사먹지 않으니 별식이다. 모과는 떨어진 것 좋은 것만 모아놓은 것 같다.
이렇게 해서 또 다른 별식을 얻었다. 저 박스는 또 누군가에게 보내질 때 사용될 박스다.
입동이 다가온다.
한가로와져야 할 이 시기에는 오히려 더 낮에 한 눈 팔 겨를이 없다.
추위가 일찍 온 탓에 김장도 서둘러야 한다. 12월 10일경에 했던 김장을 이번주말에나 할 예정이다.
그래야 다음 주 바깥 일정에 차질이 없다. 완주토종조사 막바지가 있고. 주말부터 수도권 강의땜시
10일 정도를 수도권에서 머물러야 해서 농사 마무리를 서둘러야 한다.
12월 초에는 아마도 눈이 내릴 것이고 물을 길러서 써야 할 것이다.
앗~마을 모임을 잊었다. 마을 아줌씨들과 가을걷이 끝나고 한바탕 하기로 한 것...내일 전화해야겠다.
첫댓글 샘을 지난주에 양과동 에서 뵈니 피부와 머리결이 좋아지셨고작년에 보다 젊어지셧어요 반가웟구 샘처럼 잘하지는 못
허겟으나 따라 해보고 싶고 천천히 함 해볼려구요. 혼자서 하는게 쉼지는안겟으나 ..... 제가 귀농한 봉황시골엔 노년층이
많으시고 이장님은 젊은데 더불어라가 아닌 좀 이기적이고 배타적인듯 하여 마을협동조합을 햇음하는데 고민하고 있읍니다..........
그냥 마을에 따라 젖어드시는 것이 ...뭔가를 만들거나 무리하게 선두에 굳이 나서지 않는 것이 ...천천히.
지루한 노동이거나 마지못해 하는 일이 아닌 시골살이의 재미가 많이 느껴집니다 ...얼마전에도 곡성에 들렀는데 일정때문에 찾아가 뵙지도 못했네요. 전라도 어딘가로 귀농하면 아마도 연두 분들을 뵐수 있겠지요 ㅎㅎ
그럽시다.
작업복 위에 다른 옷감으로 불에 탄 자국 보다 더 크게 잘라서 아플리케를 하세요.
정든 옷인데 옷감 선택을 잘하면 모양도 나고 계속 작업복으로 입을수 있을듯 ^^
결국 고양이 이불로 갔슴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