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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만해백일장 대상(詩)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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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무
/최우철(안양예술고등학교 3학년)
신촌 사거리가 훤히 내다보이는 카페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사방으로 가지를 뻗고 있다
어떤 가지엔 잘 익은 백화점과 아파트가 주렁주렁 달렸고
어떤 가지엔 끝에 교회 하나 달랑 매달려 있고
어떤 가지엔 손바닥만한 굴착기가
긴 대롱을 꽂고 있고
어떤 가지엔 자동차들이 서로 영역 다툼을 벌이고 있다
엠프들이 온 몸으로 울고 있는 가지
생채기가 난 가지
활짝 핀 식당들이 밤마다
맛있는 냄새를 내뿜는 가지도 있다
사람들은 양분처럼
나무 속을 순환하며
꽃잎이 되기도 하고
열매의 단물이 되기도 하고
여린 순이 되기도 한다
자꾸만 뻗어가다 보면
하늘까지 닿을 것만 같은 가지들,
눈 앞이 아득하다
문득,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꽃으로 필까
열매로 맺힐까
무한대로 뻗어나가는 저 무수한 가지의
어느 한 일부라도 될 수 있을까
나무의 눈이 되고 싶다
아직은 작고 약한 점에 불과하지만
언젠가 크고 단단한 가지를 뻗어
나무의 중심에
나의 나이테를 그려 넣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