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4개의 위 가진 양, 왜 계속 트림할까
가축으로 기르는 양은 얼굴이나 발에 나는 털과 몸통 털의 촉감이 달라요. 몸통 털은 가늘고 부드러운 반면 얼굴과 발에서 나는 털은 굵고 곱슬곱슬하답니다. 이 굵은 털은 옷을 만드는 데 쓰이지 않아요. 솜같이 부드러운 몸통 털이 옷을 만드는 데 쓰이는 거지요. 반면 야생 양의 몸에선 굵은 털과 가는 털이 섞여 난다고 해요.
우리가 털을 얻는 양은 대부분 '메라노'라는 종인데, 부드러운 털이 많이 자라고 털갈이도 잘 하지 않도록 인간이 개량한 품종이랍니다. 야생 양은 매년 봄에 스스로 털갈이를 하는 반면 '메라노' 양은 털갈이를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이 사라졌다고 해요. 그래서 사람이 주기적으로 털을 깎아 주지 않으면 여름에 벌레가 털에 번식해서 병에 걸리거나 더위를 이기지 못해 죽을 수도 있다고 해요.
◇ 풀 소화할 능력 없어…위 4개 갖게 됐죠
양은 소, 사슴, 기린 등과 함께 위가 넷인 초식 동물이에요. 위가 4개로 발달한 초식동물은 원래 풀에 들어 있는 섬유소를 자체적으로 소화할 능력이 없었다고 해요. 그래서 이 동물들은 혹부리 영감의 혹처럼 생김 '혹위(제1위)', 내벽에 벌집 모양 주름이 난 '벌집위(제2위)', 잔주름이 있는 '겹주름위(제3위)', 수많은 주름이 난 '주름위(제4위)'를 갖추도록 진화했어요.
양이 풀을 삼키면 우선 혹위로 풀이 들어가요. 혹위에는 아빠 양과 어미 양이 물려준 유익한 세균이 양과 지혜로운 공생을 하고 있지요. 이 세균들은 양이 만들지 못하는 섬유소를 분해하는 효소를 만들어내요. 양을 기르는 축산 농가에서는 가축들이 걸리는 병을 고치기 위해 항생제를 과도하게 쓰지 않도록 조심한답니다. 항생제가 이 유익한 세균마저 죽여버리면 양이 풀을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혹위에서는 1차적인 풀 분해가 이루어지는데, 식물 섬유소는 한 번에 분해하기는 버거워요. 그래서 양은 풀과 미생물, 침을 뒤섞어 둘째 위장인 벌집위로 보내요. 벌집위에선 소화되던 음식이 동그란 덩어리가 되어 굴려진답니다.
그러다 양이 트림하면 이 덩어리는 다시 입으로 토해져요. 양은 이빨로 덩어리를 꼭꼭 씹어 다시 삼켜요. 이렇게 소화되던 음식을 토하고 삼키기를 반복하며 다른 위장으로 보내는 과정이 바로 되새김질이에요. 이렇게 수 시간을 보낸 풀 덩어리를 미생물이 완전히 분해해 포도당으로 변하게 하지요. 양은 셋째 겹주름위, 마지막 주름위에서 풀 속 영양분을 충분히 흡수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