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갈한 정원에 핀 예쁜 꽃을 보며 차와 달콤한 디저트를 즐기는 것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하지만 도심의 카페에서 정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지난해 문을 연 부산 동래구 온천1동 디저트 카페 쉐누(051-557-6054)에선 이런 상상이 현실이 된다.
쉐누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정원이다. 쉐누는 진입로부터 마치 동화 속 정원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꾸며놓았다. 바닥에는 돌을 깔고 돌벽을 세워 새로운 공간으로 진입하는 느낌을 준다.
구본수 쉐프가 자신이 살던 집을 리모델링해 마치 독립된 집 한 채처럼 꾸몄다. 쉐누는 불어로 '우리 집'을 뜻하니 딱 맞는 가게 이름이다. 3층에는 구 쉐프 부부가 살고 1, 2층이 가게다. 1층 한쪽에는 통유리도 된 오픈 베이커리가 보인다. 실제 빵을 만드는 모습이 다 보이도록 해 위생에 자신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우리 집' 이라는 뜻의 쉐누 외관.
쉐누의 '대표 선수'는 바움쿠헨. 마치 나무의 나이테를 새긴 것처럼 보이는 빵이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단면이 실제 나무를 잘라 놓은 것처럼 촘촘한 나이테가 있다. 이 과자는 독일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일본에서는 장수를 기원할 때 많이 선물한다. 오래 사는 나무처럼 건강하게 잘 살라는 뜻이란다. 바움쿠헨은 만드는 방법 때문에 나이테가 생긴다. 동그란 밀대 같은 원통을 반죽으로 둘러싸 한 번 굽고 그 위에 새로운 켜를 둘러싸 또 굽는 과정을 반복한다. 원통을 자르면 단면에 켜켜이 나이테가 생기는 것이다.
포크로 자를 때 처음 놀라는 것은 생각보다 부드럽지 않다는 것. 그리고 입에 넣으면 단맛도 별로 없어 '과자 맞나'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계속 씹다 보면 고소하면서 연한 향료의 냄새를 느낄 수 있다. 구 쉐프는 "본래 이 과자는 목이 막히는 듯한 촉감이 들게 구워져야 바르게 완성된 것이다. 그래서 홍차나 우유와 잘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먹을수록 자꾸 당기는 게 매력이다.
부드러운 크림이 일품인 롤케익, 다양한 튀일 종류도 인기가 많다.
이에 반해 롤 케이크의 크림은 아주 부드러웠다. 크림을 잘못 만들면 느끼게 되는 달걀 비린내도 없었다. 럼을 넣어 잡내를 잡고 생크림과 크림 파티셰를 6대 4의 비율로 섞어 만든 크림은 진하면서 달콤했다. 케이크도 무척 촉촉해 크림과의 조합이 아주 좋았다.
토핑으로 검은깨, 흰깨, 코코넛, 아몬드를 올린 튀일도 맛보았다. 튀일은 프랑스말로 '기와'라는 뜻이다. 넓적하고 아주 얇은 직사각형 모양이다. 반죽을 아주 가볍게 해 조금만 세게 쥐어도 부서질 정도로 바삭바삭하다. 특히 아몬드 튀일은 고소함과 달콤함의 균형이 잘 맞았다. 국내산 참깨를 쉐프가 일일이 볶아 쓰고 있어 고소함이 아주 진하다.
이어 여성에게 많은 인기를 끄는 초콜릿을 먹었다. 술이 들어간 초콜릿이라 어른의 맛이라는 느낌이 확 와 닿았다. 만드는 방법을 물어보니 초콜릿과 술을 섞은 뒤 그 위를 다시 초콜릿으로 코팅하고 코코아 파우더를 뿌려 완성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초콜릿을 채우고 있는 필링과 껍질의 맛이 잘 어우러졌다. 쉐누의 초콜릿은 프랑스산 발로나만 쓴다.
구 쉐프는 "아이가 과자를 먹고 싶어 할 때 엄마가 몸에 나쁘다며 못 먹게 하는 게 속상하다. 그래서 최상의 재료로 만들어 내 아이에게도 함께 먹일 수 있는 안전한 구운 과자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쉐누의 과자에는 유화제, 보존제 등 인공 보존제가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
디저트 카페인 만큼 다양한 차도 맛볼 수 있다. TWG의 홍차를 내놓으므로 홍차 맛도 훌륭하다. 커피는 송정의 디아트에서 원두를 공급받으므로 맛이 좋다. 10가지 일본 차 종류도 갖추고 있다. 오전 11시~밤 10시, 일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