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캐와 멀티 페르소나의 개념과 등장
2020년 한 방송에서 '부캐'라는 키워드가 처음 등장하며 대중문화 속에서 부캐 열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그 영향은 여전히 남아 있어, 부캐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띕니다. 부캐는 본래 온라인 게임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주 계정 이외의 새롭게 만드는 '서브 캐릭터'를 줄여 부르는 말입니다. 이 개념이 일상으로 확대되면서 '평소의 나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이나 캐릭터'를 의미하게 되었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2020년 소비 트렌드에서도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로 제시된 '멀티 페르소나'와 통하는 개념이기도 합니다.
멀티 페르소나(Multi-Persona)는 한 사람이 다양한 상황에 맞추어 여러 역할을 수행하며 다양한 자아를 표현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페르소나는 그리스어로 '가면'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여러 인격을 가면처럼 착용하고 변신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특히 디지털 환경이 페르소나를 더욱 다채롭게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며, 이에 따라 사람들이 다양한 '디지털 자아'를 만들어내고 즐기고 있습니다.
부캐와 멀티 페르소나의 장점
부캐와 멀티 페르소나의 장점은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탐색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데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각각의 사회적 역할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며 살아갑니다. 가족 내에서는 책임감있고 진중한 모습을 보일 수 있고, 친구들 사이에서는 유쾌한 모습을, 직장에서는 신뢰감을 주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상황에 맞는 모습을 창조하고 표현하는 능력은 자아를 다각적으로 성장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디지털로 확장되는 페르소나
현대의 멀티 페르소나는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 공간에서도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요즘 청소년들에게 누군가가 '너는 어떤 성격을 가졌니?'라고 묻는다면 "어디에서의 성격을 묻는 건가요?"라고 되묻기도 합니다. 이들은 현실에서의 자아와 디지털 공간에서의 자아를 분리하여 인식하고, 각각 다른 모습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디지털 공간은 사용자에게 익명성과 자유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자신이 이루고 싶은 이상적인 자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온라인상에서의 나는 실제의 나와 꼭 일치할 필요가 없으며, 익명의 디지털 자아는 백지의 도화지처럼 다양한 모습을 담아낼 수 있습니다. 이는 자아를 실험하고 변화시키기 좋은 장이 되며, 사용자는 간단한 탈퇴와 재가입 절차만으로 원하는 새로운 자아를 생성하고 탐구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자아의 긍정적인 부분
디지털 자아는 현실의 나를 벗어나 새로운 역할을 경험하게 하며, 이는 자기 성장과 성취감을 촉진하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온라인에서 자신감을 연습하며 외향적인 페르소나를 실험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감과 표현력을 쌓아 현실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습니다. 또한, 디지털 자아는 여러 사람과의 관계를 확장하고 다양한 경험을 가능하게 하며, 이러한 경험이 현실 자아의 성숙을 도울 수 있습니다.
디지털 자아가 자아 형성에 미치는 영향
디지털 자아는 실제 자아 형성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온라인에서 만들어낸 또 다른 자아를 통해 현실에서 미처 시도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면, 이는 나의 자아를 다각도로 이해하고 발전시키는 계기가 됩니다. 예를 들어, 게임 속 캐릭터를 통해 자신이 가지지 못한 성격이나 능력을 체험하면서 자신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현실에서 자신을 더욱 풍부하게 이해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중요한 경험이 됩니다.
디지털 자아에 부정적인 부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 (The Social Dilemma, 2020)은 소셜 미디어와 디지털 플랫폼이 사용자에게 미치는 심리적, 사회적 영향을 깊이 탐구하며, 특히 디지털 자아와 현실 자아 간의 갈등을 부각합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소셜 미디어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들이 사용자에게 이상적인 자아를 조장하고 이를 끊임없이 유지하도록 유도하면서 자아 혼란과 정체성 위기를 심화시킨다고 경고합니다.
소셜 딜레마는 소셜 미디어의 기본 운영 원리가 사용자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끌어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합니다.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흥미를 끄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플랫폼에 더 오래 머물도록 유도하는데, 이는 특히 청소년이나 청년들에게 디지털 자아에 대한 집착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됩니다.
디지털 자아를 점점 더 이상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욕구로 이어지며, 현실의 자신과 비교하여 자아 혼란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청소년들이 자신의 현실과 상관없이 완벽한 이미지나 삶을 소셜 미디어에 반복적으로 게시하면, 현실 자아에 대한 불만족감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청소년의 낮은 자존감과 우울감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과도한 디지털 자아 형성의 결과가 심리적 건강에 해로울 수 있으며, 자아 정체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특히 청소년층의 경우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과도하게 이상화된 이미지로 표현하는 데 중독되면서 현실의 자아에 대한 불만족과 소외감을 더욱 느끼게 된다고 말합니다. 이는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와 수용을 저해하고, 현실 자아와의 심리적 괴리를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소셜 딜레마는 디지털 자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미디어가 사용자를 조종하는 방식이 실제로 개인의 자아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잘 보여주며, 디지털 자아에 대한 집착이 건강한 자아 형성을 방해할 수 있음을 인식시키고 있습니다.
이처럼 디지털 자아의 지나친 몰입은 현실 자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지나치게 많은 디지털 자아를 동시에 유지하려는 현상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디지털 자아를 지나치게 많이 만들다 보면, 각 자아 간의 일관성을 잃게 되고, 심리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일관성 없는 멀티 페르소나는 현실과 디지털 자아의 괴리를 더욱 심화시키고, 개인이 스스로를 이해하고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만듭니다. 이는 결국 자기 상실감과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새로운 자아를 형성해 나를 더 키워 나갈 수도 있지만 그 많고 넓은 자아가 결국 원래의 핵심의 자아를 무너트릴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過猶不及” (과유불급), 즉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과 같다"는 말을 통해 디지털 자아에 과도하게 몰입하거나 집착하지 않아야합니다. 또한 디지털 자아와 현실 자아의 조화로운 균형을 유지하며, 다양한 자아를 통해 성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들은 수많은 기술들 사이에서 살아갑니다. 새로운 기술들이 긍정적이며, 지대한 도움을 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항상 모든 것에는 부정적인 이면이 따른 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핵심 자아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수많은 페르소나를 입었지만 핵심이 변치 않는다면 다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 다룬 '페르소나'는 다중인격 장애와는 무관하며, 페르소나를 이용한 범죄 행위에 대한 극단적인 윤리적 논의는 제외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