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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으로 구축한 삶의 공감과 궁극의 거처(居處)
안말환 展
한낱 자연물에 불과할 수 있는 나무를 다양한 메시지가 함유된 고유의 기호로 전치시켜 특별한 대상으로 옹립시켜 놓는다.
흔하디 흔한 사물에 자신의 예술적 감각을 덧입혀 유가치한 존재로 올려놓고 있다.
물론 그렇게 상정된 나무는 불안과 불완전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기도 하고 혼돈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울퉁불퉁한 주름을 가지런히 펼쳐놓는데 도움을 준다.
글 : 홍경한 (미술평론가)
갤러리비선재(용산구 유엔빌리지)
작가 안말환의 작업은 깊은 곳에 숨겨진 저마다의 이면을 외면화시킨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오늘을 뒤돌아보게 만들고, 잠시 멈춰 주위를 둘러보게끔 유도한다. 일상을 포박하는 삶과 사랑, 소통이란 화두는 때로 평범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지만, 안말환은 이를 진솔하며 공감 가능한 조형적 문맥으로 치환해 단조로움을 특별하게 만든다.
그러고 보면 작가는 세상에 반응하는 예술가의 시선을 통해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들 뿐만 아니라 화자의 심연에서 파동된 추상적인 여운을 명료한 이미지로 전치함으로써 새로운 미적 가치를 발견하도록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딘가 모르게 작가 자신의 삶과 여정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 가득한 그림들1), 고유한 잣대를 통한 대상의 재해석이 눈에 띄는 그의 그림들은 일차적으론 개인사를 밑동으로 한 것이겠지만2) 우리의 이야기, 누구나 공감 가능한 내러티브를 안고 있다는 데 그 특징이 있다. 특히 이차원의 공간 속에 삼차원의 형태와 색, 양감과 질감을 통해 현실을 반영하는 방법론은 안말환의 작품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는 요인이다.
Dreaming Trees 162.2x130.3cm mixed media 2016
Dreaming Trees 162.2x130.3cm mixed media 2016
‘안말환’이라는 인칭명사를 만든 건 ‘나무’(유년시절 할머니 댁에서 보아온 미루나무를 비롯해 바오밥나무, 소나무 등)이다. 육중하거나 가볍거나, 곱거나 혹은 거칠거나, 단순하거나 복잡한 형상을 한 이 나무들은 작가 자신의 기억의 편린(片鱗)이자 끊임없는 변주를 갈망해온 조형의 실험이요, 서로 다른 삶의 서사를 연결하는 관계3)의 거푸집이기도 하다. 이것은 때로 강하고 견고한 입체적 구성체로 시각화 되고, 간혹 인상 너머로 보이는 화자의 논리적, 수리적 서술을 보이기도 한다. 가끔은 감상의 이완과 단축, 확장을 열람케 하는 장치로 기능하며, 20여년에 걸친 일관된 흐름은 단순한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삶과 관계, 공존, 공감, 공유라는 진중한 가치를 대리하곤 한다. 이처럼 안말환은 한낱 자연물에 불과할 수 있는 나무를 다양한 메시지가 함유된 고유의 기호로 전치시켜 특별한 대상으로 옹립시켜 놓는다. 흔하디흔한 사물에 자신의 예술적 감각을 덧입혀 유가치한 존재로 올려놓고 있다. 물론 그렇게 상정된 나무는 불안과 불완전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기도 하고 혼돈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울퉁불퉁한 주름을 가지런히 펼쳐놓는데 도움을 준다.4) 그런데 필자는 그의 나무를 보며 깊게 뿌리 내린 나무처럼 소신과 신념으로 제자리를 견디길 희망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말하지는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타적 삶을 지향해온 자신의 가치관을 관통한 아름답고 따뜻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작가의 철학이 투영되어 있는 게 아닌가라는 판단을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까지 그의 작품들이 누군가에게 감동이었을 리가 없었을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Dreaming Tree1 100x50cm mixed media 2016
Dreaming Tree 100.0x72.7cm mixed media 2016
Dreaming Tree 100.0x72.7cm mixed media 2016
.Dreaming Tree 100.0x72.7cm mixed media 2016
Dreaming Tree 100.0x72.7cm mixed media 2016
Dreaming Tree 100.0x72.7cm mixed media 2016
Dreaming Tree2 100.0x72.7cm mixed media 2016
Dreaming Tree 100.0x72.7cm mixed media 2016
Dreaming Tree 50x100cm mixed media 2016
Dreaming Trees 162.2x91.0cm mixed media 2016
안말환의 그림하면 떠오르는 명사는 나무이기에 조형에 있어 나무의 중요성은 간과하기 어렵다. 때문에 이 나무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우선 그의 나무는 단지 풍경의 일부로써가 아닌 우리의 마음과 마음을 잇는 길이면서 무수한 시간을 이입해 완성되는 작가의 고집과 의지가 녹아 있는 기호이다. 또한 그의 나무는 실존의 반영이자 작가적 심상의 대변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공간을 떠받치고 있는 나무는 정겹고 따뜻한 미감을 심어주지만 대체로 거친 마티에르 위에 가량가량하게 묘사되어 물씬한 외로움과 고독감을 동시에 전달하는 탓이다. 이는 작가의 예술가적 삶이 그리 쉽지는 않았음을 추측케 하며, 작가의 마음 깊은 곳에 내재된 본연의 선함과 진실함을 통해 극복해 왔음을 나타낸다. 즉, 진정성이 담긴 내면의 표출임과 동시에 세상을 향한 격려의 시선-호흡임을 나타내는 증표라는 것이다. 이밖에도 안말환의 나무는 그저 물리적 나무를 캔버스에 재현한 게 아닌 그리는 자와 보는 자들의 마음을 포괄하는 든든한 심리적 기둥이자 울타리이며, 그 자체로 가시적(현실적)인 이정표(혹은 길을 일러주는 나침반)이면서 자아를 상징하는 기표로 존재한다. 각각의 크기만큼 부재한 우리의 사랑과 연민, 행복과 이상을 은유하는 장치이다. 그러므로 안말환의 작품들은 단순한 시각적 감상 외, 인간들의 삶을 포괄하는 개념을 담보로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다면적인 모습을 피사체로 재현하고 리얼리티의 무게를 소환하는 것에 핵심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고로 리얼리티의 무게란 내적으론 우리의 존재성과 사회 및 개인, 평온과 혼란, 현실과 이상, 현재와 미래, 특출한 것과 보편적인 것 등과 같은 지향성을 의미하며, 외적으론 대상의 외형을 넘어 시공에 깃들어 있는 정서마저 완만하게 매개하는 삶과 관계성을 뜻한다. 그리고 그 관계성은 그의 나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조형요소인 형상과 마티에르를 통해 드러난다.
Dreaming Trees3 162.2x130.3cm mixed media 2016
이 중 고급스러운 색깔(근작들에서 특히 두드러진다)과 함께 특유의 질감5)은 두툼한 질료를 긁거나 파내 생긴 선들이 조화로운 색감과 등치를 이루면서 흔한 나무가 아닌 특별한 나무로의 변화를 일러준다. 넓은 여백에 한두 그루 서 있을 뿐이지만 군더더기를 덜어낸 단순성과 거친 물성이 합치되면서 조형적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이는 확실히 과거 몇몇 그림들과 꽤 큰 차이를 보이는데, 일례로 2015년 이전에 유독 자주 그린 <Dreaming Tree> 연작과 <Happy Tree>(2012), 오래 전부터 주요 주제였던 <나무-대화> 시리즈 등에서의 소나무는 강하고 선 굵은 이미지, 강렬한 색감이 형상과 맞물리는 형국을 하고 있었다면 작금의 나무들은 보이지 않는 내성과 에너지의 부유로 대치되고 있다. 그건 눈에 드러나지 않으나 분명 거스를 수 없는 생명력의 강화와 설명에서 사유로의 전이, 미학적 관점에선 ‘정적인 상태로서의 한계성의 극복’을 염두에 두도록 한다. 특히 내레이션의 줄어듦은 그의 나무들이 더 이상 모사의 대상이 아니라 정신적 맥락의 연장이자, 공명의 언어로 승화되고 있음을 지정한다. 석물 조각에서 연유된 듯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재창조되고 있는 꺼칠꺼칠한 질감 외에도 그의 근작들에선 대담한 구도, 생략된 선, 품격 있는 색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차분하게 가라앉은 색은 고급스럽다는 느낌마저 전달한다. 단색에 포함되면서도 다층성이 엿보이게 한다는 건 그만의 조형어법이기에 아쉬움이 없다. 물론 이는 오래 전부터 고집해온 회화 양식으로부터 리얼리즘의 기본인 논픽션적 서술 요소를 제거해 상상력을 증폭시키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격정 대신 부드럽고, 활동성 대신 정지된 상태로 받아들여지는 현재의 작업은 분명 서정성과 신화성의 밀도를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때문에 이미 2000년대부터 구태의연한 구체적 사실주의적 형상화로 나타내는 것을 거부하고 삶 주변의 풍경들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성을 옮겨온 작가답게 오늘의 그림들은 그 격과 수준에서 과거와 거리감을 두고 있음을 명료히 보여준다.6)
Dreaming Trees2 162.2x130.3cm mixed media 2016
오늘날 안말환은 외형과 내형이 조화롭게 평면 위에 섞인 채 형상화되는 과정을 넘어 표현의 이면에 존재하는 작화적 감성들을 일깨우는 수순을 밟고 있다. 그는 현실과 자연현상의 영원한 생성의 원리와 이치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사를 자유로운 회화적 반응으로 풀어내고, 자연(그 중에서도 나무와 새 등)에 대한 감정을 순수한 상태로 전이시켜 그 속에서 자신만의 조형적 터(쉼 터, 안식의 터, 예술적 미감의 터, 예술동기로서의 터 등등)를 일궈오고 있다. 하지만 그의 그림을 보며 무엇보다 유념할 것은 이 모든 것이 그냥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재차 강조되어야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시공의 내력을 함께하는 작가의 삶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며, 수없는 시행착오와 실패의 통로를 거친 이후의 결과라는 사실이다. 물론 그 결과란 자연이든 사람이든 관계든 이 모든 것은 어차피 현실의 재구성이라는 점이며, 눈으로 분별하는 미와 인간 내면에서 분출되는 미는 엄연히 다름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안말환은 후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거의 모든 예술가들이 그렇듯 작가 역시 걸어야 할 길은 아직 멀고도 험하다. 메시지에 주안점을 둬야할 상황에서 장식으로 머무를 위험성도 아직도 완전히 배제하기 힘들다. 취향공동체의 눈높이에 맞추기 보단 미술사적 맥락에 위치할 수 있도록 언제나 자발적 긴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Dreaming Trees 100x50cm mixed media 2016
다행히 솔직한 감성, 정신적 사고의 아름다움과 사랑의 관계에 대한 공감을 불러오는 안말환의 작업은 이미지가 규정하는 인식의 한정성을 배격한 채 기억을 되뇌고 추억을 응집하며 현재와 과거를 아울러 미래에 대한 관념을 구현하는 방향에 서 있음을 증명해 보인다. 그리고 최근 새롭게 둥지를 튼 ‘이천 시대’는 그 방향을 원활하게 하는 물줄기가 되지 않을까싶다.
한편 오랜 시간 그의 역대 작업들을 훑어본 바로는, 현재의 그는 완숙기에 접어든 조형언어로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궁극의 거처(居處)를 말하고, 갈수록 잃어가는 실존의식과 인간에 대한 존엄성에 관한 서술까지 투사하는 단계까지 이르렀음을 열람케 한다. 그 투사 속에는 외면적인 것에 심한 기울기를 드러내는 우리네 관계에 관한 숨겨진 일깨움이 배어 있으며, 소외되거나 차별되어지거나 격화되어가는, 그러면서 의식적이거나 습관적으로 잃어가는 인간의 상대적 존재에 대한 따뜻한 조언, 치유의 바람이 깃들어 있음을 읽는다.
1) 그가 누구든 예술가들은 삶이 곧 예술의 근간이고 예술이 곧 자신의 발견이다. 소박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감성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그의 근작들은 하나같이 우리 주변의 것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2) 그의 나무는 질곡의 세월을 감내해온 예술가로서의 삶을 대리하는 듯 어딘가 우직한 면이 있다. 거친 삶에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놓으면서도 불평 한마디 없는 크고 넓은 마음을 지닌 베풂과 선함의 상징으로서의 나무라는 느낌도 심어준다. 물론 이는 대화의 수단이며, 소통의 다리가 되기도 한다
3) 어쩌면 안말환의 나무는 갈수록 희석되어 가는 인간의 관계성과 존재성에 대해 탐미이며 우직한 나무처럼 존엄성에 대한 자문을 작화적 시점 아래 전개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실제로 그의 근작들에선 화면과 나무가 하나로 일체화되는 데, 이는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인간관계와 선후변별 없는 평등성에 주목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해석을 갖게 한다. 특히 단순해진 나무들은 마치 진실이 부재한 현실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되묻는 듯하다.
4) 여기서 울퉁불퉁한 주름을 가지런히 펼쳐놓음이란 포근한 위안과 안락한 휴식, 추구해야할 행복과 사랑, 예술성을 토대로 한 활기찬 에너지를 전하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을 대신하는 은유적 표현이다.
5) 작가는 캔버스에 석분을 섞어 두툼한 바탕을 만들고 인위성을 배제하기 위해 나이프 등을 이용해 선을 긋는다. 그 두께는 생각보다 깊으며 이 바탕에 다시 여러 겹의 색을 반복적으로 칠해 밀도를 더한다. 이때 나타나는 것은 시간의 내력과 다름없다. 안말환 작가 특유의 물성과 형상의 이질적이지 않은 조응은 이러한 과정에서 태어난다.
6) 그의 최근 작품들은 구체적인 묘사로 실체를 정의하기보다 ‘비움’으로서 실체를 묘사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안말환 AN MARAN
서울대 미술대 회화과졸업
﹒ 개인전 및 초대전 40 여회
2016 생명 소통 사랑 展 | FlushingTownHall, Flushing, NY
Hutchins Gallery | LIU Post College, Brookville, NY
2015 SYMBIOSIS ELGAWIMMER PCC | Chelsey NY
Dreamingrose Gallery|Monroe NY
﹒국내외 아트페어 80여회
2016 화랑미술제 | COEX & BEXCO 08~10.12~16
2015 KIAF한국국제아트페어 | COEX 08~10 12~15
AAF SEOUL|DDP
2014 MONTREUX ART FAIR | Montreux Convention Centre. Switzerland11.14
Art Hamptons | sayre park N.Y
Asia Contemporary Art Show | Conrad Hongkong
BUSAN Art Show | BEXCO
AAF SINGAPORE. AAF HK, MANIF. art KARLSRUHE 2012.
SH Contemporary 2011. CIGE북경아트페어. ST-ART 2009. KCAF한국현대미술제
남송국제아트쇼. SOAF. NewYork ART EXPO. ART SYDNEY 05.
TORONT ART EXPO. ART SEOUL. ARWI 국제아트페어.
﹒ 국내외 단체전 400 여회
2016 2016국제여성미술제 | 광주시립민속박물관특별실
2015 평창비엔날레 특별전 포스트박수근|박수근미술관,갤러리튠
﹒경 력
대한민국미술대전 및 다수 심사
﹒작품소장처
국립현대미술관(아트뱅크), 성남아트센터미술관, 남송미술관, 동제미술관, 성남시청
경향신문사, 국민은행, 아산병원, (주)EFC, (주)동성홀딩스 (주)대영식품 (주)한국화이자제약
(주)와이즈넛, 동서문화재단. 유나이티드 문화재단, 로얄팰리스, 야베스벨리, 곡성군청
Scalatium art space, 블루닷, 세종호텔, 힐튼호텔...
﹒주 소 : 17306 경기도 이천시 신둔면 도자예술로5번길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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