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國 그곳으로의 유유자적한 여행
대관령-선자령-곤신봉-매봉 다시 삼양목장을 통해서 횡계 까지 도보로
산 친구와 함께 2006. 12. 10 (일)
수도지맥 환상의 구간을 가야하는 토요일 갑작스러운 문제가 생기고 만다
금요일 喪家에서 늦게 귀가하고 토요일 오후의 결혼식장 피로연에서 아주 여유롭게 살짝 취기가 들 정도로 마시고 청계천 물가를 유유자적 걸으면서 까지 돌아와 보니 다시 지방의 喪家를 다녀올 일이 생겨버렸다
일요일이라도 산을 다녀오기 위해서라면 어쩌겠는가! 밤을 새워서라도 지방 喪家를 다녀와서 당일산행이라도 다녀와야 할 것 아닌가!
오로지 수도지맥 들어갈 생각만 하고 있었던지라 어디로 갈 것인지 산행지도 생각을 않고 있었는데 어디로 갈까 ...
그래! 강원도에 눈이 많이 내리고 있다니까 강원도로 달려가자
그런데 강원도 어느 산으로 가야하나 산행지도 생각하지 못한 체 1/5만 지형도 봉평 도암 평창 정선 등 지도만 잔뜩 챙기고 퇴근하고 喪家로 향하면서 전화를 한다
당일산행 어디로 가기로 한거야? 나랑 그냥 강원도 눈꽃산행이나 다녀오자 동서울로 나와
산행 친구와의 약속이다
일요일 당일 아침 집을 나설 때까지도 어디로 갈까 정하지도 못했던 것은 평창 정선 영월 태백 어디든지 내 발길이 한 두 번씩 닿아보지 않았던 능선들이 있을까하는 생각에서였다
무슨 마루금 잇기의 산행은 당일산행으로 들어가 봐야 예상구간을 걷지도 못할 것이니까,
출발한 거야? 산행이라기보다도 선자령 눈꽃 구경이 어떨까? 하는 손 전화의 답은
선자령 유유자적 걷기 좋지요 맨 날 시간에 쫓기듯 하는 광인님 산행은 솔직히 벅차요
그래! 그럼 오늘은 마음 비우고 선자령 유유자적 걷기다
마음을 그렇게 정했는데도 머릿속의 그림은 자꾸만 어느 능선을 걸어갈까 하는 그런 것들이다
대관령-선자령-매봉 이 능선 같지 않은 초원의 구릉지대는 내 평소 산행패턴으로 볼 때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계획조차 세울 수 없었을 거다
1999년 5월 23일 (일) 흐린 후 맑음) 백두대간 종주 때 대관령-진고개 구간 때 마지막으로 진행했으니 자그마치 6년 반 만에 다시 찾는 것이고 겨울 산행은 언제가 되었던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아마! 1980년대 중반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백두대간 종주시의 기록을 살짝 한번 들춰 본다
-대관령 주차장 능경봉은 구름에 가려있고-
-고루포기산도 구름에 가려 있는데-
-KT가 아니던 80년대 국가 시설물일 때 왈 왈 대며 짖던 기억이 아련하다-
-멀리 횡계 시가지는 보이는데 발왕산은 아직도 구름에 가려있다-
-99년 5월 23일 백두대간 종주 묵은 산행후기-
03시 대관령휴게소에서 우동국물로 요기를 한 후 03시24분 휴게소를 출발 한다
어제 부처님오신 날이 생일날이라 낮부터 저녁까지 마신 술 탓인지 뱃속은 편치 않으나 생각 외로 쌀쌀한 날씨 때문에 정신이 맑아 오는 것 같다
초반 초입부터 흔히들 이용하는 국사 성황당 쪽 길을 택하지 않고 바로 능선에 올라 붙다보니까 약간은 혼동이 온다
거기다가 예전에 없었던 방풍막까지 설치되어있고 나무를 많이 심어 놓은 탓에 어둠속에서 잠시 우왕좌왕하다가 대간의 날 등을 바로 잡아나간다
03시40분 능선위에 올라서니 엄청난 바람에 온몸이 날아갈 듯하고 동쪽 아래로 강릉 시가지의 야경이 멋있게 내려보인다
어둠속에서 랜턴불빛에 보이는 것은 거센 강풍 속에서도 화사한 꽃망울을 터트린 철쭉이 무리 지어있는 것이 보인다
국가시설물을 지나고나니 숲길로 들어서게 되고 여명이 서서히 움터올 무렵에 바라보는 주위는 야생화들의 천국인 것 같다
04시25분 철쭉이 많이 피어난 곳을 지날 무렵 무슨 꽃향기인지 모르지만 진한 꽃향기가 한참동안 진동하고 드넓은 초원지대를 지나 살짝 올라서니 04시45분 선자령 정상에 섰다
날은 이미 밝아왔고 잠시 동안의 휴식 후 55분 선자령 정상을 출발한다
내려서는 숲길에는 지금까지와 달리 키 큰 철쭉들이 무리지어 있고 발아래는 돌투성이다
-이런 기회가 있으니 오래전의 묵은 백두대간 종주기도 들춰보게 된다-
-남동쪽 멀리 석병산 능선들도 보이고-
-강릉 시가지도 내려 보이네요-
동서울터미널 06시32분 불발 강릉행 버스는 장평-진부-횡계를 경유하는 버스다 버스로 올라오는 동행자가
얼핏 진가락님 본 것 같은데요
그래! 그럼 어디 산으로 가겠지 뭐
잠시 후 2001년 낙동정맥 종주 때 처음 만났던 막내 진가락과 낮 익은 얼굴 3명이 같은 버스로 승차한다
어디 가나? 진부서 병두산 올라서 능선 따라 진행할까 합니다
홀로산행이나 산악회를 이용하지 않는 서울 산꾼들 주로 동서울터미널의 첫 버스 시간 때에 자주 만나게 되는 것은 새삼스러울 것 없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은 가고 이내 모두들 잠에 빠져든다
겨울철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다보면 소사고개를 지나서 휴게소가 나타나면서부터 주위의 설경들이 달라지기 시작하는데 오늘도 예외가 없다
갑자기 설국으로 들어선 그림이 펼쳐진다
휴게소를 지나가며 상행선 휴게소 뒤의 산은 봉화산, 그리고 조금 후 우측의 산은 덕고산 하며 가르키는 것은 지난여름 영춘지맥 종주 때 지났던 곳이라 기억이 생생해서 그렇다
진부에서 그들과 작별하고 08시45분 무렵 스키의 고장 횡계리에 버스를 내리니 쨍한 추위가 얼굴을 때리는 느낌이다
손칼국수 외 아침에 되는 것이 없다하니 아침식사로 칼국수를 먹는 것도 처음인가!
그런데 그 칼국수 맛이 일품이라 작은 소주 하나를 반주로 꼴짝 거린다 (여유로움 때문이리라 ~)
-황병산은 구름에 살짝 가려있다-
대관령까지 7.000냥의 택시비를 지불하고 내리니 과연 겨울 추위다운 것들이 몰려온다
남쪽 능경봉 쪽은 정상부가 시커먼 구름에 가려있고 여기저기 산행준비를 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일련의 많은 사람들은 능경봉 쪽으로 향하는 것을 보면서 바로 6년 반 전보다 너무 많은 이정표 시설과 더욱 넓어진 길을 따라서 걷다보니 앞서가던 많은 사람들을 저절로 앞지르게 되는 것은 습관 때문인가 보다
이제 백두대간종주가 너도나도 하게되다보니 예전 국사성황당 쪽으로 다니던 길보다는 마루금으로 바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아주 잘 정비되어 있는데 자! ~ 이쯤해서 선자령 가는 길에 후기가 무슨 필요할 것이며 뭐 특별히 쓸 그런 내용도, 능력도 없다
300만 화소짜리 고물 디카로 여기저기 눌러대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자
조림되어있는 낙엽송들의 가지들이 모두다 동쪽으로 향해있는 것도 지형적인 특성일텐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고 저 쪽 시설물 쪽으로 향하는 넓은 길로 휘돌아 올라서니 6년 반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요즘 다른 이들의 백두대간 종주 사진에서 자주 접하던 풍차들이 이색적으로 다가오는 것이야 그렇다 치고 그제 어제 내린 눈이 기막힌 설국을 연출해준다
-예전의 정상석이 아주 초라해 보일 정도로 크게 세워진 정상석-
뒤돌아 바라본 능경봉과 고루포기산은 아직도 검은 구름에 싸여있어 신비감을 연출하지만 저 놈의 고루포기산에 대한 웃기는 추억 하나가 있다
90년대 초반이었을 거다 백두대간종주의 열풍이 불기전이다 고르비와 내가 눈 쌓인 능경봉을 거쳐서 고루포기산을 향하면서 고르비 처갓집표 동동주 몇 병에 눈 쌓인 고루포기산 정상에서 횡계로 하산하며 거의 뒹굴다시피 비몽사몽간에 하산했던 기억은 요즘도 가끔 고르비와 키득거리며 하는 이야기다
80년대 선자령 등산을 다닐 때 그렇게도 악을 써대며 짖어대던 개들이 극성이었던 시설물에는 이제는 KT 간판이 붙어있다
겨울 산행을 하며 자주 접하던 주변의 경관들이지만 역시 많은 적설과 기온, 바람들이 연출해주는 일대의 그림에 연신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고,
-여전히 황병산은 구름에 가려있네-
10시가 좀 넘어서야 시설물을 지나서 숲으로 들어서니 설화가 환상으로 다가오고 여기저기 무리지어 있는 앞선 사람들은 많이 사람들이 지나가서 반들거리는 등산로가 반들거리는 통에 아이젠 착용들을 하기 위해서인가보다
그 와중에서도 무언가를 열심히 먹는 사람들하며, 괴성을 지르는 사람들 모두가 동심이다
아무래도 이놈의 거지같은 성격 때문인지! 취향인지! 하여튼 산에서 주위가 시끄러우면 빨리 이 지역을 벗어나려는 몸짓을 한다
다시 숲을 벗어난 시야가 터진 지역에서는 동쪽 아래 강릉시가지와 동해가 보이고,
강릉 시가지 남쪽 저 멀리 보이는 칠성봉 능선 너머 지난여름 여럿히 지나갔던 피래봉-망기봉-만덕봉-석병산 라인이 확실하게 보여 주고 이제 저 멀리 발왕산의 시설물도 눈에 들어온다
-곤신봉-
10시20분 쯤 친절한 이정목에는 대관령2.5km 와 선자령 정상 2.5km를 가르키고 있다
그 그림이 그 그림 같지만 그래도 시각으로 느끼는 것은 모두가 다른 것 같아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데
선자령의 그 악명 높은 강풍은 어디로 갔는지 다행이네요 동행자의 한마디에
그래! 그렇지만 혹시 입방정으로 출장 갔던 강풍이 돌아올라 어비어비 광인의 답이다
그런데 말이지! 11시가 조금 되지 않은 시간에 도착한 선자령 정상에 예전에 있던 소박한 표석이 더욱 초라하게 보일 정도로 저렇게 크고 인위적인 기분이 드는 저런 정상석이 필요한 것일까?
하는 것은 순전히 산에서의 인위적인 것보다는 자연적인 것, 그리고 소박한 것을 좋아하는 순전히 내 개인적인 취향 때문이다
그러나 저 정상석을 나 혼자 보라고 한 것은 아니니! 그리고 내가 또 언제 선자령을 찾을 수나 있을 런지 (^_^)
-장동건 이 하고 원빈이가 여기서 태극기를 휘날렸군요!-
아까부터 구름에 가려서 모습을 잘 드러내주지 않던 황병산도 이제는 그 맑은 날씨 탓인지 구름이 사라지면서 실제 거리보다 가까이 그 모습을 드러내준다
선자령에서 내려설 때는 좌측 아래로 삼양목장의 시설물들이 아주 가까이 보여지고,
그렇게 한 차례 내려섰다가 힘들지 않게 오름은 이어진다
주위에 보여지는 그림의 설명은 딱히 필요 없이 고물 디카로 찍은 평소보다 조금은 많은 양의 사진으로 대신한다
11시50분 이 체 되기 전에 정상석이 서있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치고 말아버렸을 곤신봉을 지나간다 하기야 오랜만에 1/5만 지형도도 보지 않으며,
당연히 나침반도 배낭 속에 넣어둔 체로 산행을 하는 여유로움이란, 바람은 서서히 뺨을 스칠 정도로 불어온다
-황병산-
이제는 숲도 없는 거의 벌판을 지나간다
능선의 우측을 바짝 붙어서 지나야하는 백두대간 표지기를 무시하고 걷기 좋은 넓은 길로 걷는 여유로움도 오늘은 마루금 타기에서 철저히 벗어난 여유자적 산행이기 때문이다
12시15분 선자령4km 전망대400m를 가르키는 삼거리다
장동건이랑 원빈이 여기서 태극기를 휘날렸단 말인가! 바로 그런 그림과 함께 거리가 표시되어있네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고
저 위에서 눈썰매를 타는 아이들이랑 어른들이 즐겁기 그지없는데 그 모습들이 보기좋다
그 사람들을 태우고 온 사륜구동 차량들이 몇 대 서있는데 그 와중에 눈 속에 허우적거리며 남의 차량에 의지해서 빠져나오려는 차량들도 보이는 이곳은 동해전망대 다
-매봉 정상을 향해 오름이다-
전망대 이 후는 차량들이 달리지 않아서 일까 아무래도 스패츠를 해야 할 것 같다
일단 매봉까지 가보자 황병산까지 가서 시간에 허우적거리는 것 싫고 매봉에서 동쪽으로 내려서는 길을 누군가 러셀을 해놓을 것을 기대한다면 그 것도 무리일거다 매봉서 소주나 한잔하고 코스를 정하자
동행자에게 내가 건넨 말이고 동행자 역시 내 뜻에 동의하고,
눈 속에 푹 파묻히다시피 한 뭘 파는 휴게소가 있어 슬쩍 들어가 보니 온기가 묻어나온다
들어간 김에 뭔가를 팔아주고 가야겠다고 하다 보니 에구! 막걸리 밖에 없네 그랴
주문진도 아주 가까이 보이는 바람에 엄청나게 쌓여진 눈을 헤치며 매봉을 향하는데 이크! 저 멀리 보이는 산이 눈에 익은데 가만있자! 저건 설악산 아닌가! 설악을 보는 호사도 누리며 매봉을 향해 발길을 옮긴다
-황병산은 아주 가깝게 바라보인다-
1
3시가 훨씬 넘어서야 좌측으로 잘 밟아진 길을 버리고 러셀을 하다시피 매봉을 향해 처음으로 제대로 된 오름길이 이어진다
다시 6년 반전으로 한번 돌아가 본다
북쪽 저 멀리 바라보이던 황병산의 시설물은 이제 더욱 가까이 보이니까 마음은 더욱 여유로워지고 때로는 초원길을, 때로는 임도를 따라 구릉을 계속 넘는다
06시58분에 도착한 매봉정상에는 이지역의 풍향 풍속을 연구하는 높은 철 구조물이 서있는데 매봉 오름길이 산행 후 처음으로 약간 의 땀을 흘리게 할 정도로 힘들이지 않는 구간이다 매봉정상에서 아침식사를 하면서 반주까지 곁들일 정도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다가 07시45분 다시 산행에 나선다 -199년5월23일 산행 후기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 때의 그 철 구조물은 사라지고 출입금지 표시만 보인다
황병산이고 동쪽으로 내려가는 것도 다 그만두고 행락객들 다니는 삼양목장 쪽으로 내려가고 횡계나 진부로 가서 맛있는 안주에 소주나 한잔하고 가자구
다시 역으로 내려서고 양지바른 공터 한 곳에서 아까 마시다 남은 막걸리와 소주로 여유를 부리고
14시20분이 넘어서 휘적거리며 역으로 내려간다
아까보다 바람은 조금은 강해진 느낌, 15시쯤 다시 전망대로 나서고, 삼거리에서 우측의 삼양목장 쪽으로 내려서는데 에구! 선택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은 알은 것은 다 내려서서이다
다시 대관령으로 나서는 줄 알았더니 멀고도 먼 도로는 횡계 시가지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럴줄 알았다면 횡계 택시나 부를걸! 17시가 넘어서야 횡계로 나서고 여기저기 스키 동호회원들로 식당마다 만원사례인데 ...
하여튼 황태찜에 소주 몇 병은 서울까지 돌아오는데 긴 잠에 빠져들 수 있으니 이래저래 오늘 선자령 유희산행은 그런대로 잘 선택한 것 같다. 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