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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어천서각공방 원문보기 글쓴이: 우광성
관수만록 하편
觀水漫錄 下篇
본부本府의 성역城役131)이 완료되어 각처에서 모집한 군인들이 차례대로 해산해 돌아가
니, 떠도는 이들 중에서 술집과 음식점을 차려 살아가던 자들도 반드시 철수해 돌아갈 것
이다. 돌아보건대 지금 성내는 여전히 빈 터가 많아 백성을 모집하여 번성하게 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백성이 모이고 흩어지는 것은 생리生利에 달려 있는
데, 본부는 배가 통행하는 곳이 아니고, 또 이곳은 서울과 매우 가까운 지역이라, 모여드
는 상인들의 수가 분명 원산강元山江 경시전京市廛의 흥판興販이나 송도松都의 기성箕
城만 못할 것이니, 실로 조정에서 별도의 계획이 없다면 번성을 바랄 수가 없다.
무릇 백성을 모으는 방법은 집을 분배하거나 크게 짓는 것이 아니라, 전곡錢穀을 조치하
여 그 생리의 방법을 열어주는 데에 달려 있다. 전곡이 모이는 곳은 백성이 기꺼이 달려갈
것이니 금수禽獸가 산으로, 물고기가 물로 향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화성을 꾸려나가
는 자는 백성이 모이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오직 재물과 곡식이 쌓이지 않음을 걱정
해야 한다.
혹자는 “백성을 모으는 방법은 전곡을 쌓아두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 그러나 전곡이 있
는 곳에는 폐단이 따라서 발생하니, 어찌 폐단이 발생하는 근원으로 백성을 끌어 모으겠
는가?”라고 하였다. 그 말에 일리는 있으나, 이 또한 변통을 모르는 좁은 소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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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성역城役: 사전적 의미는 ‘성을 새로 쌓거나 또는 고쳐 쌓는 일’을 일컫는 것으로, 여기서는 화성華城의 축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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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천하에 끝까지 폐단이 없는 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 막야鏌鎁132)는 천하에 다시없는
예리한 물건인데, 칼날을 잡으면 자신이 상처를 입고, 칼자루를 잡으면 타인이 상처를 입
게 된다. 순료醇醪133)는 천하에 다시없는 좋은 맛을 내는데, 절제하여 마시면 천성天性을
길러주지만, 지나치게 마시면 천성을 해친다. 이러할진대 하물며 전곡은 백성과 나라에
어떠하겠는가? 이는 오직 조치를 마땅하게 하는 데에 달려 있다.
무릇 성곽과 갑병甲兵은 예상치 못한 일에 대비하고자 하는 것인데, 백성이 아니면 성곽
을 지킬 수 없고, 전곡이 아니면 병갑兵甲을 준비할 수 없다. 이미 성곽을 배치했으니 어
찌 백성이 모이지 않겠으며, 앞으로 백성이 모일 것인데 어찌 전곡에 관한 조치가 없을 수
있겠는가? 이런 이유로 우선 백성을 모으는 방법을 접어두고, 우선 전곡에 따라 조획措劃
하는 방책을 조목을 들어 진술한다.
예전에 청성淸城 김석주金錫胄(1634~1684)가 남한산성의 군향軍餉을 변통하는 것을
논의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본성을 지키는 2만의 병사는 각 사람마다 1일에 식량 1되[升] 5홉[合]씩 마련해야 하니,
한 달 지출은 6천 섬[石]이고 일 년 지출은 1만 2천 섬이다. 성이 있으면 어느 정도의 병사
가 없을 수 없고, 병사의 수가 있으면 군향이 없을 수 없다” .
여기에서 국가를 다스리는 깊고 장계한 계책을 볼 수 있다. 지금 이곳 화성의 군총과 각종
명액名額을 함께 계산해 보면 1만여 명이 될 것인데, 평소 입방入防134)하는 사이 이미 1일
에 2되의 식량을 지급하고 있고, 혹 변란이 일어난 때라도 결코 1되 5홉으로 줄여서 지급
할 수 없다. 만약 1일 2되로 기준을 삼으면, 1만의 군대가 1일에 소비하는 식량은 2천 말[
斗]이 되고, 섬으로 계산하면 1백33섬 5말이 된다. 한 달에 소비하는 식량은 6만 말이 되
고 섬으로 계산해보면 4천 섬이 되고, 열 달에 소비하는 식량은 4만 섬이 되니, 성을 완성
한 이후에는 마땅히 3~4만 섬의 쌀을 성에 보관해야 한다. 그리고 곡물을 관리하는 계책
의 잘잘못은 오직 염산斂散135)에 달려 있다. 곧 많이 흩으면 백성에게 괴로움이 되고, 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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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막야鏌鎁: 중국 오吳나라 대장장이 간장干將의 아내인데, 간장干將과 함께 천하 명검의 대명사로 불린다.
133) 순료醇醪: 물을 비롯해 다른 것을 전혀 첨가하지 않은 전내기 막걸리를 이른다.
134) 입방入防: 변진邊鎭에 들어가 방비하는 것인데, 그러한 군대를 입방군入防軍이라 한다.
135) 염산斂散: 전세田稅나 혹은 진휼곡賑恤穀 등을 거두고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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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으면 곡식에 해가 되므로 편의의 방법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
본부에 먼저 쌀 3만 섬을 마련한 뒤, 성 안에 3개의 창고를 만들어 갑甲・을乙・병丙 세
자로 창고의 명칭을 정한다. 이 창고를 동쪽・남쪽・북쪽 세 개의 문 안에 분치分置하고,
창고마다 각각 1만 섬씩 저장한다. 가령 갑년甲年에 갑창甲倉의 곡식을 다 나누면 그 해
에 필봉畢捧136)하여 굳게 봉한다. 을년乙年이 되면 을창乙倉에서 갑창의 예와 똑같이 행
하며, 분조分糶137)시에 절대로 다른 창고에서 분조를 하지 말아야 한다. 병년丙年이 되면
또 병창丙倉에서 갑・을 두 창고의 방식대로 행하고, 정년丁年이 되면 다시 갑창에서 분
조分糶・봉적捧糴138)을 시행한다. 이와 같이 제도를 시행하여 2번은 묵히고, 1번은 흩는
것을 주기적으로 반복한다면, 백성들은 많이 받는 것을 괴로워하지 않을 것이고 곡식도
오래 묵혀도 썩지 않을 것이다1.39)
또 본부의 민호를 계산해보면, 지금 호총戶摠은 1만 6천 호쯤인데 맹인・환자・무의탁자
나 잡탈雜頉을 제외하고 응식應食하는 실제 호는 1만 호에 해당된다. 호수戶數로 곡식을
따져보면 호마다 받는 것이 1섬이 되니, 비록 백성들이 피잡곡皮雜穀을 받고 호마다 1섬
의 쌀을 내더라도 결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3만 섬의 쌀은 군향에만 할당하고, 환자나
무의탁자 등은 피잡皮雜 등의 다른 곡식으로 혼급混給하며, 온 경내에 배순排巡140)하는
중이라도 결코 이 향곡을 지급할 수 없다. 이는 마땅히 분명하고 완성된 절목으로, 영구히
준행하는 방도로 삼아야 한다. 또 곡식을 두 번 묵히고 한 번 흩으면 2만석의 쌀이 항상 성
안에 보관되니, 또한 완급할 때 의지가 될 수 있다.
곡물이 상하고 썩는 것은 보관 방식에 문제가 있거나 창고가 정교하게 지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창고 정비가 완벽하고 보관하는 방법이 옳다면, 10년이 지나도 결코 상하거나
썩는 우려가 없을 것이다. 지금 부내府內의 토질을 살펴보면 부드럽고 습기가 많기 때문
에, 1년 사이라도 창고 밑 부분의 곡물은 쉽게 눅눅해지고 부패하게 된다. 어쩌다가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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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필봉畢捧: 세금·빚·외상값 등을 모두 거두어들이는 것을 말한다.
137) 분조分糶: 관곡을 방출하는 것이다.
138) 봉적捧糴: 환곡이나 관곡을 거두어들이는 것이다.
139) 【두주: 원군園軍·장용壯勇·입방立防 등의 여러 가지 호역戶役을 면제해 준다. 그 군향을 나누어줄 때에 이르러 절대로 누
구도 봐주지 말고 호마다 균등하게 분배한다.】
140) 배순排巡: 진곡 또는 환곡의 분급을 위한 횟수를 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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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 번갈아 묵힐 경우 곡물의 부패는 이루다 말할 수 없다.
마땅히 창고를 지을 때, 충분히 튼튼하게 지대址臺를 다져 1척尺가량 회삼물灰三物141)을
바르고 창고 바닥을 견고히 짓는다. 또 수척가량의 회삼물과 작은 돌을 섞어, 지대 위에
견고하게 사면의 벽을 짓는다. 또 그 위로 벽과 이어진 곳에서 지붕까지 정교하고 튼튼히
지어 흙과 돌 사이에 털끝만큼의 틈도 없게 한다. 이어서 회삼물로 사면의 벽 안팎을 발라
땅의 기운이 스며들거나 해충이 훼손하지 못하게 한다.
또 매년 장마 후 내외內外의 고감庫監이 색고色庫 등을 이끌고 창고의 전체적인 상태를
자세히 살펴, 만일 비가 샌 곳과 무너져 틈이 벌어진 곳이 있으면 바로 수선하며, 본부의
수향首鄕(좌수)이 맡아서 이를 다스리게 한다. 만일 창고에 비가 새고 손상된 곳이 있는
데 즉시 자세히 살펴 수선하지 않아 척간擲奸142)할 때 드러나게 되면, 형배刑配143)의 법으
로 다스리고 색고도 또한 같은 법을 시행한다.【각 도道의 영향營餉은 매번 편비偏裨를 내
감內監으로 정하는데, 이른바 외감外監이라 하는 것은 모두 토교土校144)인 까닭에 권한이
내감에 있게 된다. 지금 본부의 이 창고를 만약 친비親裨145)에게 주관主管하게 하면, 설령
비가 새는 것을 살피지 못한 과실이 있더라도, 누가 자신의 친비를 형배의 법으로 다스리
는 것을 좋아할 것이며 또 누가 적간摘奸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 반드시 수향을 써야 하
는 까닭이다.】
또 맡아서 관리하던 신新・구舊 관리를 교체할 때, 현장에 참여해 그 무너진 유무有無를
자세히 살펴 함께 문서로 남기고 성책成冊한 뒤, 서로 간에 이름을 쓰고 관인官印을 찍어
후임자에 인계한다.【수선할 때 들어가는 물력物力은 수성소修城所에서 마련한 공하公下
에서 지급한다. 만약 이 정식定式이 없으면, 혹 물력에 구애되어 즉시 수선하지 못하는 폐
단이 생길 것이다.】 이와 같이 제도를 만들면 상고의 안팎이 항상 견고하여 곡물도 부패
하고 상하는 우환이 절대 없을 것이다. 비록 피곡을 저장하는 고사庫舍일지라도, 이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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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회삼물灰三物: 석회石灰·잔모래·황토黃土의 세 가지를 한데 섞어 만든 것으로 밀도가 한층 높다.
142) 척간擲奸: 죄상이 있는지 없는지를 밝히기 위해 캐어 살피는 일이다.
143) 형배刑配의 법: 죄인에게 형장을 친 후, 귀양을 보내는 형벌이다.
144) 토교土校: 해당 지역 출신의 군교軍校이다.
145) 친비親裨: 친병을 거느리는 장수에게 속한 비장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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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일시에 사용한 후부터는 곡물이 상하거나 줄어들게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창고가 부족하여 피잡곡을 해마다 창고 마당에 노적露積하니, 그 부패하고 줄어드
는 피해는 고스란히 백성들에게 편중된다. 그러므로 백성들은 모두 매년 노적에 들어가
는 잡물雜物을 부담하여 갖추어 납부하기보다는, 차라리 한 번에 힘을 모아 창고를 짓
는 것이 더 좋다고 한다. 그러니 사창司倉을 짓는 일을 바로 당장의 급선무로 삼아야 한
다.【창제倉制에서 이미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창고 바닥에 회삼물을 바르고 돌로 만
들면, 해충이나 쥐가 들어와도 손상시킬 수 없고, 비록 돌이 갈라져 곡식이 흩어져도 창고
바닥을 쓸어 모으면 섬[石]을 채울 수 있으니, 저절로 곡식이 줄어드는 피해를 제거할 수
있다.】
읍마다 환곡이 폐단으로 변질되어, 양심을 속이고 거짓을 꾸미는 관습이 수만 개나 된다.
그 원인 중 두분斗分・석분石分은 비록 읍규邑規마다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두분에 있어
서는 농간을 부려 두斗를 줄이는 폐단이 있고, 석분에 있어서는 농간을 부려 석石을 줄이
는 폐단이 있다. 그 농간과 폐단은 원인에 맞춰 다 제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본부에서 전
해온 읍규는 바로 두분인 까닭에 두분을 통해서 농간이 발생한다. 대개 각 창례倉例에는
감색監色・고자庫子・감고監考 등의 명색이 있는데, 섬수[石數]가 부족하면 색리色吏가
담당하고, 말수[斗數]가 부족하면 고자庫子가 담당한다. 이것이 바로 본부의 법규인데,
이른바 감고라 하는 이들은 말이나 섬이 부족한 것을 막론하고 모두 관련된 바가 없다. 그
맡은 바 책임은 다만 분조分糶 때 두량斗量으로 백성에게 헤아려 나누어주고, 봉적捧糴
때 두斗・곡斛의 기준을 살펴 창고에 들이는 것뿐이다. 그러므로 고자와 한통속이 되어
이익을 나누려는 계략을 짜서 그 분조 때 손으로 두 속의 곡식을 깎아내어 남겨먹고자 하
고, 봉적하는 사이에는 고무래로 곡상斛上146)의 곡식을 후하게 더 거두어들여 나머지 이
익을 취하고자 한다.
이 관습도 실로 비통하고 기가 찰 노릇이지만, 터무니없이 가난한 백성들을 가장 절박하
게 만드는 폐단은 바로 월두越斗이다. 이른바 월두라 하는 것은 두량斗量을 헤아려 나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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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곡상斛上: 세미稅米를 받을 때, 미리 서해鼠害 등의 손실이 있을 것을 예상하여 한 섬에 몇 되씩 더 받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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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주는 사이에 환곡을 받는 간악한 백성 무리와 눈을 맞추고 서로 결탁하여, 두수斗數를
넘는 양을 보태어 주고 그들과 이익을 나누는 것이다. 그러므로 환민還民 가운데 다년간
창정倉庭을 출입하며 감고 무리들과 친숙한 자는 미리 약간의 전문錢文을 준비해 은밀한
곳에서 감고에게 몰래 주고, 월두를 취하여 가득 등에 지고 집에 돌아간다. 이는 수많은
환민이 창정을 돌아다니는 소란한 틈새인지라, 감색들이 두루 살필 수 없기 때문이다. 비
록 창정에 있는 고자라 하더라도 주변을 자세히 살필 방도가 없다. 다만 삼가 곡식이 줄어
들게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대부분 감고 무리들에게 의탁하기 때문에, 이 감고들은 이미
환민들과 몰래 결탁하여 두수를 넘는 양을 보태어 준다. 또 고자에게 대부분 의탁을 받기
때문에 각 호에 양급量給하는 사이 두斗 속에서 마음대로 곡식을 덜어내어, 보축補縮147)
을 남겨먹고자 도모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환민 중 감고 무리들과 농간을 부려 몰래 결탁
한 무리들은 환곡을 손아귀에 있는 물건으로 여겨 제멋대로 욕심을 채우니, 그 피해가 유
난히 가난하고 쇠잔한 반족班族에게 미친다.
하호下戶가 1말을 받는다고 치면 대부분은 7~8되를 받는데 불과하다. 이 7~8되의 곡식
이 가을 수납輸納에 이르면 비록 가볍게 받더라 하더라도, 그 색락色落148)과 여러 잡비를
함께 계산하면 거의 1말 하고도 2~3되에 이른다. 하물며 더 많이 받고자 한다면 장차 얼
마쯤에 이르겠는가? 이러한 농간과 폐단에 대해 만약 엄히 금지하는 특별한 법이 없다면
백성들은 삶을 영위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이를 바로잡는 계책으로 두곡斗斛의 제도를 개정하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 대개
환곡을 나누어주는 규범으로 대大・중中・소小・잔殘・독獨 5등급으로 분질分秩하는
규례가 이어져 왔다. 지금 만약 2말에서 10말에 이르기까지 각각 용입容入하는 곡자斛
子149)를 만든다면, 곡자 옆면에 두수를 새기고 매번 환곡을 나누는 시기에 이르러, 가령 대
호大戶에 10말을 지급한다면, 10두의 곡자로 일제히 그 대호 차례대로 먼저 나누어주고,
또 만약 중호中戶에 9말을 지급한다면 9두의 곡자로 일제히 그 중호 차례대로 먼저 나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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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보축補縮: 손실된 것을 보충하기 위한 쌀을 말한다.
148) 색락色落: 세곡稅穀이나 환곡還穀을 받을 때에 축나는 쌀을 충당하기 위하여 얼마쯤 더 거두는 것을 말한다.
149) 곡자斛子: 곡식을 되는 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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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준다. 소・잔・독호에 이르기까지 차례대로 5~7두의 곡자로 일제히 이 제도에 따라
차례를 살펴 두량을 헤아려 나누어 준다면, 두의 수를 몰래 더 추가하는 폐단은 굳이 금지
하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멈출 것이다.
또 두량으로 품등을 매겼기 때문에, 이렇게 두 안을 깎아내는 폐단이 극심하게 되었다. 가
령 1두에 받은 곡식이 8되가 된다면, 10두에 받은 곡식을 계산해 봐도 단지 8말 이하가 되
는데, 여기서는 겨우 7말 정도 될 뿐이다. 지금 만약 10두의 곡자로 헤아려 나눈다면 감고
의 무리들이 비록 제멋대로 농간을 부려 곡자 속의 곡식을 깎아내더라도, 그 깎아낸 곡식
이 1말을 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일호一戶에 10번을 배순한다 해도 1년에 얻는 것이
얼마나 되겠는가? 전국 각 읍의 환정還政 시에 일시에 이 예대로 시행하면 실로 전국이
모두 큰 은혜를 누릴 것이다. 두루 시행하기 어렵다면 우선 본부부터 시작하여 효과가 마
땅한지 살펴야 한다【.곡자의 제도 또한 바닥을 넓히고 입구를 줄여야 한다】.
용인龍仁・광주廣州 두 읍의 창고를 성 안에 설치한 것은 또한 병사와 식량을 충분히 하
고자 한 뜻에서 나온 것인데, 어찌하여 두 읍에서만 시행하는가? 무릇 성이 있는 곳에는
모두 인근 읍의 성향城餉150)을 둔다. 지금 과천果川・시흥始興과 경기우도京畿右道의 여
러 읍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한강 이북의 환미還米를 받는다. 그 거리를 계산해보면, 멀리
는 1백 리에 이르고 가까워도 5~6십 리에 이른다. 근래에 과천 백성들은 그 거리가 조금
가까운 곳으로 변경돼 평창平倉에서 식량을 받으나, 평창에서 과천에 이르기까지 각 경
계 끝에서의 거리는 또한 6~7십 리나 된다. 지금 만약 과천읍 이남으로 3~4면面과 시흥
읍 이남으로 두서너 면을 모두 본부에 향창餉倉을 설치해 환곡을 받게 하고, 안산安山・
남양南陽 또한 모두 이에 의지해 향창을 설치하고 그 5~60리 거리의 면・리를 계산해 환
곡을 받게 한다면 저들 모두 1일 안에 왕복할 수 있게 된다. 또 춘궁기에 한 번 배순排巡하
여도 오히려 농량農粮으로 삼을 수 있다. 이는 해읍該邑의 백성들에게 마땅히 손해되는
일이 없고, 본부의 병량에 있어서도 실로 그 이익이 적지 않다. 이미 각 읍에 창고를 설치
했으니 저절로 창주인倉主人 등의 제반 명목도 생길 것이고, 또 분조・봉적 시에 역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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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성향城餉: 성을 지키는 군사의 군량과 기타 여러 가지 쓰임에 대비하여 저축하는 양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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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로 본부 백성들의 생활이 윤택해질 것이니, 백성을 모으는 방법은 또한 그 가운데 있다
할 것이다.
본부本府 백성들의 생활 수단은 오직 농사를 지어 생기는 이익뿐인데, 돈을 융통할 길이
없어 매번 농사지은 곡식을 시장에 팔아 돈을 마련한다. 이런 이유로 봄 사이 1냥의 빚이
가을이면 몇 곱절이 되어, 비록 가장 적은 것이라 해도 세상에서 말하는 장리長利151)라는
것보다 적지가 않다. 마땅히 본부에 3만 냥의 전채錢債152)를 두고 2만 냥을 창고 2개에 분
속分屬시켜, 초봄에 산채散債하고 10월에 필봉함에 10분의 2로 이자를 삼아, 그 이자 중
반은 영문營門에 내려주어 공용公用으로 삼고, 나머지 반은 고속庫屬에 내려주어 요포料
布153)로 삼게 한다. 매 창고마다 각각 관감筦監・색리色吏・고자庫子 각 1인을 두고, 또
예졸隷卒 6명을 두어, 앞서 창고 1개에 부여된 1만 냥의 이조利條154) 가운데 1천 냥을 요
포로 분배한다. 그 수는 관감이 140냥, 색리・고자가 각각 200냥씩, 예졸 6명이 각각 60
냥, 내감【친비親裨】이 100냥씩인데, 영원토록 정식定式으로 삼아 마련해야 한다. 또 그
분급하는 규칙을 보면 부에 속한 50면面을 두 창고에 분배하여, 매 창고에 각각 25면을
분속시키고, 그 25면에서 각각 실호實戶 5천을 뽑아 매 호마다 각각 2냥을 분급한다.155)
10월에 이르러 본리本利156)를 합쳐 2냥 40문을 거두어들이고, 이조 40문을 제외한 원금 2
냥은 수효를 맞추어 본 후 창고에 입금하여 내년 봄 분채分債하는 자금으로 삼는다. 또 1
만 냥으로 남양・시흥・과천・진위振威・안성安城 5읍에 분배하여 초봄에 각각 2천 냥
씩 지급하게 하고, 월초에 이르러 2,240냥을 거두어 200냥을 영납營納하는 10분의 1의 이
조로 삼고, 40냥을 고속庫屬의 정채情債157)로 삼는다.
이를 제도로 삼아 해마다 필봉한 후에, 본부에서 취한 3만 냥의 이조인 3천 냥을 군수고軍
需庫에 넘겨주고, 매년 무미貿米158)를 하여 매 섬마다 4냥 50문으로 결정하면, 3천 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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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장리長利: 높은 이자를 말하는데, 원칙적으로 연 5할의 이자이다.
152) 전채錢債: 빚돈, 즉 금전의 채권債權이나 채무債務이다.
153) 요포料布: 급료給料로 주던 무명이나 베이다.
154) 이조利條: 이자조利子條 또는 이문利文이다.
155) 【두주: 각 면에 각 창고를 분속시킨 것은 여러 번 받는 폐단을 금하기 위해서이다. 원군園軍 이하 여러 명색名色 등의 군을 통
합하여, 절대로 봐주지 말고 호마다 균등히 분배하되 대호大戶·소호小戶의 수를 따른다.】
156) 본리本利: 원금과 이자를 말한다.
157) 정채情債: 시골의 아전이 서울의 선혜청이나 호조에 있는 서리에게 청탁할 때에 정례情禮로 주던 돈이다.
158) 무미貿米: 이익利益을 보고 팔려고 쌀을 많이 사들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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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미한 것은 666섬쯤이 된다.159) 이것을 가지고 본부에 방사放射하는 요과料窠7 0개를 설
치하여, 사과射窠는 40개 내에서 우등優等・지차之次 각 10인, 하차下次 20인으로 정하
고, 포과砲窠는 30개 내에서 우등・지차・하차 각 10인으로 등급을 나누어 정식으로 삼
는다. 그리고 부내에 사는 백성들로 별군관別軍官・친군위親軍衛・이교吏校・청직廳
直・나졸羅卒・관노官奴를 막론하고 모든 영부營府에 이름을 올린 자로160) 매월 시험을
치르게 하여 우등은 각각 쌀 10말, 지차는 각각 쌀 9말, 하차는 각각 쌀 8말을 지급하며, 방
사 가운데 수석인 자는 우등의 곱절을 더하여 준다. 이와 같이 마련하면 70요과에 한 달간
응하應下161)는 41섬 5말이며, 1년간 응하를 계산해보면 모두 496섬이 된다. 또 1년간 수
석으로 뽑힌 이에게 곱절을 더해 지급한 수를 계산해 보면 32섬이 된다. 그 1년간 응하의
총수를 계산해보면 528섬이 되는데, 앞서의 항목에서 본 666섬 가운데 이 수를 빼보면 남
는 것은 120섬이니, 무미貿米・감색監色・의자衣資・요포料布도 또한 이 중에서 마련할
수 있으며, 남는 것도 있다. 이 70의 요과를 마련했다면 부내府內에서 생활하는 자는 반드
시 방사의 재주를 부지런히 익힐 것이다. 또 전채를 염산斂散하는 사이나 무미를 수봉收
捧하는 때라도 고속庫屬을 의지하여 생리生利로 삼는 데 충분할 것이다. 또 방사에 포상
하는 요과를 두었으니, 반드시 소문을 듣고 흥기興起하는 효력이 있을 것인데, 백성을 모
으는 방법에 있어 이것이 그 요체라 할 수 있다.
성을 지은 후에는 식량을 저장하는 방법이 가장 급선무인 까닭에, 이런 이유로 앞에서 여
러 조목을 들어 논의했다. 다만 지금 용주사龍珠寺의 창곡倉穀은 본래 승도僧徒에게 방
료放料162)하는 자원으로 마련한 것이다. 그 원래의 숫자가 비록 적다고는 하나 만약 본
사本寺에 보관해 두기만 한다면, 실로 완급할 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본부의 성
동문 안에 점차 백성이 없는 공터가 생겨나니, 마땅히 이 지역에 승창僧倉 1개와 번승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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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두주: 쌀 1섬을 4냥 50문으로 무취貿取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반드시 너무 심하다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한 이후
에야 앞날의 폐단을 제거할 수 있다. 한해의 풍년·흉년은 점치기 어려우나, 앞날에 폐단이 될 근원은 미리 대비하는 것이 마
땅한 까닭에 매석每石을 5냥으로 정한다. 위 항목의 3천 냥으로 무미貿米하여 6백 섬을 얻는 것이 불가한 것은 아니다. 매번
두 창고의 이조를 만약 쌀 6되를 정식으로 삼아 수봉한다면 6백 섬이 될 수 있으며, 무미의 폐단도 자연히 제거할 수 있다.】
160) 【두주: 비록 부속府屬에 이름이 올라 있지 않더라도, 실제로 입적되어 본부 휘하 완호完戶에 살고 있다면, 아울러 명을 내려
시사試射를 볼 수 있게 해도 무방한 일이다.】
161) 응하應下: 관청에서 마땅히 지급해야 할 지출이다.
162) 방료放料: 나라에서 매달 요料를 나누어 주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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僧163)이 거주할 곳을 설치해야 한다. 계속해서 사향寺餉을 옮겨와 분조・봉적을 모두 이
곳에서 하게 하면 또한 성향城餉에 보탬이 될 것이다. 사승寺僧이 매달 수료受料하는 것
에서도 피차 어디에 설치하든 조금도 상관이 없다16.4)
읍邑을 옮긴 이후 백성을 모으고 정착시키는 방법과 관련하여 말하지 않은 것이 없으나,
토지가 척박하고 생리生理가 궁색하기 때문에 백성들을 기꺼이 달려오게 하여 영구적으
로 정착시키는 계책은 아직 마련하지 못하였다. 마땅히 본부 성에서 사방 5리 안에 소재한
사가私家의 전토田土를 관에서 값을 치르고 사들여【본토에 백성들이 살며 경작하는 땅은
논의하지 않는다. 다만 각처에 백성들이 사는 전토만을 사들인다.】 관둔官屯으로 삼고, 가
벼운 세금을 정하여 부내府內에 사는 백성들로 경식耕食하고 납세하게 한다. 세稅를 정하
여 지급한 후 논・밭을 막론하고 각자 벼・미나리[芹]・조・나물[菜]을 심고, 그 방편을
전적으로 맡겨 뜻에 따라 경작한다면 주변의 가난한 백성 중 전토가 없는 자들이 반드시
낙토樂土로 여겨 날마다 구름처럼 모여들 것이다. 혹시라도 관둔에 고세高稅를 강제로 정
하고 관인들이 사방으로 다니며, 백성들을 권면하고 재촉하며 자기 뜻대로 경작하지 못하
게 한다면 누가 흔쾌히 오겠는가? 오직 조획措劃의 편의에 달려 있을 뿐이다.
본부 백성들165)의 흥판興販하는 방법 중 가장 좋은 것은 염리鹽利와 미상米商이다. 그러
나 우마牛馬가 없는 가난한 백성은 우마를 스스로 마련하기 어려우니, 마땅히 흥판을 자
원하는 백성들을 모집해서 관전官錢으로 매 사람마다 25냥씩 지급하고, 편의에 따라 우
마를 구입하여 행상行商하게 한다면, 또한 본부 백성들이 생활을 꾸려가는 데 하나의 도
움이 될 수 있다.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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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번승番僧: 번을 갈아서 입직하는 승군僧軍이다.
164) 【두주: 만약 이곳에 사창寺倉을 둔다면, 핑계를 대는 자들은 반드시 승도들이 먼 지역에서 수료受料하는 것이 어렵고 불편한
일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강교江郊에 있는 경군京軍들은 모두 수십 리 떨어진 지역에서 받는데, 어찌 유독 어렵고 불편
하다 하는가!】
165) 【두주: 이는 바로 읍저邑底에 생활하는 민호民戶를 말한 것이다. 장시場市도 읍저의 남쪽과 북쪽 장을 말한다.】
166) 【두주: 본부 휘하에 이미 많은 우마가 있으니, 행상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완급을 조절할 때에 의지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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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하영의 천일록 -- 관수만록 중에서....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