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라는 말
━K에게
가령, 너와 나 사이의 연분도
연분홍 봄길 혹은 밀물 드는 가을 강가에서
기우뚱 저물거나
온 발목 무장 젖어 흘러간 세월 같다
그리워라 애니로리
머나먼 스와니강 출렁거려
노랫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금물결 은물결 반짝이다가 또 먹먹하다가
안팎의 경계엔 하 많은 뭇별들
두루 총총 오히려 적막하다 해도
옛날 거닐던 강가에 이슬 젖은 풀잎
아리 아라리로 엮는,
산다는 일의 곡절
그 가쁜 숨결
<시작 노트>
그제는 상가에 들러 조문하고, 어제는 창녕 남지에서 보내온 어리연을 돌확에 심고, 오늘 점심은 비빔국수를 먹었다. 내일은 해설 봉사를 하러 가고, 모레는 월말 마감을 걱정할 것이고, 글피에는 가산산성 어름에 사는 옛 친구와 모처럼 술자리를 가질 것이다.
사는 게 그렇다. 일상의 나날 중 하루 빼꼼하고 무심한 날이 있던가. 그나 나나 잠잠 이제는 그 누구라도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잘 살았으면 참 좋겠다.
첫댓글 이무열 시인님의 시 한 편 더 올립니다.
제비꽃 연가
치매 걸린 구순 어머니에게
괜한 일로 화 내고 핀잔 주고
팔공산 갓바위에
설렁설렁 문화관광해설사 근무 왔다
산길 초입에서 만난 제비꽃
보라색 입술 씰룩거리며 겁 질린 표정이다
그래,
니 잘났다
어쩌다 저런 후레아들이 낫으까
저그 아부지 반만 닮았어도……
제비꽃아 제비꽃아
때로 니도 정녕 니 속이 아일 때 있겄제?
우리 어무이 제발 가는 잠에 데불고 가 주이소
약사여래불께 빌어 볼까 말까
탕약처럼 삼키는 헛헛한 봄날
오금이 저리도록
이리도 무구한 눈부심
눈부처로 피어 천지사방 눈물겹구나
-『대구의 시』(2021)에서
"탕약처럼 삼키는 헛헛한 봄날
오금이 저리도록
이리도 무구한 눈부심
눈부처로 피어 천지사방 눈물겹구나"
* * *
절창은 삶의 눈물겨움에서 말미암는 듯!
노모의 건강과 앞날을 걱정하는 마음이 애절합니다.ㅜ
사이라는 것이, 부모와의 사이, 친척과의 사이, 친구와의 사이,연인과의 사이
그 밀도가 같을 수가 없겠지요. 이웃사촌이 먼 친척보다 낫다라는 말이 있으려구요
때로는 먼 사이가 더 가깝게 느껴지는 사이도 있고
어느순간 친밀도가 바뀔때도 있지요
가까운 사이도 시인의 말 처럼 기우뚱 저물거나
온 발목 무장 젖어 흘러간 세월 같을 때가 있지요
정말 공감이 갑니다
두루 총총 오히려 적막하다 해도
나만 저를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고 서운한 생각이 들때라도
옛날일을 생각하며 잘 있겠거니 하고 마음 먹을 뿐이지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쓸쓸하고 외롭고 혼자 뿐이라는 적막감을 느낄때가 많지요
그는 무엇하고 있기에 연락 한 번 주지 않지?
아들 ,딸 한테도
이사한 이웃에게도 친구에게도 섭섭한 생각이 들다가도
바쁘겠지? 아니 말 못할 사연이 있나? 갑자기 불안할 때도 있고.
방정맞은 생각을 하다가 그럴일은 없을거야. 라고
마음 먹다가도 내가 먼저 수화기를 들때도 많습니다 ㅎㅎ
이무열 선생님 말씀마따나 그저 어디서 무슨 일을 하거나
잘 살아주었으면 하고 기원할 뿐이지요
늘 건강하시고요, 문운이 창창 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