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역잡아함경_93. 울주라돌라사 바라문, 어찌하여 비구는 홀로 고요함을 즐기시는가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국(毘舍離國) 큰 숲 속에 계실 때였다.
여래께서는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서 성 안에 들어가 걸식한 뒤 잡수시기를 마치고는 가사와 발우를 거두셨다. 그리고는 발을 씻고 한 나무 밑에 앉아서 천주(天住)에 머무셨다.
그때 울주라돌라사(鬱湊羅突邏闍)라는 바라문이 막 해산한 젖소를 잃고서 여기저기 찾아다니다가 6일이 지났는데도 소가 있는 곳을 알지 못했다.
그리하여 차례차례 수색하다가 큰 숲 속까지 오게 되었는데, 그때 나무 밑에 앉아 계시는 여래의 얼굴이 특수하고, 모든 감관이 고요하고 마음과 뜻이 맑고 최상으로 조복하신 뜻을 얻으신 것이 마치 금으로 된 누각 같아서 그 거룩한 광채가 찬란한 것을 멀리서 보았다.
바라문은 그러한 광경을 보자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어찌하여 비구는 홀로 고요함을 즐기시오?
그와 같이 사색하면 무엇을 얻습니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나는 잘되고 못되는 온갖 일에
근심하는 생각이 전혀 없나니
그대는 나에 대하여 말하기를
그대와 다름 없다고 하지 말라.
바라문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곳은 참으로 청정하게 머무는 곳이니
실로 비구께서 말한 것과 같습니다.
내가 우리 집안의 일을 말하려 하니
바라건대 나의 말을 조금이라도 들어 주소서.
사문이여! 당신은 지금
숲 속에서 한가롭게 앉아 있으니
젖소를 잃고 6일 동안이나
근심하는 고통이 있지 않습니다.
반드시 알고 있나니, 이 사문이야말로
진정한 적멸의 즐거움을 누립니다.
당신은 또한 나락을 안 심으니
어찌 물을 댈 걱정을 하겠으며
또한 나락의 이삭이 나오는지
나오지 않는지를 걱정하리요.
이와 같은 온갖 고통을
당신은 지금 멀리 여의었습니다.
또한 호마(胡麻)도 심지 않아서
황폐해질까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당신에게는 이와 같이 김매는
고통도 또한 있지 않습니다.
반드시 알고 있나니, 저 사문은
참으로 적멸의 즐거움을 누립니다.
우리 집에는 풀로 자리를 까는데
자리를 깔고서 7개월이 지나게 되면
그 속에 온갖 독 벌레가 있어서
쏘며 무는 고통이 심한데
당신에겐 그러한 일이 없으니
사문이야말로 쾌락을 누립니다.
당신에게는 일곱 아들이 없으니
빗나갈 때 가르칠 일 없으며
꾸어 먹거나 남에게 빚을 지는
그와 같은 일이 당신에겐 없으니
사문이야말로 쾌락을 누립니다.
당신에겐 또 일곱 딸이 없어서
자식 하나를 낳는 딸이 있다거나
자식이 없는 딸이 있다거나
남편을 잃고 친정에 돌아오는
그와 같은 일이 없나니
사문의 즐거움이란 걸 반드시 압니다.
또한 온갖 빚 받을 이가
아침부터 문에 이르러서
빚진 것을 갚으라고 하는
그러한 일이 있지 않으니
사문이야말로 쾌락을 누립니다.
당신에겐 낡은 집도 없으며
집안의 온갖 빈 그릇 속에서는
새앙쥐가 그 속에서 놀다가
이리저리 부딪치며 소리를 내며
요란하게 나의 잠을 깨우면서
밤새도록 잠 못 자게 하는 일도 없습니다.
당신에겐 고약한 부인이 없어서
추한 몰골로 눈을 부라린 채
밤중에 강제로 일어나도록 하고
밤낮으로 항상 꾸짖어 말하되
혹은 살림이 빈한하다고 말하며
혹은 남의 빚이 있다고 말하는 등
사문에겐 이런 일이 있지 않으니
쾌락을 누린다는 걸 반드시 압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바라문이여! 알아야 하리.
그대의 말이 정말로 진실하구려.
도둑이 나의 소를 훔쳐 가서
6일이 경과한 일이 없으니
그러한 일은 있지도 않아서
참으로 쾌락이 되는 것이네.
나는 나락을 심은 밭이 없기에
물이 마른다는 근심 없으며
나락의 이삭이 나오거나
나오지 않는다는 걱정 없으니
나는 그와 같은 고통 없어서
항상 쾌락함을 알고 있다네.
나는 호마 밭이 없기에
풀이 나서 황폐해지는 일 없으니
나에겐 이런 일이 없어서
참으로 즐겁다고 말할 수 있네.
나에겐 풀로 까는 자리 없어서
7개월을 지낼 필요 없으니
또한 독 벌레들이 나와서
집안 식구들을 무는 일 없으니
나에겐 이러한 일이 없어서
참으로 쾌락하다고 할 수 있다네.
나는 일곱이나 되는 아들이 없어서
빗나가거나 가르치기 어려운 일 없으며
저마다 빚을 지고 있다거나
남에게 구박받는 일 없다네.
나는 일곱이나 되는 딸들이 없으니
해산하거나 해산을 하지 못하거나
남편을 잃고 친정에 돌아오는
그러한 고통이 없다네.
나에겐 또한 빚 받을 이가
아침부터 문을 두드리면서
빚진 물건 달라고 하는 일 없네.
또한 낡은 집도 있지 않고
집안의 온갖 빈 그릇 속에서는
새앙쥐들이 그 속에서 놀다가
이리저리 부딪치며 소리를 내어
요란하게 하여 나의 잠을 깨우면서
밤새도록 못 자게 하는 일 없네.
또한 고약한 부인도 없어서
추한 몰골로 눈을 부라린 채
밤중에 강제로 일어나도록 하고
밤낮으로 항상 꾸짖어 말하되
혹은 살림이 빈한하다고 하며
혹은 남의 빚이 있다고 말하는 등
도무지 이런 고통이 없으니
진실로 쾌락을 누리고 있네.
바라문이여! 마땅히 알아야 하리니
그대 애착과 미움을 끊지 않으면
이러한 고통을 면할 수 없으며
애욕을 끊고 모든 애착 여의면
그제서야 쾌락을 얻게 되리라.
세존께서 바라문을 위하여 갖가지로 법을 설하고 가르쳐 주시고, 이롭게 하시고, 기쁘게 하셨으니, 자세히 말하면 위에서와 같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온갖 결박을 끊고 후생의 몸을 받지 않게 하셨다.
그러자 존자(尊者) 울주라돌라사는 아라한이 되어 해탈의 즐거움을 얻고서는 뛸 듯이 기뻐하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대선(大仙)께서 말씀하신 법문을
지금 나는 매우 기뻐하고 좋아합니다.
그 법을 듣고 깨닫게 되어서
취하거나 버림이 전혀 없으니
세존을 헛되이 뵈온 것이 아니며
부처님 만나서 도의 열매를 얻었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