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식론 제8권
9.2. 도제와 괴로움의 초감
[문] 어떻게 도제가 실제로 괴로움을 초감할 수 있는가?
[답] 누가 실제로 초감한다고 말했는가?
[문] 그렇지 않다면 어째서인가?
[답] 무루의 선정과 원력이 유루의 업을 의지하여 얻는 과보를 상속하고, 오랜 세월 동안 전전하여 증성하게 함을 가정적으로 초감(招感)이라고 이름한다.252)
이와 같이 초감할 때에는 소지장이 연(緣)이 되어 돕는 세력에 의거하며, 홀로 능히 초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소지장은 해탈을 장애하지 않는다. 능히 업을 일으켜서 태어남을 촉진하는 작용이 없기 때문이다.
[문] 어째서 도와서 생사의 고통을 초감하는 작용을 하는가?
[답] 스스로 깨달음을 증득하고 남을 이롭고 안락하게 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결정적이지 않은 종성의 독각과 성문 및 자재함을 증득한 큰 원력의 보살은, 이미 영원히 번뇌장을 조복하고 단멸했기 때문에 다시 미래의 분단신(分段身)을 수용하지 않는다.
오랜 세월 동안 보살행을 닦는 것을 그만둘까 두려워하기 때문에, 무루의 뛰어난 선정과 원력의 힘으로써 수명을 연장하는 법처럼 현재신의 원인을 도와서 그것(업)을 오랜 세월 동안 과보와 함께하여 끊어지지 않게 한다.
누차 이와 같이 선정과 원력으로써 돕는 일을, 최상의 깨달음을 증득하는 데 이르기까지 한다.
[문] 그는 또한 어째서 소지장으로써 돕는 것을 필요로 하는가?
[답] 무상(無相)253)과 대비(大悲)를 원만히 증득하지 않은 때에는, 깨달음과 유정과 참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집착하지 않아서, 맹렬한 자비와 원력을 일으켜야 함에 의하지 않는다.또한 소지장은 큰 깨달음을 장애한다.
영원히 단멸시키기 위해서 몸을 두어 영원히 머물게 한다. 또한 소지장을 유루의 의지처로 삼는다. 만약 이 장애가 없다면, 그것254)도 반드시 있지 않다. 따라서 몸이 머무는 데 대해서 크게 돕는 힘이 있다.
만약 머무는 신체가 유루의 선정과 원력에 의지하는 것이면 분단신에 포함된다. 2승ㆍ범부의 소지장의 경계이기 때문이다.
무루의 선정과 원력에 의지하는 것이면 변역신에 포함된다. 그들255)의 경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에 의거해서 마땅히 알라. 변역생사는 성품이 유루이고 이숙과에 포함된다. 무루의 업에 대해서는 증상과이다.
어떤 성스러운 가르침 중에서 무루가 되어 3계를 벗어난다고 말한 것은,256) 무루가 돕는 원인에 따라서 말한 것이다.
(『삼십송』의 제19) 게송 중에서 말하는 ‘모든 업의 습기’는 곧 앞에서 말한 두 가지 업257)의 종자이다.
‘2취 습기’란 곧 앞에서 말한 두 가지 장애의 종자이다.모두 집착하기 때문이다.
제19게송에서 ‘함께함[俱]’ 등의 나머지 문장은 뜻이 앞에서 해석한 것과 같다.
변역생사는 분단생사가 이전과 이후의 이숙이 별도로 다하고 별도로 일어나는 것과 같은 일이 없지만, (선정과 원력이) 여러 번 도움으로써 이전과 이후의 것을 고치고 전환한다.258)
역시 이전의 것259)이 다하고 다른 것260)이 다시 생겨나는 뜻이 있다.
역시 현행에 의거해서도 나고 죽는 일이 상속하지만, 종자가 반드시 있으며, 게송에서 그것에 비중을 두어 말한 것이다.261)
혹은 참다운 이숙의 원인(업종자)과 결과(근본식)는 모두 근본식에서 떠나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내 보이기 위해서 현행을 말하지 않는다. 현행의 이숙의 원인은 곧 결과와 함께하는 것은 아니다. 전식(轉識)은 잠시 단절됨이 있으므로 이숙이 아니기 때문이다.262)
과거와 현재 및 미래세에서 생사에 윤회하는 것은 외부대상을 기다리지 않는다. 이미 내부의 식에 의거한다고 말하였다.
청정법이 상속하는 것도 역시 그러함을 알아야 한다. 아득한 옛적부터 근본식에 의탁해 있는 무루종자가, 전식 등이 반복적으로 훈습하고 일으킴에 의해서 점차 증성해진다.
나아가 구경에 이르러 성불할 즈음에는 본래의 잡염의 식의 종자를 전환하여 버리고, 비로소 일어나는 청정한 종자식을 전환하여 증득하며, 모든 공덕의 종자를 지닌다.
본원의 힘에 의거해서 미래세가 다하도록 여러 승묘한 작용을 일으키면서 상속하여 다함이 없다. 이상에 의거해서 마땅히 알아야 하니, 오직 내부의 식만이 존재한다.
252)
색계 제4선(第四禪)의 무루의 뛰어난 선정에 의해 유루업(有漏業)을 의지하고, 얻는 과보를 상속하고 새로 생겨나게 하고, 오랜 기간 동안에 단절되지 않고 전전(展轉)히 증성하게 한다. 실제로는 유루업이 초감하는 것으로서, 다만 무루의 돕는 세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가정적으로 초감이라고 이름하며, 무루업이 실제로 괴로움을 초감하는 것은 아님을 밝힌다.
253)
무상(無相)은 차별상이 없는 것, 즉 진여(眞如)를 말한다.
254)
유루법(有漏法)을 말한다.
255)
2승(乘)과 범부[異生]이다.
256)
『십지경론(十地經論)』 제12권(『고려대장경』 15, p.231下~232上:『대정장』 26, p.199中) 등.
257)
유루업(有漏業)과 무루업(無漏業)이다.
258)
의지하는 업력이 아직 다하지 않으므로 증성하게 하기 위해서, 이전의 악한 것을 고치고 전환하여 이후의 뛰어난 것을 생겨나게 한다.
259)
두드러지고 악한 것[麤惡]을 말한다.
260)
승묘한 것[勝抄]을 가리킨다.
261)
현행(現行)은 많이 단절되기 때문에 『삼십송』의 제19게송에서 말하지 않는다.
262)
6식 중에서도 역시 이숙과가 있는데, 어째서 게송에서 이전의 6식이 다하여 이후의 것이 생겨남 등으로 말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6식은 참다운 이숙[眞異熟]이 아니므로, 6식의 현행을 말하지 않는다. 게송에서는 이에 비중을 두어 제8식을 말하는데, 이것은 진정으로 생사가 상속되는 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