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인기 작가 강풀님의 원작 만화를 영화로 만든 <그대를 사랑합니다>입니다. 노인들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너무나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그려냈기에 같은 이름의 연극으로 공연되었고, 위 포스터와 같이 이순재, 윤소정, 송재호, 김수미라는 최고의 원로 배우들이 출연해 또 한번의 감동을 주는 영화로 탄생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나면 주인공 김만석(이순재 분)과 송이뿐(윤소정 분)의 찡한 사랑이야기 만큼이나 오랫동안 기억되는 장면이 있습니다. 또 많이도 관객을 울리는 장면이 바로 장군봉(송재호 분)와 치매에 걸린 그의 처 순이(김수미)의 사랑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주차 관리소에서 일하는 장군봉은 매일 출근하면서 대문을 잠급니다. 도둑이 들까봐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치매에 걸린 아내가 밖으로 나가서 길을 잃을까 걱정해서지요. 그런데 어느날 대문을 잠그는 걸 깜빡하죠. 그리곤 송이뿐 할머니에게 집에가 대문을 잠가달라고 부탁하는데 이미 집을 나간 뒤였죠. 장군봉은 온동네를 뛰어다니고, 길에서 만난 김만석의 도움으로 아내를 찾게 됩니다. 그 일로 김만석과 장군봉은 친구가 됩니다.
어느날 순이의 바지에 피가 묻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병원에 갔는데, 거기서 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게 됩니다. 장군봉은 아내가 죽을 때가 다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자식들을 모두 부릅니다. 결혼하면서 떠나버린 아들,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보살피며 근근히 살아가는 아버지에게 마저 돈을 빌릴 수 밖에 없었던 막내 딸, 그리고 그들의 손자, 손녀, 며느리가 모두 한 방에 모입니다. 장군봉은 "다 당신이 낳은 자식이다. 참 많이도 낳데이... 수고했다"고 말하며 자식들을 돌려 보냅니다. 아내를 혼자 떠나보낼 수 없었던 장군봉은 화롯불에 불을 붙이고 가스가 새어나갈 만한 창틈, 문틈을 청테이프로 붙여 자살을 선택합니다. 그리곤 친구 김만석에게 아침에 찾아와 청테이프를 뜯어달라는 편지를 남깁니다.자식들에게 자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게 하려는 부모의 마지막 배려였지요.
한국은 OECD 국가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안고 있습니다. 사망원인중 4번째가 자살이고, 2010년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31명이 자살했습니다. 이는 하루평균 42명 정도가 자살로 사망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35분에 한 명씩 자살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특히, 심각한 것은노인들의 자살률입니다. 노인 자살률은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7년 이후로 급증해 80세 이상 노인의 경우10만명당 123명의 자살률을 보여20대에 비해 4배 이상 높았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10대 자살률은 자살률이 낮은 호주나 미국에 비해 큰 차이가 없는 반면,고령자의 자살률은 다른나라에 비해 앞도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전문가들은노인자살의 4대 원인으로 건강악화, 경제적 곤란, 외로움, 상실감을 꼽습니다. 영화속의 군봉도 치매로 기억을 잃었지만 평생을 함께한 순이를 잃고는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상실감이 자살로 귀결된 것입니다.
"나는 사실 그동안 참 외로웠어. 세월이 흘러가면서 자식들은 다 내주변을 떠났고, 의지할 데라곤 오직 아내밖에 없었어... ... 내 아내는 겁이 많아서 그 먼 길을 혼자 가기 힘들다네. 내가 같이 가줘야지. 우리는 함께 갈거야" (장군봉의 편지중)
슬픈 현실은 노인자살률이 높지만, 사망자 절대수가 작다보니 사회의 관심이 낮다는 것입니다. 또한, 젊은이들의 자살은 '도와달라는 비명(cry for help)'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지만 노인 자살의 경우 은밀하고 치밀한 준비를 통해 실행하기 때문에 '침묵의 자살(silent suicide)'이라 불릴 정도로 노인자살은 예방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그럴수록 더 많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이분들은 우리의 미래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요즘 어떠세요", "식사는 하셨는지요"
내 이웃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께 이런 따뜻한 안부는 살아가는 힘이 됩니다.
또, 유산을 정리하는 듯한 행동을 하거나, 남은 돈을 자식에게 긁어모아 준다던가 자식들이 먹을 김치나 밥을 챙겨 놓고 좋은 물건이나 기념이 될만한 것들을 나눠주는 징후를 보인다면 상담이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잇는 자살예방센터, 노인복지관 등 관련기관에 알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사회적 약자인 노인에게 보내는 관심,
다함께 행복한 건강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합니다.
* 아래 영상 두 개를 링크했습니다.
첫번째는 루시드 폴의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OST 입니다. 노인 자살문제만 이야기하다 보니 이 영화를 우울한 영화라는 생각을 주지 않았을지 걱정되는군요. 하지만 OST 선율만큼 아름다운 영화라는 것을 느껴 보셨으면 합니다.
두 번째는 EBS '지식채널 e'에서 만든 노인자살에 관한 영상입니다. 지금까지 전해드린 글을 한편의 영상으로 정리해 주고 있네요. 배경음악으로 깔린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