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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멋 스크랩 金順慶의 별미 여행 ⑦ -鰍魚(추어)의 계절…全國의 名家 안내
두메 추천 0 조회 1 07.10.16 13:4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월간조선 기사 > 인기연재물 
2003년 10월호 
  金順慶의 별미 여행 ⑦ -鰍魚(추어)의 계절…全國의 名家 안내
 가을에 미꾸라지를 먹어 두면 겨울이 즐겁다
 
金 順 慶
1940년 출생. 동아일보 기자. 「월간 자동차 생활」·「카 마스터」·「오토」·「경정비」 편집이사 역임. 저서로는 「베스트 드라이브 코스 101선」, 「아름다운 그곳 언제 가면 딱 좋을까」, 「음식기행 사계절」, 「한국의 음식명가 1300집」, 「김순경의 별미집 2004」 등이 있다.
金順慶 여행, 음식전문가
<엄지손가락처럼 통통하고 뱃살에 노랗게 기름이 오른 가을철 미꾸라지>

寒露(한로)와 霜降(상강)을 앞두고 아침저녁으로 성글게 이는 바람이 한기를 느끼게 한다. 머지않은 곳에 추위가 오고 있음이다. 이처럼 가을이 성큼성큼 깊어 가고 있는 가운데 한번쯤 짚어 볼 진객이 있다. 다름 아닌 미꾸라지다.
 
  미꾸라지는 본래 잉어와 붕어, 가물치처럼 물고기 魚(어)자나 고유한 돌림자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변변치 않은 잡고기다. 하지만 찬바람이 일기 시작하면 형편이 바뀌어 가을 秋(추)자와 물고기 魚자를 한꺼번에 차지하고 계절의 주인공으로 떠오른다.
 
  이때만큼은 미꾸라지가 아닌 당당한 鰍魚(추어)다. 글자로 보면 확실하게 가을을 상징하는 물고기다. 가을 秋자는 물론 우두머리 酋(추)자까지 달고 ♥魚(추어)로 쓰는 경우도 있다. 어떤 추자를 써도 다 정답이다. 격상의 정도가 극치를 이룬 셈이다.
 
  그 이유가 또한 너무도 당연하다. 여름내 논과 저수지 바닥을 헤집으며 겨울잠을 위해 몸 안에 저장해 놓은 자양분들이 수치상으로 뱀장어와 비교해도 몇 배나 높고, 그 밖의 물고기들은 비교의 대상도 못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징적인 의미는 더욱 기상천외하다. 작지만 논바닥을 거침없이 뚫고 들어가는 괴력이 以類治類(이류치류)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즉 추어의 뛰어난 자양분뿐만 아니라 미꾸라지의 활력을 닮은 보양효과를 기대해 볼 만하다는 것이 예로부터 전해 오는 속 깊은 추앙의 이유다.
 
  아무튼 미꾸라지의 계절을 지나며 鰍魚湯(추어탕)이든 鰍湯(추탕)이든 미꾸라지를 좀 먹어 두는 것이 긴 겨울을 즐겁게 지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
 
 
 
  ▣ 鰍湯(추탕)과 鰍魚湯(추어탕)
 
 
 
  일반적으로 미꾸라지 요리는 국물이 있는 湯(탕)으로 즐겨 먹고 있다. 탕국물을 내는 방법과 조리과정이 탕 맛을 결정해, 그 맛이 노하우가 담긴 깊은 맛이 나야 제대로 된 추어탕 집의 반열에 들 수 있다. 이러한 집들은 그 명성이 당대는 물론 2~3代 가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꾸라지탕은 끓이는 방법에 따라 크게는 추탕과 추어탕 두 가지로 구별되고, 지역에 따라서도 강원과 충청, 호남과 영남 모두 고유한 특성과 유래를 지니고 있다.
 
  鰍湯(추탕)은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고 양념을 얼큰하게 해 육개장처럼 끓여 화끈한 맛이 있고, 鰍魚湯(추어탕)은 미꾸라지를 삶아 채에 갈아 된장이나 고추장으로 간을 해 더욱 순하고 은은하다.
 
  추탕은 서울과 경기도식으로 일컬어지고, 추어탕은 충청과 호남·영남지역에 폭 넓게 전해 오는 방식이다. 또 같은 추어탕이라도 지역마다 미꾸라지를 갈아 국물에 안치는 방법과 간을 하는 데 따라 전혀 다른 맛이 난다.
 
  그래서 어느 한 가지 추어탕만을 고집하기 보다는 내력이 오랜 老鋪(노포)들의 깊은 손 맛을 찾아 이런 맛 저런 맛을 고루 즐겨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울식과 충청도식, 호남식, 영남식이 모두 저마다의 고유한 맛을 지니고 있어 어느 한 가지만을 편식할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 미꾸라지의 정체-자연산 토종이 여전히 최고
 
  추어탕은 그 유래에서 보듯 주로 남성들을 위한 음식이었다. 하지만 그 효능이 구체적으로 밝혀지고 있고, 특히 남녀간 성차별이 무너지고 있는 요즘은 추어탕집을 찾는 젊은 여성들의 수가 적지 않다.
 
  토종 미꾸라지의 텃밭인 논이 과다한 농약 살포로 서식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고 수요는 늘어나고 있어, 중국산 냉동 미꾸라지와 양식용 치어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그래서 오랜 단골집이라도 혹시나 하는 긴장감을 감출 수 없다.
 
  그러나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업소들의 대부분은 아직 자연산 토종 미꾸라지를 사용하고 있거나 양식환경을 꼼꼼히 따져 믿고 찾을 만하다. 다만 논이 아닌 저수지와 하천에서 나는 것이어서 가시가 다소 억세고 씨알이 굵은 것이 특징이다.
 
  미꾸라지가 나는 저수지와 하천은 대개 휴전선 근처나 섬, 청정한 산간지역에 속한다. 내력이 오랜 곳마다 미꾸라지를 대주며 부자가 됐다는 전문 채집꾼들을 거느리고 있다.
 
  설혹 불가피하게 따라 나서 처음 찾는 곳이라도, 미꾸라지가 담겨 있는 물이 손을 담가 보고 싶을 정도로 깨끗하고 미꾸라지들의 활동이 활발하면 크게 염려할 것이 없다. 하지만 물이 탁하고 냄새가 날 정도라면 사양하는 편이 좋다.
 
  자연산과 양식은 맛과 효능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여 준다. 겨울잠을 위해 가을철 기름이 잔뜩 오른 미꾸라지는 병에 넣고 물만 갈아 주어도 1~2년을 지탱하는 놀라운 생명력을 보여 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 전국에 이름난 老鋪(노포)들
 
  1) 형제추탕-얼큰하고 시원한 서울식 추탕의 원조
 
  1926년 서울 신설동에서 「형제주점」으로 문을 열어 2代 77년을 이어 온다. 술안주로 내던 잡탕과 미꾸라지탕이 하나로 어우러진 맛이 소문나 1930년대 초 유명 추탕집으로 이름을 바꾼 것이 계기가 되어 훗날 「형제추탕」이 됐다. 1988년 잠시 문을 닫고 하월곡동 지금의 자리에 새 건물을 짓고 옮겨 앉았다.
 
  메뉴는 예나 지금이나 추탕을 주축으로 하고 고객들의 요청으로 추어탕을 한 가지 더 곁들여 내지만 서울식 추탕집으로는 원조집이다.
 
  주인 김영식(53세)씨는 형제추탕 5형제의 막내인 김윤희(85세)씨의 차남이다. 1991년 부친으로부터 국솥을 물려받은 김씨는 형제추탕의 추탕 맛은 남의 손으로는 절대로 제 맛을 낼 수 없다는 신념으로 직접 탕을 끓인다.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고 육개장처럼 얼큰하게 끓이는데, 들어가는 야채와 양념이 무려 23가지, 통틀어 36시간의 조리과정을 거쳐야 제대로 된 추탕이 탄생된다고 한다.
 
  사골과 양지 삶은 육수에 야채와 표고버섯, 양파와 대파, 박속, 숙주나물, 두부와 유부, 양지살 삶은 것과 달걀 그리고 고춧가루와 마늘 등을 차례로 넣으며 펄펄 끓는 솥에 산 미꾸라지를 통째로 부어 넣는다.
 
  순간순간 맛을 확인하며 1시간을 계속 저으며 미꾸라지가 알맞게 익었을 때, 불을 줄이고 뜸을 들여 가며 뚝배기에 담아 손님상에 낸다.
 
  그래야만 신선하고 화끈한 맛이 나고, 시원한 뒷맛이 안주는 물론 보양식으로도 나무랄 데 없다. 추탕 8500원, 추어탕 8000원, 미꾸라지 고추볶음 2만원.
 
  주소: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성가병원 옆)/전화: 02-919-4455
 
 
  2) 구마산-정갈하고 깔끔한 경상도식 양반집 추어탕의 진미
 
  1970년대 초 문을 열어 30년 내력을 지녔다. 근처에 국회와 전경련,증권사와 방송사들이 운집해 있는 만큼,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정·재계 인사들과 언론인,인기 연예인들이 주고객을 이룬다.
 
  자연산을 위주로 공급받아 2~3일간 맑은 물에 씻어 낸 미꾸라지를 굵은 소금을 뿌려 가며 말끔히 씻어 낸 뒤, 미꾸라지를 삶기 전에 참기름으로 한 차례 덖는 것이 노하우다. 참기름에 볶아 낸 고소한 미꾸라지 맛이 탕맛을 끝까지 이끌어 준다.
 
  삶은 미꾸라지는 채에 걸러 걸쭉한 국물을 내려 놓고, 숙주나물과 얼갈이배추를 삶아 우린 것을 넣고 소금간을 해 은은하게 푹 끓인다. 배추 우거지와 숙주나물이 완전히 무르도록 끓이고 나면 마늘과 파, 고춧가루 등으로 맛을 돋운다.
 
  탕의 빛깔과 국물 맛을 수시로 확인하며 불의 세기와 끓이는 시간을 어떻게 조절하는지에 따라 탕맛이 결정된다.
 
  맵거나 짜지 않고 뜨겁지 않다. 순하고 부드러우면서 고상하게 감치는 맛이 「아, 이 맛이구나」 하는 감격을 안겨 준다. 『맹물도 끓이기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주인 신복순(72세) 할머니의 손맛이 밴 마산식 추어탕이다.
 
  풋고추와 갖은 양념, 산초가루를 따로 곁들이고, 부추와 물김치, 갈치속젓, 나물을 빠뜨리지 않고 따라 낸다.
 
  추어탕과 함께 1인분(2대) 1만8000원인 갈비구이를 내는데, 옛날 마산의 부자들이 즐기던 방법이라고 한다. 고소한 갈비 맛과 담백하고 은은한 추어탕 국물이 입 안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맛이 환상에 가깝다. 추어탕 7000원, 주차 가능.
 
  주소: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43(미원빌딩)/전화: 02-782-3269
 
 
  3) 추부골목추어탕-천렵국의 향수 담긴 서민적이고 질박한 맛
 
  충남 금산군 추부면은 작은 마을이지만 크고 작은 추어탕집이 열 곳이나 줄지어 있어 대전과 충남 지역은 물론, 서울과 부산에서까지 고객들이 이어진다.
 
  「골목추어탕」집은 추부 추어탕촌의 원조집이다. 골목 안에 깊숙이 들어앉아 「골목집」으로 불리던 것이 상호가 됐다.
 
  충청도는 내륙에 속해 있지만, 맑은 하천들을 곳곳에 지니고 있어 예로부터 천렵국의 내력이 깊다. 서민적이고 질박한 맛이 특징을 이루는 충청도식 추어탕은 바로 여름철 물가에서 즐기던 천렵국이 바탕을 이룬다.
 
  주인 최경수(56세)씨 부부는 토박이 추부 사람들이다. 마을에 전해 오는 추어탕 맛을 그대로 재현해 내고 있을 뿐이라는 이곳 추어탕은 고추장과 된장을 풀어 얼큰하게 끓이는 전형적인 충청도식 추어탕이다.
 
  미꾸라지를 산 채로 삶아 채에 걸러 안치고 육수를 따로 사용하지 않아 비린 냄새를 제거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추장과 된장을 풀고 고춧가루로 마무리한다. 또 배추 우거지와 깻잎, 부추, 애호박, 대파 등을 넉넉히 넣고 수제비까지 떼어 넣는다. 이렇게 끓여 낸 추어탕은 고춧물이 붉게 우러난 모습이 영락없는 천렵국이다.
 
  입이 얼얼할 정도로 맵지만 뒷맛이 시원하고, 다소 질박하고 토속적인 맛은 예나 지금이나 서민들로부터 절대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풋고추와 양파, 마늘이 곁들여지고, 김치와 함께 곰삭은 장아찌도 탕맛을 제압하고 남을 정도로 강한 맛이 난다. 안주 겸 별미로 내는 미꾸라지조림도 탕 못지않게 푸짐하고 토속적인 맛이 물씬 풍겨 난다. 추어탕 6000원, 미꾸라지조림(1냄비) 2만원.
 
  주소: 충남 금산군 추부면 마전리 579/전화: 041-752-5318
 
 
  4) 금평식당-충청도식 추어탕의 진수를 그려 낸 손맛의 비경
 
  대전시內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폭넓게 찾는 단골집이다. 천렵국을 닮은 충청도식 추어탕에 정성 어린 손맛과 오랜 노하우로 한 차원 높인 탕맛은 얼큰하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은은하게 감치는 깊은 맛이 난다.
 
  서대전IC에서 대전시내로 들어가는 가수원사거리에서 장태산 쪽으로 우회전해 8km 거리에 사방이 논으로 둘러 있는 전원주택이 쾌적하고 운치 있다.
 
  미꾸라지는 제철에는 자연산을 사용하지만, 겨울로 접어들면 어쩔 수 없이 양식 미꾸라지를 사용한다. 하지만 양식이라도 흐르는 물에 1주일 이상 씻어 내며 미꾸라지가 가장 좋아하는 늙은호박을 먹여 힘과 자양분을 높여 주면 자연산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주인 차영예(59세)씨의 지론이다.
 
  쌀과 야채, 양념거리 등 모든 농산물은 직접 농사지은 것을 사용하고 주방일도 가족들이 나서 돕고 있어 처음 문을 열 때 정한 가격을 13년간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는 소탈한 마음씨를 지녔다.
 
  미꾸라지를 삶기 직전에 들기름으로 한 차례 볶는다. 그래야만 냄새는 물론 삶을 때 뽀얀 국물이 우러나고 더 깊은 탕맛이 난다고 한다. 삶은 미꾸라지를 소쿠리에 두 번 걸러 가시를 완전히 추려 낸 뒤 솥에 안치고 토란 줄기와 배추 우거지, 무 시래기 삶아 우린 것, 고사리와 호박잎 등을 넣고 은은하게 한 차례 더 끓이다가 된장과 해묵은 고추장으로 양념을 한다.
 
  무 시래기와 토란 줄기는 삶아 우린 뒤 껍질을 말끔히 벗겨 내 한결 부드러우면서 구수한 맛이 나고, 다소 까슬까슬하면서도 은은한 뒷맛이 나는 호박잎의 질감이 여운을 안겨 준다. 일손이 넉넉한 탓이라지만 손이 많이 간 탕맛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얼큰하지만 맵지 않고 부드럽게 감치는 질감이 먹을수록 깊은 맛에 빠져들게 한다. 추어탕 5000원.
 
  주소: 대전광역시 서구 흑석동/전화: 042-583-6866
 
 
  5) 무등산추어탕-전라도식 추어탕의 진미를 실감케 하는 순하고 깊은 맛
 
  1970년에 창업해 33년을 맞고 있는 광주의 손꼽는 추어탕집이다. 창업주 김태수(82세)씨는 2001년 차남인 용상(60세)씨에게 대를 물리고 은퇴했다. 37세 되던 해부터 이미 23년을 부친과 함께해 온 솜씨라 음식 맛과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 없다.
 
  추어탕 한 가지로 한 그릇에 450원부터 시작해 1990년에 5000원으로 올린 것을 10년 넘게 그대로 지켜오고 있다. 내력이 보여 주듯 음식 내용이 전혀 흐트러짐 없이 가업을 잇는다는 자부심이 담겨 있다.
 
  미꾸라지는 1990년대 초부터 고창의 전문 양식업자와 계약해 10년 넘게 자연산과 구별 없이 한 가지만을 사용하는데, 탕에 적합한 규격을 정해 놓은 씨알이 굵은 맞춤형 미꾸라지나 다름 없어 탕맛을 내는 데 손색없다고 한다. 특히 9~10월은 지방에서 자연산 미꾸라지들이 올라와 섞어 쓰기 때문에 1년 중 맛이 가장 뛰어나다고 한다.
 
  며칠이 걸리든 물이 투명해지도록 씻어 낸 연후에 건져 내 푹 삶아 한 마리씩 손으로 발라 살만 따로 냉장해 놓고 탕을 끓일 때 양념과 함께 풀어 넣는 색다른 방법을 고집해 오고 있다.
 
  미꾸라지 삶은 국물에 푸른 배추 시래기를 넣고 된장과 갖은 양념을 풀어 간을 해 순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추어탕에 알맞은 얼갈이 배추를 직접 농사지어 사용하고, 맑은 물에 하루쯤 담가 배춧물을 완전히 우려 낸다. 탕맛의 기본인 국물도 미꾸라지 한 가지만으로는 감치는 맛이 적어, 한우 사골과 엉치뼈 한 벌을 따로 삶아 알맞게 섞는다고 하는데, 섞는 비율과 불 조절로 전혀 쇠뼈가 들어간 느낌 없이 담백하게 감치도록 하는 것이 노하우라고 한다.
 
  고객의 대부분이 개업 때부터 꾸준히 찾아오지만 전혀 물리는 기색이 없고 한결같이 건강한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주소: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4가 75/전화:062-228-2406
 
 
  6) 남원새집-전라도 추어탕을 대변해 주는 「남원추어탕」의 원조집
 
  43년 내력을 자랑하는 「남원추어탕」의 실질적인 원조집이다. 창업주인 서삼례(82세) 할머니는 은퇴해 자신이 설립한 삼덕복지원의 무의탁 노인들과 여생을 같이하고 있다.
 
  가업은 20代 초반부터 할머니와 함께해 온 친정 조카 서정심(43세)씨가 대를 이어받아 2代로 이어진다.
 
  미꾸라지는 100% 자연산만을 고집한다. 아직은 운봉과 대강, 산내면 등 군내 청정지역의 방죽과 수로에서 자연산 미꾸라지가 쓸 만큼은 조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원은 미꾸라지의 품질도 뛰어나 예로부터 남원추어탕을 알아 주었다고 한다.
 
  다른 육수를 가미하지 않은 순수한 미꾸라지 삶은 제 국물에 쌀가루와 들깨를 알맞게 갈아 넣고 연한 열무 시래기와 고구마 줄기, 토란 줄기, 고사리 등을 다양하게 섞어 넣는다. 섬유질이 충분히 풀어져 흐물흐물할 때 된장을 풀어 간을 하고 갈아 놓았던 미꾸라지를 풀고 고춧가루를 약간 얹는다.
 
  비린내가 전혀 없이 담백하고 기름지지 않으면서 깊고 은은하게 감치는 맛이 난다.
 
  그래서 방아잎과 산초가루도 고객들의 취향에 따라 넣도록 따로 내놓는다.
 
  따라 내는 찬이 10여 가지에 이르는 것도 특징이다. 계절에 따라 열무김치와 갓김치, 겉절이, 파김치, 깍두기 등이 고루 오르고 감자볶음, 콩나물, 토란 줄기, 숙주나물, 미나리회, 고사리나물, 도토리묵 등 밑반찬들을 다양하게 갖춰 내 탕맛을 거든다. 별미인 미꾸라지숙회도 진품이다. 알맞은 크기의 미꾸라지를 따로 골라 참기름에 볶아 한소끔 삶아낸 뒤, 파와 마늘, 고춧가루, 생강 등으로 양념해 다시 볶다가 달걀을 풀어 얹고 미나리와 버섯 등으로 장식해 내는데, 안주 겸 별미로 인기 있다. 가을에 10여 개 저장탱크에 미꾸라지를 저장해 봄까지 모자람 없이 자연산으로 낸다고 한다. 추어탕 7000원, 미꾸라지튀김 2만원, 미꾸라지숙회 2만5000~4만5000원.
 
  주소: 남원시 천거동 160/전화: 063-625-2443
 
 
  7) 상주식당-임금님 수라에 올려도 손색없는 경상도 추어탕의 정수
 
  1950년대 초 경북 상주가 고향인 천대겸(작고) 할머니가 문을 열었다. 맏딸인 차상남(62세)씨가 대물림해 2代 50년을 이어오는 이름난 추어탕집이다.
 
  대구와 영남지방은 물론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추어탕 마니아들과 미식가들이 「대구 상주식당」 하면 모르는 이가 없다.
 
  100% 자연산 미꾸라지만을 사용해 경상도식으로 끓여 내는 추어탕은 평생을 추어탕 한 가지에 일념해 온 주인의 올곧은 정성으로 임금님 수라에 올려도 모자람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순수한 미꾸라지 삶은 국물에 12시간 우려 낸 배추 우거지와 푹 삶아 기름을 완전히 뺀 곱창을 몇 토막 넣고 끓인 국물이 맑은 추어탕은 조선간장으로 간을 하고, 갖은 양념을 얹어 내는데, 담백하고 깔끔하게 감치는 맛이 상주식당 고유의 맛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따라 내는 반찬도 우거지를 걷어 낸 배추속으로 담근 백김치와 함께 젓갈이 한 가지 오르고, 산초가루는 취향에 따라 넣도록 따로 곁들여 준다.
 
  물이 철철 흘러 넘치는 큼직한 물통에 탐스럽게 살이 오른 미꾸라지들이 손으로 건져올려도 비린내가 전혀 없을 정도로 깨끗하고, 이 같은 미꾸라지가 아니면 탕감으로 사용하지 않아 미꾸라지철이 아닌 12월부터 3월까지 3개월은 아예 문을 닫고 쉰다. 가격도 10년 전에 정한 한 그릇 5000원을 그대로 지키며 밥값을 따로 1000원 받는다.
 
  주소: 대구시 중구 중앙동 2가 54(대구백화점 뒤)/전화: 053-425-5924
 
 
  8) 구포집-생선뼈국과 어우러진 추어탕의 개운하고 깊은 맛
 
  부산시 중구 부평동에서 43년 내력을 쌓고 있다. 부산·영남지역에서 추어탕집으로 첫손 꼽는 명소다. 음식맛의 주인공은 34세 때 시작해 올해 77세를 맞고 있는 申可梅(신가매) 할머니가 지금도 밑반찬과 양념을 하나하나 돌보고 있다.
 
  영남 남해안 사람들은 본래 얼큰하고 시원한 탕맛을 선호하는 체질이지만 추어탕만큼은 의외라 싶을 정도로 담백하고 은은한 맛을 추구한다. 또 탕과 함께 갈비나 생선회 등 일품 안주감으로 반주를 곁들이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추어탕은 예로부터 부자나 미식가들 몫이었고, 웬만큼 맛을 내지 않고서는 오래 버티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이 같은 정서를 40년 넘게 이끌어온 곳이 구포집이다. 그 이유는 구포집만의 독특한 추어탕 맛이 설명을 대신해 준다.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평생 단골이 된다는 부드럽고 은은한 깊은 맛이 맵거나 짜지 않고 뜨겁지 않아 누구에게나 먹기 편하고 낯설지 않다.
 
  추어탕과 함께 복국과 광어회도 내는데, 싱싱한 광어회를 안주 겸 별미로 해 좀더 격식 있게 즐길 수 있다.
 
  더욱이 회를 뜨고 남은 가시와 머리는 고스란히 추어탕 끓이는 육수로 사용되고 있다. 은은한 불에 가시를 푹 고아 낸 고소한 국물에 미꾸라지를 삶아 채에 거른 것을 알맞게 섞어 솥에 안치고, 경상도식 특유의 고사리와 토란 줄기, 배추 시래기 삶아 우린 것을 넣고 간을 해 은은하게 뜸을 들여 가며 낸다.
 
  첫 입부터 담백하게 감치고 수저를 놓기 아쉬울 정도로 흐믓한 느낌을 안겨 준다. 반주를 한 잔 즐기는 여유가 있고, 신선한 횟감과 담백한 추어탕이 어우러지는 경지는 자갈치시장을 가깝게 두고 있는 부산에서나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추어탕 7000원, 광어회(1접시) 3만5000원.
 
  주소: 부산시 중구 부평동 3가 36/전화: 051-244-2146
 
 
  9) 원주복추어탕-소박하고 진솔한 강원도 인심을 닮은 진국 추어탕
 
  강원도 추어탕은 충청지역과 마찬가지로 그 맥락이 천렵국 형태를 지녔다. 작은 무쇠솥에 미꾸라지를 갈아 안치고 얼큰하게 즉석에서 끓여 먹는 시원한 탕맛과 분위기가 색다르다. 이 같은 방법은 강원도 지방은 물론, 서울과 他 지방까지 파급되어 「원주 추어탕」이란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다.
 
  「원주복추어탕」이 바로 강원도식 가마솥 추어탕의 명소로 손꼽히는 원조집이다. 창업주 심경도(70세)씨는 30代 초반에 탕집을 열고, 40년 가깝게 신림면과 영월·제천·충주 지방의 맑은 하천들을 돌며 미꾸라지를 직접 잡아 왔다.
 
  지금도 자신이 즐겨 찾던 개울은 물빛만 보아도 미꾸라지가 어느 정도 들어 있는지 읽어 낼 수 있다고 할 만큼 미꾸라지 채집의 달인이다.
 
  지금은 아들 심인석(43세)씨가 노하우를 물려받아 2대째 가업으로 이어진다.
 
  탕을 끓이는 일로 반 평생을 이어온 부인 이순복(63세)씨는 첫째로 하천에서 잡은 기름진 미꾸라지는 맑은 물이 우러나도록 잘 씻는 일이고, 다음은 해묵은 고추장을 풀어 냄새를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100여 개에 달하는 고추장독에 고추장을 넉넉히 담가 6~7년씩 묵히며 사용하는데, 묵은 고추장이라야 듬뿍 풀어 넣어도 맵거나 속이 쓰리지 않고 깊은 맛이 난다는 것이다.
 
  고추장을 풀고 마늘과 고춧가루 이외에 아무것도 넣지 않는다, 하지만 「음식 맛이 장맛」이란 옛말처럼 나무랄 데 없는 독특한 맛이 기막히다.
 
  얼큰하고 개운하면서 시원한 뒷맛이 옛날 개천가에 솥을 걸어 놓고 고추장을 풀고 수제비를 뜯어 넣어 얼얼하게 끓여 먹던 미꾸라지 매운탕의 향수가 느껴진다는 것이 중년이 넘은 고객들의 이야기다. 추어탕 1인분 7000원, 튀김 1접시 1만원, 숙회 1접시 2만원.
 
  주소: 강원도 원주시 개운동 406(원주고등학교 앞)/전화: 033-763-7987
 
 
 
  ▣ 일품 미꾸라지 요리
 
  1) 미꾸라지 고추볶음
 
  「형제추탕」이 자랑하는 별미요리다. 가시가 연한 미꾸라지들을 골라 소금을 뿌려 버끔을 말끔히 씻어 낸 뒤, 淸酒(청주)에 잠시 담갔다가 면포에 싸서 물기를 말끔히 닦아 낸다.
 
  보들보들할 정도로 이완된 미꾸라지에 튀김옷을 입혀 뜨거운 불로 기름에 튀겨 낸다.
 
  튀긴 미꾸라지를 다시 냄비에 안치고 붉은 고추와 마늘, 파, 양파, 버섯 등을 넣고 한 차례 볶다가 전분을 풀어 3~4번 뒤집어 마무리한다. 마치 「라조미꾸라지」라고 불러야 좋을 정도로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퓨전요리에 가깝다. 뒷마무리는 추탕보다 추어탕이 더 어울린다. 미꾸라지 고추볶음 1접시 2만8000원.
 
 
  2) 미꾸라지튀김
 
  남도식 추어탕집의 빼놓을 수 없는 별미요리다. 산 미꾸라지를 튀김가루에 넣어 자연스럼게 튀김옷을 입혀 바삭하게 튀겨 낸다. 튀겨 내는 주인의 솜씨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다.
 
  「남원새집」의 경우, 튀김가루를 입힌 미꾸라지를 깻잎에 싸서 한 차례 튀겨 낸다. 그러고 나서 튀김옷을 다시 한 번 더 입혀 마지막 튀김을 해내는데, 푸른 깻잎이 비쳐 나와 한결 신선하고, 먹을 때도 향긋한 깻잎 향기가 입 안 가득 퍼져 미꾸라지튀김이란 생각을 잊게 한다. 어린이들은 물론 여성 고객들이 무척 좋아한다.
 
  미꾸라지튀김 1접시 2만~2만5000원.
 
 
  3) 미꾸라지조림
 
  「추부골목추어탕」집의 별미다. 큼직한 탕냄비에 미나리와 부추, 토란대, 양파, 마늘, 붉은 고추 등을 듬뿍 깔고 산 미꾸라지를 함께 넣고 고추장과 된장을 풀어 주방에서 한바탕 끓여 내온다.
 
  가스불에 올려 놓고 국물이 자박자박 줄어들 정도로 계속 끓이면서 떠먹는데, 얼큰하게 간이 충분히 밴 미꾸라지를 미나리와 부추에 싸서 먹는 독특한 맛이 술맛은 물론 밥맛도 한껏 돋우고 남는다. 다 건져 먹고 난 국물에 들깨가루를 넣고 밥을 비벼 주는데 질박하면서도 푸짐한 분위기가 충청도식 추어탕의 진수를 더욱 깊이 실감하게 해준다. 미꾸라지조림 1냄비 2만원.
 
 
 
  ▣ 家業 잇는 자존심
 
  1) 형제추탕 金泳植(김영식·53세)씨
 
  「형제추탕」집 5형제의 막내인 김윤희(85세)씨의 3남인 김영식씨는 1972년 고려大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마친 뒤 부동산회사 지사장을 맡아 미국생활을 하다가 부친이 불러들여 가업을 물려받게 됐다.
 
  누군가가 맡아야 할 가업이 자신에게 맡겨진 것을 숙명처럼 따르기로 결심하고, 스스로 국솥을 맡아 형제추탕 고유의 탕맛을 잇고 있다. 하루 두 차례, 한 번 끓이는 데 꼬박 1시간이 넘는 고된 작업을 뜨거운 솥 곁에서 직접 간을 보아 가며 추탕을 끓여 낸다.
 
  이미 10년을 넘어서고 있지만, 힘들거나 후회스럽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40~50년씩 찾아 주는 연로한 고객들이 후손들의 부축을 받아 가며 찾아올 때는 한없는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는 것.
 
  부인 朴惠任(박혜임·53세)씨는 추어탕 솥을 맡아 남도식 추어탕을 찾는 고객들을 맞고 있어 부부가 모두 추탕과 추어탕의 달인의 길을 걷고 있다.
 
 
  2) 상주식당 車尙南(차상남·62세)씨
 
  車씨의 일생은 「상주식당」 추어탕과 더불어 살아온 숙명적인 세월이었다. 착하기만 했던 車씨는 10代 초반부터 어머니의 국솥 곁에서 일손을 도우며 자라 여고시절은 이미 상주추어탕의 진수를 손에 익혀 어머니의 일손을 대신할 정도였다고 한다. 추어탕 한 가지로 줄을 서 기다려야 할 만큼 열성적으로 찾아 주는 고객들과 모친의 뜻을 저버릴 수 없어 차일피일 미뤄 온 삶이 평생을 독신으로 추어탕과 함께 가업을 잇는 외길을 걷고 있다.
 
  매일 아침 식사를 대신해 추어탕 한 그릇을 먹는 것이 체질처럼 되어 있고, 탕맛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미꾸라지는 마음에 드는 자연산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다.
 
  예나 지금이나 꼭 같은 맛으로 80~100세 고객들을 부끄럼 없이 맞을 수 있는 것이 車씨의 자존심이다. 그래서 미꾸라지 제철이 아닌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아예 문을 닫고 쉰다.
 
  1000평짜리 한옥을 지어 주겠다며 동업을 제의해 오는 이들도 있지만 귀에 담지 않고, 옛 한옥 마당을 손걸레로 닦아 내며 정갈하게 가꿔 놓아 오랜 단골과 외지 손님들이 오히려 더 즐거워한다는 것. 맑은 국물에 미꾸라지가 가랑가랑 뜨고, 담백하면서 아무 부담 없이 감치는 한치도 변함없이 꼭 같은 맛을 이어오는 상주추어탕과 주인의 모습이 바로 상주식당의 상징이란 이야기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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