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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사태 관련하여 우리의 판단근거가 될수는 없지만, 사실관계와 주목할 만한 발언들이 많아 여기 올립니다. 곧 나올 000동지의 논평에 앞서 가볍게 읽어주시고, 어떤 무협소설이나 삼류 정치드라마가 아닌 반혁명적 조류(스탈린,김일성주의, 민족주의..)의 사상적 본질이자, 진보와 노동자의 외피를 쓴 모든 부르주아 정치참여 세력의 종착지임을 인식하시길 ^^
"그들은 지배권력의 입장에서 보기엔 대단히 위험하고 반체제적 급진주의자로 보일수있으나,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단지 권력을 갖지 못했을뿐 노동자계급의 이해와는 무관한 또다른 잠재적 지배세력이자, 검증되지 않은 극우파이다"
이재영을 처음 만난 것은 <레디앙> 입사 면접을 볼 때였다. 그때 그는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분당 이후 20년 가까이 일하던 진보정당 정책실을그만 두고 <레디앙> 기획위원으로 있었다. 의외였던 건 약간 날카로웠던 첫 인상과는 달리 그는 언제나 웃었고 농담을 즐겼다. 늘 따뜻한 사람이었고 누구나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었다.
전쟁터 같은 민주노동당 정책실을 이끌어오면서 그런 성격을 유지할 수 있는 그를 보면 뭔가 ‘해탈’한 사람 같았다. 언제나 그렇게 우리 옆에서 따뜻한 온풍기 같이 서 있을 것 같았다. 그러던 중 갑자기 그의 소식을 들었다. 아프다는 것이다. 대장암이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가 곧 완쾌할 것이라 믿었다. 어떤 의학적 근거나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냥 이재영은 그럴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 그가, 많이 아프다. 정말 많이 아프다. 그런 그를 나는 이기적이지만 인터뷰를 하고 싶었다. 통합진보당이 저렇게 ‘난리 부르스’를 치고 있고, 진보신당은 사라졌고, 진보정당운동이 이렇게 위기에 놓였는데, 이 상황을 누구 하나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화를 걸었다. 여느 때와 같이 수화기 너머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말투는 같은데,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언제나 깔깔깔 웃던 그와의 통화인데, 목소리를 듣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인터뷰’라는 말이 좀처럼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냥 잘 계셨냐 물었고, 이재영은 “많이 안좋아”라고 웃었다.
간신히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 그가 물었다. “나 아픈거?” 그것도 그거고, 진보정당 꼬라지 놓고 물어보고 싶다고 했다. “나 잘 몰라요”라고 그가 답했다. 거짓말. 다행히 그날 바로 보기로 했다. 홍대에서다. 홍대 역에서 기다리는데 멀리서 그가 지팡이를 짚고 나왔다. 이제 걷기도 힘들다 했다. 원래 홍대 정문에서 우동 먹기로 했는데, 다리에 힘이 없다고 중간에 쌀국수를 먹었다. 그리고 찻집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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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줘야 한다.
- 스마트폰으로 녹음할게요, 그래도 이거 있어서 기자들이 좋아졌어요, 녹음도 잘 되고
“응 그렇지, 그런데 예전에 민주노동당 의원단 총회에서 경기동부가 스마트폰으로 도청을 했었지? 그거하고 똑같은 거구나”
- 하하하 맞아요. 그런 적도 있었죠. 아마 진보대통합 국면 당시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쨌건 경기동부 얘기가 나왔으니까. 재미있는 것이, 제가 <레디앙>에서 나온 이후에 이렇게 경기동부란 단어를 많이들은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여기저기 안 나오는 데가 없네요.
“성남시가 상을 줘야 해. 성남시가 국내뉴스에서 탑에 오른 것이 몇 번인지 모르겠는데, 최근에는 계속 탑이잖아? 게다가 그냥 뉴스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쫙 나오기도 하고, 해설기사도 나오고 논설도 나오는데 (-그러니까요) 성남시에서 거기에 상을 줘야지? 감사패.”
경기동부의 어제와 오늘
- 진보진영에서야 이런 말들이 워낙 많았는데, 지금 이렇게 까지 많이 나오는걸 보면 국민참여당계가 들어온 것이 어느 정도 영향도 있나 봐요. 처음 문제 제기한 것도 참여계 구의원이고.
“속칭 경기동부라는 세력이 애초부터 불법, 폭력을 많이 저질렀죠. 국민승리21이나 민주노동당에서 그런 일들이 생겼고, 그런 행위로 성장한 거고. 그게 당에서 오냐오냐 하거나 암묵적 묵인이 되면서 그런 양상이나 습관이 더 굳어졌지. 우선 그런 것이 하나 있고.
국민참여당이 들어와서 (공식적으로)문제가 되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예전에 참여당 관계자한테 비공식적으로 들은 얘기는, ‘경기동부 내지는 당권파가 그렇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고, 자기네도 거기에 뒤지지 않는다. 우리도 당원명부 조작, 당비 대납, 이런 거 많이 해봤다. 그래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였어요, 거기 고위당직자가 내게 얘기해줬던거고.
아마도 그렇게 양측이 부딪친 곳이 하남이었던 것 같아요, 하남 맞죠? 비슷한 방식으로 부딪혔는데 아마추어와 프로였고 수공업과 대공장이었지. 그때 참여당이 지고 나서 ‘이게 아니구나’ 생각한 것 같아요.
또 하나 배경에는 실제로 총선에서 민주당과 이루어진 공식-비공식적인 협상에서 (따낸 곳이)통합진보당을 대표하는 형태가 아닌, 통합진보당 전체 이익보다 자파의 이익을 관철한 결과로 나타났잖아요. 인천과 울산 같은 전통적 노동운동 세력은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했고 참여당도 못했고, 그런 결과론적 불만이 폭발해 나온 거죠.
만약에 선거과정에서 공정성이 미흡해도, 불법적 행태가 있었다 하더라도 , 총선의 결과가 여러 정파에 고르게 나눠졌다면 이런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죠. 그게 그렇게 되지 않음으로서 깰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간 거고,
깰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유시민씨나 노회찬, 심상정씨의 경우에요. 최초 이 당이 만들어진 프로젝트가 대선 프로젝트였는데, 현재 같은 구도는 자기들이 후보가 될 수 없는 거예요. (결과가)뻔 한 거죠? 그거 때문에 그들이 장기적 구상을 가질 수가 없는 거예요.
예를 들어 (진보대통합)연석회의 때 민주노동당 대표로 나온 분이 말하기를, ‘대선 경선에서 이정희가 압도적 표차로 이기지 않게 해줄게’ 라는 거예요. 어쨌건 그래도 자신들이 이긴다는 얘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당내 후보군들은 나름 베팅은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이번 총선에서 전혀 아닌 것으로 드러난 거죠. 그렇다면 원래 대선 프로젝트였던 이 당을 계속 가져갈 필요가 없는 거죠.
통합진보당 구상이 최초로 가시화 된 것이 내가 알기로는 제작년 하반기 또는 여름, 가을로 알고 있고요. 유시민씨가 이정희씨에게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둘이 비공개 만남을 가졌고, 그것은 이미 많은 주변인들이 예상을 했던 바에요. 왜냐면 유시민씨 같은 경우에는 대선후보로 자기가 나서고 싶은데 자신들의 조직력은 약세이고, 대한민국 최고 조직력은 아무래도 민주노동당이기 때문에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연합의 효과를 노린거죠.
그래서 제안을 유시민씨가 더 적극적으로 한 걸로 알고 있고요. 이것은 당시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에게 들은 얘기에요. 노회찬씨도 내게 얘기해줬고요. 유시민이 노회찬씨에게 ‘이정희씨와 얘기 다 끝났다’ 이렇게 얘기했다고 해요.
진보신당 대선 후보군인 노회찬, 심상정씨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그들의 네임밸류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맛봤어요, 근데 유시민과 이정희가 대선후보 레이스를 뛴다면? 그게 야권에서 드림리그 될 수 있는 거였죠. 그래서 자기들이 거기 뛰어든다는 판단을 했었겠죠? 이것이 통합진보당 합당의 최초 계기였고, 그 당의 실체죠.
문제는 두 가지 이유에서 그게 틀렸다는 점이죠. 하나는 그러한 대선 레이스에 대한 발상이 진보정당 운동 내부에서 발효된 것이 아니라 유시민씨 등으로부터 제의가 되었다는 데 있어요. 이정희씨나 당권파의 경우, 마땅한 대선 후보가 없기 때문에 어차피 누구에게 (대선 후보를)넘길 가능성이 크다면 그 댓가로 국회의원 자리를 받으려 했죠. 그래서 선거연합에 응할 수 있었던 것인데, 이건 87년 이후 (진보진영에)역사적으로 형성된 독자후보, 민중후보 운동과는 궤를 달리하는 거죠.
두 번째, 이게 낡은 프로젝트란 거예요. 재작년에는 그렇게 4인이 참여하는 것이 드림리그였을 수 있어요. 근데 안철수와 문재인이 드러나기 전이었죠. 그때는 민주당 계열 후보군이 정동영, 손학규 정도였고 이 4명의 경우는 그 상황에서 능히 인기몰이를 할 수 있었어요. 그러나 안철수와 문재인이 나타나는 순간 마이너리그로 바뀌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작년부터 이어진 관성 때문에 낡은 프로젝트가 계속 진행되었고, 그래서 로 만들어진 것이 통합진보당이었어요. 더구나 지금은 그 프로젝트가 용도 폐기되는 상황이고, 아무래도 이쪽 리그가 작아지니까, 공존할 이유도 작아진거죠.”
- 어차피 안철수, 문재인이 있기 때문에 통합진보당은 마이너리그이고, 그 마이너리그에서조차 이번 총선을 거쳐보니 사실상 후보가 정해져있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유시민, 노회찬, 심상정은 더 이상 통합진보당이 별 볼 일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유시민은 건질 게 없는 거고, 노심은 그래도 국회의원은 됐죠.”
- 노심 모두 대선 욕심이 있잖아요?
“있죠. 그런데 거기서 또 선거해서 꼴등할거에요? 맘대로 조작하는데”
경기동부가 배웠던 것
- 경기동부 얘기를 하면요, 진보진영 안의 사람들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는 분위기인 듯한데, 어쨌거나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사태에 대한 경기동부의 반응은 상식 밖이에요.
“그들이 한국정치에서 배운 것이 그거죠. 공명정대함이나 정의가 아니라 술수를 본 거지. 다른 정당도 사고치고 버티면 1~2주 지나면 모면한다. 이런 것을 배운 것이죠.
그들은 자기들 나름의 방식으로 민주노동당 당권을 장악했죠. 하지만 PD에 비해 열세였던 게 있어요. 공직과 대표정치인이죠, 당직선거는 이길 수 있지만 공직선거는 다르단 말이에요. NL파 안에서도 김창현씨(울산연합)나 김성진씨(인천연합) 만한 인물을 만들지 못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그걸 뒤집을 수 있는 정치환경을 가진 거예요. 그들도 나름 노력 한 거죠. 민주당과의 밀약을 통해서.
그렇게 십수 년 간 만든 성과를 한꺼번에 포기할 수 없었을 테고요. 대한민국 정치는 어떤 사고를 쳐도 2주 만 버티면 된다. 이게 그쪽 계통의 자회사들, 3류 정치마케팅 회사들이 배운 것이겠죠. 그게 버티는 첫 번째 이유구요.
버티는 이유 두 번째는 그렇게 폭력이나 불법을 저질렀어도 언제나 결과적으로는 승리했다는 것이죠. 그 세력의 최초 발원부터 그래요. 1997년 국민승리21 전신이 건설 국민승리21이었어요. 대외적으로는 연합운동체처럼 보이긴 했지만 정당으로 등록했기 때문에 정당이었죠.
그때 성남에서 두 세력, 성남 진정추(진보정당추진위원회)와 경기동부가 같이 지구당 설립신고를 승인해달라고 요청했어요. 그런데 그 두 그룹의 갈등을 알고 있었던 중앙당에서는 지구당 승인을 안해줬어요. 그랬더니 경기동부가 도당 직인이 보관되어 있었던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 직인을 절취해서 공문서를 위조하고 선관위에 일방적으로 등록했어요. 현재 경기동부라 칭해지는 세력은 국민승리21부터 보자면 불법인 셈이에요. 직인을 절취해서 만든 불법 지구당이죠.
그렇게 절도와 불법이 최초로 발생 한 거예요. 그 다음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기동부와 성남 진정추 사이에 대립이 있었어요. 당시만 해도 경기동부가 성남 진정추를 압도할만한 세력이 없었어요. 진정추는 직장인들이 많아서 당비를 냈는데 동부는 그것도 못 냈어요. 그래서 개발한 것이 당비 대납이에요. 당직자가 진정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낸 당비를 자파의 학생들, 통일단체 회원들에게 대납해줬어요”
불법, 폭력의 기원
- 이게 뭐에요, 당비를 빼서 다른 사람의 당비를 댄다?
“A가 낸 당비를 B가 당비를 낼 수 있는 재원으로 쓴 거죠. 그게 현재까지 밝혀진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의 오랜 전통(?)인 당비대납의 시발이에요. 그리고 그게 발각되어 문제가 되었어요. 그래서 당시 당원 총회인지 지구당 대의원대회였는지 기억은 불분명한데, 거기서 당원들이 문제제기를 하자 그들을 끌어내고 폭행하고 내쫓았죠. 문제를 폭력으로 억누른 것이죠. 그 다음에 성남 지구당을 장악하고 지금까지 성장한 거예요. 발생부터 그래요. 당비대납, 위장명부, 절도, 폭력…
아, 이런 걸 숨기지 말고 써요. 언 놈들이 지금 날 두들겨 패겠어? 팩트는 약간 틀릴 수 있지만, 오래되어서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거의 다 맞아요.”
- 그 이후에도 비슷한 문제들이 많았잖아요? 위장전입이라든지 폭력이라든지. 근데 이게 예전에는 크게 문제가 안되었죠. 하지만 PD파가 NL에 압도당한 이후 당직선거에서 NL을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 내부에서 문제제기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우리끼리 나가서 살자’는 방안을 선택했잖아요. 지금 다시 들어간 사람들은 일이 여기까지 왔으니 여기서 끝을 보자는 태도인 것 같은데요.
“아. 그래요? 모르겠어요. 그게 분당의 책임을 서로 지지 않으려는 말인지, 그게 상대방에게 덮어 씌우는 것인지, 진짜 그럴 생각인지는 모르겠어요.
- 그때는 왜 그렇게 방조 혹은 용인을 했을까요? 무서워서 피한 것인지, 더러워서 피한 것인지 모르겠네요.
“PD파가 수에서 진짜 밀렸는지는 아직도 불분명해요. 당직선거에서 2년 정도 졌는데, 투표 동원력에서 압도적 열세였죠. 하지만 PD가 전체 당원에서도 소수였는지는 불분명해요. 그래서 재기를 모색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사람이 많았죠. 그게 옳았는지 그른지는 모르겠어요”
- PD가 따로 살림 차려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아니죠. 당원들은 PD성향이 더 많기 때문에 당직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사고였고, 나도 거기에 가까워요. 그런데 수는 많아도 투표 동원력이 안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죠. 내가 분당을 주장했던 것은 정파 다툼문제와는 좀 달랐어요. 가난한 자의 정당이 안 되는 문제, 그런 얘기가 내 분당의 이유였죠. 하여튼 분당도 여러 주장과 사정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진행된 것이죠.
대체로 노조는 분열을 싫어하는 근본적 태도 때문에 분열을 반대했고, 노심 같은 대중정치인들은 활동가들과 느끼는 것이 달랐죠. 활동가들은 미래가 암담한데 대중정치인들은 독립적인 공간과 구역이 있어요. 이른바 영토가 따로 있다고. 때문에 주사파와의 충돌에 대해 느끼는 스트레스가 활동가들보다는 좀 덜했죠. 그래서 끝까지 (분당 반대를)주장했던 거고. 그런데 활동가들이 당원을 선동해 탈당 흐름이 되니까 어쩔 수 없이 끌려온 거죠. 본인의 의지로 두 사람이 (탈당)나온 것이라고 생각 안해요.”
누가 먼저 나갈까?
- 다시 질문을 하면, 당이 깨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는데 경기동부는 이 당을 나갈 수가 없어요. 비례대표가 걸려 있잖아요. 경기동부는 이 당에 남아 자신 외의 다른 세력들을 쫓아낼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PD나 참여당계는 경기동부 후보들을 사퇴시키려 하는 거고. 그래서 끝을 보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례대표를 사퇴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죠.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인데”
- 당에서 사퇴를 시켜도 무소속으로 남는 거잖아요.
“의미가 없어요. 어차피 그 사람들은 무소속이에요.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의 공식적 이익을 위해 일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이른바 경기동부 플러스 광주전남연합인 당권파를 대표하는 거예요. 그게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무소속 아니에요? 제자리를 찾아가는 거죠.”
- 그럼 저 당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모르겠어요. 몇 일 있으면 드러날 텐데, 내가 뭐라고 했다가 틀리면 어떻게 해”
이재영은 찻집에서 갑자기 차를 자기 잔이 아닌, 다른 곳에 한참을 쏟았다. 그리고 곧 자신이 하고 있는 행위를 발견했다.
“아이고, 나 미쳤나봐, 이거 어떻게 하는 거지? 나 요새 머리가 이상해. 항암제가 엄청 쎄”
아파서 그런게 아니다. 이재영 선배는 원래 그랬다.
이석기의 정체
- 논란 한가운데 있는 이석기라는 사람, 이전에 알고 있던 사람이었어요?
“아뇨. (민혁당 사건 이후)감옥에서 출소할 때 알았어요. 그리고 난 지금도 그 사람이 동부 조직원인지 아닌지 몰라요”
- 여기저기선 동부 핵심이라고 하더라고요.
“난 모르겠어요. 인천연합 핵심 관계자랑 통합 문제 때문에 몇 차례 만났는데, 나더러 경기동부를 한 번 만나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누구 만나요?’라고 물어봤더니 2인자는 알려줄 수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1인자를 알려 달라고 했더니 그건 좀 곤란하다고 하더라고요. 말하기 싫었던 것인지 몰랐던 것인지, 그건 잘 모르겠어요.
- 그 2인자는 누구던가요?
“까먹었어요. 하하하.”
- 민주노동당 정파 얘기하면 정말 우스운게 왜 스스로를 숨기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정파, 의견그룹이라고 얘기하고 당 내에서 활동하면 되는건데, 정당에 정파가 없다는 것이 더 비정상이잖아요?
“몰라, 나도. 숨겼다기보다는 드러나지 않은 것 같아요. 이를테면 인천과 울산은 그래도 공적 활동을 하니까 드러난 건데, 동부는 대중정치인이 없잖아요. 안 드러난 거죠. 일부러 숨긴 것도 있을지 모르나 공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어요.”
- 2004년 이후는 원내 정당이었는데, 그 당의 사무총장이나 정책위의장이라는 핵심 직책을 동부 혹은 현 당권파가 맡아서 했어요. 공적 활동 기회가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잖아요?
“그냥 이재영 수준의 당직자겠죠. 대중정치력이 없는 당직자 혹은 실무 책임자.”
치킨게임
- 아까 모르겠다고 하셨지만 사실 통합진보당이 저기서 선택할 수 있는 답안은 많지 않아요. 비대위는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나아가면 출당이겠죠. 구 당권파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19대 국회는 개원되고, 그렇게 시간을 흘러갈테고.
“두 그룹 모두 자세한 플랜은 없을 거에요. 서로 버티기가 시작된 거고, 치킨게임에 들어간 거죠. 치킨게임에서 타협할 가능성은 없는 거고. 마지막에 누가 뒤집어 쓸지 다투는 거 아닌가?
제가 볼 때는 예를 들면 신당권파라고 하는 사람들은 제명을 추진할 것이고, 그럼으로써 자기들이 할만큼 했다, 주장하고 싶은 것일 테고. 구당권파는 제명이 되어도 (의원직은 유지되니)실효성이 없잖아요? 일단 이 상태에서 서로 ‘니네가 나가라’ 할테죠. 통합진보당 기득권을 가지려고 서로 다투고 있는거죠.”
- 이미 갈데 까지 갔다?
“타협의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봐요.”
조준호가 왜?
- 이 문제의 촉발점이 조준호 대표인데요. 사실 조준호 대표가 이렇게 세게 나올 줄은 몰랐거든요. 유시민, 심상정은 그럴 수 있다고 쳐도 노동계에서 들어오고 당권파와 친화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조준호 대표가 그런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민파와 주사파의 분열 양상이 민주노총에서 나타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고 봐요. 원래 주사파는 민주노총에 없었어요. 민주노총은 중앙파라고 칭해지는 PD파세력, 그리고 이 사람들을 뭐라 그래야 할지 모르지만 더 급진적인 PD파, 그리고 국민파 연합. 이렇게 세 세력이 있었고 초기에는 중앙파가 장악하고 있다가 최근 국민파가 장악했어요.
그런데 중앙파는 학생운동 PD세력이 있기 때문에 수혈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국민파는 현장 안에서 생겨났기 때문에 학생운동 활동가가 없었죠. 그때 NL이 민주노총에 나타났고 국민파는 NL 학출을 자신들의 하위파트너로 삼았어요.
그런데 둘 사이 관계가 바뀐거야. 현 위원장(김영훈)에 이르러서는 학생운동 출신 주사파가 국민파를 이기게 되요. 김영훈씨가 출마 선언을 했을 때 국민파 출신 연맹위원장들이 반대했어요. 그걸 학출인 김영훈씨가 뒤집었죠. 연맹 지원도 못 받고 국민파 지원을 못 받아도 이겼어요. 국민파와 그 하위파트너인 주사파의 동맹이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까지 간 거죠. 이런 상황에서 예전 민노당 내에서 혁신과 개혁을 주장한 이수호(전 민주노총 위원장·국민파)씨가 이탈했고, 그 연장선에 조준호씨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잠깐, 상근, 지금 세진한테 전화왔는데 잠깐만요. 응 세진? 나 대화 중인데 한 시간 있다가 전화할게요, 우리 처한테 전화하지마.”
- 여기서 또 의외였던 것은 전여농 윤금순의 사퇴에요. 이게 비례대표 총사퇴라는 불을 질렀거든요.
“인천연합이에요, 인천연합은 수도권이어서 경기동부와 부딪힌 적이 많아요. 총학을 두고 다툰 적도 많고. 그래서 좀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편이고, 상대적으로 울산은 지역기반이 확고하기 때문에 덜 적대적이고.
그리고 자기가 1등을 하긴 했지만 대중조직에서는 그 결과를 끌어안기가 어려운거죠. 동부가, 당권파가 이런 문제점이 있다 할 때 국회의원 한자리보다는 (- 조직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대중운동 입장에서는 같은 놈으로 찍히는 것이 좀 그랬던 거고.”
울산연합과 서울연합
- 처음에 경기동부가 강기갑 의원을 대표로 세웠을 때 울산이 좀 미적대다가 경기동부를 지원한 듯했어요. 이정희 때도 보다 적극적으로 경기동부 편을 들었던 걸로 기억나고요. 지금 어쨌거나 경기동부나 광주전남을 제외한 다른 NL들이 비당권파라 불리잖아요. 울산은 좀 줄타는 느낌인데.
“이번에 중앙위원회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면서요?”
- 발빼려나요?
“모르겠어요.”
- 취재하기 어려운 매우 내밀한 얘기인데, 이런 얘기도 언론에 보도가 되고 있어요, 하하하.
“재미있지, 정파에 대해 국민들이 교육받을 기회가 없죠. 요새 내가 모르는 뉴스도 나오데”
- 서울연합은 어떤가요?
“이상규나 서울은 경기동부와 거리가 멀었거든, 그런데 그쪽 사람 몇이 확 (경기동부에)붙었더라고? 그 비정규노동센터 하던, 그 매일노동뉴스 (- 박승흡!) 응, 박승흡. 거기 확 붙었잖아. 이른바 항미연북 얘기를 하면서, 그 사람이 PD파인데 그 당에서 살려고 항미연북이란 말도 하고, 서울 쪽 비당권파 세력이 그쪽에 붙은 거 같은 느낌이 들었어, 이상규도 그렇지 않나?”
- 이상규도 원래 서울연합인 걸로 알고 있는데, 2010년 지방선거 때 국민파 이수호 선생이 나오셨잖아요. 그때 동부로 확 가더라고요.
“그래서 누가 이겼었지?”
- 이상규가 이겼죠. 분당 이후에는 NL들도 꽤나 왔다갔다 했어요. 큰 갈래는 경기동부+광주전남과 인천연합의 대립구도 속에서 울산이나 서울의 선택이 있었던 것 같은데.
“주사파 조직도 여러 개로 갈려져 있죠. 학맥, 인맥, 지연에 따라 다르고. 그래서 서로 다툼이 있는 거죠, 조금씩. 그런데 그들이 하나의 거대의 적을 만난 것이 민주노동당 PD파였고, PD파 때문에 연합 테이블을 만들었던 거죠. 당시 그 테이블의 대표는 최규엽 위원장이었어요.
연합테이블 안에서는 울산연합과 인천연합이 더 전통적 세력이어서 처음에는 우위에 섰었지만 현 당권파가 거기서 아주 돌출행동을 했었대요. (당권파의)어떤 사람이 당직선거 출마를 선언했고 이를 다른 파 사람들이 반대하자, ‘그럼 노회찬네를 밀겠다’, 뭐 그런 협박을 했대요. 그렇게 NL연합 후보가 되고 당직에 진출하고.
이런 방식으로 현재의 당권파가 울산, 인천을 이겨나갔죠. 그 다음 분당이 된 이후에 공식적으로 연합테이블을 해산했어요. 그 이유는 김창현씨 말에 의하면 첫째,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PD가 없으니까. 두 번째, 트러블이 심하여.
잘못된 관습
- 이것도 좀 논란인데, 통합진보당 중앙위에서 이른바 당권파로 보이는 사람들이 당 대표를 폭행하는 일이 발생했어요, 그들은 우발적이란 말을 쓰는데, 어쨌거나 여러 언론들은 이게 개별행동이 아니라고 해석하고 있어요.
“개별행동이 아니에요. 위계에 의한 조직적 지령이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나, 그런 대응은 사실 오랜 관습이에요. 사실 경기동부라는 명칭이 잘못된 명칭인데, 전국연합 중앙에서는 경기동부가 성남연합이지 경기동부연합이라고 쓸 수 없다고 했어요. 보통 동부를 지칭할 때는 구리 쪽 이런 곳이기 때문에.
그래서 경기동부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고요, (이 명칭을 쓴 데 대한)징계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징계)비슷한 처분이 있었을 거예요. 견책인가? 그 이후 전국연합 중앙의 국장을 경기동부 사람들이 구타한 적이 있었어요. 조직적 보복이죠? 이것이 다른 정파인 PD파에게 뿐 아니라 NL내부에서도 있었던 거예요. 그게 96인가 97년인가 그랬는데, 오랜 전통이죠.”
- 이번에 그런 행동을 한 사람들 중 젊은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참 신기한 것이 운동권 자체도 사람이 확연히 줄었는데, 그 중에서도 그 젊은 사람들이 그쪽으로 수혈 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워요.
“총학이죠. 두 가지 통로가 있는데 하나는 총학이고, 하나는 일반노조에요. 총학은 외대, 경희대를 예전부터 갖고 있었고, 계속해서 세력을 확대해왔어요. 그 과정에서 기획사와 유착 관계도 있었죠. 졸업사진을 자파 기획사에게 주고 그렇게 번 돈을 활동비로 쓰는.
당에서도 몇몇 여론조사 회사들이 공개입찰을 거부한 적이 있었어요. 그 회사들이 증거를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당에서 내부적으로 수의계약(경쟁이나 입찰의 방법을 쓰지 않고 임의적으로 상대방을 골라서 체결하는 계약)을 해놓고 우리는 들러리 서는 것 아니냐며 참여를 거부했었어요. 그런 방식을 통해 조직을 키운 거죠.
지금은 학생운동 자체가 미미해졌어요. 학생운동 갈래도 여러 개고, 그래서 1/100도 안되는 세력으로도 거기서 대표성을 획득할 수 있죠. 그게 경기동부 연합 산하의 학생운동, 한대련인가? 그거라고 저는 보고요.
또 하나는 일반노조에요. 원래 산별, 기업별 노조에 동부 사람들이 들어갈 수 없어요, 기업별 노조에 들어가려면 사업장에 들어가 노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건 장기투자죠, 그건 늦고 연맹은 기업별 노조의 연합이니 거기도 못 들어가요, 그래서 일반노조로 갔죠, 전통적 조합원 구성과 달라요. 막노동이나 비정규직 알바나 이런 사람들도 조합원의 권리를 가질 수 있어요. 그걸 통해서 민주노총 조합원 자격을 취득하고 확대해나갔죠.”
이정희는 왜?
- 이러한 조직 확대 방안의 모든 것이 경기동부의 플랜이다?
“모든 것이 플랜이라 할 수는 없죠.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죠. 이전에 민주노동당 당권파는 전진이었구요. 전진은 노조에서는 선거연합을 통해 권력을 쥐려고 했고 당 내에서는 후발주자 학생운동 PD파인 대장정과 연합해서 당의 대리권을 행사했어요. 그래서 건강한 주도세력 형성에 한계가 있었던 거에요.
대중정치인인 권영길씨나 노회찬씨의 경우, 그들은 정파와 거리를 두었고요, 나중에 가서야 노회찬씨는 전진에, 권영길씨는 NL에, 지난 대선 경선 때에 가서야 결합을 했어요. 그렇게 가면서 당 내에는 아주 강한 주도세력이 형성되지 않았죠. PD는 선거연합세력이었던 셈이죠.
그 속을 단일대오 경기동부가 파고든 거예요. 그들이 당내에서는 소수파일 수 있으나 강고한 집합력을 가졌기 때문에 빈틈을 잘 찾아간 모양이에요. 처음에 당내에서 경기동부는 1/10도 안되었을 거예요. 그런데 통합진보당 관계자말로는 지금은 어떻게든 60% 정도 된다고 해요. 당원으로는 40%, 선거에서는 60%. 이건 고정이다. 그렇게 성장을 한 거예요. 과거 10% 안되었던 세력이.”
- 그렇게 성장한 경기동부가, 아까 말씀하셨듯이 대중정치인 하나 획득하지 못했어요. 분당 이후 당권선거에서 이수호 선생과 붙을 만한 사람을 찾지 못하다가 강기갑 의원을 간신히 데려왔지만 강기갑 의원은 신념이 있는 사람이었죠. 그래서 당 대표 재선을 저지했던 듯했고.
그리고 이와 동시에 혜성처럼 나타난 것이 이정희 대표였어요. 사람들의 기대도 많았고. 그런데 이번 국면에서 이정희의 행동은 정말 의외였어요. 대중정치인의 모습이 아니었어요. 어쨌건 자기선수가 없던 경기동부가 애초 자기들 소속은 아니더라도 이정희라는 선수를 발굴했는데, 그 정치인을 완전히 망가뜨렸어요. 그거보다 더 어이없었던 것은 이정희 본인 스스로 미달이 되어버린 거예요.
“대리인이죠, 대리인이고…”
- 그래도 이정희 대표는 나름 대중적 감이 있고 언어도 훌륭했잖아요.
“요즘에는 NL이 많이 변하긴 했는데. 그들의 전통적 관념에서 나이어린 여성은 주요한 직위를 가지지 않아요. 이정희 만한 (상대적으로)나이가 어린 여성이 동부와 관계되었을 때는 폭력사태 피해자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경기동부의 주도세력인 적이 없어요.
오히려 우위영이나 김미희, 이런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경기동부와 함께한 사람이에요, 80년대 중반학번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정희가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어느 정도 우대를 받은 것이죠. 그리고 차기 지도세력으로 낙점되었을 수 있어요. 그런데 현재와 같은 상태, 이를테면 이석기가 경기동부가 맞다면, 그와 같은 사람이 드러났을 때는 얘기가 달라지죠.”
경기동부의 메인스트림
- 그게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를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이석기씨일 가능성이 높다?
“나는 모르겠어요, 그 사람은 원래 아는 사람도 아니고. 원래는 경기동부에서 이용대씨를 내세우려고 했다면서요? 그 사람이 아파서 땜빵으로 나온 건지, 아니면 사람이 없어서 원래 두목이 나온 건지는 모르겠어요.”
- 조직도 조직이지만, 애초에 경기동부가 아니었던 이정희가 그렇게까지 행동을 한 것은?
“이정희가 과거 경기동부와 인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학교 다닐 때는 자통인가 조통인가에서 열심히 활동을 했어요. 그때부터 아주 강성 NL의 정책노선과 정서를 갖고 있었어요. 그건 분명하고, 근데 그 다음에 (경기동부와)어떻게 연결되었는지는 조금 불분명해요.
다만 이정희씨가 실권자가 아니라는 것은, 지난 통합과정에서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협상대표로 노회찬, 강기갑 등이 함께 하는 4인 회의가 있었어요. 그때 강기갑 의원과 노회찬씨의 주도에 의해 합의가 이루어져요. 거기에 이정희씨도 참여를 했었거든요.
그런데 최종적으로 도장을 찍기 전에 강기갑씨나 노회찬씨는 그런 일 없었는데 이정희씨는 밖에서 전화통화를 1시간씩이나 하고 와요. 그리고 그 다음에 (서명)안하겠다고 뺐어요. 이정희씨가 전화한 대상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그쪽의 의견을 중하게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었음은 분명하죠.”
- 예전 다른 연합의 핵심관계자랑 술을 먹다가 제가 한 번 물어봤어요. 경기동부의 오더가 어디서 나오냐? 그랬더니 그 분이 이정희 대표라고 하시더라고요.
“이정희씨가 오더를 내릴 수 있는 학번이 아녜요. 87학번인가? 그건 우리가 항상 봐왔잖아. 그래도 그 조직이 과거보다 민주화가 되었어요. 이용대씨가 당에서 일할 때 말로는 여러 가지 일을 겪다보니 후배가 개기기도 한다고.
경기동부에 대해서는 이건 전적으로 내 추측인데요. 꼭 엄청난 파워를 가진 누군가, 그게 이석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지시가 완벽히 통하는 조직은 아니에요. 김미희, 우위영, 정형주 이러한 연배들이 있어요. 80년대 초중반학번. 그들이 그 조직의 메인스트림인 한국외대와 경희대 출신이죠. 그런 사람들의 협의가 중요한 것 같아요.”
- 위에 정점이 있지만, 사실상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층이 있다는 추측인 건가요?
“정점이 있을 수 있는데, 중상 간부들의 의견이 중요하지 않을까. 내 추측이에요. 그들이 그동안 당 안에서 의사발언을 가장 강하게 해왔고, 당의 여러 자리에서 이용대 같은 선수 오기 전에 그 사람들이 먼저 왔어요. 그 정파를 대표해서, 거기가 인력풀도 두텁고 당직이나 공직도 많이 나갔어요. 만약에 이석기가 형식적으로 경기동부 1등이라 해도, 얘기하는 것처럼 그 마음대로 ‘수령’처럼 하지는 않을 거예요.”
- 그렇게 따져보면 이정희씨의 경우 메인스트림의 다소 아래에 있다고 볼 수 있나요?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공당의 대표가 되면 그렇게 대할 수 없죠. 누구도 지시할 수 없어요. 아마 ‘그건 대표께서 판단해주셔야 하는데, 우리 의견은 이렇습니다’ 이 정도겠죠. 그러니까 아까 얘기한 이정희씨가 전화해서 협의하는 과정이 그거죠. 지침이 명확했다면 처음부터 ‘합의하지 마’라고 했다면 이정희씨는 협상장에 안나왔겠죠. 일단 이정희씨는 자기 마음대로 합의했다가 그쪽과 전화통화 한 뒤 번복하게 되는 거죠.”
이재영의 한숨이 나왔다. 힘들어보였다.
“녹음되나 모르겠네, 내 목소리가 너무 얇아서…. 목소리가 쉰 것처럼”
- 목소리가 작아지셨어요.
“휴”
- 많이 힘드시죠?
“응”
- 여기까지 할게요. 고생하셨어요.
“앞으로 얘기 안 물어 봐요?”
- 괜찮으시겠어요? 그럼 조금만 더 할게요
통진당 비당권파 + 진보신당 + a
- 경기동부 얘기를 쭉 했지만, 사실 경기동부 내부에 직접 들어가 얘기를 듣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그 외적인 구술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 형태만 잡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안타깝네요. 어쨌건 한국 진보정당운동이 이런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드러난 것은, 그 저변에 깔려있는 비민주성과 성과주의 같은 문제들이 있었고, 이에 대해 방조 혹은 용인이라는 판단 미스도 있었던 것 같아요. 어쨌건 진보정당운동을 여기서 그만할 수는 없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크게 보면 2개의 세력이 있겠죠? 더 여러 개 세력이 있지만. 진보신당과 통합진보당은 둘 다 어렵다고 봐요. 진보신당은 자존과 자생이 굉장히 절박한 위기인, 암4기 환자 같은 상황이고. 통합진보당은…. 진보정당의 장점이라는 게 도덕적 우위인데, 사람들이 ‘너희 뜻은 좋고 말은 맞는데 힘이 없으니 다음에 봐’ 이거였는데, 앞의 전제가 부서진 거죠?
사람들이 볼 때 과거 자민련이나 한나라당 같은 세력이 지금과 같은 사태 일으키면 ‘걔네 원래 그래’ 했을 거예요. 그런데 통합진보당이면 ‘이놈들도 그러나’ 그러는 거고, 도덕적 우위가 날아간 것이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이름, 컬러, 테두리로는 재생을 할 수 없다. 그렇게 봐요.
그래서 만약에 (통합진보당이)분당이 된다면 경기동부연합, 민주노동당 구 당권파라는 세력을 배척하는 것이 여러 의미가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사실은 경기동부연합 같은 행태를 하는 사람들이 경기동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죠. 다른 NL, PD도 유사한 행태를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동부와의 절연은 상징적이죠. 남아있는 세력도 (그런 행동에 대한)조직적 반성을 하는 것이니까. 더 크게 잘못한 한 놈을 잘라, 자기도 안 하겠다는 반성을 하는 거예요. 그렇게 조직적 반성이 1단계로 완성되는 거고.
2단계는 대선 문제죠. 진보신당은 전부터 대선정당이라고 얘기했어요. 어차피 총선에서는 그렇고(어려워질 확률이 높았고), 반면에 통합진보당은 대선 (치를)가능성이 낮은 정당이죠.
하지만 독자후보 운동은 역사적으로 확립된 하나의 조류에요. 백기완 선본이나 민주노동당 뿐 아니라 87년 이래 25년 정도 이어져 온 하나의 역사적 조류에요. 진보신당이 (독자후보를)‘안 한다 못한다.’고 해도, 누군가 깃발을 들고 나오면 됩니다. 왜냐면 그건 현실적인 준비정도를 초월하는 하나의 역사적 조류이기 때문에. 때문에 진보신당이 대선국면에서 적극적으로 임하면 진보정치운동에 혁신을 이룰 가능성이 있어요.
현재 상황은 통합진보당이 저렇게 된 상태이기 때문에, 만약에 조직적 반성의 1차 관문인 분당을 하게 된다면 다른 여건이 생기는 거죠. 즉, 그때는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이 합당할 수 있는 개연성이 생기는 거예요. 문제는 그것이 대선 전이냐, 대선 후냐에 대한 판단이죠. 대선 후라면 진보신당의 조금 더 혁신적인 이니셔티브가 조금 더 크게 발휘될 수 있을 것이고, 전이라면 더 큰 정당인 통합진보당의 이니셔티브가 좀 더 발휘될 수 있을 거예요.
합당의 최소 요건
하지만 분당된 상태에서는 따로 대선을 치르기 어렵다. 때문에 같이 할 가능성 높아지는 거고요. 그 최소여건은 2가지에요. 우선은 통합진보당 노선에 대한 공개적 공식적 반성, 얼렁뚱땅 연합에, 목표가 불가능한 무조건적 단결에 대한 거죠. 그리고 대선에 있어 야권연대를 암묵적으로 깔고 있는 정당, 그런 정당과는 합당을 못해요. 그 두 가지에 대한 공식적 반성이 있어야 해요.
두 번째 조건은 진보신당 세력이 당 내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분이 보장되어야 해요. 이는 진보신당 세력이 이득을 얻고자 함이 아니라 앞서 얘기한 통합진보당 노선이 옳지 않다는 반성과 독립적 진보정치 운동을 계속해 나갈 것임을 공개적으로 약속했다면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것이 지분이기 때문이에요. 약속만 해봐야 틀면 그만이니까. 이 두 가지 조건이 어느 정도 받아들여진다면 두 당이 대선 전에 합당하는 것이 바람직해요.”
- 경기동부를 비롯한 이른바 당권파를 제외한 진보정치세력, 통합진보당 비당권파라고 할 수 있는 세력과 진보신당 세력이 합치고, 그 전제 조건은 과거에 대한 반성과 독자후보에 대한 확고한 의지다. 그리고 이 조건이 흔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 진보신당의 스피커를 보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런데. 유시민 씨는요?
“유시민 세력을 떨쳐내는 것은 힘들어요 현재로서는. 합당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갈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합당의 조건이기는 어려울 거예요. 노회찬, 심상정 씨에게 유시민 씨랑 떨어지라고, 그것을 확약받기보다는 앞서 말한 두 가지 조건이 중요해요. 우회적 반성과 지분. 이것이 있다면 (국민참여당계의 참여를)상쇄할 수 있을 거예요.
현실정치에서 그림이 마음대로 그려지지 않잖아? 애들은 책상에서 자로 줄긋고 칼로 38선 팔 수 있지만, 정치세력은 마음대로 그렇게 하기 어려워요.”
유시민, 떨치기 어렵더라도
- 첫 번째 전제가 충족이 안 될 경우, 즉 분당이 안 될 경우, 다시 한 번. 현 통합진보당 당권파가 같이 들어올 경우는요?
“말짱 황이죠”
- 그때는 진보신당이 독자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할 수 밖에 없겠죠.”
- 바꿔 말하면, 당권파를 떨쳐내지 못한다면 통합진보당은 현재의 위기 상황을 벗어날 길이 없는 거구요.
“통합진보당은 할 게 없겠죠. 통합진보당의 원래 계획은 그랬을 거예요. 2가지 목표가 있는데 하나는 대선을 빌미로 총선에서 실리 챙기는 거고, 그런데 그건 당권파 세력이 챙겼고. 두 번째는 대선을 치르면서 민주당과 거래할 수 있는 교환카드를 갖는 것인데. 지금 민주당이 제 정신이면 통합진보당이랑 왜 해요?”
- 마이너 제치고, 그냥 메이저리그로 확 가겠죠?
“네. 옛날에는 그냥 민주당은 똥 묻은 개였고, 진보정당은 조금 고고한 척 하는 놈들. 힘없는 늑대 정도였는데. 지금은 민주당이 똥 묻은 개라면 통합진보당은 아예 똥통에 빠진 거야, 변소에. 게다가 그건 지가 기어 들어간 거지, 그런데 민주당이 왜 하겠어요?”
- 통합진보당 비당권파 괄호 열고 플러스 참여당, 그리고 진보신당. 뭔가 이상한 그림인데요?
“합당 후 독자적 대선 후보를 낸다면, 만약에 그렇게 되면 노동운동 좌파세력도 결합할 거라고 봐요. 분당 이후 이 세력의 1/2만 진보신당을 하고 나머지 공중에 떠 있었는데, 그 세력도 오고, 원래 민주노동당에 참여하지 않은 더 좌파세력도 오겠죠, 새로운 연합이 생기는 거예요.
옛날에는 진보정치 운동이라고 칭해지는 세력은 일종의 우파연합이었어요. 지금 통합진보당은 극우라고 볼 수 있고요. 하여간 이걸 중좌연합으로 만들어야 해요. 만약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민주노동당보다 힘은 없을지 몰라도 그림은 더 큰 거죠.
민주노총 초기 연합이 다시 생기는 거죠. 이른바 중앙파+평등파 형태의. 민주노총 초기가 그 형태였지만, 민주노동당을 만들 당시에는 평등파가 참여하지 않았었죠. 만약 그런 연합이 생긴다면 민주노총 초기 연합을 복구한 거죠, 민주노동당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구요.”
민중의 정당
- 단지 경기동부 등 당권파를 제외하는 것만으로 당시 민주노동당보다 더 중좌연합을 만들 수가 있는 건가요?
“그걸로 다 되는 건 아닐 거예요. 그건 얼개 짜기이고. 근본적으로 한국의 진보정치운동 사회운동세력, 속칭 운동권이 민중세력인가에 대한 반성과 노력이 있어야 해요. 내가 보기에 민중이 아냐. 노조는 중상층이고, 당은 인텔리고, 그들의 소득과 사회적 관계망, 의식은 이미 민중에 벗어나 있어요. 민중을 그들이 잊고 있고요.
한 달에 100만원 받는 식당아줌마나 캐시어, 빨간펜 선생님, 비정규직. 비정규직도 여러 가지지? 노가다판의 잡부라거나 외국인 노동자거나 이런 사람들이에요. 그들은 전노협 때 당시 조합원보다 수도 많고, 대한민국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더 크고, 더 열악하고 소외되고 배제되어 있어요. 그들에게 한국의 운동권은 접근하지 않아요. 그것이 내가 민주노동당 분당을 주장한 가장 큰 이유였어요.
민중세력에 접근하는 계기를 만들고 지속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현 진보정당은 급진적 중산층 정당이죠. 아니면 과격한 민족주의 정당이거나. 그건 민중정당이 아니에요. 사실 이념은 필요 없어요. 이념은 민중을 만들지 못하지만, 민중은 이념을 만들 수도 있어요.
최소 조건은 민중과 결합해 민중정당을 만드는 거예요. 민주노동당은 초기 그렇게 하다가 점차 운동권정당이 된 거고, 진보신당은 가치는 더 선명했지만 실제로는 민주노동당이나 통합진보당보다 더 인텔리 정당이죠. 이 한계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한국진보정치운동이 살아날 길은 없어요. 합당이라는 것은 이를 위한 여러 전제 조건의 하나를 갖추는 것 뿐이죠.
그럼 대선을 우리가 크게 할 수 있는 거고, 그럼 민중들에 대한 언로를 다시 개척할 수 있어요. 독자후보는 그냥 해야 하는 것이 아니에요. 진보정치운동이 노조만 챙기거나 민주당과의 협상으로 국회의원 따는 것이 목적이 아니에요. 울림을 줘야 해요.
권영길 후보가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이란 구호를 내세우고 부유세와 무상교육을 주장한 것은 아주 작은 민중정당의 단초를 보여준 거예요. 그러나 그 이후 민주당 2중대가 되었어요. 대선의 독자후보라는 것은 그 통로를 개척하는 전제조건이에요.”
- 네, 여기까지 하죠. 너무 수고하셨어요.
“아이고 힘들어”
같이가요. 서울대공원
다시 이재영의 아픈 얘기로 돌아갔다. 치료가 쉽지 않다는 얘기, 그래도 사람들이 돈 많이 모아줘서 정말 다행이라는 얘기, 다음 달부터 마지막 약물치료를 한다는 얘기. 하루가 다르게 너무 급격하게 악화된다는, 뭐 그런 얘기. 딸내미 얘기를 하는데, 이재영의 눈이 붉어진다. 뭐라 할 말이 생각이 안 난다.
- 저번에 보니 서울대공원 가셨던데, 다음에 저도 같이 가요.
“하하, 다음에 갈 수 있을까 모르겠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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