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올해 여름 추동에서 처음 사회사업을 경험했습니다.
사업을 모두 마치고 집에 돌아갈 무렵, 저는 마음이 무겁고 편치 않았습니다.
이제 집으로 되돌아감이 아닌, 집으로 다시 출발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마음을 잘 정리하여 선생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선생님, 교회 수련회를 다녀오면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받은 은혜를 일상 가운데에 놓치고 떨어뜨리진 않을까 걱정합니다.
저도 제가 추동에서 받은 인정, 배운 사회사업을 돌아가면 그렇게 잊고, 잃어버리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세진, 걱정하지 말아요. 잊을만한 것들은 세진이가 잊을 거고, 기억할 만한 것들은 세진이가 기억할 겁니다.
... 세진 서울에 돌아가서도 뜻있게 사업사회 하시는 좋은 분들과 함께 하면서 만남을 이어 갔으면 좋겠어요.”
“네, 선생님.”
그렇게 서울로 올라오고 며칠 지나지 않아, 선생님께서 제게 연락을 주셨습니다.
“세진 안녕, 세진 책책책 신청하세요. 김세진 선생님 그리고 좋은 사회사업가 선생님들을 만나 뵐 수 있는 좋은 기회예요.
아주 재미있을 거예요. 신청하세요.”
“네, 선생님.”
‘신청한다고 과연 붙을 수 있을까.’ ‘붙으면 좋겠지만 떨어지더라도 난 괜찮으리.’ 그렇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합격자 발표가 있기 며칠 전부터 구슬 카페와 중부재단 홈페이지를 새로 고침해가며 들락날락했습니다.
그렇게 다가온 합격자 발표날 ‘정*진’ 제 이름을 확인했습니다.
합격 소식을 듣고 설레는 마음으로 사전 모임을 갔습니다.
책방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아 헤맸습니다.
같은 골목에서 저와 비슷한 모습으로 길을 찾고 계신 ‘선생님’ 한 분이 앞에 계셨습니다.
‘선생님’께서도 책방을 찾고 계신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혹시 책책책 모임 가시는 길이신가요?”
여쭤보려고 했지만,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용기가 나지 않는다 말이야.’ 하고 자신에게 변명했습니다.
그렇게 외면하다시피 서둘러 책방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책방에 들어가고 제법 시간이 지나자 제 예상처럼 아까 ‘그 선생님’께서 들어오셨습니다.
‘선생님’을 보자 죄송한 마음이 들었지만, 머지않아 죄송한 마음은 사라지고 걱정이 생겼습니다.
나와 다른 연령, 다른 성격에 느낀 낯섦이란 이 감정은 어떤 여행이 될지 절 걱정하게 만들었습니다.
여행 동안 선생님들과 몇 번 대화하기 힘들겠다. 책책책 3박 4일간 난 곧잘 걸으니 열심히 걷고, 열심히 사회사업과
재미있는 복지소학을 배우는데 힘써야겠다는 식의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책을 읽습니다.’
저는 이 말이 참 좋습니다. 어딘가 모르게 겸손함까지 느껴지는 이 표현이 참 아름답다 생각합니다.
골목에서 제가 처음 뵈었던 ‘선생님’은 윤외숙 선생님이셨습니다.
윤외숙 선생님께서는 선생님 당신의 책을 제게 읽어 주셨습니다.
선생님 따님과 유럽 여행을 다녀오신 이야기, 센터에서 정들었던 아이와 겪었던 갑작스러운 이별 이야기를
제게 들려주셨습니다. 풀잎을 손끝으로 쓸어가며 걷는 제게 진드기의 위험성도 알려주셨습니다. 참 재미있었습니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 나도 선생님처럼 앞으로 더 많이 느끼고 더 많이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표현함으로써 더 잘 사유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선생님 그날 그렇게 선생님을 지나쳐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선생님.
반대로 제 이야기를 펼친 적도 있었습니다. 어떻게 사회복지 공부를 하게 되었느냐는 박상빈 선생님의 질문에
제가 걸어온 지난날들을 말씀드렸습니다. 평소 말할 때 잘 더듬거리고 하고 싶은 말들을 끝까지 못할 때가 많았는데,
그날은 어쩐지 이야기 나눔에 있어서 군더더기가 없었고 또 만족스러웠습니다.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고, 제가 선택한 결정에 지지와 조언을 해주신 선생님께 감사했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저는 참으로 교만한 사람입니다.
저는 제가 본 그 한 번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마음과 관계를 접어두었습니다.
제 경험과 사람의 겉모습만으로 섣불리 판단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사회사업가로서도 가져선 안될 마음과 태도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사람들을 만날 때 ‘사람책을 읽는다’라는 마음자세를 가져보려 합니다.
겉표지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책에 무슨 이야기가 어떻게 적혀 있는지 헤아려 읽으려 합니다.
평소 독해력이 부족해 한 번 읽고는 이해하고 얻어 가는 것이 참 적은데, 제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읽으려 노력할 겁니다.
여행 동안 조은정 선생님과 함께 걷는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여행의 낯섦 속에서 홀로 걷던 중 선생님은 제게 오셔서 많은 이야기와 질문을 해주셨습니다.
처음에는 선생님 질문에 마음을 다하여도 단답 밖에 잘 나오지 않아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 였을까요,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자연스럽고 편해졌습니다.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지리산 풍광을 미처 다 보지 못했을 정도였습니다.
선생님은 제게 처음 일할 곳을 잘 찾아가야 한다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사회사업 바르게 실천하는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잘 갔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선생님께 용기 내어 ‘워라벨’에 대해 여쭈어도 봤습니다. 조심스러웠지만, 피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은 ‘워라벨’에 메이지 말라고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시작 첫 단추를 꿰기 전부터 ‘워라벨’을 염려하니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당사자를 생각하게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회사업 이야기하며 행복하다고 말씀하시는 선생님 모습 보며 퇴근 시간을 기다리며 집에 갈 궁리하는 내 모습이 아닌 당사자와 함께하고 바르게 실천하기 위해 궁리하는 사회사업가가 돼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그 날 선생님께 여쭤보지 않았다면 언젠가 발목 잡았을지 모를 이야기 선생님께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
추동에 다녀오고 나서 한 달 동안 매일 오전에 복지소학을 소리 내어 읽었습니다.
복지소학 그 자체로 읽는 재미도 있었고 그렇게 소리 내어 읽다 보면 내 몸에 체득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어 그렇게 했습니다. 하지만 가르침 없이 혼자 하는 공부는 이것이 맞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는데,
김세진 선생님께서 알려주시니 참 즐겁고 감사했습니다. 책책책을 통해 대면하여 선생님께 직접 배우니 더 좋았습니다.
김세진 선생님, 선생님께 풍족함, 누림에 대해 여쭤본 적이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잘 모르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제게 ‘결핍의 힘’을 믿는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늘 넉넉하고 충만해야 누릴 수 있겠다 생각했었는데 부족하기에 채울 수 있는 것도, 배울 수 있는 것도, 힘을 낼 수 있는 것도, 만족할 수 있는 것도 있음을, 심지어 누릴 수 있는 것도 있음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선생님께 배우는 정명, 교우, 걸언, 언행. 모두 참 재미있었습니다.
3일째 되는 날, 책책책을 통해 누림이 참 큼을 새삼 느꼈습니다.
이 자리가 내가 아닌 열심을 다하느라 지쳤을 다른 사회사업가 선생님의 자리가 되었을 수 있겠다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기도 하고 한 편으로 너무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무거운 마음은 선생님들이 계신 이 길을 묵묵히 나도 정진해야겠다는 결심으로 바로잡았습니다.
선생님께서 매실장아찌를 선물해 주셨을 때, 선생님 어떤 마음으로 선물을 주셨을까 혼자 생각했습니다.
‘돌아가서 공부하신 대로 (사회사업) 잘 실천해주세요,’ 이런 마음으로 주시진 않았을까 하고 혼자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숙소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과일청과 함께 소중히 냉장고에 보관해두었던 매실장아찌는 그만 서울에 올라오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날 형제봉에 오를 때 쯤 냉장고에 두고 온 매실장아찌와 과실청이 생각났지만, 말씀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산에서는 늘 겸손해야 합니다. 둘째 날, 형제봉에서 이만하면 걸을만하다 생각했습니다.
제 스스로 나 참 잘 걷는다 생각했습니다. 셋째 날 노고단을 걸을 때는 멀미와 체기가 있어 힘들었습니다.
정상 일출을 앞에 두고 대피소에 있는 화장실을 다녀오길 두어 번 반복했습니다.
출발 전 조미리 선생님께서 제게 핫팩을 챙겨주시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정말 아찔합니다.
조미리 선생님 따뜻한 핫팩 감사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무사히 건강히 잘 다녀왔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무릎이 저릿저릿 했습니다. 저릿한 무릎을 보며 겸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한다고 자랑하지 말아야겠다, 잘했었다고 잘할 거란 보장도 없겠다, 생각했습니다.
권신희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늘 동료들을 살피며 걸으셨습니다. 동료 걸음에 맞춰 함께 걸으셨습니다.
동료를 배려하는 선생님의 마음 배우고 싶다 생각했습니다.
뒤로 하산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던 지선주 선생님, 카페에서 김세진 선생님과 함께 나눴던 대화 선생님 참 즐거웠습니다. 여행 내내 선생님 이쁜 사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지 잘 받았습니다, 선생님.
밝은 분위기와 웃음을 잃지 않고 팀을 밝혀 주셨던 조미리 선생님, 선생님 감사합니다.
앞으로 걷을 길, 선생님처럼 씩씩하게 걷겠습니다.
자신을 표현함에 있어 부끄럼 없이 늘 당당한 박주이 선생님을 보며 선생님 참 멋지시다 생각했습니다.
저도 선생님처럼 당당하고 떳떳한 사회사업가가 되겠습니다.
3박 4일 이란 시간은 참 짧았습니다. 선생님들 한 분 한 분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다음에 다시 선생님들을 뵐 때는 사회사업가로 거듭나 동료로서 선생님들을 뵐 수 있었음 좋겠습니다.
좋은 기회인 줄 알면서도 걱정이 앞서, 쉽사리 지원하지 못했습니다.
책책책을 알려주시고 끝까지 지원하라 말씀해주신 추동 최선웅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권신희 선생님, 박주이 선생님, 윤외숙 선생님, 조미리 선생님, 지선주 선생님
선생님들을 뵐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얼굴도 모르는 후배 방문하셔서 지지와 응원해주신 김별 선생님, 남유진 선생님, 이연신 선생님 감사합니다.
기쁨으로 섬겨주신 우리 7기 박상빈 선생님, 조은정 선생님 감사합니다.
김세진 선생님,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책책책. 참 행복했습니다.
들어가 보겠습니다.
2022년 10월 19일 정세진
첫댓글 정세진 선생님 :)
와~ 책책책 7기 잘 다녀왔군요!
책책책 7기 멤버에 정세진 선생님 이름이 있어서 얼마나 반가웠는지요.
아름다운 곳에서 좋은 사회사업 선배들과 함께 진하게 누리고 많이 배우고 왔나봅니다. 수료사에서 느껴져요.
앞으로 정세진 선생님과 나눌 사회사업 이야기 기대됩니다!
응원할게요!
글은 그 사람인가봅니다.
글 속에서 곰곰이 생각하고 꾹꾹 눌러서 쓴 선생님의 신중함이 글에서도 보입니다.
7년간 하던 진로를 바꾸고, 얼마나 또 조심스러울까요? 참 좋은 사회사업 선배들과의 첫 만남이 선생님은 참 복받은 사람이라고 생각됩니다. 선생님이 너무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실천현장까지 이어지길 간절히 기도하겠습니다.
세진선생님. ^^ 선생님덕에 초심도 떠올리고, 더 잘, 더 깊게 공부 할 수 있었어요. 고맙습니다. 글도 역시 선생님처럼 진중해서 좋아요. 언제고 찾아오세요. 맛있는 밥과 함께 아동청소년 현장의 사회사업 이야기 나눕시다. 사회사업가답게 실천하려 노력하겠습니다. 선생님의 든든하고 자랑스러운 선배, 동료가 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오래 교제하며 동료로 잘 지냅시다. ^^
김세진 선생님 고맙습니다.
정세진 선생님 고맙습니다.
김세진 선생님과 걷고 싶습니다.
정세진 선생님과 걷고 싶습니다.
좋은 사회사업가가 되기 위해 준비중인 세진샘~ 많은 이들이 선생님이 참 복받았다 말씀해주시는데 저는 선생님이 복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동료로, 교우로 만날 날을 기대합니다~^^
둘레길 걸으며 선생님과 많은 얘길 하지 못했지만 앞으로도 알아갈 날들이 많으니 아쉽지 않아요
정세진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며 걷는 길이 좋아서 저 역시 노고단 하산길 풍경이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무리 좋은 풍경도 좋은 사람만 못하나 봅니다. 바른 실천을 하기 위해 공부하는 선생님을 보며 저 역시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