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마할
그대 마음이 와 닿을 수 있는 것은
나무도 아니고 강물이나 동물도 아니다
그대 마음에 위로가 되는 것은
오로지 그대와 같은 존재들뿐이랴.
-헤세
끔찍이 사랑했던 왕비 뭄타즈 마할이 죽자 무굴제국의 술탄 샤 자할은 하룻밤 사이에 백발이 되었다 어느 날 아침 잇몸이 모두 내려앉은 남자는 대리석처럼 빛나는 치골을 노려보며 생을 아예 뽑아 버리기로 작정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묘지를 만들어 주겠다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샤 자할은 파멸을 담보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304명의 생목숨을 집어삼킨 바다의 혓바닥이 텔레비전 화면을 뚫고 나와 남자에게 말했다 당신, 이번 생은 망쳤어! 타지마할은 영원의 얼굴 위에 떨어진 눈물 한 방울 순수한 모든 것 성스러운 모든 것 그리고 불행한 모든 것의 결정* 두 달 만에 엄마를 만나고 온 여섯 살 아이가 남자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영원히 울었다 서서히 밀려 들어오는 가시나무처럼 너무나 명확한 불행처럼 아그라성에 갇혀 죽음을 맞이한 샤 자할은 부활을 예언하며 마침내 왕비 옆에 묻였다 영원한 사랑의 궁전 타지마할은 뜯기고 훼손되고 복원되고 무너지는 광장에 들어선 촛불 궁전 위로 흩날리는 루머들 부딪치는 부싯돌들 끔찍한 사랑의 반점들 가엾은 찰나들 존재들
*타고르와 키플링의 글 인용
김현욱_2007년 진주신문 가을문예, 201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보이저 씨』, 동시집 『지각 중계석』 동화집 『도서관 길고양이』 (공저) 등.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기금 수혜

계간 동리목월 2017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