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회와 이웃 종교] (6)사주팔자 따져 이름 짓는 건 그리스도교 신앙에 위배
운명론에 빠지거나 점성술에 의지하는 행위는 그리스도교 신앙에 위배된다. 사진=언스플래쉬
민간 신앙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만일 대중 신심이 특히 복음화 교육을 통하여 올바로 이끌어진다면 풍부한 가치를 지니게 될 것입니다. 대중 신심은 순박하고 가난한 사람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 하느님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고 있습니다.”(「현대의 복음 선교」 48항)
인간에게는 타고난 종교심이 있습니다. 인간은 삶에서 자연스럽게 종교적 질문을 합니다. 이에 다양한 종교적 신념과 관습이 형성됩니다. ‘민간 신앙’은 뭇사람들이 하느님과 신앙을 찾는 특별한 표현이며, 가톨릭교회는 이를 ‘대중 신앙’ 또는 ‘대중 신심’이라고 일컫습니다. 우리나라의 민간 신앙은 샤머니즘에 속하는 무속(巫俗)과 깊이 연관됩니다.
쉽게 그리스도교 신앙이 왜곡될 수 있고 심지어 미신적 요소 때문에 민간 신앙은 오랫동안 순수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지고 때로 무시를 당하였습니다. 그러나 민간 신앙이 순박하고 가난한 사람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 하느님에 대한 목마름을 드러내기 때문에 오늘날 새로이 연구되고 그 가치가 재발견되고 있습니다.
복음의 조명을 받아 잘 인도될 경우, 민간 신앙 가운데 일부는 그리스도의 신비와 그분의 가르침에 관한 지식을 향상시키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습니다.
작명소에서 이름을 지어도 됩니까?
“하느님께서는 각 사람을 제 이름으로 부르신다. 모든 사람의 이름은 거룩하다. (중략) 이름은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의 존엄성의 표시로 존중되어야 한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158항)
이름은 한 사람을 드러내는 중요한 표지입니다. 한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칠 아이의 이름을 부모나 가족이 신중하게 짓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사주팔자를 맹신하는 운명론에 빠져 작명소에서 이름을 짓는 행위는 그리스도교 신앙에 위배됩니다.
‘아브라함’이나 ‘이스라엘’의 이름을 지어 주신 하느님께서는 이름 자체가 아니라 그 이름을 지닌 사람을 축복하십니다. 이름에 담긴 의미에 연연하기보다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고 기억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길일을 받아 이사나 혼인을 하는 것은 신앙에 위배됩니까?
“이날은 주님께서 만드신 날, 우리 기뻐하며 즐거워하세.”(시편 118,24)
역학(易學)에서 천체의 운이 좋은 날을 길일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길일에 행사를 하면 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날에 집착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길흉화복을 점성술이나 사주팔자에 의지하는 것은 그리스도교 신앙에 어긋납니다.
이사나 혼인 등 가정의 중요한 일정을 정할 때 길일에 연연하기보다 가족과 친지의 사정이나 주변의 상황을 검토하여 모두에게 유익한 날짜를 잡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리스도인에게는 모든 날이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에 맡겨진 날입니다. 날마다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이 그리스도인들에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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