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된 손/백낙란
길모퉁이 쓰레기 더미 위
고무장갑 하나 버려져 있다
엄지 손가락이 떨어져 나간 채
얼마나 삶이 고달펐는지
찌는 더위와 쿰쿰한 냄새에도 벌렁 널브러졌다
생활을 버무리고 무쳐 냈을
썰고 자르고 토막냈을
아님, 쓸고 닦고 치우기에 분주했을 손
아파하거나 쓰라릴 새도 없이 뜨겁게 살다
찢겨지고 구멍이 나야만 폐기되는 손
그런 손을 보며 문득 생각 난 고향친구
문수는 차량정비사로 쿠웨이트에서 손가락을 잃었다
몇 차례 수술로 덧대어진 자국
끝내 신경은 돌아오지 않은 채 카센타를 차렸다
부모없이 동생들을 건사해야 했기에
아린 손을 다독이며 펜치를 돌렸다
쓸모없이 변해버린 오른 손으로도
모든 일을 척척 해내는 친구
차 밑에서 시커멓게 달궈지고
땀방울이 폐유로 범벅되어도
타들어 가는 목마름을 견디어 낸 손
지치고 힘든 노동의 냄새가 진동하는 손등이
이젠 거룩한 훈장이 되어
삶의 나사를 풀고 조여가며
덧붙여진 세월의 흉터를 갈아 끼우고 있다
첫댓글 아 그렇군요 배독합니다 시인님
80년대 초 중동 건설 븜이 한창일 때 뜨거운 나라 쿠웨이트로 차량 정비사로 간 친구가 손이 다쳐 왔는데, 다친 손으로도 굳건히 카센타 일을 하며 동생들 뒷바라지한 훌륭한 친구 이야기입니다. 질긴 고무장갑처럼, 감사합니다 시인님
항상 건필하세요
찢어진 고무장갑이라는 일상의 풍경을 통해 인간사의 깊은 상흔과 치열한 삶의 현장을 묵직하게 그려내셨네요. 땀방울과 폐유로 범벅된 친구분의 손등을 거룩한 훈장 으로 승화시킨 시인님의 따뜻한 시선에 감동하고 갑니다. 흉터마저 삶의 훈장으로 바꾸어 낸 세상의 모든 손 들을 응원하게 되는 멋진 작품 잘 읽었습니다
네, 선생님, 치열하게 살아가는 한 친구의 이야기 입니다, 좋은 평으로 댓글주심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