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 더 사귀고 싶을 때 “당신의 꿈은 뭔가요?”라고 질문을 해보세요. 사랑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 때 “자기 꿈은 뭐예요?”라고 질문을 해보시길. 서로의 꿈을 진실되게 교감하고 공유하게 되면 사람들은 금방 가까워집니다. 바로 질문이 주는 긍정적 효과입니다. 좋은 관계는 좋은 질문을 종종하는 관계입니다.
훌륭한 질문은 생각을 자극하여 탄탄한 자기 입장을 갖게 합니다. 탁월한 질문은 문제의 틀을 재구성하고 문제점을 재정의해 줍니다. 상투적으로 치부했던 가정 가설에 찬물을 끼얹고, 진부한 사고방식에서 탈출하게끔 도와줍니다.
특히 삶이 힘들 때 자신에게 솔직하게 묻는 경우, 우리는 작가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가 ‘존재와 깨달음의 순간, 진리가 직관의 번득임 속에서 자각되는 특별한 시간’이라고 불렀던 빛과 같은 시간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피로 점철된 로마제국의 기독교 탄압을 피해 길을 떠난 베드로는 십자가를 지고 로마로 향하는 예수의 환영을 만납니다. 베드로가 “쿼바디스, 도미네?(Quo Vadis, Domine? Where are you going?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고 묻자, 예수는 “네가 내 백성을 버리고 로마를 떠나려 하니 내가 다시 십자가에 못 박히려 로마로 간다”고 말하고 홀연히 사라집니다. 베드로는 죄책감에 통곡하고 로마로 돌아가 복음을 전하다 순교합니다.
베드로는 12제자 중 예수께 가장 많은 질문을 하는 캐릭터입니다. 제자들의 대변인 역할을 도맡아 했습니다. 베드로의 ‘쿼바디스’질문은 역사적으로 모든 기독교인들을 일으켜 세우는 근원적 질문이 되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스토리텔러(이야기꾼) 셰익스피어가 창출한 캐릭터 중에서 햄릿은 단연 압권입니다. 햄릿이 탄식하며 스스로에게 자문하는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는 우울한 회의론자의 자기번민을 대변하는 최고의 질문이 됩니다. 선악이 뒤범벅되는 현실에서 내부분열에 시달리는 현대인이 중얼거리는 난치성 질문이기도 합니다.
유진 오켈리(Eugene O’kelly)는 2005년 2만명의 직원에 매년 4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던 세계최고 수준의 미국 회계법인 KPMG그룹의 CEO겸 회장이었습니다. 탄탄대로를 달리던 53세의 그는 어느날 건강검진 끝에 뇌암말기 판정을 받습니다. 뇌종양 진단과 함께 잔존 수명은 3개월 뿐입니다.
충격과 절망의 순간들을 넘기고 오켈리는 자신의 암진단을 축복으로 규정합니다. “심약하고 노쇠해진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죽는 경우보다 생의 남은 시간을 미리 알고 준비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은 축복이다”고 여긴 겁니다. 그는 의욕 넘치는 현실주의자였습니다. 오켈리는 다가오는 죽음에 대해 스스로에게 2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1. 죽음이 인생에서 최악의 부분이어야 하는가?
2. 죽음을 건설적인 경험으로 아니 최상의 경험으로 끌어올릴 수는 없는 것인가?
성공한 글로벌 비즈니스맨은 자문자답 끝에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죽음준비’를 합니다. 시한부 삶을 앞에 놓고 던진 질문은 그를 담대하게 일깨웠습니다. 다가오는 죽음을 오히려 ‘선물’로 받아들여 명료한 의식으로 하루 하루를 맞이합니다. 석달에 불과한 생존기간에 과거의 회한에 마냥 사로잡혀 있을 수도 있었습니다. 죽음이 닥쳐오는 내일은 공포의 얼굴로 쳐들어올 수도 있었습니다.
오켈리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현재의 순간에 머물고자 애를 썼고 삶의 속도를 한껏 늦췄습니다. 수백명의 친구에게 편지와 전화로 작별인사를 하고 친지와 최후의 와인파티를 열었습니다. 암치료 재단에 거액을 기부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글로 꼼꼼히 남겼습니다. 그의 마지막 글들은 <인생이 내게 준 선물 (Chasing Daylight, 2006 꽃삽)>이란 책으로 독자에게 다가왔습니다.
연명 치료를 거부하고 자발적으로 이 세상과 작별했습니다. 그리고 영면의 여행을 떠났습니다. 자신의 죽음을 당당히 재해석해보는 2가지 질문을 남겼습니다. 멋진 답변을 몸소 실천한 오켈리는 최고의 임종 셀프 매뉴얼을 우리에게 선보인 것입니다.
인생이란 너무나 빨리 흘러가버리기 때문에 우리는 이따금씩 멈춰 서서 스스로와 주변을 돌아봐야 합니다. 이때 질문이 그런 역할을 합니다. 질문을 하지 않으면 삶의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합니다. 질문이 삶을 결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