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에 결성되어 미니픽션이라는 새로운 문학 장르를 개척한 한국미니픽션작가회는 미니픽션 저변 확대를 위해 연간지 ‘미니픽션’을 창간했고, 신인상을 통해 우수한 작가를 발굴하여 미니픽션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그동안 ‘미니픽션’을 통해 많은 신인이 배출되었는데 근래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니픽션 작가가 되길 원하는 문청들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를 증명하듯 올해 신인상 공모에는 214편의 작품들이 들어왔다. 예년에 비해 응모작도 늘었고 특히 젊은 연령층의 응모작이 많아 미니픽션 문학의 밝은 미래를 보는 듯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늘어난 작품 수와 작품 수준은 비례하지 않는 것 같다. 미니픽션은 짧기에 그만큼 더 많은 사유가 담겨야 하고 함축적인 언어가 필요하다. 그런데 적은 원고지 매수로 쓸 수 있는 문학 장르라는 장점에만 치중하여 너무 쉽게 접근한 게 아닌가, 염려되는 작품들이 많았다.
문학을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한 예술이라고들 한다. 사상과 감정은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과 고뇌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자기의 것으로 체화시키지 못한 흔한 이야기, 삶에 관해 지나치게 가벼운 접근, 미니픽션에 대한 개념 정립이 부족하거나, 형상화가 부족해 설익은 것처럼 느껴지는 작품, AI를 이용한 것처럼 보이는 작품들도 상당수 있었다.
응모작 중에는 엽기적이고 가학적인 소재를 끌고 온 작품들도 다수 눈에 뜨였다.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에는 갈채를 보내지만 지나치게 흥미를 쫓다가 가해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게 아닌가 오해를 살 우려가 있는 응모작도 있었다. 문학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어야 하며 미니픽션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최종심에 올라 온 12편의 작품 <12월의 살해사건> <내 친구의 집> <차별> <죽음의 냄새> <재생산> <블랙 아웃> <관> <원죄에 대하여> <당신의 사막> <친애하는 작가님> <이야기가 들썩들썩> < 발화> 가운데, 탄탄한 문장력과 작가의 창의력이 돋보이는 작품도 다수였고, 심사위원들은 많은 고민과 의논을 했다. 하지만 탄탄한 문장력을 가진 작품은 너무 현학적이었고 창의력이 돋보인 작품은 마무리가 허술해서 당선작으로 하기에는 허점이 많았다. 안타깝지만 깊은 고민 끝에 이번에는 당선작을 내지 않기로 했다.
응모해 주신 많은 분에게 송구한 마음을 전하며 이번에 응모한 작품들을 잘 숙성시켜 다음 기회에 다시 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본심 심사위원 ; 이하언(소설가) 김정묘(소설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