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월. 흐리다 나중엔 눈(!)도 오고 비도 오고. 스무날.
푹 잤다. 그래도 졸려서 늦게 일어났다.
또 아침 먹으러 잠깐 걸어서 식당을 갔다.
씨리얼이랑 과일만 잔뜩.
오늘은 Portogal을 떠나네.
짐 싸서 차에 싣고 어제 봤던 것들에게 인사하면서, 철교를 지나, Gaia 지역을 지나…….
물어물어 가는데 표지판도 별로 없고, 고속도로 찾아가는 길마저 좁은 골목이다.
그래도 고풍스러우니 용서가 되지.
겨우 빠져나가 Lisboa 쪽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탔다.
오늘은 좀 구름이 많다.
España 보다는 후진 주유소 편의점에도 잠시 들려가면서, 뫼들 보면서, 소들 보면서 그렇게 달렸다.
뭐 달리 할 게 있겠는가.
음악이나 들어가면서.
점점 높아진다.
빗방울도 떨어지고.
여기도 비만 오면 온도가 뚝 떨어진다.
몽골처럼.
하늘도 흐려지고, 우린 점점 뫼로 기어들어간다.
귀도 멍하다.
España가 2km 남았다는 표지가 나오고 지금은 거의 폐허가 되어버린 국경마을에 도착했다.
도착했다기 보단 그냥 지나간다. 썰렁하게 연 가게도 없고 사람도 거의 안 보인다.
비가 와서? 검문소였던 듯한 곳을 그냥 훅 지나치니 Spain이라는 표시가 나온다.
또 허무하게 한 나라를 넘어왔다.
Portogal도 좋았어.
Spain쪽 국경마을 어느 cafeteria에서 점심.
pizza 시키고 딴 것도 골라 먹고. pizza는 되게 맛있었다.
확실히 Spain으로 넘어온 듯.
직원이 영어는 전혀 못하고 menu에 jamon이란 단어가 오랜만에 보인다.
또 달린다.
Salamanca까지.
배 차니까 기분 좋아서인지 150km가 지겹지 않게 지나갔다.
어떻게 어떻게 가니까 후딱 중심으로 와서 San Polo Hotel.
비싼데 어머니께서 그냥 잡아버리셨네.
전망도 좋은 3층.
이곳 자체가 유적을 개조한 것 같다.
지도 얻고 또 Salamanca가 어떤 곳인지 살피러 가야지.
골목만 꺾어 들어가니까 바로 San Esteban 수도원이 보인다.
춥다.
정면은 스데반이 돌 맞는 장면이랑 여러 이름모를 성인들 조각이 새겨져 있다.
멋있다. 웅장하다. 그 부분만.
조그만 입구로 들어가 표사고 빠띠오(안뜰, 어느 성당․수도원․궁전에 다 있었는데 이름을 몰랐다.)로 들어섰다.
여긴 좀 작네.
천장에 조각된(이름을 알고 싶은데……), 언제나 있던 무늬를 보면서 걷는다.
해가 뜨면 좋을걸.
왜 있는지는 몰라도 중간 중간에 천장이 보이는 거울이 바닥에 놓여져 있다.
방을 들어가는데 화려한 것은 별로 없다.
아담하다.
예배당인 듯한 곳도 보고 누구 무덤인가도 보고.
계단을 오르는데 그쪽 천장만 왕가에 문장 같은 게 붙어있어 멋있다.
2층 회랑에 올라 또 구경.
그러다 갑자기 어! 눈! 조금도 아니고 잔뜩 내린다.
습기가 많아서 그런지 거의 진눈깨비.
쌓이지도 않고…….
그래도 수도원에서 눈을 보니 운치는 최고! 낭만 느끼다가 내려가니 이번엔 떡눈.
안뜰 안에서 눈도 맞아보고.
수도원을 나서고 Mayor 광장을 가기 위해 길을 찾는다.
떡눈이었던 것이 부슬비로 바뀌어 camera가 다 젖네.
우산이 두 개 밖에 없으니 나는 다 젖어가며 걷는다.
모자 눌러쓰고 무조건 쫓아다니니 광장 도착하고 나서야 고개를 들었다.
광장은 광장인데 네모난 건물이 둘러쌌다.
그래서 우린 건물 밑을 지나며 비 안 맞고 광장 구경을 한다.
광장이라기 보단 그 큰 건물의 빠띠오 같다.
어느 식당이 맛있겠나, 이거 멋있네 하면서 한 바퀴 돌고 cafe 가서 앉아 쉬기.
튀김도 먹고. 이야기하며 얼마나 앉아있었을까.
비 그치고 우린 밥 먹을 데 찾으러 간다.
8시 전에 문 여는 곳을 찾아.
비는 안 와도 추워서 잔뜩 웅크리고. 앗 시계 고쳐야지.
걷다 보니까 대학도 보이고 대성당도 보인다.
산티아고 기사단 회원 저택이었다는 도서관 겸 information.
기사단의 상징인 조개가 벽에 붙어 있다.
안내소 누나가 영어를 유창하게 한다.
또 빠띠오 들어가서 한 바퀴.
어두우니까 하제 다시 보기로 하고 나왔다.
정육점엔 jamon만 잔뜩 걸려있다.
되게 좋아하나봐.
한 식당에 들어가서 맛있는 고기랑 spaghetti. 맛있다.
이젠 돌아가야지.
수도원이랑 대학이랑 대성당에 모두 불이 켜졌다.
그러니 더 멋있어졌네.
우리 숙소도 무슨 유적 같다.
들어와서 지금 일기 쓰고 있다.
벌써 Spain 돌아오고 일주일 남았네그려.
23. 화. 햇볕 나고 구름조금. 스무하루.
Portogal이나 Spain이나 전부 숙소 들어갈 땐 여권을 검사한다.
아침 열 시까지 자 버렸다.
너무 풀어져서 다니는 것 같다.
겨우 낑낑거리며 일어났다.
씻고 옷 걸치고 맑아진 도시로 나선다.
너무 늦게 나와서 아침 찾는데 아직도 앉아 먹는 사람 많다.
먹을 거 많은데 찾아 들어갔다.
누나가 바쁜지 우리 주문 하나씩만 들어준다.
그래서 한 20분에 걸쳐 음식 날라서 앉아 먹는다.
대부분 튀김. 빵 하나.
책에 어느 것이 Salamanca 대학인지 헷갈리게 나왔다.
그래서 일단은 catedral.
신, 구로 나누어져 있는 희귀한 곳이다.
겉모습은 뾰족하게 솟은 첨탑들이 있고 앞부분엔 역시 조각이 되어있다.
바람 불고 하니 되게 춥다.
두껍게 입었건만. 새로 지은 성당은 공짜네.
가운데 천장엔 꽃무늬로 되어있고 파이프 오르간에선 막 윤이 난다.
색유리 장식도 거의 없다.
한 바퀴 도니까 옛날 것으로 들어가는 조그만 문.
여긴 비싸게 받는다.
뭐가 이래! 아주 작은(지금까지 우리가 본 것에 비해. 우리 교회보단 컸다.) 예배당.
천장도 볼품없고.
벽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고, 바닥은 석관, 제단만이 화려한 금색이다.
예수님 일생도 아니고 마리아의 탄생부터 승천까지가 그려져 있다. 희한하네~
옆으로 빠지는 길로 박물관으로.
사진 못 찍게 하니 편하다.
자그마한 빠띠오를 중심으로 네모난 회랑. 언제나처럼.
이방저방 들어가는데 전부 누구 무덤이다.
성당을 옆에 다시 지을 정도로 낡았다.
그림도 약간 원시적인 것 같다.
표정을 너무 적나라하게 그려 놓았다.
어떤 건 우습고, 어떤 건 슬프고. 어떤 방은 얘네가 성인으로 모시는 사람들의 형상이 있다.
우상을 만들지 말라 하였거늘…….
화려한 무덤도 있다.
못마땅.
위로 올라가는 것도 돈 받는다.
이런!
예배당이 보이는 창도 보고 뭐 전시해 놓은 곳은 그냥 지나쳐 바깥으로도 나온다.
햇살은 따스하고 성당은 멋있다.
바람도 불고.
다시 올라가니 이번엔 새로 지은 성당 위층으로 왔다.
무섭네~ 신 예배당도 위에서 보고 이번엔 신 성당 꼭대기를 걷는다.
꼭대기는 아닌가?
찬우랑 놀면서 와서 어땠는지 잘…….
내려오니 아까 거기.
돌아 내려간다.
기둥없는 나선형 계단도 있다.
나와서 보니 바로 강이 보이고 우리가 가고 싶었던 Roma 다리도 있다.
다리에서 뒤를 보니 바로 catedral이 시원하게 보인다.
다리도 멋있고, 불어난 강도 멋있다.
찬우랑 놀면서 뛴다.
덥네.
건너편 와서 그냥 가만히 서 있다가 산책로로 꾸며진 길을 따라 다음 다리까지 갔다.
중간엔 죽은 나무를 예쁘게 꾸며논 것도 있다.
이번엔 그냥 요즘다리.
건너니까 telepizza가 보인다.
두 판 시켜서 배 터지게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점심시간이 세 시간 가량) 틈으로 우리 hotel도 지나고 건너편에 Esteban 수도원도 보인다.
조개의 집 앞에 있는 대학 들어가 보려니까 문 닫혔네.
또 걸어서 Mayor 광장. 햇빛 드니까 어제보다 멋있네.
앉아 놀다가 동네 한 바퀴 돌아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 앞엔 너무나 서글픈 표정을 지은 동상도 있다.
나중에 나갔다 오면 또 써야지.
2시간 동안 책 읽었다.
‘고야의 유령’인데 Spain 지명이 나오니까 친근하다.
저녁 먹으러 봐 놨던 중국식당으로.
근데 아직 안 열었네.
Mayor 광장까지 가면서 이리저리 기념품점을 들른다.
개구리가 얼마나 많은지……. 궁금해 죽겠다.
이 도시랑 개구리랑 무슨 관련이 있길래!
우리가 못 본 대학 조각도 있고 엽서들도 보고.
jamon 집을 지나 또 들어가 보고.
광장 도착하니 Spain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말을 실감했다.
불빛을 훤히 비추고 사람들은 낮보다 훨씬 많이 다닌다.
궁전 같기도 하고.
위의 세 층은 방이 엄청 많다.
저 방들은 다 뭐하는데 쓸란가?
이번 중국식당은 맛도 좋고 값도 싸다. 맛있게 먹었다.
우리나라 사람도 만나고.
엽서에서 본 우주인 조각 보러 cateral로 간다.
춥네.
우주인 조각이 어딨는지 알 수가 있나!
그래도 사자머리위에 개구리 조각된 것은 보았다.
책에는 대학이라 나왔건만…….
또 다리 쪽으로 가서 우리 집 쪽으로 간다.
나는 우주인 찾아볼 거라고 날뛰다 어머니께 혼남.
대학에도 못 들어 가보고, 우주인도 못 찾아서 못내 아쉽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하제는 떠나야지.
하제는 더 추운 도시라던데.
(대학이라고 열심히 본 건 신{新}학교였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