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시조 읽기(나팔꽃 시간표-양계향)
학교의 나팔꽃도
시간표가 있나 봐요
어제는 체육 시간
줄타기를 하더니
오늘은
음악 시간에
나팔 부네 따따따
-양계향, 「나팔꽃 시간표」 전문
<김우연 해설> 동시집 『나팔꽃 시간표』(아동문예, 2018)의 표제시이다. 양계향 시인은 일찍부터 동시조에 관심을 교직생활 중에 어린이 작품을 모아 『산호빛 목소리』라는 10권의 동시조집을 낸 바 있다.
시조집 『백비 앞에서』(2018)의 해설에서도 이우걸 시인은 “정말 겸손하고 베풀기 좋아하셨던 양계향 시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번 동시조집 해설에서 김종상 시인은 “양계향 선생은 한한자로서 문장이 뛰어났던 아버지의 문재를 이어받아 중학교 때부터 동시조를 습작해온 문학소녀였고 초등 교사가 된 1960년 초반부터 어린이 글짓기에 빼어난 지도력을 발휘했던 것을 밝히고 있다. 김종상 시인은 1960년 서울신춘문예에 동시 「산 위에서 보면」이 당선된 분이다.
「나팔꽃 시간표」는 김종상 시인은 해설에서 “나팔꽃을 자신과 같은 존재로 파악하는 어린이의 심상을 엿볼 수 있다. 새끼줄이든 울타리든 무어나 휘감고 기어오르는 줄기의 특성과 나팔처럼 생긴 꽃모양을 체육시간이면 줄타기를 하고 음악시간이면 나팔을 부는 어린이들의 모습으로 보고 있다. 문장을 의도적으로 아름답게 꾸미려 하지 않고 평범한 일상어로 나팔꽃의 특성을 어린이 입장에서 그려낸 것에서 자연에 대한 사랑과 문학적 역량을 짐작하게 한다”라고 하였다. 대방광불화엄경에 “모공광명능연설(毛孔光明能演說)”이라는 게송이 있다. ‘모공에 밝은 빛을 놓아 능히 연설하신다’는 말로 이 세상 모든 존재가 다 부처라는 것이다. 양계향 시인은 이 세상 모든 존재가 어린이의 마음과 관련하여 해석하는 능력을 가졌다. 이것은 어린이에 그만큼 관심이 크다는 것이요 한평생 어린이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리하여 어린이의 순수한 심성을 회복하고 동심 속에서 살아감을 느낄 수 있다.
사회가 삭막해져갈수록 동시·동시조에 심도 높아지고 있다. 동시 보급에 앞장서 오신 양계향 시인의 선구자적인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첫댓글 김우연 선생님, 과분한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