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경남역사]배움 두 배, 의미 두 배 김해한글박물관
지난 2021년 김해에서 ‘한글’을 주제로 한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김해 출신 한글학자들의 겨레사랑과 한글 문화를 담은 김해한글박물관.
새해를 맞아 한글을 올바르게 사용하자는 다짐을 해보며 김해한글박물관을 찾았다.
글 배해귀 사진 유근종
5000여 점 유물에 담긴 유구한 한글 역사, 한글 사랑
도심 속 큰 건물 사이에 위치한 김해한글박물관. 입구에 들어서자 ‘자주 만나요’ 인사말이 눈에 띈다. 매일같이 사용하는 우리의 글자인 ‘한글’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이하영 학예사의 안내를 받아 박물관으로 들어 섰다.
“한글학자인 이윤재 선생님과 허웅 선생님이 김해 출신이에요. 일제강점기 시절, 그분들이 한글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습니다. 그분들이 남긴 유물과 업적, 더불어 1443년 한글 창제 이후 한글문화와 역사를 재조명하기 위해 김해한글박물관이 지난 2021년 11월에 개관하였습니다.”
김해한글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유물은 약 5000여 점. 지하 1층~지상 2층, 총면적 약 591m²의 규모로 기획전시실과 제1·2전시실, 영상실, 수장고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김해 출신인 한글학자 이윤재 선생과 허웅 선생
제1·2전시실이 있는 2층으로 발길을 옮기자, 활짝 웃고 있는 아이들의 사진이 관람객을 반긴다. 이 학예사는 한글박물관의 정체성이라며 ‘미래의 주역은 당신들입니다’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제1·2전시실은 이윤재·허웅 선생의 유품으로 채워져 있다.
한뫼 이윤재(1888~1943) 선생은 일제강점기 때 대표적인 한글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이다. 그는 한글의 표준 표기법 정착과 우리말인 조선어 사전 편찬을 위해 노력했다. 3·1운동이 일어나자 독립운동을 주도했고, 조선어연구회·조선어학회에 참여했다. 일제가 1942년에 한글을 연구하는 조선어학회의 회원과 관련 인물들을 강제로 연행하여 재판에 회부한 사건인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몇 차례 구속되어 1943년 함흥 감옥에서 옥사하셨다.
밀양에서 아이들과 함께 온 김혜은 씨는 “김해에 한글학자가 계셨는지 몰랐어요. 그분들이 일제 강점기 때 한글을 지키기 위해 애쓰셨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어요. 아이들한테 매번 바른 말뿐 아니라 한글도 제대로 써야 한다고 가르쳤는데, 저부터 솔선수범해야겠어요”라며 이윤재 선생이 집필한 ‘표준조선말사전’을 바라보며 말했다.
눈뫼 허웅(1918~2004) 선생은 평생을 한글사랑과 나라사랑에 바쳤다. 그는 1945년 광복 후 고향인 김해에서 한글 강습회를 열어 우리말과 우리글을 보급하는데 힘썼다. 1971년부터 2004년 향년 87세로 타계할 때까지 한글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한자 배격과 한글전용운동에 앞장섰다. 무엇보다 일본어 잔재를 몰아내기 위한 한글운동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보기 드문 한글 공문서, 용비어천가 영인본 눈길
김해한글박물관에는 이윤재·허웅 선생의 유물뿐만 아니라 한글과 관련된 다양한 유물도 있다. 그중 제2전시실에 있는 ‘선조국문유서’(宣祖國文兪書·보물 제951호)는 임진왜란이 한창이던 1593년, 선조가 왜군의 포로가 된 우리 백성들에게 죄를 묻지 않고 전쟁에서 세운 공에 따라 포상한다는 내용이 적힌 공문서이다.
이 학예사는 “백성들이 읽을 수 있도록 순 한글로 작성된 보기 드문 글이에요. 김해성을 지키던 권탁장군이 이 문서를 가지고 적진으로 들어가 우리 백성 100여 명을 구했죠”라며 부산시립박물관에 보관하던 것을 김해한글박물관으로 옮겨왔다고 설명했다. 또 한글로 만든 첫 노래인 용비어천가 영인본도 특별 전시하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체험공간도 있어
제2전시실에는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국어 시험문제를 풀 수 있는 추억의 교실도 마련되어 있다. 시대별 국어 교과서를 보는 재미와 함께 연도별 국어 시험도 칠 수 있다. 채점을 통해 성적표까지 받을 수 있으니 열심히 풀어보자. 허웅 선생의 집필공간도 체험할 수 있다. 그의 집필공간에서 직접 책을 읽고 허웅 선생의 삶에 관한 이야기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옥상 휴게공간에는 트릭아트가 꾸며져 있어 재미있는 연출 사진도 담을 수 있다.
“박물관 뒤쪽에는 이윤재 선생의 동상이 있는 나비공원이 있어요. 코로나19가 안정되면 그곳에서 백일장 대회를 열고 학교 단위로 학생들을 초청해 보물찾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2023년 새해를 맞아 바른 말·고운 말 사용과 함께 한글을 더욱 사랑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김해한글박물관
위치 김해시 분성로 221
이용시간 매일 09시~18시 (휴관일: 월요일·설날·추석·1월1일)
문의 080-380-1009, https://gimhaehangeul.modoo.at
특별전시
‘한글로 만든 첫 노래, 용비어천가’를 만나보세요
용비어천가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후, 한글이 우리말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지 시험하기 위해 지은 악장·서사시이다. 1442년부터 집현전 학사들이 자료를 수집하여 세종 29년(1447년)때 최종적으로 책으로 완성되었다.
125장 10권 5책으로 구성되어진 용비어천가는 훈민정음 창제 이후 한글 반포 이전에 지은 유일한 한글 작품으로 책 속에 담긴 125장의 가사는 최초의 한글 사용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노랫말은 백성은 하늘이라 지칭하고 후대 임금이 갖추어야 할 덕목들이 담겨 있다.
용비어천가는 만원권 지폐 앞면에서도 볼 수 있다. ‘불휘 기픈 나무는’으로 시작하는 제2장의 내용 전체가 쓰여 있다. 2장은 중국 고사의 내용과 한자가 전혀 없이 전부 우리글로 쓰인 유일한 악장이다.
옛 국어시험도 풀어보세요
김해한글박물관에는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실제 치렀던 국어시험을 풀 수 있다.
연도별 대표 문제를 풀어보자.
1. (1950년대 국어시험) 슬기는 무슨 뜻일까요?
①해답을 요구하는 물음 ②사리를 바르게 판단하고 일을 잘 처리해 내는 재능 ③어리석고 둔함
2. (1960년대 국어시험) 해방의 반대말은 무엇일까요?
①만세 ②압박 ③자유
3. (1970년대 국어시험) 이를 ○○○닦아야 한다.
①깨끄시 ②깨끗히 ③깨끗이
4. (1980년대 국어시험) 다음 중 바른 문장을 고르세요.
①피아노를 칩니다. ②국어책을 일거 봅니다. ③ 작고 가벼운 느낌이 듬니다. ④우리는 자라서 무엇이 되까?
정답 1.② 2.② 3.③ 4.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