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능력’
새터민 중에 ‘윤설미’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아코디언 연주자 역으로도 출연했으며, 10만 회원을 가진 유튜브 운영자이고, ‘남북통일코리아’ 예술단 단장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탈북과정에서 인신매매를 당했습니다.
그래서 생판 모르는 중국남자와 결혼해서 딸 하나를 낳았습니다. 그런데도, 그녀는 매일 시부모님의 발을 씻겨드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그 중국남편의 주선으로 한국에 왔습니다. 아내가 이대로 살다가는 다시 북송된다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는 남편이 병으로 죽었답니다.
그녀는 한국에서 재혼하게 되었는데, 일류대 출신의 상대 배우자는 ‘그녀의 과거 모든 사실을 다 알면서도’ 자식이 딸린 윤설미와 결혼했습니다. 처음엔 시댁에서 그들의 결혼을 반대했지만, 신앙을 가진 시부모는 결국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하게 되었고, 이제는 그 두 사람 사이에서도 딸 하나가 생겼습니다.
아무튼, 윤설미가 인신매매로 팔려가 전혀 모르는 중국남자와 강제로 결혼했으면서도 그 시부모의 발을 씻겨드린 거나, 남편이 한국으로 아내를 보내준 것이나 현재의 남편이 다른 남자의 자식을 가진 윤선미를 선택한 것 모두, 놀라운 ‘사랑의 능력’입니다.
그렇잖으면, 보통사람으로서는 진정 쉽사리 행할 수 없는 일들입니다. 두 사람이 행한 ‘사랑의 행위’는, 결코 ‘조건이나 형편’을 보고 한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오직 인간만을 보고 행한 사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맷돌)
~ 제 주위에는 닭들과 강아지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그들이 나의 친구가 되어 함께 지냈습니다. 그들도 개성이 다 달랐습니다. 사나운 놈, 연약한 놈, 비겁한 놈, 욕심 많은 놈, 교활한 놈, 그 중에서 가장 큰 닭은 ‘키커’라고 불렀습니다.
그 녀석들과 계속 함께 지내다보니, 닭의 언어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수탉이 암탉을 유혹할 땐 낮은 바리톤으로 ‘또그독 또똑, 또그독 또똑’ 음흉하게 울었습니다. 족제비가 나타날 때나 위험할 땐 고개를 높이 들고 꼬리를 치켜세우며 ‘꼬꼭 꼬꼭’하고 날카로운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어린 저는 벌레 한 마리를 잡아놓고 “꼬 꼬 꼬 꼬”하며 닭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닭들은 저를 그들의 동료로 인정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식구 중에서 누군가의 생일이 돌아오면, 어머니는 닭을 잡아 음식을 만드셨습니다. 제 친구 닭이 밥상에 오르면, 저는 슬퍼서 먹지 못했습니다.
아버지의 술버릇은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주었습니다. 매일 술을 마시고 거나하게 취해서 돌아오시는 아버지의 기척이 나면, 식구들은 조마조마했습니다. 이윽고 밥상이 날아가고, 아버지가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하자, 형과 누나들은 밖으로 달아났습니다.
재빨리 도망갈 수 없는 저는, 엄마나 누나가 업고 뛰어야 했습니다. 너무 급해서 아무도 저를 챙겨주지 못할 땐, 저 혼자 공포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붙들고 괴롭혔습니다. “인강이를 지금 갖다버려! 지금 갖다가 파묻어버리라고!”
전쟁을 치른 듯한 긴 밤이 깊어 가면, 어머니는 저를 무릎에 앉혀놓고 꼭 끌어안아주셨습니다. “내가 너 때문에라도 살아야지….”하시면서 쓰다듬어주시는 어머니의 거칠어진 손길을, 저는 평생 가슴 깊은 곳에 묻었습니다. (출처; 기쁨공식, 김인강 / 고등과학원 교수)
어린 주인공에게 친구였던 닭, 그러나 그 닭들 중 하나는 식구들의 생일날 생일밥상에 올라가야 했습니다. 주인공은 슬퍼서 먹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는 남편한테 폭행당하면서도 불구인 자식을 위하여 모진 목숨을 부지해야 했습니다.
앞서 소개한 윤설미 씨나 남편들, 김 교수의 어머니, 우리는 이들의 삶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까요? 그것은 진실한 사랑의 열매입니다. 사랑은 모든 역경을 초월합니다. (물맷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