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는 이마트 안경점에서 돋보기를 새로 맞춰가지고 아침에 걷기 운동을 못했으니 조금이라도 더 걸으려고 집 쪽으로 바로 가지 않고 온의 4거리에서 풍물시장 쪽으로 건너가서 시장 입구로 들어가려고 보니 비둘기가 백여 마리는 되게 둥그렇게 모여 앉아 있다. 진 풍경이라 생각하고 사진을 찍으려고 몇 발작 다가가 휴대폰을 들이대자. 갑자기 비둘기떼가 내게로 모여드는 것이다 먹이를 주러 온 사람인 줄 알고 모여드는가 보다 했는데 비둘기 10여 마리가 내 키 정도의 높이로 나를 둘러싸고 마구 날아다닌다. 처음 보는 광경이라 신기했다. 모이는 나에게 없으니 그냥 시장 쪽으로 걸어가는데 비둘기들이 자꾸 따라오는 것이다. 배가 고픈가. 그러나 나에겐 비둘기들에게 줄만한 먹이가 없다. "저리 가" 하고 쫒아도 자꾸 따라오니 난감하다. 그때 내가 건너온 횡단보도를 건너온 사람과 철길 밑에서 오는 사람도 있어 다른 사람들이 세 명이나 비둘기 옆을 지나가는데 그 사람들은 안 따라가고 나만 따라 오는 것이다. 문득 생각에 내가 자기네들한데 모이를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나 아니면 먹이를 줄만큼 착하게 보였나 혼자 공상을 하며 그래도 사진 몇 장은 찍어가지고 왔다. 비둘기 전부는 카메라에 안 잡히고 삼분의 이정도 찍히기는 했지만 말이다. 비둘기 목덜미를 보면 정말 털 색깔이 예쁘다. 대부분 새 색깔이 사람들 옷만큼이나 화려하다. 오면서 가만히 생각하니 이 비둘기들이 내가 입고 있는 노란 코트가 예뻐서 단체로 달려들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른 세 사람은 남자 두 명에 여자 한 명이었는데 세 사람 모두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이 아닐까, 유독 노란 코트에 노란 구두를 신은 내게만 그렇게 집중적으로 모여들다니. 노란 색깔 때문인지 배가 고파 그랬는지 내가 조류학자가 아니니 알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처음 경험한 일이다. 비둘기가 사람을 보고 도망가지 않고 떼로 달려드는 것도 그렇고 더구나 몸과 머리 주위를 비행하는 것도 처음 보는 일이라 이것은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판단 하기도 힘들고 그냥 마음 편안하게 비둘기도 나처럼 노란색을 좋아하는가 보다 생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