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6일 금요일] 한겨레

[민초]

<‘중일마’ 김태효 “윤 대통령은 뉴라이트와 무관…의미 모를 정도”
김 차장 “뉴라이트 이름 올렸지만 연결된 적 없다”>


“대통령께서는 아마 뉴라이트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고 계실 정도로 이 문제와 무관하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 대통령 과거 역사인식 발언을 거론하며 김태효 차장에게 ‘이 정도면 윤 대통령을 뉴라이트로 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김 차장은 이에 윤 대통령이 뉴라이트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으며 “대통령께서는 아마 뉴라이트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고 계실 정도”라고 답했다. 서 의원이 ‘대통령이 뉴라이트 의미를 잘 모르느냐’고 재차 확인하자, 김 차장은 “예”라고 짧게 답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뉴라이트 지식인 100명 선언’에 김 차장이 이름을 올린 사실을 거론했다. 이에 김 차장은 “이름은 올리라고 그랬지만 참석하거나 이후에 연결된 적이 없다”고 관련성을 부인했다. “그때 제가 뉴라이트라는 이름을 쓴 것은 구태의연한 우파 보수를 벗어나서 신선하고 참신한 젊은 우파 보수 지식인이 되자는 말을 듣고 쓴 것”이라고 했다.

신 의원이 ‘이 정부에서 뉴라이트라고 평가받는 사람 중에 본인이 뉴라이트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하자, 김 차장은 “뉴라이트 개념을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재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혁신적인 깨끗한 우파.” 김 차장은 자신이 생각하는 뉴라이트를 이렇게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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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 김태효와 윤 대통령의 ‘오래된 미래’>

한·일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중일마)”이라고 한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의 방송 인터뷰 발언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이 “일본이 수십 차례 사과해 피로감이 많이 쌓였다”고 부연설명을 하면서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친일 논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이 발단이 돼 광복회가 별도의 경축식을 열며 광복절이 쪼개진 데다,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일본’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었던 사실이 논란을 키운 터여서 김 차장의 발언은 생각보다 파장이 컸습니다.

그런데 문제의 ‘중일마’ 발언은 실언도 새로운 발언도 아닙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 일본에 사과를 받거나 책임을 묻기보다 ‘미래’를 봐야 하고, 이것이 곧 ‘극일’이라는 인식을 꾸준히 보여온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2021년 6월29일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의 한일관계 악화와 관련해 “이념 편향적인 죽창가를 부르다 여기까지 왔다”고 비판하며 “한-일 관계에선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우리 후대가 역사를 정확히 기억하기 위해서 진상을 명확히 해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미래는 우리 자라나는 세대를 위해서 실용적으로 협력을 해야 하는 관계라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같은 해 대선 예비후보 신분으로 9월11일 대구 중구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을 찾은 윤 대통령은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에게 “일본의 사과를 이끌어내겠다”고 약속도 합니다.

그러나 2023년 3월16일 한-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일본에서 돌아온 윤 대통령은 닷새 뒤인 3월21일 국무회의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에 일본이 사과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일본은 이미 수십 차례에 걸쳐 우리에게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표한 바 있다”고 말합니다. 전임 정부들에서 일본의 사과를 받았기 때문에 다시 사과를 요구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윤 대통령은 같은 해 4월24일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워싱턴 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100년 전 일을 가지고 (일본에)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우리 외교부가 집계한 일본의 우리에 대한 공식 사과가 20차례가 넘는다.”

윤 대통령의 2023년 3월21일 국무회의 발언이 나오기 사흘 전인 18일 김 차장이 와이티엔(YTN)에 출연해 한 말입니다. 윤 대통령의 대일 인식과 외교 정책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김 차장은 윤 대통령과 2021년 초부터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안보 1차장이 된 뒤에는 한·미 정상회담(2022년5월) 등을 준비하며 윤 대통령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외교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는 ‘실세’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안보실장이 세차례 바뀌는 와중에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일본과 협력해 미래로 가야 한다’라는 대통령실의 인식은 김 차장이 오래전부터 주장해온 것입니다. 김 차장은 교수 시절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개입 등 일본과의 안보 협력을 강조하는 내용의 논문을 몇 차례 쓴 바 있습니다. 2007년 ‘뉴라이트 지식인 100인 선언’에 이름을 올린 김 차장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 대외전략기획관을 맡으며 ‘외교 실세’로 이름을 알립니다. 2012년 7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밀실 추진’ 논란으로 사퇴했지만 그 뒤에도 한·일 협력을 강조하는 글을 꾸준히 써왔습니다. 그러던 그가 윤석열 정부의 초대 안보 1차장으로 복귀해 자신의 소신을 밀어붙이는 것입니다.

참고로 아래 글은 김 차장이 2015년 8월 조선일보에 ‘사과받는 나라와 사과하는 나라’라고 쓴 칼럼 중 일부입니다. 당시에도 ‘일본의 마음’을 상세하게 ‘대변’합니다.

“일본인의 마음을 단순하게 축약하면, 약속하고 합의한 내용을 어기는 한국을 못 믿겠다는 것이다. 강제 징용 문제는 분명히 1965년 수교 당시 정부 간 약속으로 명문화해 사과하고 보상했는데 한국 법원의 판결과 한국인의 여론은 아직도 일본의 책임을 묻고 있어 곤혹스럽다는 것이다. (중략) 아베 내각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공포심'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위안부 문제에 관해 일본이 사과를 해도 과연 한국인들이 이를 마지막 사과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나아가 그러한 합의에 동의한 한국 정부가 과연 국내 여론을 만족시킬 수 있겠는가 하는 걱정이 그것이다. 한국의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시킬 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충족시키고자 노력할 마음이 상대방에게 있다면 우리도 과거사 문제에 관한 원칙과 입장을 재점검할 때가 됐다.” (2015년 8월3일 조선일보 ‘사과받는 나라와 사과하는 나라’)

‘중일마’ 발언 논란은 윤 대통령과 김 차장, 대통령실의 대일 인식을 또한번 유감없이 보여준 사례입니다. 그런데 논란이 벌어진 뒤인 19일 윤 대통령이 을지 국무회의서 “우리 사회 내부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파문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대통령실은 “(국내 비판세력이 아닌) 북한의 위협에 대한 언급”이라고 수습에 나섭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반국가 세력을 여러 차례 언급해왔는데 특히 지난해 9월1일 ‘국립외교원 60주년 기념식’에서 한 말이 눈길이 갑니다. “아직도 공산전체주의 세력과 그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 그리고 반국가 세력은 반일 감정을 선동하고, 캠프 데이비드에서 도출된 한미일 협력체계가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것처럼 호도하고 있습니다.”

‘중일마’ 발언에 대해 친일 행보라고 비판하는 야당을 향해 대통령실은 19일 “친일 프레임을 씌워서 정쟁화 수단으로 활용하고 국민 분열을 야기하는 야당의 모습에 유감을 표명한다. 친일 프레임으로 대안 없이 공격해대는 그런 행태가 아닌, 윤석열 정부는 실제로 성과를 내고 일본을 뛰어넘는 극일을 지금 보여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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