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불꽃놀이」
불꽃놀이
그대여 보아라.
때로는 나도 온몸으로
보여주고 싶은 순간이 있나니
부디 이 순간을 기억해다오.
너를 향한 내 그리움 가득 차올라
견딜 수 없는 그 순간이 오면
내 기꺼이 저 하늘 높이 솟아올라
부서지고 말지니
보아라. 내 불타는 가슴
쉬쉬식 팡팡 펑펑 쾅쾅
온 천지를 뒤흔들며
찰나의 목숨
찬란한 밤하늘에 별꽃처럼 흩뿌리리라.
(2022. 10. 9.)
이 시는 2022년 10월 8일 아내와 함께 여의도 불꽃놀이축제에 다녀온 다음날 내가 쓴 시였다.
사실 예전에 우리는 불꽃놀이를 가까이에서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2014년 4월에 아내와 함께 처음으로 호주여행을 갔을 때 시드니의 달링하버에서 본 불꽃놀이가 너무 기억에 생생하고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기에 그날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아침부터 미리 자리를 잡아놓고 불꽃놀이를 구경한 것이었다.
호주여행에서의 불꽃놀이는 그만큼 우리 부부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나는 그때의 여행일기에 이렇게 써놓았다.
< 가이드는 우리를 8시 반에 불꽃놀이를 한다는 달링하버로 데리고 갔다. 달링하버... 이름마저도 달짝지근한(?) 그곳이 나는 이번 호주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중략)
저녁이라서 자세히 보지는 못하였지만 그곳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불꽃놀이를 보기위해 몰려들고 있었다. 불꽃놀이는 매주 토요일에 한다고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사서 들고 나무로 되어 있는 데크와 거리를 걸으며 한가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곳곳에 카페가 있었고, 그 날 밤 그곳은 무엇인가 황홀한 느낌 같은 것으로 가득했다. 나는 아내의 손을 잡고 아이스크림 가게를 찾아가 아이스크림 큰 거 두 개를 사들고 그 인파속에 합류하였다. 우리도 그들처럼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걷고 싶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계단처럼 되어 있는 하버에서 불꽃놀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미처 우리가 자리도 잡기 전에 항구 가운데에서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나는 사실 불꽃놀이를 직접 가까이서 본 것이 처음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끔 불꽃놀이를 하였지만, 고작해야 아파트 창문으로 보거나 여의도쪽 하늘 멀리 퍼지는 불꽃들을 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바로 불과 몇 십 미터 앞에서 쏘아대는 불꽃은 굉장하였다. 순간적으로 하늘높이 치솟은 불빛이 펑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확하고 퍼졌다. 그것은 거대한 빛의 향연이었고 신기한 마술 같기도 하였다. 화약 냄새가 확 퍼지면서 순간 눈앞이 엄청나게 밝아졌다.
꽈다다당 하는 소리가 연쇄적으로 귓전을 때렸고, 그 순간 화약에 불이 붙는 찰나의 불꽃들은 어두운 하늘을 뚫고 기세 좋게 퍼져나갔다. 우리는 그 와중에도 사진을 찍느라고 분주하였다. 아이들 생각이 났고,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휴대폰 동영상을 작동시켰지만, 10분간의 불꽃놀이 중 마지막 1분간을 담았을 뿐이었다. 동영상 기능이 빵빵한(?) 캠코더가 없는 것이 아쉬운 순간이었다.
그때 나의 곁에는 사랑스러운 아내가 있었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내게는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그녀, 나의 아내, 그 날 밤 불꽃놀이를 함께 보던 아내와의 추억은 아마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래 바로 이거야, 내가 꿈꾸던 여행은 이런 것이었다구...(이하생략) >
그러나 이 시에 그대로 곡을 붙이기는 상당히 어려웠다. 더구나 ‘쉬쉬식 팡팡 펑펑 쾅쾅’하는 그 효과음에 무슨 수로 곡을 붙인단 말인가. 그래서 나는 가사를 조금 다듬어 최종가사를 이렇게 완성하였다.
불꽃놀이
그대여 보아라. 때로는 나도
온몸으로 보여주고 싶은 순간이 있나니
부디 이 순간을 기억해다오.
그대 향한 그리움이 가득 차올라
견딜 수 없는 그 순간이 찾아오면은
내 기꺼이 하늘 높이 솟아올라
부서지고 말지니
보아라. 내 불타는 가슴
온 천지를 뒤흔드는 찰나의 목숨
밤하늘에 별꽃처럼 흩날리리라.
(간주)
그대 향한 그리움이 가득 차올라
견딜 수 없는 그 순간이 찾아오면은
내 기꺼이 하늘 높이 솟아올라
부서지고 말지니
보아라 내 불타는 가슴
온 천지를 뒤흔드는 찰나의 목숨
밤하늘에 별꽃처럼 흩날리리라.
밤하늘에 별꽃처럼 흩날리리라.
그리하여 이 가곡은 나의 스물아홉 번째 가곡이 되었으며, 구광일작곡가의 편곡으로 완성되었으나 아직 녹음을 하지는 못하였다.
https://youtu.be/IQ6DqsRMH9Y?si=pvLbtSLFLQQUQ_X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