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반원공 수술을 위하여 하루 전날 병원에 입원하여 밤늦게까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컴퓨터 작업을 하였다.
다음날 수술대에 올랐는데, 굉장히 긴장되었다. 마음이 불안할 때, 지니는 염주를 가져가고 싶었으나 아무것도 지니지 않는 것이 좋다 하여 빈 몸으로 수술대에 오른 것이다. 이런 불안한 나의 마음을 아는지 수술과장님이 오시기 전, 젊은 의사선생님이 지금 마취를 하려고하는데 어떠할 것이라는 안내를 미리 해주고 나서 그 행위를 하니까 두려웠던 마음이 많이 사라졌다. 수술대에 누워 그 순간 ' 아 학생들에게도 학생들이 두려움을 가지고 있을 때, 교사가 잘 안내해주는 것이 그 두려움을 없애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의사라는 직업의 소중함을 깨우쳤다고 해야할까? 특히 수술을 잘 집도할 수 있는 유능함은 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에 영향을 주니 새삼 위대해보였다. 그리고 짧은 순간이었지만 유능한 교사는 어떤 교사일까도 생각했던 것 같다. 의사처럼 정확한 진단-처방(수술)처럼 변해가는 사회에 부합되는 교사의 전문영역은 어떤 부분일까? 교사는 어떤 역량을 지니고 있어야하나? 의사처럼 나이 든 교사들이 지니고 있는 교육의 경험은 제대로 존중받고 있는 걸까?
우리나라 의료보험보장제도에 대해서도 고마움을 느꼈다. 의료영역은 무슨 일이 있어도 공적영역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술을 마치고 계속 엎드려있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넘 힘들었다. 더군다나 다리까지 깁스를 하고 있는 상태라 남편이 꼬박 옆에서 간호를 해주어야하는 상황이었다. 잘 때에도 엎드려 있어야 하니 잠이 오지 않았다. 휴대폰을 볼 수도 없고 잠은 오지 않고 해서 듣기 시작한 것이 네이버 오디오 북 시리즈였다.
꽤 긴 내용의 무라카미하루키의 노르웨이 숲 소설을 병원에 있는 동안 다 들었으며 여러 연주곡도 많이 들었다. 새벽쯤에 조성진이 연주하는 라호마니호프의 피아노 협주곡들을 들었는데, 예전에 들었을 때와 느낌이 사뭇 달랐다. 나의 세포를 하나하나 일깨우는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퇴원하고 나서도 몇주간 계속 엎드려있어야한다고 한다. 병원에 좀 더 입원해 있을 지 퇴원해서 집에서 자세를 취할 지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남편과 나는 집에서 잘 하기로하고 퇴원 수속을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