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曾避獐奴虎又逢
일찍이 노루 놈 피하니 범 또 만났고 1)
催裝不暇計深冬
채비 서둘러 한겨울 계획 틈이 없었네.
家貧乏食蒙恩給
가난에 식량 모자라나 은혜로 넉넉하고
友篤憂寒貸賃縫
추위에도 친구 돈독하고 삯바느질하네.
桑海悲波翻故國
세상 변한 슬픔의 파도 나라를 뒤집으나 2)
麥舟高位賴隣邦
보리 배 높은 도움으로 이웃나라 믿었네. 3)
峯孫弟妹今何在
산울 같은 손자 누이들 지금 어디 있나 4)
夢裡時聞禮拜鐘
꿈속에 때로 들리는데 새벽예배 종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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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증피장노호우봉(曾避獐奴虎又逢): 노루 놈을 피하자 호랑이 만난다는 속담이다.
2) 상해비파(桑海悲波): 상해는 상전벽해(桑田碧海)로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하듯 덧없이 세상이 변하는 것을 비유하고, 비파는 지금 전쟁의 비극을 은유하는 비극의 파도라는 뜻이다.
3) 맥주(麥舟): 보리를 실은 배로, 중서시랑(中書侍郞)을 지낸 송(宋)나라의 범순인(范純仁/ 1027-1101)이 젊은 날에 아버지 범중엄(范仲淹/ 989-1052)의 심부름으로 보리 배를 운송하던 중에 만난 장례비용이 없다는 친구 석만경(石曼卿)에게 장례비용에 쓰도록 다 주었다는 고사이다. 이로 부조나 부조에 감사를 표하는 용어가 되었다.
4) 봉손제매(峯孫弟妹): 봉손은 산봉우리가 우뚝우뚝한 것 같이 둘러선 손자들과 누이동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