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 설 19세기 유럽에 불어 닥친 낭만주의의 열풍에 의해 예술 장르는 르네상스 이후 가장 폭발적인 팽창을 하게 되었다. 음악 분야도 예외는 아니어서 고전주의에 대한 반동으로서 낭만주의의 정신을 대변하듯 이전 시대의 형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가 새로운 음악장르를 탄생시켰다. 그것은 바로 교향시(Tone Poem)이다. 표제 음악적 성격을 띈 직접적이면서도 시적인 상상력을 요구하는 장르가 탄생한 것이다. 베를리오즈에 의한 <환상 교향곡>이나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과 같은 작품이 발표된 이후 리스트에 의해 교향시는 완전한 새로운 형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작곡과 초연 <죽음의 무도(Danse Macabre) Op.40>는 1874년에 작곡이 끝나고 1875년 1월 24일 파리의 샤트르 극장에서 에두아르 콜론이 지휘하는 콜론관현악단의 손으로 초연이 이루어진 작품으로, 그의 4개의 교향시 작품들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평가와 대중적 환호를 받았으며, 곡은 몽티니 르모리 부인에게 헌정되었다. 교향시의 내용 이 곡은 프랑스의 시인 앙리 카자리스(Henri Cazalis 1840~1909)의 기괴한 시에서 암시를 받은 것으로 1872년경 피아노 반주와 성악을 위해 작곡한 가곡으로부터 착상을 얻어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스타일을 염두에 두고 오케스트레이션한 왈츠 리듬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작품이다. 할로윈의 밤(10월 31일, 만성절의 전날 밤) 12시를 알리는 교회 종소리가 울리자 무덤이 갈라지고, 죽음의 신이 나타나 신경질적으로 바이올린을 켜면 해골들이 스멀스멀 땅 위로 나타났다가 새벽을 알리는 수탉의 울음소리로 산산이 흩어져가는 해골들이 깊은 밤 시간 동안 벌이는 광란의 춤을 유머러스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터치로 그려낸 곡이다.
[죽음의 무도_ 출처 : 진중권,“춤추는 죽음 1”,pp.127~128〕
'사신이 한밤에 묘지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면 주검들이 무덤에서 나와 뼈를 달각거리며 춤을 춘다'는 내용의 Henri Cazalis의 시를 음악으로 표현한 곡입니다. 원래 죽음의 무도는 페스트가 창궐하여 죽음을 늘 곁에 두고 살았던 14세기 이후에 중세 유럽의 미술작품에 자주 등장하던 모티브였습니다. 왕이든 귀족이든 성직자든 평민이든 죽음 앞에 서면 비로소 평등해진다는 신분제 사회의 역설과 페스트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죽기 전에 마음껏 즐기자는 광란적 흥분 상태가 죽음의 무도를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진중권은 [춤추는 죽음]에서 죽음의 무도가 탄생하게 된 사건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중세의 가을이 무르익어가던 1374년의 어느 날, 사람들이 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집 밖으로 쏟아져 나와 길바닥을 메우고 정말 미친 듯이 춤을 추었다. 춤추다 지친 자들은 길거리에 탈진해 쓰러졌고, 이렇게 모두 지쳐 쓰러질 때까지 광란의 춤은 계속되었다. 춤추는 자들의 행렬은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이리저리 옮겨 다녔고, 행렬이 한 도시에 도착하면 무슨 일인가 잠시 머뭇거리던 사람들도 곧 이 행렬에 뛰어들었다. 행렬이 두껍고 길어질수록 춤은 한층 더 격렬해졌고, 그럴수록 사람들은 더욱 더 춤의 마력에 도취되어 갔다.
'광란의 춤'이라 불리는 이 사건은 중세에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라인 강과 모젤 강 연안의 조그만 도시에서 처음 발생한 이 물결이 쾰른에 이르러서는 이미 500여명이 넘는 집단을 이루고, 마침내 프랑스 땅에까지 도달했다고 한다. 기록에 의하면 프랑스 땅에까지 진출한 이 무리들은 길길이 날뛰며 소리소리 지르다 지쳐서 땅에 쓰러져서는 수건으로 가슴을 마구 문질러대며 고통스러워 하다가 축복의 기도를 받고서야 비로소 이 광란을 멈추었다고 한다. [랭부 연대기]에 나오는 얘기다.
▣ 해 설
악마들의 희극적인 심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해낸 「죽음의 무도」 하프의 스타카토로 밤 12시를 가리키는 짧은 도입부에 이어 죽음의 악마를 상징하는 바이올린 독주를 중심으로 두 개의 주제선율이 발레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첫 번째 주제는 스페인풍의 리듬으로 악마들의 짓궂은 분위기를 묘사하고, 두 번째 주제는 명상적이고 반음계적 우수를 띄며 하강하는 선율로 밤의 고요함을 암시한다. 왈츠의 분위기는 점점 열기를 띄고 변주를 거치며 푸가로 확대, 발전해나간다. 광란의 축제가 한참 무르익을 무렵, 수탉의 울음소리를 묘사한 오보에의 스타카토가 등장하면서 죽음의 무도는 황급히 끝을 맺는다. 음악은 다음의 시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 시의 내용 Zig, zig, zig, Death in cadence, 지그,지그,지그(탁 탁 탁)! 죽음의 무도가 시작된다. Striking a tomb with his heel, 발꿈치로 무덤을 박차고 나온 죽음은 , Death at midnight plays a dance-tune, 한밤중에 춤을 추기 시작한다. Zig, zig, zag, on his violin. 지그, 지그, 지그, 바이올린 선율을 따라, The winter wind blows, and the night is dark; 겨울 바람이 불어오고, 밤은 더욱 깊어만 가며, Moans are heard in the linden trees. 린덴 나무로부터는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White skeletons pass through the gloom, 하얀 해골이 자신의 수의를 펄럭이며, Running and leaping in their shrouds 음침한 분위기를 가로 질러 나간다. Zig, zig, zig, each one is frisking, 지그, 지그, 지그, 해골들은 껑충껑충 뛰어다니고, You can hear the cracking of the bones of the dancers. 춤추는 뼈들이 부딪히며, 덜그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A lustful couple sits on the moss 이끼위에 앉은 음탕한 여인은 So as to taste long lost delights. 기나긴 타락의 희열을 만끽한다. Zig zig, zig, Death continues 지그, 지그, 지그, 죽음은 계속해서, The unending scraping on his instrument. 자신의 악기를 할퀴며 연주를 한다. A veil has fallen! The dancer is naked. Her partner grasps her amorously. The lady, it's said, is a marchioness or baroness And her green gallant, a poor cartwright. Horror! Look how she gives herself to him, Like the rustic was a baron. Zig, zig, zig. What a saraband! They all hold hands and dance in circles. Zig, zig, zag. You can see in the crowd 지그 지그 지그 군중속에서 The king dancing among the peasants. 촌사람과 섞여 춤을 추는 왕이 보인다. But hist! All of a sudden, they leave the dance, 쉿! 수탉이 울자, 갑자기 춤을 멈추고, They push forward, they fly; the cock has crowed. 어디론가 사라지기 시작한다. Oh what a beautiful night for the poor world! 이 불행한 세계를 위한 아름다운 밤이여! Long live death and equality 죽음과 평등이여 영원하라!
● 김연아 08-09 시즌 사용곡 하단에 피겨 스케이팅의 요정 김연아 선수의 쇼트 프로그램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멜로디를 기억할 수 있게 된 [죽음의 무도]. 카리스마 넘치는 안무와 역동적인 율동, 맨 마지막 누군가를 응시하는 날카롭지만 유혹적인 시선까지, 검은 원피스를 입은 김연아 선수의 악마에 홀린 듯한 연기와 살을 에는 듯한 완벽한 테크닉의 이미지는 [죽음의 무도]에 등장하는 악마들의 축제에 다름없다. 경기에서는 피아노와 바이올린 구성으로 편곡한 버전을 3분 정도로 압축하여 사용했지만, 원곡은 7분여에 이르는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위한 장대한 곡으로 19세기 낭만주의 음악정신을 대변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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