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絡蹄)에 대한 단상(斷想)> 해암(海巖) 고영화(高永和)
낙지는 팔완목(八腕目) 문어과의 연체동물로 한국(전라남·북도 해안)·일본·중국 등 세계 전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한자어로는 석거(石距)라고 하며, 장어(章魚)·낙제(絡蹄)라고도 쓴다. 《자산어보(玆山魚譜)》에 보면, 맛이 달콤하고 회·국·포를 만들기 좋다고 했으며, 《동의보감(東醫寶鑑)》에 성(性)이 평(平)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고 했다. 몸길이 70cm, 외투막 길이 8cm이다. 몸은 가늘고 길며 외투막 길이에 비해 팔이 긴데, 특히 첫번째 팔이 길고 굵으며 수컷의 세번째 팔은 혀 모양으로 교접완이다. 몸은 몸통·머리·팔로 되어 있고 머리처럼 보이는 몸통은 달걀 모양으로 심장·간·위·장·아가미·생식기가 들어 있다. 몸통과 팔 사이에 있는 머리에 뇌가 있으며 좌우 1쌍의 눈이 붙어 있다. 머리에 붙어 있는 입처럼 보이는 깔때기로 물을 빨아들이면서 호흡한다. 8개의 팔은 머리에 붙어 있고 1∼2줄의 흡반이 있어 바위에 붙거나 갑각류나 조개를 잡아먹을 때 쓴다. 입은 팔 가운데 붙어 있는데, 날카로운 턱판이 있으며 그 속에 치설이 있다. 연안의 조간대에서 심해까지 분포하지만 얕은 바다의 돌틈이나 진흙 속에 굴을 파고 산다. 바위 틈이나 진흙에 판 굴 속에 있다가 팔을 밖으로 내어 먹이를 잡아먹는다. 간의 뒤쪽에는 먹물주머니가 있어 쫓기거나 위급할 때 먹물을 내어 주위의 물을 물들임으로써 자신을 적으로부터 보호한다. 산란기는 5∼6월이며 팔 안쪽에 알을 낳는다. 식용하며, 주낙의 미끼로 많이 쓴다.
1)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에서 김려(金鑢)가 전하길,
큰 팔초어는 속명 문어이고, 작은 팔초어는 속명 낙지라 한다. 문어는 스님과 닮았고 낙지는 고승과 닮았다. 매우 우습게 생겼으며, 검은 작살로 찔러 잡는다한다. 팔초어를 잡는 까닭은 생선 반찬으로 식사를 제때 하기 위함이다. 혹은 말린 포로 혹은 조리해서 먹는데 모두 맛나다 한다. [// 大八梢者 俗名文魚 小八稍(梢)者 俗名絡蹄是也 文魚似僧 絡蹄似闍梨 語極好笑 以銕叉刺而獲之 故捕八梢魚者 有時而得鮮食 或胞或膎 皆佳云//]
◯ [자산어보]에서는 ‘말라빠진 소에게 낙지 서너 마리를 먹이면 곧 강한 힘을 갖게 된다’고 했는데. 낙지에는 자양강장 효과가 풍부한 타우린 성분이 풍부해 동맥경화, 협심증, 심근경색 등 각종 성인병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피를 맑게 해주고 간 기능과 피로 해소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예로부터 석거(石距) 또는 낙제(絡蹄)라 불린 낙지는『자산어보』에서는 낙지를 한자로 낙제어(絡蹄魚)로 쓰고 있다. 이는‘얽힌[絡] 발[蹄]을 지닌 물고기[魚]’를 뜻하는 말로, 여덟 개의 낙지발이 이리저리 얽혀 있는데서 이름을 따왔던 것으로 보인다. 민간에서는 ‘낙제하다’의 낙제와 발음이 비슷해 과거 시험을 보는 선비들 사이에서 금기 식품이었다고 한다. 사투리로는 낙자, 낙쭈, 낙찌, 낙치 등으로도 불리며, 한자어로 소팔초어(小八梢魚)·장어(章魚)·장거어(章擧魚)·낙제(絡蹄)·낙체(絡締)라고도 했다. 단순히 아주 작은 낙지를 세발낙지라고 하고, 바닷가 어민들이 ‘뻘 속의 산삼’이라고 부를 정도로 그 영양이 높으며 특히 가을철 낙지는 그 맛과 영양이 최고조에 이르러 보약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다.
낙지는 전라도 지역에서 제사상에도 오를 만큼 귀한 음식으로 사랑받는데. 짚이나 대나무에 돌돌 감아 양념을 발라가며 굽는 호롱구이는 별미 중의 별미다.
잘게 썬 낙지에 참기름과 달걀노른자까지 더해지면 고소하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라고! 한편 각종 한약재와 과일을 넣고 푹 끓인 간장에 일주일동안 숙성시켜 먹는 ‘간장낙지’는 새로운 맛을 선사해준다.
2) 연해를 두루 돌며 되는대로 짓는다.(遍巡沿海漫題) / 홍양호(洪良浩 1724∼1802)
周遊皆澤國 두루 유람하니 모두 연못의 고장이며,
物產異東西 생산물이 동서가 다르구나.
春菜靑絲角 봄나물로 실 같은 청각과
鮮羹紫絡蹄 생선 고깃국에 자줏빛 낙지로다.
含醪海蔘醉 막걸리와 해삼에 취하고
噴浪水牛嘶 거친 물결에 물소가 울부짖네.
風雅稱多識 기질이 고상하여 "학식이 많다" 칭찬하곤,
蟲魚入品題 여러 물고기 종류가 들어오니 값을 매긴다.
◯ 동의보감 턍액(湯液)편에 소팔초어(小八稍魚)로 소개된 낙지는 성질이 평(性平)하고 맛이 달며(味甘) 독이 없다(無毒). 생김새는 문어(八稍魚)와 비슷한데 작고 문어처럼 비늘과 뼈가 없으며 바닷가에서 산다. 민간에서는 속명으로 낙제(絡蹄)라고도 한다. 또한 신농본초경에는 장거어(章擧魚) 석거(石距)라고도 하는데 오징어(烏賊魚)보다 크고 맛이 좋다고 나와 있다.
◯ 본초강목에서 이시진은 “낙지는 달고 짜고 찬 음식으로 독이 없어 식품으로는 최고이며 혈을 영양하고 기운을 북돋운다(養血益氣)”며 “몸체는 작지만 발은 길고 소금을 넣어 구워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며 성질은 냉하지만 설사를 일으키지 않는 음식”이라고 성질과 효능을 밝히고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영양부족으로 일어나지 못하는 소에게 낙지 3-4마리를 먹이면 그대로 벌떡 일어난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회나 국 포를 만들기에 좋다고 쓰여져 있다.
3) 해수욕장에서 살붙이 조카딸에게 작은 팔초어(낙지)를 주니 얼굴이 밝아지네.[在海浴 晫姪連供小八稍魚 (俗名絡蹄 속명 낙지)] / 정운희(丁運煕 1566~1635).
海族紛千萬 바다물고기 종류는 이를 데 없이 많으며,
生生各等差 생생하여 각 종류별로 차이가 있다.
魚龍喜出沒 어룡이 기쁘게 출몰하고
蚌蛤好沈窪 병합조개는 물에 잠기길 좋아한다.
更有無膓物 자세히 살피지 않고 계속해서
還如入穴蛇 돌면서 구멍으로 구불구불 들어간다.
圓頭八腳並 둥근 머리에 모두 여덟 개의 다리
百足兩行加 온갖 발이 있으나 두 다리는 들고 다닌다.
能大小身怪 모든 일에 두루 능하나 몸은 괴이하고
行前後步邪 앞뒤로 다니어 걸음걸이가 간사하다.
秋來安窟宅 가을에는 편히 굴집으로 돌아간다. ~~중략~~
4) 배를 띄어 새벽에 출발하여 밤늦게 돌아왔다. 두수의 시를 지어 읊었다.[汎艇曉發夜歸 吟成二首] / 노수신(盧守愼 1515∼1590) 소재집(穌齋集).
河淡三更夜 강물이 맑은 한밤에
潮肥九月秋 밀물이 들어오는 9월의 가을이라,
直緣漁父問 아쉬워 어부에게 물으니
故作釣船遊 "그럼 낚싯배로 유람이나 합시다."
醉酒眞成夢 취한 술에 진정 꿈이런가?
垂綸浪設鉤 물결이 잠잠하니 낚싯줄에 물고기 걸려들어
淸晨立長嘯 맑은 새벽에 일어서서 휘파람 길게 부니
鷗鷺數聲酬 갈매기와 해오라기 화답하는 소리에
岸上看三老 언덕 위 노인들이 쳐다보네.
籠中貯八梢 대그릇에 담아둔 낙지가
蜿蜒背不辨 꿈틀꿈틀 뒤섞여 달아나려고
伸屈股相交 움츠리다 뻗으니 다리가 서로 엉켜
生物嗟强食 생물이라고 강한 놈에 먹히니 안타깝다.
行舟覺近庖 배를 타고가다 부엌이 가까워짐을 깨달은
分甘遍僮僕 머슴아이가 계속 즐거워하여
且覆濁醪匏 또 막걸리를 바가지에 따르게 하련다.
생낙지를 얻어 삶아 먹었다. 살아 있을 때에는 오로지 온갖 모양을 만들었는데, 삶다보니 오로지 납작하게 바뀌었다.(得生絡蹄煑食 生一作萬 行一作扁)
5) 윤 정언에 대한 만사[尹正言挽詞] / 정약용(丁若鏞 1762~1836)
丹旐悠揚寫正言 정언이라 쓴 명정이 길이 펄럭이고
秋風衰草赴高原 가을바람 쇠잔한 풀 높은 언덕을 향하네.
玄端設飾方纔了 조복 꾸미는 일은 겨우 마치었고
天降庚牌始到門 조정에서 내린 경패는 비로소 도착했네.
龍穴嬉春事隔晨 용혈에서 봄놀이한 건 어제 일과 같고
絡蹄如玉鱠如銀 낙제는 옥 같고 생선회는 은빛 같았네.
誰生誰死休分別 누구는 살고 누구는 죽었다고 구별 말라
已作當時一隊人 당시에 이미 한 무리 사람을 이루었다네
茶山簫鼓鬧芬華 다산에 퉁소와 북소리 소란하게 들릴 적에
頭揷雙條御賜花 그대는 어사화 두 가닥을 머리에 꽂았는데
演戲場邊數株柳 당시의 연희장가에 두어 그루 버드나무에는
別時已復集昏鴉 헤어질 때 이미 황혼 녘 까마귀가 날았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