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은 불황인가 보다
이 영 주
며느리가 외국 여행을 다녀오겠으니 며칠 동안 손주들을 돌봐달란다.
택배회사 일이 바빠서 죽을 시간도 없다던 며느리가
외국 여행을 간다니 믿기지 않았다.
아들이 31살에 탑차로 택배 일을 해보더니 택배사업이 비전이 있다며
택배 회사를 인수했다.
막상 오너가 되니 일이 어찌 바쁜지 매일 새벽에 나가서 밤늦게 퇴근했다.
그런 애들이 갑자기 시간의 여유가 생겨 외국여행을 다녀오겠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들의 말대로 택배사업은 날로 번창하는데 직원들 때문에 힘들다고 했다.
의욕을 갖고 택배 일을 시작한 젊은이들은 배달할 물건이 20kg만 넘어도
힘들어하고 결근을 하거나 퇴사하는 일이 잦았다.
배달하는 직원이 부족해 아들이나 며느리가 직접배송을 하고,
명절 때는 친척들까지 발 벗고 나서 도와줘야 한다.
급할 때는 퀵써비스를 이용한다.
며느리가 열흘이 넘게 외국여행을 다녀온다니 이해 할 수 없어서
아들과 며느리가 집에 왔을 때 물어 보았다.
“직원을 못 구해 고생하더니 이제는 좀 여유가 생겼니”
“ 올해는 택배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많아 직원 걱정은 없어요.
한 사람은 회사에 남아 있어야 하니까 집사람이 먼저 시간을 내서
이탈리아와 프랑스, 헝가리를 다녀오려 합니다.”
“그래 잘 생각했다. ”
걷기 운동을 끝내고 오다와 산딸기를 바구니 가득 따서 올라오는데
언덕길을 내려오는 아내가
“여보! 헝거리 다뉴브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관광하던 우리나라
사람들이 탄 배가 침몰해 지금 난리가 났어요.” 걱정이 되어 손녀한테
엄마가 안전한지 전화를 해보라 했더니 전화를 안 봤는데요.”
걱정이 되어 발걸음이 빨라졌다.
둘이 오디와 산딸기 바구니를 번갈아 들고 오는데 아내의 핸드폰이 울렸다.
“지금 항거리 다뉴브강에서 한국관광객이 탄 유람선이 침몰했다는데
예승이 엄마한테서 연락이 왔냐.“
“엄마 걱정 마셔요. 예승엄마는 어제 오후 2시 비행기로 항거리에서 출발해
오늘 정오쯤 도착한데요”
하루 차이로 안전했구나! 우리 부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회사를 운영하는 몇 년 동안 직원이 부족해 애를 태웠는데 올해는
택배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불황인가 보다.
그래서 요사이는 사업하는 사람에게 사업이 잘되나?
묻는 것은 실례라고 하지 않던가.
점식 식사를 끝내고 밭으로 나가려는데 휴대전화가 울렸다.
“아버님 잘 다녀왔습니다.” “내일 찾아뵐게요.”
애들은 외국 생활에서 배웠는지 택배사업은 미래 사업이라고 하더니
맞는 말인 것 같다.
불황이라고 하는데 무거운 것을 손에 들고 다니기 보다는
편한 것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택배물량은 줄지 않는다.
마이너스 성장이라 해도 택배사업은 불황이 없고 직장을 못 구한 젊은이들이
택배일이라도 하려고 들어오니 사업하기가 쉬워졌다.
하긴 사람이 죽어야 장의사도 먹고 사는 것 아니냐
외국에서 살다가 온 애들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외국여행은 체력이 뒷받침해야 하니 젊었을 때는
먼 곳으로 다니고 회갑이 넘으면 가까운 동남아로 다니는 것이
좋다던 말이 생각났다.
고추밭에 약을 치는 약통이 오늘따라 가볍다. (2019.6)
첫댓글 생생하게 그려지는 글, 실감나게 읽었습니다.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