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사진을 보면서 (隨筆)
影園 김인희
영원의 서재에는 겨울 풍경 사진이 걸려있다. 영원의 책상 뒤에는 책꽂이에 빼곡하게 책이 꽂혀있다. 책상 위에는 노트북이 중앙에 놓여있다. 탁상용 달력에는 칸마다 일정이 빼곡하게 쓰여있는데 흡사 모자이크한 것 같다. 날마다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열고 글을 쓰면서 노트북 너머에 있는 탁상달력의 일정을 확인한다. 책상에 앉으면 마주 보는 벽에 바로 그 겨울 풍경 사진이 걸려있다.
사진 속에는 나목의 앙상한 가지마다 흰 눈이 쌓여있다. 흰 눈에 덮인 대지는 마치 목화솜을 풀어헤쳐 펼쳐놓은 모양이다. 영원은 사진을 보면서 늘 차갑기보다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진 오른쪽 아래에 [겨울-독립기념관(2010)]이라는 글자가 인쇄되어 있다. 맨 처음 사진을 대했을 때 나목의 가지는 검은색을 띠고 있고 그 외의 모든 공간은 온통 흰색(흰 눈)으로 덮여있어서 흑백 사진인 줄 알았다. 사진 속에 화살표가 그려진 교통표지판의 바탕색이 파란색이라는 것을 발견했을 때 “아! 컬러 사진이었구나.”하고 외마디 탄성을 질렀다.
사진의 가장자리는 닳고 닳아 구겨지고 흠집이 있다. 사진 위의 중앙에 구멍이 뚫려있어서 못을 박고 걸어두었다. 자녀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 방학 숙제로 가족사진을 만들었던 재료 중에 큰 판지가 있었다. 바로 그 판지에 겨울 풍경 사진이 현상되어 있는 것이다. 제법 두께 감이 있고 눌러보면 스티로폼처럼 폭신하게 느껴진다.
영원은 사계 중 겨울을 가장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흰 눈이 내리는 겨울이 마냥 좋았다. 그 마음이 변하지 않고 나이 들었어도 여전히 겨울을 좋아하고 있다. 겨울을 좋아하는 영원에게 선물로 준 사진이다.
영원이 책상 앞에 앉아 산더미 같은 일을 하고 강의를 듣는 것은 다반사다. 밤늦은 시간까지 옴짝달싹 못 하고 일하다가 고개를 들면 한눈에 들어오는 겨울 풍경이다. 영원은 그 사진을 보면서 활짝 웃는다. 흰 눈이 소복하게 내린 대지는 아무 발자국이 없는 버진의 눈밭이다. 영원은 그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면서 걷고 싶다고 생각한다. 어떤 때는 그 눈 위를 떼굴떼굴 굴러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나목의 잔가지 끝을 덮고 있는 흰 눈이 마치 잔잔한 꽃잎처럼 보인다. 언뜻 보면 벚꽃이 만개한 봄날인 듯 착각하게 한다. 언젠가 사진을 표구하고자 하였으나 찬 겨울의 풍경이 영원에게 쓸쓸한 기운을 줄까 염려된다는 말에 주저했었다. 그러나 그 사진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서 표구는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영원이 그토록 좋아하는 겨울을 언제든지 볼 수 있으니 오래오래 간직하기 위해서 표구를 더 이상 지체할 수 없게 되었다.
영원은 겨울 사진 속에 숨어있는 사랑을 볼 수 있다. 흰 눈이 대지를 덮어버리고 나목의 앙상한 가지마다 호흡을 멈춘 듯이 보이지만 그 눈이 생명을 소중하게 감싸고 있음을 알고 있다.
영원이 동경하는 별이었던 박완서 작가의 등단 작품 <나목>의 마지막 부분이 기억난다.
한 점 남김없이 떨어져 나간 나뭇잎, 그 나목 앞에 놓인 것은 길고 긴 겨울이다. 나목에게 봄은 아득히 멀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면 마침내 봄은 오리라. 소설 속의 화가 옥희도는 박완서 작가의 생전에 지인이었던 박수근 화백을 모티브로 만든 인물이라고 한다. 작가는 옥희도의 전시회에서 잎을 남김없이 모두 떨어뜨리고 앙상한 가지의 나무가 ‘고목’이 아닌 ‘나목’이라고 마무리 지으면서 한 줄기 희망을 준다. 작가는 죽은 나무라고 여겼던 옥희도의 그림 속의 나무가 ‘고목’이 아니라 찬란한 봄을 기다리며 잎을 피울 준비를 하는 ‘나목’이라고 독백한다.
영원은 자신의 겨울 사진 속에 있는 나무가 바로 박완서 작가가 본 ‘나목’이라고 여긴다. 사진 속의 나무는 추위에 떨고 있는 듯 보인다. 흰 눈에 묻혀 생명의 눈을 볼 수 없지만 태양의 입김에 가뭇없이 눈이 녹아버리면 나뭇가지를 찢고 연두색 새순이 피어날 거라고 상상한다. 하여 영원은 늘 좋아하는 겨울 속에 살고 있으며 언제나 움트는 사랑을 기다린다.
영원이 좋아하는 겨울을 볼 수 있게 겨울 사진을 준 별에게 감사한다. 날마다 겨울 사진을 보면서 사랑하리라 다짐한다. 영원히 변치 않을 마음으로 모두 사랑하리라.
영원의 서재에 걸려있는 겨울 사진
첫댓글 날마다 겨울 사진을 보면서 사랑하리라 다짐한다
영원히 변치않을 마음으로 모두를 사랑하리라
영원님의 책상에 앉은 모습을 상상해보니
매일매일 숙제하느라 힘드시겠어요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숙제하듯이 살지말고 축제 하듯이
즐겁게 사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좋은글 잘 읽어 마음의 양식을 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매일매일 숙제하듯이 살지 말고
축제 하듯이 살아라~~~
참으로 좋은 생각입니다.
그렇게 마음 먹고 잘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메멘토모리 카르페디엠^^
고맙습니다 현재진행형
과거는 부도난 수표
미래는 약속어음
현재가 선물이고 현금입니다
사람은 반드시 한번은 죽어야 사는 인생
현재를 즐기고
현재에 최선을 다하라
오늘도 축제의 시작입니다
멋진오늘 되세요
메멘토모리카르페디엠
정지용시인의 고장
옥천 월령산 자연휴양림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