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숲
할머니가 유모차에 생선뼈를 싣고
비린내를 풀풀 풍기며 다가가면
고양이들이 할머니를 에워싼 채
입맛을 다시며 빨리 달라고 보챘다
아유 예뻐라 어쩜 이리 귀여울까
할머니는 재롱을 부리는 고양이 등을
어루만지며 챙겨온 보따리를 풀었다
코를 킁킁거리며 할머니를 기다리다
반갑게 우르르 몰려와 품에 안기는
고양이들을 할머니는 무척 사랑했다
바람이 몹시 불던 어느 겨울
할머니가 숲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움과 허기를 견디며 서로를 할퀴고
물어뜯는 날마다 상처가 깊어갔다
혹시 할머니가 많이 아픈 걸까
기다려도 기다려도 할머니는 소식이 없고
슬픔이 가득한 채 허공을 응시하는
고양이들이 야옹야옹 울음을 터뜨렸다
서서히 고양이가 하나 둘 사라진 숲은
다람쥐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고양이 앞에선 오금이 저려 도망도 못가고
쩔쩔매던 다람쥐가 나무를 오르내리며
주르륵 주르륵 미끄럼을 탄다
저 멀리 바위틈 혹은 풀숲 어디에선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바위 냉장고
구부정한 등에 커다란 배낭을 맨
깡마른 노파가 헉헉대며 산을 오른다
맨몸으로도 힘든 가파른 길을
자신의 몸보다 큰 짐을 지고
비탈진 산길을 오른다
바람이 굵은 땀방울을 훌치고 달아나고
노파는 숨 가쁘게 정상에 당도한다
흘러내리는 땀을 닦는 대신
서둘러 너른 치마바위 위에 배낭 속
물건들을 하나 하나 꺼낸다
콜라 사이다 귤 과자 막걸리 등속을
늘어놓고 땡볕에서 기다려도
산을 오르는 사람은 뜸하다
맴맴맴 울어 대는 매미 울음소리
아무것도 팔리지 않는 오후가 노곤하다
해가 지자 노파는 바위와 바위 사이
봉분처럼 볼록한 천막을 들추어
고스란히 남은 음료수를 주섬주섬 챙겨
바위 냉장고 안에 차곡차곡 넣는다
동굴처럼 컴컴한 그 안이 궁금해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을 꾸짖듯
<안의 물건에 손대면 죄바씀니다>
삐뚤삐뚤한 글씨로 씌어 있는
문구가 총총 발길을 돌리게 한다
김은우 약력
1999년≪시와 사람≫으로 등단
시집『바람도서관』『길달리기새의 발바닥을 씻겨주다 보았다』『귀는 눈을 감았다』
『만난 적은 없지만 가본 적은 있지요』
2015, 2020 2024 전남문화예술재단기금 수혜
2016, 2020 세종도서문학나눔 선정
카페 게시글
시인들의 시 & 산문
고양이 숲/ 외 1편/ 김은우/ 미래시학 2026년 봄 56호
박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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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3.26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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