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영지암(慶州 靈芝庵)의 소엽차(蘇葉茶)
신라의 천년 고도 경주 시내를 벗어나 불국사 입구를 거쳐 울산에 이르는 국도를 따라 달리노라면 입실 못미쳐 연안마을이 있다. 여기서 우측(남쪽)을 향하면 그리 높지 않은 산이 가까이 보이는데, 이름하여 독잠산(獨岑山)이다. 원래는 월성군이던 것이 현재는 경주군이 된 외동읍 냉천1리 이곳 산아래 동네 사람들은 이 산을 독재미산이나 도깨비산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에 영지암(靈芝庵)이라는 작은 사찰이 있다.
주지인 법성(法性)스님의 거처에서 내려다보면 세상 풍경은 자못 한가롭고 넉넉해 보인다. 가끔 선화(禪畵)로 달마도와 일촉광력(一蜀光力)의 힘찬 새우를 그리시는 스님은 차 만드는 법도뿐만 아니라 차를 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시다. 법당의 풍경 소리와 대숲은 스쳐 지나가는 바람소리를 벗하여 마시는 스님이 손수 내주시는 차 맛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영광 불갑사에 주석하고 계시는 수산 노스님으로부터 차를 배워 현재는 이미 차에 관해 일가(一家)를 이루고 계신 것으로 판단되는 법성스님은 작설차(녹차)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산하에 자생하는 약초나 식물잎으로 차를 만들어 일반 불자(佛子)들이나 평소 친하게 지내는 차 벗들에게 종종 선물을 하신다. 그중 스님이 최초로 개발하신 차가 바로 야생 들깨잎을 법제한 소엽차이다. 커피등의 외국산 대신 국산차를 애용하자는 말은 많이 있으나 막상 개발은 지지부진하고 좋은 작설차는 가격이 다소 비싼 형편을 고려하면, 스님의 이와 같은 일은 우리 차 보급에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라 생각된다.
음력 칠월 보름인 백중이 지나면 생물을 포함한 모든 자연계의 존재가 기운이 쇠하여 지는 까닭에 한창 기운이 왕성할 때인 음력 칠월 초순경에 소엽을 채취해 잎을 무우채처럼 가늘게 썰어 음건한(서늘한 그늘에서 말린) 다음 무쇠솥에서 한 번 덖어 내어 만드는 소엽차는 남달리 향이 진하고, 이뇨작용을 촉진시키는 능력이 뛰어나 우리의 신체를 청정하게 만들어 준다.
독잠산 뒤쪽으로는 위국(倭國)에 볼모로 잡혀있는 충신 남편을 기다리다 죽어 망부석이 된 박제상공 부인의 전설로 유명한 치술령이 있고, 영지암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아사달과 아사녀의 애틋한 사랑과 죽음의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영지(影池)가 자리잡고 있다. 기왕에 불국사(佛國寺)를 찾게 되면 그 일대에 산재僅 잇는 수많은 도요중 한군데에 들려 다기를 한벌즘 구입 하면 좋을 것이다. 도자기 생산지이므로 값도 저렴하고 종류와 문양이 다양하다. 투박한 듯하면서도 당시 우리 선의 생활상을 엿볼 수 신라토기도 구경할 수 있다. 보문관광단지에서 자연광관을 벗하며 식사를 하거나, 경주시내에 있는 생선구이 전문의 다미(多味, 성건동 소재/전화:(0561)43-2492)에서 인심좋은 주인과 즐거운 담소를 나누미 경주 나들이의 기쁨을 배가할 수 있다.
- 차의 고향을 찾아서(연호택:대광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