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서유기 [제54회] 삼장의 황풍령 재난
계에 일렀다.
법은 원래 마음에서 생기고 또한 마음에서 없어진다 /
생과 멸이 어디에서 생기는가 네 스스로 판별하라 /
모든 것이 네 마음에 있거늘 하필 남의 말을 들으랴 /
오직 수행을 쌓아서 철중의 피를 짜낼지어다 /
끈을 코에 꿰어서 잡아당겨 허공에다 건다 /
무위에 나무에 매어 그를 넘어지지 않게하라 /
도적을 잘못보고 아들을 삼지마라 마음과 법이 모두 잊히리라 /
나를 속이게 하지말고 먼저 주먹으로치라 /
마음을 나타내면 또 마음이 없고 /
법을 나타내면 법 또한 없어진다 /
사람과 소가 않보일 때면 하늘빛은 맑아지리 /
가을달 둥굴어 피차를 분간하기 어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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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는 삼장법사가 다심경을 통달하고 깨침의 문을 연때의 경지를 읊은것이다
삼장은 늘 부처의 가르침을 명심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점의 영광이 자연 몸에 스며들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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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사람은 고된 여행을 계속했다. 어느새 불볕이 내려쬐는 여름이 되었다.
어느날 해도 지고 저녁 어스름이 덮힐 무렵 길한켠에 시골집 한채가보였다
" 오공아 해는 이미 서산으로 떨어지고 달이 동해에서 떠 오르지 않았느냐?
다행이 저기 인가가 있으니 저기서 하룻밤을 묵고 가기로 하자.'
삼장이 이렇게 말하자 팔계가 말했다.
"옳은 말씀 입니다. 나도 배가 고파요.우선 어느집이던지 찾아가
밥부터 먹어야 겠습니다. 힘이생기면 짐 지기도 한결 수월할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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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오공이 면박을 주었다.
"자식이. 집만 그리워 하는군 집을 떠난지 몇일도 않되는데 벌써 불평을해?"
"형 자꾸 욕하지 말아요 형처럼 적게 먹는사람과 같을까 원.
난 이 몇일동안 늘 배가 고팠다는 것을 알기나 하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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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장도 이소리를 듣고 한마디했다.
"오능아! 집 생각이 자꾸 난다며 어디 출가한 중이라고 하겠느냐?
집생각을 계속 잊지 못한다면 너는 이길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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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계는 당황해서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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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형의 말은 듣지 마세요.형은 사람을 깔봅니다. 전 불평한게 아닌데
내가 불평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전 생각나면 말해 버리는 우둔한 물건이라
배가 고프니 어느집에 들러 밥을 먹으면 좋겠다고 한것 뿐인데
형은 제가 집 생각을 한다고 꾸짓었습니다.
전 보살님께 가르침을 받았고 스승님께도 사랑을 받고 있지요.
그러기에 스승님을 모시고 꼭 서천으로 가고싶습니다. 전 절대로 후회하지 않겠습니다.
저 나름으로는 열심히 수행하는것인데 어찌 출가한 중 같지 않다고 하십니까?"
"그만 됐다. 일어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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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계는 일어나서 구시렁 거리며 짐을 지고 뒤따라 걸었다.
잠시후 길가에 있는 집까지 닿았다. 삼장은 말에서 내리고 오공은 삼장 에게서
말고삐를 받아쥐고 팔계는 짐을 내려놓고 다같이 나무그늘에 섰다
삼장은 구환이 석장을 짚고 대 껍질로 짠 겉옷을 등줄기로 졸라매고
문쪽으로 슬쩍 슬쩍 걸어갔다.
노인 한사람이 대로 만든 침상에 앉아 염불을 하고 있었다.
삼장은 약간 머뭇거리며 인사를 했다.
""시주님 안녕하십니까"
노인은 황급히 일어나 옷깃을 바로하고 나오면서 답례를 했다.
"장로님! 실례했습니다. 어디서 오시며 저희집에는 어이 오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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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승은 동녘땅 대당의 화상으로 어명을 받들고 부처를 뵙고 경을 구하기위해
서천 뇌음사로 가는 사람이 올시다.
때마침 해가 저물었기에 하룻밤 묵어가려 합니다."
'노인은 도리질하며 엉뚱한 대답을 했다.
'못가십니다 .서천까지.서천가지 가서 경을 구한다는것은
여간 어려운일이 아닙니다. 꼭 구할려거든 동천으로 가시는게 좋겠습니다.
삼장은 마음속으로 찬찬이 생각했다.
"보살님은 서천으로 가라고 말씀 하셨는데
이 노인은 동쪽으로 가라한다 동쪽에 그런 경이 있을까?"
삼장은 면구스러워 한참 말을 못하고 있는데
성질급한 오공이 썩나서서 노인에게 대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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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늙은이! 당신은 그 나이에도 그렇게 세상 물정을 모르오?
우리 출가한 사람이 먼길을 걸어 이곳까지 와서 하룻밤 잠자리를
빌리자는데 그따위 언짢은 소리로 기운 뺄건 뭐야!
집이 좁아서 잘곳이 마땅치 않으면 우리는 나무 밑에서라도
잘수 있으니까 당신에게 폐는 끼치지 않을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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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삼장의 소매를 잡고 말했다.
"스승님은 아무말도 않고 계시는데 저 입이뽀족하고 눈이 빨간게
뇌공같고 폐병쟁이 같은 마귀가 왜 늙은이한테 시비를걸고 야단입니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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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늙은이! 당신은 눈이 너무 어두운데? 겉보기는 반반해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들도 있는거야!
나는 비록 몸은 작지만 가죽안에 살덩이가 뭉쳐있어!"
"제법 솜씨가 있다는 말이겠지!"
"흰소리가 아니야! 내 솜씨를 앞으로 볼수있을꺼요."
"그런데 자네 집은 어디야? 어째서 머리깍고 중이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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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대대로 동승신주의 바다동쪽 오래국 화과산 수렴동에서살던
사람이야. 어릴때부터 요괴가 되는 도를 닦아서 이름을 오공이라했는데
내 솜씨로 제천대성의 벼슬까지 했었지 다만 천록을 받지 못한걸
분하게 생각하고 크게 천궁을 뒤엎었기 때문에 화를 입었는데
지금은 액운을 벗고 서천으로 부처를 배알하러 가는길이야.
허한 산천 따위는 문제가 안돼 난 요괴를 잡고 용과 범을 항복시키고
하늘에도 오르고 땅밑으로도 꿰뚫고 들어갈수가 있어. 만약 당신집에
도깨비 같은게 소란을 피운다면 내가 잡아주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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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그소리를 듣고 허허 크게 웃었다.
응! 보자하니 시주나 받자고 돌아다니는 구변좋은 중이군 그래."
"흥 너야말로 입이 까졌다.근간에 나는 스승님을 모시고
고생을 많이 하다보니 말하기도 힘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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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고생을 덜했고 말하기도 힘들지 않다면 쉴새없이
떠들어서 날 죽이고 말겠군. 그만한 솜씨가 있다면야 서방에 갈수가 있겠어
.일행이 몇이나 되는지? 안으로 들어가 자고 가도록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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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우리일행은 모두 세사람입니다."
"아 그렇소? 나머지 한사람은 어디 있습니까?"
오공이 손가락질을하며 말했다.
"늙은이 눈이 아주 나뿐 모양이군. 저 나무밑에 서있잖아."
노인은 과연 눈이 좋지 않았다 머리를 들고 팔계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더니 기겁을 하며 집안으로 뛰어 들어같다.
"문을 닫아라.문을닫아! 도깨비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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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공이 쫓아가서 노인을 거머잡았다.
"겁낼것은 없어요.저건 도깨비가아니라 내 동생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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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소? 그렇지만 모두 지지리도 못난 중들이군요."
"노인장 생긴걸로 사람을 평가하다니 이건 너무 지나치지않소?
우리가 얼굴은 괴상하게 생겼지만 쓸모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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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문앞에서 세사람과 이야기를 하고있는데 남쪽에서
두 젊은이가 노파와 아이서넛을 데리고 나오면서 무슨말인가를 짓꺼렸다.
집 문앞에서 떠들어대는 소리를 듣고 영문을 몰라 급히 달려오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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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는 사람들이야?"
그말을 듣고 팔계가 그쪽으로 돌아서서 귀를 흔들거리고 긴입을 쑥 내밀자
모두 기겁을해서 뒤로 나자빠지고 앞으로 엎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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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장은 당황해서 그들에게 말했다.
"두려워 마십시요. 우리는 나쁜 무리가 아닙니다. 경을 구하러가는 중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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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그제야 문을 나와 자기의 노처를 부축하고 말했다.
"여보! 일어나오 두려워 마오. 저 스님은 당나라에서 오셨소.
저분이 제자들은 얼굴은 못났어도 마음만은 고와 얼른 애들을 데리고 들어가오."
노파는 노인에게 부축되고 두 젊은이가 애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삼장은 다락에 대나무 침상에서 앉아 원망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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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너희들은 얼굴이 험악한데다 말씨까지 거칠어서 이집 사람들을
모두 놀라게했다. 그래서 나가지 죄를 짓게 했으니 이일을 어쩌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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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말씀이지 전 스승님을 따라 나선지가 얼마 않됐지만 그래도
제법 고와졌습니다. 고로장에 있을때는 입을 앞으로 쑥 내밀고
귀 양끝을 조금 놀리는 것 만으로도 이 삼십명이 나자빠 졌으니까요."
오공은 헤헤 웃었다.
"바보녀석 그 보기 싫은걸 감추는게 어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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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공이 짐을 안으로 옮기고 말을 말뚝에다 맸다.
노인은 그제야 찻잔을 얹은 쟁반을 젊은이에게 들려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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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주님! 아까 말씀에는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씀하 시던데 그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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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아니라 길이 험해 못 가신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서쪽으로 삼십리가량 가면 팔백리 황풍령이란 산이있는데
그 산중에 요괴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말씀을 드린겁니다.
그러나 제자가 솜씨가 대단하다니 그말이 사실이라면 갈수도 있겠지요."
"문제 없어요.나하고 이동생이있으니 어떤 요괴도 우릴 어쩔수없지요.'
이러는 동안에 아들들이 먹을것을 들고와서 상위에 차렸다.
삼장은 합장하면서 재경을 외기 시작했는데 팔계는 그때 벌써 밥을 한그릇 먹었고
경을 끝낼 즈음 세 그릇이나 바닥을 비웠다. 오공이말했다.
"이 꿀꿀이야 아귀가 붙었느냐?"
왕노인은 그래도 눈치가있는 사람이라 식구들에게 밥을 더가지고 오라고 일렀다.
팔계는 눈치도 보지않고 열몇그릇을 순식간에 비웠고 삼장과 오공은
두 그릇씩도 먹지를 못하고 수저를 놨다.
왕노인이 삼장을보고 말했다.
"너무 갑작스레 오셔서 반찬은 없지만 한술 더 드시지요."
삼장과 오공은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많이 들었습니다."
팔계가 왕노인이 말에 오해를한 모양이다.
"늙은이.무슨애기를 하고있어.'
아무도 당신한테 점같은 것을 쳐달라고 한사람은 없어
쓸데없이 오효니 육효니 하지말고 밥이나 있거든 더 가져오시요."
이 바보녀석은 식구들의 밥을 다 먹고도 아직배가 안찼다고 투덜대는 것이다.
식사를 마친 일행은 문간방에서 그밤을 지냈다.
이튼날 날이 밝자 노인은 식구들을 시켜 밥짓고 국을 끓여 대접했고
위대한? 팔계는 밥한솥을 원 없이먹어 기분좋게 출발하게 되었다.
왕노인이 말했다.
"가시다가 불길한 일이 생기면 우리집으로 돌아 오십시요"
오공이은 어께를 으쓱하며..
"노인장 웃기는 소릴랑 마슈! 우리 출가한 사람은 가던길을 뒤돌아 서질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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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말에 채찍질을 하며 짐을 짊어지고 서쪽을향하여 떠났다
황풍령에는 요괴가 득실댄다는데 과연
삼장법사와 오공일행은 어떤 고난을 겪을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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