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창 禪雲山 산행 ☞
<2008. 04. 10 (비온뒤 맑음) 중앙산악회>
■ 산행개요
◐ 산 행 지 : 靑龍山(344m) 禪雲山(336m)
◐ 소 재 지 : 고창군 부안면, 아산면, 해리면
◐ 참석인원 : 25명
◐ 산행코스 : 삼인초교 → 구황봉 → 병풍바위 → 비학산 → 희어재 →청룡산 → 배멘바위 → 낙조대 →
천마봉→ 도솔암 → 장사송 → 진흥굴 →선운사 → 주차장
◐ 산행거리 : 13 km
◐ 산행시간 : 5시간
◐ 뒤 풀 이 : 쭈꾸미에 복분자 술
■ 산행후기
▶ 어제 밤 부터 많은 비가 내린다고 일주일 전 예고 된 기상정보는 야속하게도 100% 적중률을 보이며 거문도 백도의 무박산행을 접어두고 24일 계획된 선운산으로 대체되었다. 미리 예약을 받지 못하고 갑자기 변경된 산행에 24명의 단출한 인원을 태운 산행 버스는 천사의 마음을 아리게 하며 출발을 한다.
그러나 호남고속도로에 들어서면서 걷힌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얼굴을 내밀어 산우들 모두 가벼워진 마음으로 정읍 I C를 빠져 나가 국도 가장자리에 만발한 벚꽃을 바라보며 분주하게 닦아오는 봄을 느낀다.
산행 지도에 표시된 선운산 보다는 선운사가, 흐드러지게 온 산을 붉게 물들인 동백꽃 물결과 풍천장어 양념 구이가 입맛을 당기게 하는 것은 경험을 통한 예찬 인지도 모른다.
세 시간 남짓 버스를 달려 오늘의 산행 코스가 한눈에 들어오는 삼인 초등학교 마당에 내려 마음은 즐겁고 몸은 고단한 산행은 시작되었다.
완만한 능선길을 딛고 올라서니 초입 비탈에는 온몸에 굵은 침을 무장한제 숨을죽이고 뻗어선 두릅나무 입새가 살맛나는 세월을 기다려온 김 회장의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표지판도 없는 봉우리를 수도 없이 넘으며 파아란 물감을 풀어 놓은 것 같이 계곡을 가득 매운 도솔지의 시원한 물길과 산아래 넓게 펼쳐있는 해리 들녘을 바라보면서 마음속에 봄이 파랗게 체색되어 간다.
부지런히 걸어 당도한 높은 절벽 청룡산 정상에 올라서니 산과 들과 또 바다가 한눈에 투영되는 아름답고 시원한 조망이 발걸음을 잡아 끈다.
청룡산 이정표를 따라 고개를 돌리니 북쪽 능선 위에 바위산이 우뚝, 한 달음에 뛰어가 올려다보니 정수리에 한그루 청솔핀으로 멋을 부리며 무엇이 그리도 우스운 일이 있는지 가로로 길게 찢어진 입술을 다물지 못하고 우람한 모습으로 순하게 앉아있는 배맨바위다.
절벽 위에 매달린 긴 층층대를 내려서 걸음을 재촉하니 등산객들이 왁자지껄한 낙조대에 이른다. 이름과 같이 여유 있고 편안한 마음으로 낙조를 관망하기에는 너무나 시간이 이르고 가파른 바위산이다.
낙조대 길림길을 지나면서 정해진 시간은 동이나고 선운산 가는 길은 아쉽게 다음 기회로 미루고 하산을 작정하니 건너다보이는 도솔암이다. 그리고 그 위쪽 암벽과 송림을 배경으로 한 폭의 산수화 같이 아름다운 내원궁을 바라보며 속세의 잡다한 근심을 털고 행복한 꿈길을 걷는다.
도솔암을 지나 여덟 개의 팔을 벌리고 600년을 곱게도 솟아오른 천연기념물 제 354호 장사송과 진흥굴에 눈도장을 찍고 널찍한 포장도로를 따라 선운사 마당으로 내려와 바라보는 뒷산 숲에는 수줍은 꽃망울을 잔뜩 매달고 널부러진 동백나무가 빡빡한 여정에 지친 나그네의 시름을 달래고 함빡 꽃피울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선운사 골짜기로 /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 막걸리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 작년 것만 시방도 남았습니다. / 그 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니다.
미당의 시 귀가 어쩌면 그렇게 현실로 덮쳐 오는지 김 성룡 산우의 고향이라는 이름으로 마구 따르는 복분자 술 향기에 영혼이 길게 잠든 하루였다.
☞사진은 http://cafe.daum.net/jungang4050 에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