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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의 극구부인에도 불구하고 일파만파 번져..
최근 장동건과 고소영의 특급 한류커플이 탄생한 데 이어 비와 전지현이라는 또 한쌍의 한류커플이 탄생했다는 보도가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6월 10일자 스포츠서울닷컴은 '한류스타' 비와 전지현이 열애 중이라는 대서특필했다. '특급연인'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낯설지 않은 커플, '월드스타' 비와 '아시아의 별' 전지현(29)의 열애 사실을 단순한 설이 아닌사실로서 보도한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이들 커플은 지난해 10월 이후 본격적인 만남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그 사랑을 이어오고 있다며 자신들이 지난 100일간 둘의 사랑을 지켜봤고, 특별한 데이트 현장도 목격했다는 르뽀 형식의 주장이었다.
비가 전지현에게 받은 RF카드를 이용해 전지현의 집에 드나들었고, 해외 스케줄 소화를 위해 한국을 비우기 전날에도 둘은 어김없이 만나면서도 철저히 주위의 눈을 따돌리는 비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었다는 내용도 있는가 하면, 둘을 연결한 사랑의 '오작교'는 평소 비와 전지현을 친자식처럼 아끼는 것으로 유명한 국내에서 손꼽히는 재벌그룹의 유력인사였으며, 둘을 맺어주기 위해 자주 모임을 만들었다는 내용도 있었다.
또한 둘만의 은밀한 사랑은 둘만의 암호를 통해서도 드러난다며 비록 공개커플은 아니지만 비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와 전지현의 팔에 묶인 팔찌는 '까르띠에' 제품의 커플 악세서리라는 주장도 있었고, 서로를 부르는 닭살(?)스런 애칭이라며 전지현의 휴대폰에 입력된 '절대지존'이 비라고 주장했다.
기사는 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남녀 스타의 사랑이 조건없이 지속되길 기원한다. 소속사 또는 개인의 경제 논리에 막혀 서로에게 다시 찾아온 소중한 사랑을 숨기는, 어리석은 일은 없기를 바란다”며 기정사실화 하고 나섰다.
이러한 스포츠닷컴의 특종(?)보도에 대해 비와 전지현 측은 소속사를 통해 공식 부인하고 나섰다. 비가 소속사 제이튠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전지현씨와 친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열애설에 대한 얘기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전지현을 소개해줬다는 유력인사에 대해서도 “재력가 유력인사가 소개해줬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의 출입도 지인이 살고 있어서 지인의 집에 드나들었을 뿐이다”고 해명했다. 특히 기사에 게재된 사진에 대해 비는 “각기 다른 사진을 찍어서 보도됐고, 가족과의 반지 또한 왜곡해 사랑의 증표로 포장됐다. 너무 속상하다”고 덧붙였으며, 제이튠 측은 “‘비’가 유명인이란 이유로 사생활 보호가 전혀 되지 않은 사실이 안타깝다. 법적인 조치도 강구할 예정”도 전했다.
열애설이 보도된 직후인 스포츠한국은 비와의 전화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는데, 자신은 오전 열애설을 보도한 해당 매체에 확인 요청을 전해 들었다며 "1년 전부터 파파라치가 쫓아다니는 걸 알고 있었다. (해당 매체에서) 열애를 증명할 치명적인 사진 자료가 있다고 들었다. 만약 있다면 다 공개하라고 했다. 사실이 아니고 그만큼 부끄러울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비는 이날 열애설 관련 보도가 있을 것을 미리 알고 있었지만 개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고, 10일 오전에도 트위터에 글을 남길 만큼 평온했다. 비 측은 해당 매체의 보도 내용의 사실관계를 따져 법적인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비의 소속사인 제이튠 측은 "전지현과 친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열애설은 사실이 아니다. 아무리 유명인이라지만 이렇게 사생활 보호가 안 돼 안타깝다. 잘못된 사실을 보도한 인터넷 매체에 대해 법적 조치를 강구할 예정"이라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이러한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스포츠서울닷컴은 요지부동이었다. "100번 양보해도 열애는 열애인 까닭?"이라는 제하의 후속 기사를 통해 “짐작은 했었다. 당연히 부인할거라고 예상했다. 이런 식의 변명, '작품 협의차 만났다'는 시나리오도 계산했다. '지인의 집에 갔을 뿐'이라는 공식 답변도 그려봤다. 그만큼 비가 빠져나갈 틈은 충분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식으로 기사 굳히기에 들어갔다.
아예 비를 겨냥해서는 “그가 방송에서 그렇게 갖고 싶다던 '여자친구'가 자신의 집에서 3분 떨어진 곳에 살고 있다. 진정한 월드스타라면 열애에 대한 대응도 월드스타급 다울 순 없을까. 물론 비가 왜 자신의 여자친구를 숨기려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그의 뻔한 변명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기사의 진정성을 스스로 전제한 뒤 자신들이 김혜수·유해진, 송혜교·현빈, 최지우·이진욱 등 수많은 톱스타의 열애설을 단독으로 보도했으며 적어도 1달 이상을 지켜보며 그들의 만남에 일정한 패턴이 발견되면 열애사실을 공개했다는 과거의 사례들을 들어 이를 검증하고자 했다.
이처럼 비와 전지현의 열애설을 놓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인터넷 매체인 뉴스엔은 비가 강심장에 출연해서 “연애하고 있다”고 했던 내용을 상기시키면서 열애설에 힘을 실었다. 열애설이 공개된 직후 전화통화에서 비 측 관계자는 "비는 현재 사귀는 여자가 없다. 스케줄이 너무 바빠 연애할 시간이 없다. 전지현과 친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귀는 사이는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전지현 측 관계자는 "배우의 사생활 부분은 잘 알지 못한다. 확인 후 공식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한다.
사실 이날 스포츠서울닷컴의 보도 직후 비의 소속사 제이튠엔터테인먼트와 전지현의 소속사 싸이더스HQ가 즉각 반박했지만 열애설로 몰릴 수도 있는 개연성들이 많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두 사람의 소속사는 "최근 비와 전지현이 드라마 '도망자' 출연을 위해 자주 만났는데 이게 열애설로 부풀려진 것 같다"고 추측했고, 실제로 비는 '추노'의 곽정환 PD와 천성일 작가가 준비하는 드라마 '도망자'를 차기작으로 정했고 상대역으로 전지현 등을 추천했다고 한다. 싸이더스HQ의 한 매니저는 "비가 처음에는 뮤직비디오를 함께 찍은 한예슬에게 '도망자' 여주인공을 제안했고, 이후 전지현·이나영에게 '도망자' 얘기를 한 걸로 알고 있다"며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했지만 얼핏 보기에는, 그리고 침소봉대하기를 좋아하는 파파라치에 가까운 찌라시급 기자의 눈에는 사귀는 것으로 비칠 만 했다.
게다가 한편, 열애설이 공식화되기 전에도 방송가 안팎에는 비와 전지현이 열애 중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비는 지난달 18일 서울 청담동의 한 술집에서 가진 취중토크 인터뷰에서 전지현과 열애설이 돌고 있는데 알고 있냐는 질문에 "알지만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한 사실이 있다. 당시 그는 "마지막으로 연애한지 4년이 지났다. 내가 재벌 2세와 사귄다는 소문도 있던데 모두 허무맹랑한 소설"이라며 선을 그으면서 "안 그래도 삼성동 집 부근에 파파라치로 보이는 분들이 계시던데 괜히 헛수고하시는 것 같다. 아무 일도 없으니 철수하라고 말하고 싶다"며 웃었다니 이번 스포츠서울닷컴의 보도에 대해서도 이미 예상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비와 전지현의 열애설은 일파만파로 번져나가고 있다. 5월 4일 방송된 SBS ‘강심장’에 게스트로 출연한 비가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가수, 영화 등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데 언제 연애하고 언제 결혼합니까?”라는 질문에 “하고 있어요”라고 답해 좌중을 놀라게 했으며, 이에 이승기가 “연애를 하고 계시다고요?”라고 재차 질문하자 “했었어요. 모르게”라고 둘러 말했다는 사실, 강호동이 “아무리 바빠도 연애는 하게 되요”라고 받아치자 비는 “할 건 해야죠”라고 당당히 응수했다는 사실, 그리고 이어서 비가 “빨리 결혼해 딸만 셋을 낳고 싶다. 향후 5년 이내에 결혼하고 싶다”고 결혼과 자녀 계획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는 사실 등이 다른 매체를 통해 소개되었다.
같은 사안을 놓고 비 측은 강경 대응까지 고려하겠다는 데 반해 전지현 측은 열애설 보도 후 “본인에게 확인해보겠다”고 한 뒤 “사실무근”이라는 답을 내놓는 등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던 것도 뭔가 석연찮게 보면 석연찮은 구석이 있어 보인다. 이런 여러 가지 정황에 따라 또 다른 매체는 비와 전지현이 열애설에 네티즌들이 “비와 전지현, 할 말 없이 어울린다”, “장동건에 이어 비도 이렇게 가는 거냐”, “믿고 싶지 않다” 등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두 사람의 열애설을 기정사실화하는 쪽으로 기사를 몰아가고 있다.
그리고 사실여부를 떠나 비와 전지현의 열애설이 화제가 되면서 10일 하루 종일 ‘비 전지현 열애설’이 검색어 상위에 랭크되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과거 비와 전지현이 함께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공개돼 뒤늦게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의 각도, 조명, 분위기 상 전문 사진작가가 촬영한 화보의 일부로 추정되는 이 사진은 각종 포털 사이트에 두사람의 '열애설'을 입증하는 증거로 확산되고 있다.
아무튼 스포츠서울닷컴은 특종을 잡은 셈이다. 하지만 찌라시의 파파라치급 기사가 아니라면 도덕적인 면에서 어처구니없는 기사임에 틀림없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기사의 사실여부를 떠나 일단 보도해놓고 당사자들이 반발하자 “비, 뻔한 해명이 안타까운 까닭?…그가 밝혀야할 몇 가지”라는 식의 추적기사까지 냈다. 제목만 보면 마치 비에게 무슨 범죄 의혹이라도 생긴 것 같다.
사실 어거지 꿰맞추기 기사를 써놓고 반박자료를 내놓자 그 해명을 반박한다면서 사생활이 담긴 사진들을 공개하고, 사실인지 추측인지 모를 내용까지 적나라하게 공개했다는 것 자체가 폭력이다. 아무리 찌라시급 파파라치라 해도 남의 사생활을 이렇게 멋대로 몰래 알아내서 공표할 권리는 없다.
기자가 공인이라는 연예인의 열애설을 보도할 수는 있지만 남이야 사귀던 말던 그 은밀한 사생활을 밝혀야 할 의무가 있을 수도 없고 더 더욱이 그것을 공개하라 말라 협박할 권리는 없다. 그런데 기사는 너무나 당당하게 비가 ‘밝혀야 할 몇 가지' 라고 그것이 마치 독자에 대한 의무인 양 설레발을 떤다. 독자의 권리를 사칭하여 호가호위하는 기자의 취재원 사유화인 셈이다. 연예인의 은밀한 사생활 재미는 있지만 취재를 취조로 잘못 아는 사이비 기자야말로 취조 대상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