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이 떠나고 나자 노신사는 바빠지기 시작했다 사람을 알아보기 위해 여러 곳을 돌아 다녔다 농원을 하는 곳이면 어디든 가 보았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허브가 생소해서 인지 사람들은 거절을 했다
거절을 당할 때마다 노신사는 기운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힘이 생겼다 다시 도전할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자신이 여인을 위해 도울 수 있는 기회였다 노신사는 열심히 다니며 사람들을 만났다 시간이 자꾸 흘러가고 있었다
농원의 일은 점점 늦어지고 노신사는 마음이 급했다 급하다고 아무나 채용할 수는 없었다 제주의 농원은 여인이 제 2의 꿈을 만드는 곳 이였기에 노신사는 더 열심히 뛰어 다녔다 서울에서 사람들이 내려왔다
여인이 직접 오지 않고 서울 사무실 사람이 왔다 노신사는 여인이 내려오지 않아 조금은 섭섭했다 그러나 지금 여인은 자금 문제로 바쁠 것이다 서울에서 내려온 사람은 5명 이였다 그들은 노신사의 집에 짐을 풀었다
다음날부터 그들은 허브를 아름답게 가꾸기 시작했다 어느새 제주의 농원도 그 모습이 나타나고 있었다 휴게실 한 채와 장애인을 위한 건물이 두 채 나이든 사람들을 위해 한 채 그리고 일반 사람들을 위해 일곱 채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름도 다 제각기 다른 허브를 가지고 있었다 팬션을 기점으로 미니 정원이 들어섰다 넓은 그곳에 허브로 가득 채워지고 그에 맞는 테마와 이름들이 붙여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점점 모습을 들어내는 농원에 탄성이 나오고 있었다 땅 주인의 부탁으로 해안선 가까이 집이 한 채 들어섰다
감귤농장으로 만들어진 곳 뒤쪽으로 직원들 숙소가 지어지고 있었다 체험을 통해 허브와 친해지게 작은 텃밭도 만들어졌다 허브를 느낄 수 있는 카페와 식당도 만들어지고 직접 만들어 파는 쇼핑몰도 만들었다 이런 것들이 점점 만들어지니 제주의 농원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농원 주변으로는 제주의 관광 명소들이 있었다 바다로 떨어진다는 정박폭포도 볼 수 있고 그들의 생활을 엿 볼 수 있는 민속촌과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을 볼 수 있는 성산 일출봉까지..... 제주의 농원은 국내가 아닌 외국인까지 겨냥한 장소였다 제주라는 이국적인 곳에 건강을 생각하는 장소를 만든 것 이였다
허브농원은 그저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여인이 생각한 것은 세계를 겨냥한 관광사업이었다 바쁜 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편안히 쉴 공간 뿐 아니라 그들의 건강까지 책임지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만든 곳 이였다
제주의 농원에 들어서는 사람들은 다 한번씩 그 아름다움에 탄성이 나오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그 내부적인 모습에서는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의 신경을 썼던 것이였다 앞을 내다보고 만든 그런 곳 이였기에 농원이라는 단어는 너무도 작았다 노신사는 여인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놀랬었다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그녀의 손으로 넘어가면 다른 방법으로 변해서 이루어졌다
분명 의도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다른 모습으로 나왔다 자신이 가장 힘들어지기 시작할 때 나타나서 지금의 이 자리까지 오게되었다 도무지 속내를 알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단 한번도 그녀를 알게 된 것에 후회는 없었다 아내와 헤어지고 싶었던 순간들을 여인이 그 자리를 지키게 도와주었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법을 알려준 사람이었다 서로의 첫 사랑을 얘기하며 마셨던 술 그리고 여인의 입에서 나온 진정 사랑하는 누군지 .... 노신사는 지금 아내의 잠든 모습을 바라보며 지나간 시간들을 꺼내 보고 있었다
자신의 욕심으로 모든 걸 잃었다고 조용히 자신을 따라준 아내 그렇게 자신의 입장만 고집했던 아내는 지금 없다 자신을 버릴 줄도 알고 낮출 줄도 아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제주에 내려와서는 고생도 많았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그 거친 언어에도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그들이 어떠한 말을 해도 삶이 고단한 이들의 언어로 받아 드리고 있었다 많이 배우고 적게 배우고의 차이는 없다 그 사람의 됨됨이가 더 중요한 것이다 지금 자신의 곁에서 고이 잠들어 있는 아내가 그 모든 걸 알게 된 것에 감사했다 그리고 자신을 믿고 도와준 아내가 너무도 고마웠다
여인에 대한 오해도 있었을 텐데 단 한번도 그 문제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어느 날 아내의 메모에서 보았다 여인과 자신이 어떤 사이인지 궁금하지만 남편을 믿는다는 글귀를.... 내일이면 제주 농원을 정식으로 문을 여는 날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허브와 이렇게 살게 될 줄은 몰랐다
처음 허브 차를 먹었을 때를 생각하니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얼굴에 번졌다 2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농원 내일 그 농원이 문을 열고 나면 또 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다 노신사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가슴이 쿵쾅거리며 심하게 뛰고 있었다 아내는 언제 일어났는지 아침준비에 분주했다 설레임에 식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농원에 아내와 함께 도착하니 벌써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멀리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사람들 속에 있는 여인의 모습이 오늘 따라 더 아름답게 보였다 자신의 일에 충실했기에 결과가 더 아름다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이 시작되었다 여인의 차례가 되어 앞으로 나왔다
"안녕하세요. 정 희연입니다" 인사에 사람들이 박수를 보냈다 "제주에 처음 허브 농원을 만든다고 했을 때 저 보고 제 정신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분의 후원이 없었다면 지금 이곳은 없을 겁니다. 이 자리에서 그분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정 태현씨입니다"
나이가 많은 남자 한 분이 일어나 여인의 곁으로 갔다 "안녕하십니까? 정 태현입니다. 여기 있는 사람의 할아버지입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을 한다고 해서 제동을 걸었지만 결국 날 이기고 지금 이곳을 이렇게 만들어냈습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단 하나 밖에 없는 혈육이기도 합니다. 지금 난 너무도 자랑스럽습니다"
다시 박수가 나왔다 "그리고 또 한 분 이분이 허락하시지 않으셨다면 아마도 지금 이 자리는 없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전 그저 이 땅을 정 사장님에게 팔았을 뿐인데 이렇게 좋게 말을 해 주는군요. 정 사장님 덕분에 허브와 남은 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여인의 말은 이어졌다 "쉽게 생각하고 결정한 농원이 결코 아닙니다. 제 인생을 걸고 만든 농원이었기에 열심히 뛰었습니다. 자금을 후원해 주시는 분과도 많이 마찰이 있었고 공사 중에 안 좋은 일도 격었고요. 그러나 제 곁에는 늘 힘이 되어주시는 여러분들이 계셨습니다. 설계을 해주셨던 소장님, 기초 공사를 하시며 땀 흘려주신 기사님들..... 어느 한 분 소중하지 않은 분들이 없습니다. 그 중에도 농원 조성을 위해 서울에서 제주로 내려와서 불편함을 참고 일해주신 우리 농원 식구들... 정말 감사합니다"
잠시 말을 멈추던 여인은 다시 말을 이었다 "오늘 이곳에 가장 큰 역할을 해주신 분이 계십니다. 박 동준씨를 소개 합니다" 갑자기 불려진 노신사는 놀랬지만 여인의 손에 이끌려 무대위로 올라갔다 "제가 만든 초안을 토대로 모든 업무를 제대로 돌아가게 해주신 숨은 공로자이십니다"
박수가 터져 나왔고 노신사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전 이분에게 이 곳을 부탁드리려고 합니다. 이곳은 내국인 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모실 계획입니다. 그럼 체계적인 경영인이 필요합니다. 전 이분의 도움을 받으며 이곳을 경영할 겁입니다. 지금은 몇 채 안 되는 팬션을 가지고 있지만 앞으로 옆에 있는 대지를 구입해 점점 늘려서 많은 분들이 오셨다 가실 수 있게 할 것입니다. 박 동준 전무이십니다"
노신사는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자신이 한 일이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여인은 자신이 서야 할 자리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정년퇴직도 아니고 권고사직을 하고 나와야 했던 회사 그 회사를 나와 많이 힘들어했는데 그 모든 걸 여인이 다 날려버려 주고 있었다
제주에 내려와서는 자신을 믿어주는 여인을 위해 열심히 뛰었고 그러다 보니 모든 것에 자신감이 생겼다 아내가 늘 곁에 있어주어 감사했다 노신사의 머리는 일순간 몇 년간의 일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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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동안 수고하셨고~감사합니다.
끝까지 잘 읽고갑니다.무더위에 건강하시고 ,수고하셧습니다.
그동안수고하셨읍니다 날도더은데 고생않이하셨네요?
끝까지 잘 읽고갑니다.무더위에 건강하시고 ,수고하셧습니다.
감사합니다.진행이깔끔하여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