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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선수촌.
호주와 브라질 등 이미 입촌한 선수들 방 베란다 창문 밖으로 자국 국기가 내걸려 이곳이 선수촌임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했다. 각국 선수들은 선수단등록을 통해 발급받은 AD 카드를 목에 걸고 자전거를 타거나 선수촌 내에 마련된 여러 시설을 이용하는 등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선수들은 하나같이 “선수촌 시설이 완벽해 만족스럽다”며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오는 27일 본격 운영에 앞서 지난 20일 하룻동안 개촌행사 기념으로 문을 연 한국문화 체험부스는 선수단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곳에는 궁중의상과 전통 혼례복 등 20여벌의 한복과 가채, 부채, 전모 등을 준비해 선수들이 무료로 입어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며 포토존을 마련, 사진도 찍어줄 계획이다.
20일 이곳을 찾아 전통혼례복을 입어본 자메이카 저메인 곤살레스는 “한복이 너무 멋지다”며 ‘원더풀’, ‘뷰티풀’을 연발했다.
▨ 챔피언스 플라자
챔피언스 플라자 내 사우나실과 육상 홍보전시실, 쇼핑센터 등도 새롭게 문을 열었다.
콜롬비아에서 온 제임스 아우렐리오렌덤은 사우나실을 수영장으로 착각해 실망감(?)을 안고 돌아가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미 운영 중인 챔피언스 플라자 내 매점과 바로 옆 카페에는 선수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매점에서 선수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것은 코카콜라와 우유, 한국 초콜릿.
자원봉사자 김모씨(21)는 “한국 초콜릿의 맛을 궁금해하는 선수들이 많다. 술과 담배는 전혀 찾지 않으며 구경만 하다 돌아간다”며 “선수들보다 코치들이 더 자주 오는데 선수들을 위해 초콜릿 하나에도 어떤 첨가물이 들어가는지 꼼꼼히 따져본 후 구입한다”고 말했다.
바로 옆 카페에는 오전 9~11시 사이에 선수들이 들러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를 찾는다. 가끔 점심과 저녁에 생맥주를 찾는 선수들도 있다.
점심시간. 선수들이 하나 둘 선수촌 식당으로 향했다. 입구에 들어서니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여쁜 학생 4명이 웃는 얼굴로 선수들을 맞았다. 이들은 선수들에게 “하이”라고 반갑게 인사했고 선수들은 한복을 입은 이들의 모습이 예쁜지 연방 카메라를 들이대며 함께 사진을 찍었다.
계명문화대 관광호텔학부 김효민양(20)은 “하루 9시간 정도를 서 있으려면 힘들지만 선수들의 사진요청이 많아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식당을 찾는 선수들은 대부분 대회에 앞서 체중조절 때문인지 많이 먹지는 않았다.
급식사업소 이중노 단장은 “라마단 기간인 이슬람권 선수들을 위해 새벽 3시에 50여가지의 음식을 준비한다. 10명 정도의 선수, 임원들이 식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 20일 아침 식사한 사람은 불과 3명뿐이어서 남는 음식이 많았다”며 “남은 음식은 모두 폐기처분되는 만큼 음식량 조절에 힘쓰고 있다”고 했다.
▨ 살비센터
위락시설인 살비센터에도 물리치료실과 포켓볼룸 등이 오픈했다.
살비센터에서 선수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곳은 전자오락실. 스트리트 파이터와 테니스 게임, 총쏘기, 자동차 경주게임 등을 즐기러 이곳을 찾는 선수들은 하루 30~80명. 특히 호주와 자메이카 선수들의 방문이 잦다.
지난 19일 저녁 9시30분께는 우사인 볼트가 경호원 4명을 대동하고 이곳을 방문해 40분간 스트리트 파이터 게임을 즐긴 후 자신이 묶는 그랜드호텔로 돌아갔다.
자원봉사자 김모씨(50)는 “평소 오후 9시까지 운영하는데 우사인 볼트가 가지 않아 오후 10시 넘어서까지 문을 열어뒀다”며 “그날 볼트의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아서인지 사인요청도 경호원들에게 제지당했다”고 말했다.
마사지샵에도 선수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부상 방지를 위해 근육이 뭉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고자 선수촌 내 80% 이상의 선수들이 마사지를 받고 있다. 알제리 선수단은 자국의 팀 닥터와 같이 방문, 그들에게 마사지를 받고 있다. 한쪽에는 이슬람교, 불교, 기독교 등 기도실도 설치됐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사진설명-지난 20일 오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선수촌 개촌행사에서 마련된 한국문화 체험부스에서 한 선수가 궁중의상을 입어보고 있다.